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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23-04-07

전기차 라이프

전기차는 정말 다를까? 직접 타본 4인의 솔직한 후기.

왕관을 쓰려는 차, 그 무게를 견뎌라
 Mercedes-Benz The New EQE 350+ 


메르세데스-벤츠는 내연기관 시대의 황제였다. 칼 벤츠가 최초의 내연기관 자동차를 만들어 이 땅에 새로운 문명을 창조했고, 인류는 벤츠가 만든 문명을 흡수해 더 빠르고 더 멀리 여행할 수 있게 됐다. 문명의 창조자인 벤츠는 당연히 자동차 세상의 가장 높은 곳에 자리했다. 가장 훌륭한 엔진과 가장 안전한 자동차를 만들었으니, 소비자들이 선택할 수 있는 최고 가치였다. 후발 자동차 제조사들은 벤츠의 업적과 성과를 따랐다. 그리고 130년이 지난 지금, 내연기관이 종말을 맞고 있다. 무수히 많은 도전자와 경쟁자가 나타났다. 지금은 내연기관 자동차 회사보다 전기차만 만드는 브랜드가 더 많을 정도다. 과연 벤츠는 전기차 세상에서도 황제 자리를 유지할 수 있을까?
EQE 350+는 E-클래스의 전기차 버전이라고 보면 이해하기 쉽다. S-클래스가 벤츠의 독보적 프리미엄 가치를 대변한다면, E-클래스는 프리미엄의 대중화를 견인한 패밀리 세단이다. 전기차 세상에선 EQE가 E-클래스의 그것을 그대로 이어야 한다.
시동 버튼을 누르고 EQE 350+를 움직이자 벤츠 특유의 묵직하면서 진중한 움직임이 느껴진다. 차체 무게로 타이어를 진득하게 누르며 충격을 줄이고 미끄러지듯 움직인다. 엔진도 변속기도 없으니 몸으로 전해지는 진동이 확연히 줄었다. 조용하고 편하고 안락하다. 특히 벤츠는 내연기관 자동차에 익숙한 소비자를 위해 전기차의 이질적 움직임을 제거했다. 가속페달을 밟자마자 차가 불쑥 튀어나가는 움직임을 없앴고, 가속페달에서 발을 뗐을 때 차가 슬금슬금 앞으로 가는 엔진 자동차 특유의 움직임을 더했다. 내연기관차처럼 가고 서는 것이 신기할 정도다.
그런데 속도를 올리자 약간은 의아하다. 타이어를 꾹꾹 누르며 훌륭한 승차감을 선사하던 차체 무게가 승차감을 해치기 시작한다. 서스펜션이 2.3톤이나 되는 차체 무게를 힘겨워하는 순간이 생기기 때문이다. 과속방지턱을 넘을 때나 높은 속도에서 거친 노면을 만났을 때, 마치 뒤 댐퍼가 잠긴 것처럼 생각보다 큰 충격을 만든다. 내연기관 벤츠 차량에선 느낄 수 없던 현상이다. 벤츠는 이 차에 88.9kWh나 되는 배터리를 넣었다. 500km에 육박하는 주행거리를 확보했지만, 차체가 너무 무거워졌다. 이에 따른 서스펜션 강화가 부족했다. 물론 벤츠가 대응을 하지 않은 건 아니다. 에어 서스펜션을 넣어 승차감과 주행성에 대응했다. 하지만 에어 서스펜션을 넣은 모델은 국내에 들어오지 않았다.
내연기관차든 전기차든 패밀리 세단은 탑승한 모든 가족이 편하고 안락해야 한다. 이는 패밀리 세단의 절대적 가치이자 E-클래스가 굳건히 지켜온 벤츠의 가치다. EQE 350+는 최첨단 시스템과 기술을 갖췄지만, 앞서 말한 것처럼 승차감이 안락하지만은 않다. 기계공학의 정점에 오른 벤츠지만, 아직 전기차 시대를 준비하는 단계인 듯 보인다. 한편으로는 벤츠도 이렇게 전기차 만들기를 어려워하는데, 다른 자동차 제조사는 오죽할까 싶다. _이진우(자동차 칼럼니스트)





재미는 이게 최선입니다
 BMW i4 M50 


나의 첫 자동차는 BMW 420d 그랑 쿠페 100주년 모델이었다. 어릴 적 드림카였던 M3의 현실적 대안이자 좋은 연비, 경쾌한 드라이빙 모드로 3년간 든든한 발이 되어주었다. 4시리즈에 대한 좋은 기억 덕분인지, 이번 시승이 더욱 반갑다.
기분 좋은 떨림과 함께 운전석에 올라 스타트 버튼을 눌렀다. 시동 거는 소리로 시작을 알리는 내연기관의 엔진 소리와 달리 공간감이 느껴지는 사운드를 만들며 전원이 들어오는 전자 기계가 낯설지만, 나쁘지 않았다. 고요함 속 핸들에 표기된 M 로고를 만지작거리며 544마력, 제로백 3.9초의 압도적 성능을 가늠해봤다.
컴포트 모드에선 차분한 시내 주행이 가능했다. 하지만 역시 궁금한 건 스포츠 모드. 직선 구간에서 있는 힘껏 액셀을 밟자, 최고점에서 순간적으로 낙하하는 롤러코스터를 탄 기분이 들 정도로 벅차게 튀어나갔다. 코너에서 속도를 줄이지 않고 달려보니 2.2톤의 육중한 무게를 느끼지 못할 만큼 기존 3·4시리즈의 경쾌함이 그대로 전해졌다. 코너에 들어갈 때, 나올 때 모두 부족한 점이 없어 이 부분에 가장 반했다. 한스 치머가 디자인했다는 주행 사운드는 고속으로 갈수록 그가 사운드트랙 작업을 한 영화 <듄>의 한 장면이 연상돼 운전하는 재미가 배가했다.
차량의 무게중심이 워낙 낮아서인지 핸들을 좌우로 마구 꺾어도 불안하거나 흔들리지 않는다. 안락하면서도 노면에 민감하게 반응하는 주행 성능은 포르쉐 911을 탈 때의 경험과 교집합을 만들었다. 특히 액셀에서 발을 놓을 때 제동이 걸리지 않고 그 힘 그대로 쭉 달리는 느낌이 좋았다. 이러한 느낌은 테슬라 모델 3를 운행할 때 가장 아쉬운 점이었다.
지금은 내연기관차 중 오래된 구형 디펜더를 타고 있다. 수동 모델이기도 하고, 전자 제어장치가 거의 없어 온전히 내 감각에 의지해 운전한다. 흥미롭게도 i4 M50은 전기차라는 현대 기술의 맨 앞에 선 차량임에도 모든 감각을 이용해 운전하게 해준 차량이다. 운전이라는 행동이 재미있다고 말할 수 있는 최선의 전기차라는 느낌은 당분간 깨지기 어려울 것 같다. _박래원(보블릭(vblk) 대표) 





스마트한 아트 드라이빙
 Volvo XC40 Recharge 


뮤지엄 큐레이터로 일한 지 20여 년, 다양한 역사 유적과 새로운 전시를 찾는 일은 과거와 현재를 오가는 타임슬립 같다. 여기저기 현장을 돌아다니려면 몸과 탈것이 일체가 되는 재미난 드라이빙은 필수. 평일엔 <로마의 휴일>에서 오드리 헵번이 탄 스쿠터 베스파 프리마베라, 주말엔 스포티한 감성의 클래식 바이크 트라이엄프 버드애킨스를 애용하는 것도 그 때문이다. 먼 곳의 일정을 소화하려면 조건이 하나 더 붙는다. 바로 편리함. 재미와 편리함 두 마리 토끼를 잡을 수 있는 스마트한 전기차 배정을 요청했고, 볼보 XC40 리차지를 만났다.
올해 고정으로 합류한 라디오 FM99.1 <문화시대> 생방송하러 가는 길을 XC40 리차지와 함께했다. 가장 먼저 발견한 매력 포인트는 시동 걸 필요 없는 전기차의 편리함. 브레이크 페달을 밟고 변속하면서 바로 주행이 가능한데, 주행 내내 전혀 흔들림이 없었다. 12.3인치 디지털 클러스터는 운전자에게 필요한 정보를 세련되면서도 직관적으로 보여주고, 음성으로 공조 장치 제어와 전화·메시지 전송이 가능한 TMAP 인포테인먼트 서비스도 요긴하게 쓸 수 있다. 교통 체증의 지루함을 덜어준 하만카돈 사운드 시스템, 티슈·화장품·선글라스·음료 등을 보관할 수 있는 넉넉한 수납공간까지! 여러모로 여성 운전자에게 안성맞춤이라는 인상을 받았다.
무엇보다 한남동에서 상암동까지 강변북로를 시원하게 달리며 ‘전기차는 재미없다’는 생각이 백팔십도 바뀌었다. 최대출력 408마력, 제로백 4.9초를 자랑하는 고성능 듀얼 전기모터와 사륜구동 시스템의 조합 덕분이다. 미세한 퍼포먼스까지 온몸에 전달하는 느낌은 과장을 조금 보태 스포츠카를 운전하는 듯한 재미를 선사했다. 빠른 속도로 차선을 바꾸고 한강의 봄바람을 가로지른 경험은 동해안을 따라 아트 바이커 기행에 나선 때를 떠올리게 했다.
이어 방문한 아티스트의 작업실. 그는 XC40 리차지와 내가 닮아 보인다고 했다. 굉장한 칭찬이다. 프레임리스 전면부 그릴과 84개 픽셀 LED를 적용한 헤드램프, 유니크 모듈 디자인이 연상되는 전·후면 범퍼, 개성 넘치는 다이아몬드 컷 20인치 휠이 만들어내는 절묘한 조화는 동서양의 미감을 연결하는 일을 하는 필자에게도 충분히 아름다워 보였다. 스마트하게 움직여야 하는 오늘의 라이프스타일과 큐레이터의 눈을 모두 충족시키는 볼보 XC40 리차지는 다시 만나고 싶은 차다. _안현정(미술평론가, 큐레이터)





미안하다, 흔들렸다
 Audi Q4 Sportback e-tron 


과거에 집착하는 편이다. 아니, 현재에 집중한다고 해야 하나. 자동차 브랜드들이 앞다퉈 전기차 모델을 출시하고 있지만, 에디터의 시선은 여전히 내연기관차로 향해 있다. ‘주행거리가 짧다’, ‘충전 인프라가 부족하다’ 등 전기차에 관한 통념 혹은 사실과는 관계없다. 그냥 마음이 그런 거다. 새로운 시대를 앞서 받아들이기보다는 부르르 떠는 엔진과 공명할 마지막 세대로서 끝까지 함께하고 싶은. 일종의 의리라고 해두자.
한데 마음이 흔들렸다. 아우디의 첫 번째 콤팩트 순수 전기 쿠페형 SUV 를 타고 나서다. 시승차를 마주한 순간부터 그랬다. 별다른 부연 설명 필요 없이, 그냥 예쁘다. 시중에 나온 몇몇 전기차 모델은 ‘나 전기차야!’라고 외치듯 미래지향적 선과 면을 뽐내지 않나? Q4 스포트백 e-트론은 반대다. 우리가 잘 아는 아우디의 조형 언어 안에서 변주를 줬다. 전기차임을 대놓고 드러내는 건 팔각형 싱글 프레임 전면 그릴 정도. 익숙하다고 해서 지루한 건 아니다. 짧은 전방 오버행과 큼지막한 휠, 근육질 차체가 주는 스포티한 바이브가 있으니. 하이라이트는 뒤태다. 슬림하게 떨어지는 루프 라인 끝단에 솟은 스포일러는 미적 완성도를 높일 뿐 아니라 항력 계수를 낮추는 데도 한몫한다. 형태와 기능의 조화란 바로 이런 거다.
실내 역시 아우디에 기대할 수 있는 그대로다. 모범생다운 군더더기 없는 디자인 그리고 만듦새. 기분 좋게 딸깍이는 버튼을 비롯해 이것저것 만져봐도 딱히 흠잡을 데가 없다. 굳이 엔트리급 모델임을 감안하지 않아도 충분히 고급스럽다. 특히 만족스러운 건 넓은 공간이다. 콤팩트 세그먼트에 속하지만, 실내 활용성이 풀사이즈 SUV와 맞먹는다. 183cm의 에디터가 2열에 탑승해도 레그룸이 넉넉하고, 헤드룸은 주먹 하나 정도가 남는다. 군데군데 마련한 수납공간도 알차다. 이 정도면 패밀리 카로 손색없다.
Q4 스포트백 e-트론의 진가는 달릴 때 드러난다. 전기차 경험이 적은 이라면 특유의 울컥거림에 멀미 날 때가 있는데, 이 차는 다르다. 액셀을 밟으면 부드럽게 속도가 붙고, 회생제동 시 이질감이 거의 느껴지지 않는다. 내연기관 아우디 차량의 묵직한 주행감, 편안한 승차감을 빼다 박았다. 최고속도 160km/h와 제로백 8.5초라는 수치가 전기차치고는 아쉽게 느껴질 수 있지만, 일상적 주행 환경에서 펀 드라이빙을 즐기기엔 차고 넘친다. 애당초 ‘빠름’으로 전기차의 우수성을 판가름하는 게 맞나 싶기도 하고. 짧은 회전 반경도 분명한 장점이다. 전기차 전용 플랫폼인 MEB의 장점을 활용해 앞바퀴 조향각을 확장한 것. 어지간히 좁은 2차선에서도 한 번에 유턴할 수 있어 꽤 유용하다.
Q4 스포트백 e-트론을 한 줄로 요약하면 ‘전기차 아닌 전기차’ 정도가 적당할 듯싶다. 전기차만의 장점을 발견할 수 있으나, 이를 자랑하기보다는 아우디가 쌓은 금자탑 위에 살짝 얹는 방식을 택했다. 아우디의 의도는 명확하다. 오랜 시간 내연기관차를 몰던 이들이 전기차로 부담 없이 넘어올 수 있도록 한 것. 이렇게 사려 깊고 친절한데, 못 이기는 척 넘어가야 하나? 고민하게 만든 건 네가 처음이다. _황제웅(에디터)

 

에디터 황제웅(jewoong@nobless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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