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JANUARY. 2017 FEATURE

세계사, 세 권

  • 2017-01-05

딱딱한 연표나 전문 용어는 전부 빼고 역사가 왜 이렇게밖에 될 수 없었는지 ‘필연적인’ 이유를 들려주는, 지금 가장 눈에 띄는 세계사 책 세 권.



18세기 프랑스 여성 물리학자 에밀리 뒤 샤틀레는 종종 남장을 했다. 커피하우스에 가기 위해서였다. 당시 유럽에서 여성은 커피 하우스 출입이 금지됐다. 지금은 카페 매출의 상당 부분을 여성이 차지하지만, 그 시절 유럽에선 남편이 커피하우스에서 커피와 토론에 빠져 집에 돌아오지 않는다며 아내들이 국가를 상대로 청원을 넣는 일도 빈번했다. <카페에서 읽는 세계사>는 이처럼 일상의 이면에 숨어 있는 역사를 소개하는 책이다. 고려시대엔 목욕을 의학적 개념으로 인식해 남녀가 아무렇지 않게 함께 목욕을 했다거나, 이집트인이 눈 화장을 한 건 치장을 위해서가 아니라 뜨거운 사막에서 눈을 자극해 눈물을 흘리기 위해서였다거나 하는, 다소 진지하면서도 황당한 ‘실제 역사’가 카페에서 커피 한잔 마시듯 술술 읽힌다. 이 책은 오늘의 현실이 잘 이해되지 않는 이들, 꼭 필요한 역사만 골라 보고 싶은 이들에게 좋은 선물이다. 한편 <세계사 브런치>는 그 구성부터 흥미롭다. 역사서의 번역을 미심쩍어하는 이들을 위해 저자의 역사 풀이 옆에 유명 역사가가 쓴 원전을 곁들어놨기 때문. 저자는 역사서를 더 쉽고 재미있게 읽을 수 있도록 이 방법을 고안했다는데, 그 효과가 너무 흥미로워 19세기 영국의 사학자 토머스 칼라일이 쓴 <프랑스 혁명사(French Revolution: A History)> 중 바스티유 함락 과정을 묘사한 부분을 짧게 옮긴다. “정오쯤 제헌의회의 대의원 튀리오 드 라 로지에르(시민 측 협상 대표)는 경내 입장을 허락받고 들어가, 드 로네(바스티유 수비대장)가 항복할 의향이 있기는커녕 차라리 그곳을 폭파할 태세임을 알아차린다. 튀리오는 그와 함께 방어용 난간에 오른다. 도로 포장석 더미와 낡은 포탄이 쌓여 있고, 대포는 모두 적절히 조준되어 있다. (중략) 그러나 튀리오가 바깥을 내다보니, 수많은 군중이 계속 밀려들어 거리 구석구석까지 넘쳐나고, 경종이 맹렬하게 울려대며 온갖 북소리가 대중을 고동치게 하고, 생앙투안 구역 전체가 이편으로 일제히 밀려오고 있지 않은가! (중략) 바스티유는 포위되었다!” 이처럼 일촉즉발의 긴박감을 낭만주의 특유의 유려한 필치로 묘사한 토머스 칼라일을 비롯해 이 책엔 15세기 이탈리아의 사상가 마키아 벨리나 18세기 영국의 정치가 에드먼드 버크 등 과거의 역사가와 사상가가 쓴 글과 저자가 직접 추린 인류사의 ‘27가지 명장면’ 등이 어우러져 누구든 생생한 역사의 현장으로 뛰어들 수 있게 한다. 마지막으로 <공간의 세계사>는 시간의 흐름이 아닌 ‘공간’을 주제어로 인류사의 변곡점을 찾아낸 책이다. 말과 항해, 자본, 전자 등으로 이룩한 인류의 여섯 번의 공간 혁명이 역사의 중심 무대를 어디에서 어느 곳으로 이동시켰는지 세세하게 소개한다. 저자는 첫 장부터 마지막 장까지 뚝심 있게 “공간의 변화가 인류의 삶을 바꾸는 혁명의 기폭제가 되었다”는 논조를 잇는데, 이는 대항해 시대를 기점으로 3개의 대양과 그 주변 대륙을 합친 지구 규모의 문명으로 전환했다고 말한 독일의 법학자 카를 슈미트의 연구와 큰 이견이 없는 것으로, 전과 같이 ‘역사 덕후’들의 흥미를 유발한다.

“오늘의 현실이 잘 이해되지 않을 땐 역사책을 펼쳐보자.
문명의 시작부터 가까운 과거까지 한 걸음씩 돌아보면 우리가 사는 세상을 더 폭넓게 볼 수 있게 된다.”


에디터 이영균(youngkyoon@noblesse.com)
사진 김흥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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