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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18-09-28

프레임 밖의 역할자

2018 대구사진비엔날레 개막을 앞두고, 아미 바락 예술감독이 카메라 앞에 섰다. 비엔날레를 통해 동시대 사진이 보여줄 수 있는 다양성과 자유로움을 유감없이 펼쳐 보이고 싶었다는 그는 대중과 소통하는 사진 예술 매개자로서 역할에 충실하고자 한다.

소피아 보르지스 작품 앞에 선 아미 바락 예술 감독.

2006년에 처음 개막한 대구사진비엔날레는 10여 년 동안 여섯 번의 행사를 거치며 국내 최대 사진 행사로서 입지를 다지고 있다. 9월 7일부터 10월 16일까지 열리는 올해의 비엔날레는 대구문화예술회관으로 업무가 이관되어 이곳에서 행사를 주관한다. 공식 슬로건은 ‘프레임을 넘나들다(Frame Freely)’. 프레임 안팎을 자유롭게 넘나드는 동시에 프레임 속 사진 미학을 추구하며, 역동적으로 변화하는 동시대 사진 예술의 모든 것을 보여주고자 한다. 사진 예술의 다양성을 보여주고, 대중과 적극 소통하고자 하는 주최 측의 노력은 프랑스 출신의 세계적 예술 기획자 아미 바락(Ami Barak)을 예술감독으로 선임한 것과 무관하지 않을 것이다. 국제현대미술큐레이터협회(IKT) 회장을 역임하고 몬트리올 모멘타 이미지 비엔날레, 티미쇼아라 현대미술 비엔날레 등을 필모그래피에 올린 아미 바락은 1995년 광주비엔날레 이후 대구사진비엔날레를 통해 두 번째로 한국과 인연을 맺었다. 그는 이번 비엔날레에서 ‘누구나 사진을 찍을 수 있는 시대에 오늘날 사진가의 역할은 무엇인가’를 말하려 한다.
“모두 카메라를 가지고 있고, 누구나 셔터를 누르는 시대입니다. 그렇다면 누구나 찍는 사진과 사진가가 찍은 사진의 차이는 무엇일까요? 이런 현실에서 ‘사진가는 오늘날 어떤 역할을 할 수 있는가’에 주목하고자 합니다. 전시 주제를 정할 때 롤랑 바르트의 이론이 제게 많은 영감을 주었습니다. 사진 철학의 고전으로 불리는 롤랑 바르트의 <밝은 방>은 사진 예술에 대한 다양한 담론을 담고 있지만, 딱 하나 빠졌다고 여겨지는 것이 있습니다. 바로 프레임 바깥에서 사진을 찍고 있는 사진가입니다. 또 그는 <신화론>에서 신화란 사회에 널리 퍼져 있는 지배적 사상이나 가치, 신념 혹은 이데올로기라고 정의했습니다. 오늘날 사진 예술가들은 사진을 찍을 때 인위적 연출을 기반으로 역할극을 만들고, 이를 통해 자신이 보고 듣고 느낀 사회적 통념과 가치, 지배적 사상, 즉 각자의 신화를 사람들에게 전달하고자 합니다. 그래서 이번 비엔날레의 주제를 ‘역할극: 신화 다시 쓰기(Role-Playing: Rewriting Mythologies)’로 정했습니다. 오늘날 사진가들의 역할과 책임에 대해 함께 고민해보고 싶었습니다.”
대구사진비엔날레 공식 홈페이지에 실린 글을 빌리면, 대구는 ‘해방 직후인 1945년 한국 최초의 국제 사진전이 열렸고, 1970~1980년대 이후 대구 출신 사진가들이 왕성하게 활동을 펼쳐왔으며, 전국에서 사진 전공 학과의 숫자가 가장 많은 도시’로 알려져 있다. 사진비엔날레가 시작되고, 한국 사진 예술의 국제화를 이끌며 오랜 세월 풍부한 사진 문화를 쌓아온 대구의 지역성을 전시 기획자로서 아미 바락 예술감독은 어떻게 이해하고 있을까?






“대구에 굉장히 많은 아마추어 사진 그룹이 있는 걸로 알고 있습니다. 이곳의 많은 사람이 사진이라는 시각예술 장르를 받아들이고 이해할 준비가 되었다고 생각합니다. 대구가 사진을 중요하게 생각하기 때문에 10여 년 전부터 이와 같은 비엔날레를 만들었다고 보고요. 또 한국은 모바일 환경이 다른 어느 나라보다 우수합니다. 그 때문에 사진의 역사와 변화가 역동적이죠. 이번 비엔날레에서 주제 전시 못지않게 사진의 역사성을 중요하게 여긴 특별전과 기획전을 마련한 이유도 그래서입니다. <바슐로 컬렉션展>을 통해 1930~1950년대 빈티지 사진을 감상할 수 있고, 지역에서 오랫동안 활동하며 사진 문화 발전에 기여한 작가의 초대전을 통해 대구 사진의 역사도 들여다볼 수 있습니다. 무엇보다 대구문화예술회관이라는 장소를 대구가 가진 것도 사진비엔날레를 위한 훌륭한 조건 중 하나입니다. 마음껏 기지개를 켜지 못하던 5~6m 이상의 대형 작품과 세계 각지에서 온 1000여 점의 작품이 10개의 전시실을 가득 채울 것입니다.”
주제 전시와 특별 전시, 2개의 초대 전시 등에서 20개국 250여 명의 사진가가 낸 1000여 점의 작품을 만날 수 있는 2018 대구사진비엔날레는 화려한 작가 라인업이 주목을 끈다. 에티오피아 출신인 에다 물루네(Aida Muluneh), 미국의 앤 콜리어(Anne Collier), 세네갈의 오마르 빅터 디옵(Omar Victor Diop) 등 다양한 국적의 작가가 작품을 선보인다. 또 염중호, 정희승, 도로시M윤 등 해외에서 왕성하게 활동 중인 작가와 구성수, 나현철, 장용근 등 대구 출신 국내 작가의 작품도 만날 수 있다. 바슐로(Bachlot) 부부 소장품으로 세계적 사진가들이 자동차를 중심으로 인류 문명의 변화를 기록한 <바슐로 컬렉션展>에서는 사진계의 전설인 안드레아스 파이닝어(Andreas Feininger), 요세프 코우델카(Josef Koudelka), 로베르 두아노(Robert Doisneau) 등의 오리지널 프린트를 전시한다. 아미 바락은 다양한 국적의 사진가들이 자신의 관점으로 프레임에 담은 사회문화적 가치와 신념, 세계관을 들여다볼 수 있는 것이 이번 비엔날레의 관전 포인트라고 말한다.
“전시를 통해 동시대 사진가들의 다양한 시각과 세계관을 보여주고자 합니다. 이와 더불어 사진이 보편적이고 평범한 기록의 산물이 된 현대에도 ‘여전히 사진 예술가는 사라지지 않았다’는 걸 확인할 수 있는 자리였으면 합니다. 오늘날 사진가들은 이미지가 편재되고 소통 방식이 변화한 현대사회에서 자신만의 프레임에 새로운 신화를 쓰는 창조자들입니다. 이곳에 있는 사진 작품들은 사람들이 일상에서 보는 지극히 상식적인 사진과 다릅니다. 일어난 일에 대한 기록으로서의 사진도 아닙니다. 인위적 연출이 들어간 역할극을 통해 사진가가 새롭게 정의한 사회적 가치와 세계관이 담긴 사진입니다. 비엔날레에 온 사람들이 1000여 점의 작품을 들여다보면서, 이제껏 묻지 않은 ‘오늘날 사진가의 역할은 무엇인가’라는 질문을 품고 갈 수 있길 기대합니다.”
디지털카메라와 모바일이 보편화되면서 누구나 사진 언어를 친숙하게 이해하는 시대다. 일상의 기록 수단으로 너무 당연하게 여기는 사진이라는 언어의 예술적 가치를 재발견하고, 사진 예술의 가능성을 다양하게 펼쳐 보인 사진가들의 세계관을 엿볼 수 있는 2018 대구사진비엔날레. 이곳에서 아미 바락은 이 시대 사진가의 역할과 책임을 물었고, 이제는 우리가 그 답을 찾아 나설 차례다.

 

에디터 손지혜
사진 여승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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