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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23-10-05

구정아의 공중부양

내년 봄 베니스 비엔날레 전시를 앞둔 구정아의 시선은 우리를 현실 너머 세계로 이끈다.

위쪽 마그넷 조각 ‘Density’(2023)와 나란히 선 구정아 작가.
아래왼쪽 ‘ODORAMA’, 2016. Courtesy of the Artist and PKM Gallery © Koo Jeong A
아래오른쪽 ‘Density’, 2019. Courtesy of the Acute and the Artist

<공중부양>전, 인상 깊게 봤습니다. 전시 준비로 바빴을 텐데, 제60회 베니스 비엔날레 한국관 작가로도 나서니 하루하루 숨가쁘게 지내실 것 같습니다. 이번 개인전은 작년부터 차근차근 준비했고, 내년 베니스 비엔날레 한국관 전시 참여는 올해 초봄에 확정되어 작품을 구체화하는 단계입니다. 마드리드의 갤러리 알바르란 부르다이스에서 전시를 앞두고 있고, 11월에는 베를린 신국립미술관에서 일곱 번째 ‘Skatepark’ 시리즈를 공개합니다. 내년으로 미뤄진 파리 루브르박물관 야외 프로젝트, 바젤의 바이엘러 파운데이션 25주년 기념 그룹전도 있네요. 바쁘긴 해도 작가는 출퇴근이나 휴가가 따로 없는 직업이니까요. 다만 예전처럼 작업에 매몰되지 않으려고 노력 중입니다. 밤에는 가능한 한 작업에서 멀어지려 하고, 주말에는 아예 다른 일을 합니다.
동시다발적으로 프로젝트를 진행하는 모습을 보면 작가님 머릿속엔 방이 여러 개 있는 것 같습니다. 다양한 생각을 효과적으로 정리하는 방법이 있나요? 긍정적으로 바라보면, 코로나19 팬데믹이 생각을 정리하는 데 도움이 됐습니다. 2020년 초만 해도 제가 빠지면 곤란한 프로젝트가 연속되면서 무방비 상태에 이르렀죠. 생각을 간신히 쌓아만 두는 상황이었는데, 셧다운으로 어느 정도 여유가 생기면서 말끔히 정돈할 수 있었습니다. 머릿속에 빈 곳이 생기면서 새로운 작품을 구상하기도 했고요. 어지럽게 놓인 파일을 폴더별로 분류하면 컴퓨터 속도가 빨라지는 것과 같달까요.
<공중부양>은 PKM갤러리에서 개최하는 두 번째 개인전입니다. 3년 전 개인전 [2020]에서는 언뜻 담백하지만 숫자를 조형적으로 바라본 다층적 전시명을 사용했죠. ‘공중부양’엔 어떤 의미가 담겼나요? 전시장 한가운데 둥둥 떠 있는 마그넷 조각 ‘Density’(2023)와 연관이 있을 것 같은데요. 말씀하신 출품작은 2005~2006년 매일 하던 드로잉에서 출발해 2019년 AR 작업으로 발전한 ‘Density’를 조각으로 재탄생시킨 것입니다. ‘Density’ 타이틀은 AR 작품을 제작하며 붙였는데, 처음 드로잉은 ‘Levitation(공중부양)’이라 불렀죠. ‘공중부양’은 중력을 거스르는 입체 조각을 잘 설명하기도 하고, 관람객을 현실 너머 아스라한 시공간으로 초대한다는 뜻도 담겨 있습니다.
현실과 가상을 중첩한 AR 작업 ‘Density’를 손에 잡히는 현실로 끌어온 이유는요? AR 작품은 스마트폰 앱을 연동해야 볼 수 있어요. 이 작품을 갤러리로 불러오는 데 기술적 어려움은 없지만, 간혹 앱이 제대로 작동하지 않고, 무엇보다 앱 사용에 익숙지 않은 관람객이 꽤 있습니다. 자연스레 많은 사람이 쉽게 접근할 수 있는 방식을 고민하게 됐죠. 우연히 자석의 힘으로 조명을 공중에 띄운 제품을 발견했고, 이 기술을 작업에 활용해보기로 했습니다. 어느 정도 무게를 얼마 높이로 띄울지 계산이 필요했는데, 3D 필름 등 작업으로 데이터를 자주 다루다 보니 예상보다 수월하게 구현할 수 있었어요.
지난해 작가님은 9년여간 제작한 ‘우스(Ousss)’에 관한 3D 필름을 파리에서 처음 선보였죠. 이어 전시에선 해당 필름의 스크립트가 된 드로잉 시리즈 ‘OBP’(2015)를 공개했습니다. 팽창, 폭발 등 이미지를 담은 드로잉만으로 스토리를 유추하긴 어렵던데, 대략의 내용이 궁금합니다. 3D 필름을 간단하게 소개하면, 캐릭터가 된 우스가 ‘Skatepark’ 시리즈의 첫 작품인 ‘OTRO’(2012)에 도착해 축제를 즐기고 또 다른 여행을 떠난다는 스토리입니다. 카메라의 시선 속 우스는 지구 위를 걷지만, 작품의 전체 배경은 인터스텔라예요. 혹성 사이의 왕래를 뜻하는 하얀 선이 3D 필름 특유의 깊이로 강조되죠. 전용 안경을 끼고 봐야 제대로 감상할 수 있습니다.
우스는 1990년대 이후 작가님의 작업에 반복적으로 등장하는 모티브이기도 하죠. 우스는 어떻게 확장되어 지금에 이르렀나요? 우스는 미지의 세계, 우주, 단어, 형태소, 물질이자 에너지입니다. 3D 필름에서처럼 인물이 되기도 하는 변형체입니다. 최근 우스가 킬로그램(kg) 같은 단위로 기능할 수 있겠다고 생각했는데, 이를 탐구하는 과정에서 3D 필름이 제작된 것이기도 합니다. 또 그런 관점에서 제 작품은 각각 우스의 최소 단위라고 볼 수 있겠죠.





위쪽 ‘OTRO’, 2012. Photo by L’Escaut Architecture © Koo Jeong A
아래쪽 2017년 아트선재센터에서 열린 구정아 개인전 <아정구>. Courtesy of the Artist and PKM Gallery © Koo Jeong A

별관 한 층을 채운 드로잉 ‘OUSSSEUX’(2007)도 그렇고, 전시에서 드로잉이 적지 않은 비중을 차지합니다. [2020]전에선 비행기나 기차로 이동하며 차창 밖으로 보이는 나무를 스케치한 ‘Your Tree My Answer’를 선보이기도 했고요. 작가님에겐 드로잉 그 이상인 것 같습니다. 한 작품을 완성하기까지 아무것도 주어지지 않습니다. 아무리 작은 작품이라도 하나부터 열까지 모든 점을 고려해야 하고, 그만큼 산개한 아이디어를 모으고 연결하는 일이 중요해요. 제겐 그걸 이뤄내는 가장 효과적인 툴이 드로잉입니다. 전시에서 드로잉을 꾸준히 선보이는 이유는, 관람객 입장에서 제가 어떤 생각으로 작업했는지 모를 수밖에 없으니까요. 생각을 보여주기 위해 선택한 방식입니다. 하나의 생각을 담아낸 드로잉은 그 자체로 온전한 작품이기도 합니다.
작가님의 작품은 그냥 지나칠 만한 공간도 낯설게 그리고 집중해서 보게 만드는 힘이 있습니다. 2009년 베니스 비엔날레 본전시에서 잔디밭에 자그마한 큐빅을 흩뿌리거나, 2017년 아트선재센터 전시장을 야광 핑크빛으로 물들인 것처럼요. 내년에 열리는 베니스 비엔날레 한국관 전시로 화제를 돌려보면, ‘한국 향기 여행’이라는 콘셉트로 전 세계인에게 향기 메모리를 모은다고 알고 있습니다. 한국관을 채울 재료로 향기를 선택한 이유는 무엇인가요? 2016년 런던 채링크로스역의 사용하지 않는 주빌레 라인 플랫폼에서 선보인 ‘ODORAMA’의 연장선에 있는 작품입니다. ‘ODORAMA’의 경우 침향으로 런던이라는 도시의 드라마를 완성했다면, 한국관의 ‘ODORAMA CITIES’에서는 한국의 도시와 고향을 떠올리게 하는 여러 향기를 활용한다는 점에서 차이가 있어요. 개인적으로 도달하지 못한 세계에 닿고 싶은 열망이 있는데요. 한국에는 분단 상황을 비롯해 해결하지 못한 문제가 많죠. 그 문제를 다시 써보는 과정에서 정치적 뉘앙스는 배제하고 은근하고 시적으로 접근하려 합니다. 가장 적합한 재료가 바로 향기죠.
작가님은 큰 프로젝트를 진행할 때 그곳에 머물며 현지인과 충분한 대화를 나누고 문화를 이해한 후 장소 특정적 작품을 만듭니다. 반면 내년 한국관 전시는 사람들의 간접 기억을 모아 한국을 나타내는 정반대 접근법을 취하죠. 작가님 입장에선 새로운 도전이자 즐거움이 아닐까 싶습니다. 이전 작업도 여러 사람과 협업해 완성했습니다. 다만 엔지니어, 촬영감독 등 각 분야 전문가와 다소 건조한 소통이었죠. 실제로 뵙지 못하는 분들의 간접경험으로 작품을 만드는 건 제게도 생소한 작업이라 더 특별하게 느껴져요. 어린아이의 설익은 기억부터 100년 세월을 거슬러 올라가는 사연까지, 오픈 콜을 통해 다채로운 향기 메모리를 수집할 수 있었습니다.
제한된 전시 공간에서 수집한 향기를 모두 제시하긴 어려우리라 생각됩니다. 향기를 선정하고 분류하는 데 고민이 많을 것 같습니다. 인상적인 향기가 많지만, 추상적이고 복합적인 표현의 향기를 우선하고 있습니다. 계절이 바뀔 때 향기라든가 회색 도시 냄새 같은. 이 전시의 또 다른 컬래버레이터, 향기 엔지니어에게 표현의 여지를 남겨두는 거죠. 저조차 어떤 결과물이 나올지 완벽하게 예측할 수 없지만, 그래서 오히려 머릿속 깊숙이 잠들어 있는 부분까지 건드릴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기본적으로는 여러 향기를 분리해 제시하는 구조가 될 거예요. 각각, 또 모두 경험하고 나면 한국이라는 무형의 지도가 새롭게 그려지도록 말이죠.
작가님의 작품이 기대되는 이유 중 하나는 단단한 정신적 토대 위에 새로움이 자리하기 때문일 것입니다. 그렇게 봐주니 감사하고, 또 그러길 바랍니다. 본격적으로 작업을 시작한 1990년대와 비교해 세상이 많이 바뀌었죠. 변화를 감지하고 스스로 꾸준히 업데이트하고자 했습니다. 오프라인 매체였던 신문이나 매거진이 점차 온라인에 비중을 두는 것에 비유할 수 있겠네요. 다만 어디에 기사를 쓰든 내용은 변함없죠. 마찬가지로, 작가도 본질을 지켜내는 것이 중요합니다.
지금도 업데이트 중인 작가님이 새롭게 시도하고 싶은 작업이 무엇인지 궁금합니다. 나아가 업데이트 끝에 무엇이 있을지도요. 게임에 시선이 갑니다. 좀 더 적극적인 상호작용이 이루어지는 지형인 ’The Land of Ousss’를 만들 수 있을 것 같아요. 사실 2025년 그리고 이후까지 플랜이 명확합니다. 그 끝에는 저 없이도 우스가 작동하도록 만들고 싶은 야망이 있어요. (컵을 가리키며) 수천 년 세월 동안 같은 형태와 쓰임을 유지하는 이 컵처럼요. 너무 큰 바람일까요? 그러기 위해선 충분한 시간을 들여 설명해야겠죠. 지금껏 몇몇 커미션 작업을 진행했는데, 다음엔 제가 주체가 되어 다른 작가에게 우스를 주제로 작업을 의뢰해도 흥미로운 작품이 나올 겁니다. 이렇게 할 일이 많은데, 하루는 24시간밖에 없네요.

 

에디터 황제웅(jewoong@noblesse.com)
사진 김제원(인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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