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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24-01-18

SMALL BUT BIG

볼보의 콤팩트 전기 SUV, EX30이 품은 커다란 가치.

볼보의 프리미엄 순수 전기 SUV, EX30.

14시간을 날아 도착한 바르셀로나는 다른 세상이었다. 미세먼지 없는 상쾌한 공기, 찬란하게 내리쬐는 햇빛. 자동차 제조사들이 스페인에서 광고 촬영을 많이 한다더니, 그 이유를 알 것 같았다. 모든 것이 선명해 보이는 곳이라 글로벌 시승 행사를 통해 볼보 신차를 알아보기에 더할 나위 없이 좋은 환경이었다.

작은 거인의 출현
EX30은 볼보가 전기차 시장에서 새로운 수요를 견인하기 위해 개발한 모델이다. 2023년 11월 말 국내 공개 이틀 만에 사전 예약 1000대를 돌파하며 화제를 모았다. 반짝 인기에 그치진 않을 듯하다. 근거는 차고 넘친다. 첫째는 익스테리어. 콤팩트하면서 균형 잡힌 차체 비율에서 매끈한 조약돌이 연상된다. 낮은 후드와 넓은 펜더, 범퍼 바깥쪽에 통합된 공기흡입구는 강력한 이미지를 연출하는 동시에 Cd 0.28의 낮은 공기역학 계수를 달성하는 데 일조한다. 폐쇄형 전면 그릴과 픽셀 스타일로 변주한 토르 망치 헤드라이트는 EX30이 전기차임을 일깨우는 요소. 리어 LED 램프는 후방 운전자를 위해 차체와 같은 높이에 배치했고, 후면 블랙 밴드에 ADAS 센서 플랫폼을 통합했다. EX30의 모든 디자인에는 합당한 이유가 있다. ‘기능성을 갖춘 정직한 디자인’, 스칸디나비아 철학의 실현이다. 볼보가 늘 하던 일이라 그리 놀랍진 않다.
운전석 문을 열자 감탄사가 나왔다. 반전은 인테리어에 있었다. 처음 테슬라를 접했을 때의 혁신과 첨단 기운을 볼보에서 느낄 줄이야. 센터 콘솔에 자리한 윈도 스위치를 제외하고는 제어 버튼을 찾기 어렵다. 스마트 카드 키를 패드에 올리는 것으로 시동 버튼을 대체했고, 트렁크 개폐와 비상등 온·오프 역시 12.3인치 센터 디스플레이 조작으로 이루어진다. 이 디스플레이 상단에는 주행 정보가 뜬다. 운전석 계기판이 따로 없는 이유다. 심플한 것을 좋아한다면 엄지를 치켜들 디자인. 재활용 픽셀 니트와 소나무 오일로 만든 바이오 소재 ‘노르디코’를 결합한 좌석 시트, PVC 창틀과 플라스틱 폐기물로 만든 파티클 장식 등(브리즈 룸 기준) 다채로운 패턴과 질감이 보는 재미를 더한다. 각각의 만듦새, 살에 닿는 느낌도 기대 이상이다.
대시보드 위에는 스피커 여러 대를 모은 사운드바가 펼쳐진다. 그저 멋을 위한 선택은 아니다. 도어 트림에 장착해야 할 스피커를 사운드바로 옮겨 도어 포켓을 확장한 것. 영리한 공간 활용은 EX30에서 가장 칭찬할 부분이다. 슬라이드 시스템을 적용한 센터 콘솔은 컵 홀더로 활용하거나 작은 물건을 보관할 수 있고, 가방 같은 큰 물건은 센터 콘솔 아래 수납 상자에 두면 된다. 일반적으로 조수석 앞에 위치한 글러브 박스 또한 센터 디스플레이 하단으로 옮겨 운전자가 쉽게 사용할 수 있도록 배려했다.





프레임리스 도어 미러.

이 외에도 마음에 드는 구석이 많다. 트렁크 공간은 여유롭진 않지만, 2열 시트 평탄화가 잘 이루어져 유사시 큰 짐도 무리 없이 실을 수 있다. 앞좌석 등받이에 마련한 스마트폰 보관 전용 포켓은 유용하게 쓸 수 있겠고, 하늘을 넓게 볼 수 있는 고정식 파노라믹 선루프는 체급 이상의 개방감을 선사한다. 그래서 EX30은 작지만, 작게 느껴지지 않는다.
완성도 높은 데일리카 안팎을 살폈으니 달리기 실력을 확인할 차례다. 시승은 바르셀로나 시내부터 교외까지 1시간 코스로 이루어졌다. 운전석에서 자세를 고쳐 잡으며 해치백에 앉은 것처럼 시트 포지션이 낮다는 사실을 알았다. 대시보드가 낮고 앞 유리 면적이 넓어 콤팩트 SUV에서 기대할 수 있는 시야는 확보된다. 사각 형태 스티어링 휠은 큰 손에도 착 감긴다. 오롯이 운전에 집중할 수 있는 환경이다.
처음인데도 쉽고 편해서 내 차처럼 느껴졌다. 스티어링 휠은 가볍게 돌아가고, 내연기관차처럼 감속한다. 원 페달 드라이브 옵션을 활성화하면 회생제동이 한층 세게 걸리지만, 몸이 앞으로 쏠릴 정도는 아니다. 전기차 특유의 질감이 낯설다는 이유로 EX30 구매를 망설일 필요는 없을 듯하다.
고속도로에 진입해 액셀을 깊숙이 밟았다. 전기차답게 저속에서 바로 최대토크를 발휘해 쭉쭉 치고 나간다. 성인 남성 세 명을 태웠는데도 거동이 경쾌하다. 시승 차는 국내에 들여오는 272마력, 정지 상태에서 100km/h까지 5.3초면 도달하는 싱글 모터 익스텐디드 레인지 파워트레인을 탑재했다. 더 힘이 센 듀얼 모터 퍼포먼스가 있지만, EX30의 실용적인 캐릭터를 고려하면 크게 아쉽진 않다. 그만큼 효율을 챙기기도 했다. 싱글 모터 익스텐디드 레인지의 1회 충전 최대 주행거리는 475km(WLTP 기준), 시내 주행을 넘어 장거리 여행도 거뜬한 수준이다.
목적지가 산 중턱에 위치해 소소한 와인딩을 즐길 수 있었다. 직선 구간에서 EX30은 부드러운 승차감을 뽐냈다. 요철을 잘 거르기도 하고, 하체가 단단한 느낌은 아니다. 연이은 곡선에서는 다소 휘청일 거라 생각했지만 웬걸, 코너링이 훌륭하다. 특별한 기술이 들어갔다기보다는 차의 밸런스가 잘 잡힌 거다. 이런 걸 우리는 기본기라고 부른다. 동 사이즈에 EX30만 한 기본기를 갖춘 차는 내연기관차로 범위를 넓혀도 몇 없다.
아쉬운 부분도 있었다. 장점이자 단점인데, EX30은 스티어링 휠 상단의 IR 센서로 운전자의 움직임을 모니터링해 주의가 산만해지거나 졸음운전 기미가 보이면 주의를 준다. 문제는 주행에 필요한 모든 정보가 센터 디스플레이에 뜬다는 것. 그리 부주의하지 않았건만, 시선이 중앙에 조금 오래 머무른다 싶으면 어김없이 신호가 울린다. 이를 해결할 헤드업 디스플레이는 옵션에 없다. 돌아올 때는 뒷좌석에 앉았는데, 역시 불편하다. 헤드룸은 넉넉하나 시트 좌판이 짧고 바닥이 높은 탓에 무릎이 붕 뜬다. 2열에 성인을 태우고 먼 곳을 가기엔 무리가 있다.
EX30은 1열 중심의 차다. 내실을 중시하는 싱글족, 차량 다운사이징을 원하는 은퇴자에게 특히 잘 어울린다. 일상에서 부담 없이 탈 세컨드카로도 적합하다. EX30은 편의 사양에 따라 국내에서 ‘코어’와 ‘울트라’ 두 가지 트림으로 출시한다. 합리적 비용으로 작은 전기차, 프리미엄의 가치를 누리고 싶다면 EX30은 훌륭한 선택지다.





EX30에는 볼보의 과거와 현재, 미래가 담겨 있다.

볼보의 기후중립 여정
볼보 하면 ‘안전’이라는 키워드가 떠오른다. 하나 더 기억하자. 바로 ‘지속 가능성’. 자동차 제조사로서 1940년대부터 환경에 대한 꾸준하면서 책임감 있는 논의를 이어온 이들은 2040년까지 기후중립을 달성하겠다는 원대한 목표를 세우고 한 걸음씩 전진하고 있다.
EX30은 그 과정에서 뚜렷이 남은 발자국이다. 볼보의 역대 모델 중 이산화탄소 배출량이 가장 적다. 전체 생산 과정과 제품 수명 주기에 걸쳐 배출 문제에 대응해 20만km 넘게 EX30을 주행해도 배출량이 30톤 미만이다. 대체 어떻게? EX30을 이루는 알루미늄의 25%, 강철의 17%, 플라스틱의 17%가 재활용 소재다. 데님과 아마(亞麻) 등 재활용 및 재생 가능한 소재로 차량 내부를 꾸민 것도 같은 맥락이다. 또 꼭 필요한 것만 배치하는 지속 가능한 설계 원칙을 적용했다. 여러 기능을 한 구성 요소에 묶는 방식으로 부품 수를 줄인 것. EX30의 수명이 다하면 소재 95%를 회수해 재활용하거나, 복구할 수 없는 경우 에너지를 재생할 수 있도록 설계하기까지 했다. 이렇듯 볼보는 도로를 넘어 지구의 안전까지 생각한다.

EX30의 익스테리어 디자인을 총괄한 티 존 메이어(T. Jon Mayer)는 이 차를 에스프레소 샷에 비유했다. 고객이 볼보에 기대하는 모든 것을 농축했다는 의미다. 에디터는 이 표현에 이견이 없다. 볼보의 헤리티지부터 청사진까지 담아낸 EX30의 진한 맛과 향은 그간 볼보에 관심 없던 사람들에게도 매력적으로 다가갈 것이다.





왼쪽 심플한 인테리어.
오른쪽 편리한 수납 공간.

 

에디터 황제웅(jewoong@nobless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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