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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21-07-23

전기차 구입을 망설이는 당신에게

아직 전기차의 불편함을 감당할 수 없다면, 대안은 하이브리드 자동차다.

BMW 뉴 x5 xDrive 45e.
볼보 XC60 T8.
볼보 S90 T8.


직업상 남보다 새로운 차를 먼저, 그리고 많이 타보고 글을 쓰는 입장에서 새 차 구입에 대한 질문을 많이 받는데, 요즘은 내용이 사뭇 다르다. 예전에는 막연하게 “요즘 어떤 차가 괜찮아요?”라거나 “나한테 어울리는 차 좀 추천해줘”라는 식이었다면, 이제는 “지금 전기차를 사도 괜찮을까?”라는 질문을 더 많이 받는다. 대세는 이미 전기차다.
사실 차를 살 때는 감성이 이성을 이기는 경우가 많다. 끌리는 데는 어쩔 수 없다. 예뻐서 사고, 빨라서 사고, 남들이 사니까 따라 사기도 한다. 하지만 나중에 후회하지 않으려면 세심히 따져봐야 한다. 취향과 안목은 차치하고, 순전히 합리적인 면에서 지금 전기차를 사는 것이 괜찮은 선택일까, 아니면 다른 친환경적 대안이 있을까? 친환경이 선택이 아닌 필수 조건이 된 지금, 전기차로의 전환은 거스를 수 없는 흐름이다. 우리 모두 언젠가는 전기차를 타야 한다. 그 시기가 점점 다가오고 있다. 바로 2025년이 주요 기점이다. 환경 규제가 까다로운 유럽 일부 지역에서는 내연기관 신차 판매가 2025년부터 중단된다. 노르웨이는 2025년, 영국은 2030년, 프랑스는 2040년부터 석유로 달리는 자동차를 구매할 수 없다. 우리나라와 중국도 2035년부터 내연기관 자동차를 퇴출할 계획이다. 각 브랜드의 전동화 조치도 빨라지고 있다. 재규어는 2025년부터 순수 전기차만 생산한다. GM은 2035년부터 내연기관차 생산을 중단한다. 캐딜락은 2025년부터 순수 전기차만 판매하며, 볼보는 2030년부터 전기차만 생산하겠다고 발표했다. 다른 자동차 브랜드도 2025년부터 2030년까지 전기차 비중을 50% 이상 높일 계획이다. 현대·기아자동차도 2040년까지 전기차 판매를 78%까지 끌어올린다는 방침이다.
이런 분위기라면 소비자 입장에서 당장 전기차를 계약해야 할 것 같은데, 그러기엔 약간의 고민이 필요하다. 구매를 망설이게 하는 데에는 두 가지 이유가 있다. 내연기관차에 비해 가격이 비싸다는 것과 일상에서 불편함이 적지 않다는 것. 엔진이 아닌 배터리에서 나오는 출력으로 모터를 구동해 움직이는 전기차는 배터리가 차지하는 비중이 절대적이다. 그런데 배터리 가격이 아직 비싸기에 자동차 가격이 저렴할 수 없고 1회 충전으로 달릴 수 있는 거리, 즉 배터리 용량이 기대만큼 충분하지 않다. 길거리 어디에나 있는 주유소와 달리 충전소도 많지 않다. 여행 중 배터리가 떨어졌을 때 충전소를 찾아 낯선 길을 헤매는 일을 선뜻 감당하기엔 용기가 필요하다.





링컨 에비에이터 PHEV.
더 뉴 메르세데스-벤츠 GLC 300e 4MATIC.


대안은 하이브리드 카
이 지점에서 적절한 대안이 바로 HEV(Hybrid Electric Vehicle)다. 20여 년 전부터 각광받은 HEV는 화석연료를 태우는 엔진이 주요 동력원이지만, 필요 시 전기모터가 작동해 동력을 보조하는 시스템이라 연비가 좋다. 엔진의 힘만으로 달리는 내연기관 자동차에 비해 기름을 적게 소비하고 배기가스를 덜 배출하므로 아직은 친환경 차로 분류된다. 사실 HEV는 본격적인 순수 전기차로 넘어가기 전 일시적 징검다리 역할에 그칠 것이라는 전망이 많았다. 그 점은 변함없지만, 징검다리 역할이 예상보다 길어지고 있다. 엔진과 전기모터의 장점을 두루 취하는 특성이 있어 선호하는 고객이 계속 늘기 때문이다. 제조사에서도 성능을 한층 개선한 모델을 속속 내놓고 있다. 보조금 혜택이 줄고 충전 걱정 때문에 순수 전기차 구매를 망설이는 이를 붙잡는 적절한 대안인 셈. 아직 초기 단계인 전기차와 달리 HEV는 시장에서 충분히 검증된 모델이라는 점도 매력적이다. 지난해 HEV의 국내 판매량은 사상 최고 기록을 갈아치웠다. 국산 HEV는 12만7000대 이상 판매해 전년 대비 70% 가까이 성장했다. 10대 중 1대는 하이브리드 모델이다. 수입 자동차 시장도 마찬가지. 지난 한 해 동안 4만6000대 이상 팔려 2만7000대 정도이던 2019년에 비해 크게 증가했다. 완성차 업계에서는 HEV의 인기가 한동안 지속될 것으로 전망하지만, 부정적 견해도 많다. 보조금 혜택이 줄어든 데다, 순수 전기차(EV) 보급을 위한 다양한 인프라가 급속히 확장되고 있어 HEV의 매력이 떨어지고 있기 때문이다. HEV의 본령은 어디까지나 시한부 운명인 내연기관이다.
그렇다면 PHEV는 어떨까? 차가 달리거나 멈추는 과정에서 에너지를 얻어 배터리를 충전하는 방식인 HEV는 외부 충전이 필요 없고, 할 수도 없다. 이에 비해 PHEV(Plug in Hybrid Electric Vehicle)는 필요 시 외부 전력을 이용해 배터리를 충전할 수 있다. 연료 탱크를 기반으로 한 내연기관과 배터리 기반의 전기모터가 함께 탑재된 동일한 형태의 ‘하이브리드 카’지만 PHEV는 HEV와 달리 배터리 용량이 더 크고 콘센트를 이용해 배터리를 충전하는 방식이다. 주행거리가 짧은 전기차의 최대 단점을 내연기관 엔진으로 보완하고, 충전 배터리를 통해 연비를 높인 것이 장점이다. 국산 PHEV는 올해 보조금 폐지로 판매가 주춤했지만, 수입 PHEV의 판매는 꾸준하다. 올해 1분기에만 국내에서 5287대의 PHEV가 팔려 작년 대비 무려 424% 이상 증가했다. BMW, 메르세데스-벤츠, 볼보 등 유럽 브랜드를 중심으로 다양한 차종의 PHEV가 국내시장에 선보이고 있다. 2025년까지 신차의 50%를 순수 전기차, 나머지를 하이브리드로 구성한다는 목표를 세운 볼보는 S90, XC60, XC90 등 중형 이상의 PHEV 모델을 국내에 선보이고 있다. PHEV를 순수 전기차로 가는 과정의 핵심 역할로 활용하는 BMW는 ‘eDrive’라는 이름으로 3·5·7시리즈와 중형 SUV X5 시리즈에 PHEV 모델을 구성하고 있다. 메르세데스-벤츠는 PHEV에 ‘EQ Powerʼ라는 이름으로 S-클래스를 비롯한 다양한 PHEV 라인업을 국내에 소개하고 있다. 포드 익스플로러 링컨 에이비에이터에도 PHEV 모델이 있다. 엔진과 배터리 모터가 함께 탑재된 PHEV는 구동계가 복잡하기 때문에 비싸고 무겁다. 배터리는 전기차보다 작아 한 번 충전으로 주행할 수 있는 거리가 수십 킬로미터에 불과하다. 게다가 올해부터는 저공해차 구매 보조금이 없어졌다. 그럼에도 PHEV는 구매자의 만족도가 높은 편이다. 특히 왕복 40km 정도 거리를 출퇴근하는 도심 통근자에겐 매력적일 수 있다. 평일에는 전기차를 사용하고 주말 장거리 여행에는 충전 걱정 없는 휘발유 차를 활용할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러면서도 친환경 차를 탄다는 뿌듯한 명분이 있다. 당장 충전하지 않으면 멈춰 서는 전기차와 달리 유사 시 엔진이 있기 때문에 난처할 일이 생기지 않는다는 점, 반대로 기름이 떨어져도 콘센트 충전으로 일정 거리를 달릴 수 있다는 점이 PHEV의 강점이다.
처음 질문으로 돌아가보자. 누군가 “지금 전기차를 사도 괜찮을까?”라고 묻는다면 “하이브리드 카가 좋겠다”라고 대답할 것이다. 이러한 질문에는 이미 걱정과 불안이 가득 들어 있기 때문이다. 그런 사람에게는 하이브리드 카가 제격이다. “전기차 중엔 뭐가 괜찮을까?”라고 물었다면 전기차의 장점 수십 가지를 줄줄 읊어주겠지만, 전기차에 대한 불안과 불편을 감수할 용기가 없다면 HEV또는 PHEV를 먼저 고려하는 것이 낫다. 불편함을 최소화하는 실속과 환경을 걱정하는 동시대적 명분을 동시에 챙길 수 있으니까. 물론 선택은 자유다.

 

에디터 이정주(jjlee@noblesse.com)
이경섭(자동차 칼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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