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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23-02-03

LIGHTER IS BETTER

가벼울수록 더 좋은, 자동차 경량화에 대해.

위쪽 포르쉐 타이칸 터보 S. 고전압 배터리를 수용하는 하이테크 경량 차체 구조로 설계했다.
아래쪽 포르쉐는 스포츠 주행 성능을 강조하는 만큼 차체 설계에서 경량화에 많은 역량을 투입한다. 2019년 선보인 911은 알루미늄 사용량을 높여 차체 무게를 획기적으로 줄였다.

넷플릭스에 뜨자마자 화제를 불러 모은 OTT 드라마 <더 글로리>에 이런 대사가 나온다. “비싼 보석, 비싼 시계, 비싼 백, 비싼 차는 원래 다 무거워. 비싼 코트, 비싼 드레스, 비싼 구두는 다 가볍고.” 틀린 말은 아니지만, 돈만 있으면 모든 것을 쉽게 갖거나 함부로 대해도 된다고 믿는 뒤틀린 악역 캐릭터가 어린 딸을 향해 내뱉은 이 대사는 ‘비싼=럭셔리함’이라는 등식을 암묵적으로 깔고 있는 듯한 단편적이고도 시대착오적인 발상으로 다가왔다. 심지어 무게로 단정하다니. 특히 ‘무거운 비싼 차’ 부분이 귀에 꽂혔다. 고속 주행에서도 안전성이 중요한 고급 대형 세단이나 덩치 큰 SUV의 중량이 어쩔 수 없이 더 무거운 건 사실이지만, 무겁다고 무조건 고급이거나 좋은 것만은 아니다. 눈에 띄게 드러나지 않아도, 자동차 제조사들은 실제로 무게를 줄이기 위한 노력을 끊임없이 하고 있으니 말이다.
차량의 무게는 왜 중요할까? 우선 차가 가벼우면 운동 성능이 훨씬 좋아진다. 한마디로 좋은 차의 기본 조건인 잘 달리고 잘 돌고 잘 멈추는 능력에 큰 영향을 미친다는 뜻이다. 무엇보다 현시대 자동차의 사명이자 숙명인 친환경 측면에서 볼 때도 가벼운 무게는 중요한 요소가 된다. 탄소 배출 저감과 에너지 효율 개선에 기여할 수 있기 때문이다. 당연한 얘기다. 엔진이 힘을 덜 쓰니 연비 효율이 좋아지고 배출 가스도 줄어든다. 이미 몇 년 전부터 환경보호를 위한 연비 규제가 강화되면서 자동차 회사에서는 차체 구조·엔진, 외장·내장 소재, 다양한 부품까지 무게를 획기적으로 줄이기 위한 경량화 기술 개발에 힘쓰고 있다.





BMW iX는 차체의 사이드 프레임, 루프 프레임, 리어 윈도 프레임 등을 CFRP(탄소섬유 강화플라스틱)으로 제작한 ‘카본 케이지’ 차체 구조를 적용했다.

이러한 노력은 전기차에도 이어진다. 내연기관차와 같은 맥락으로, 전기차 연비인 전비 효율을 높이기 위해서다. 전기차는 내연기관이 없는 대신 전기 구동을 위한 배터리를 탑재해 기본적으로 공차 중량이 더 무거울 수밖에 없다. 실제 동급 내연기관차보다 약 200kg 이상 더 무거워 기계식 주차장을 이용할 수 없는 경우도 있다. 기존 기계식 주차장은 내연기관차 무게에 맞춰 설계했기 때문이다. 국내에 전기차가 늘어나는 속도에 비해 인프라 구축이 늦다는 점은 안타깝지만, 인프라 운운은 차치하더라도 전기차 또한 무게 감소가 필요하다는 건 자명한 사실이다. 공차 중량을 줄이면 안전성뿐 아니라 주행거리와 주행 성능이 개선되는 만큼 경쟁력이 높아질 것이다.
경량화를 위해서는 차체 구조를 최적화해 강도를 만족시키면서 무게를 줄이는 방법, 기존 소재를 보다 정교하게 가공하는 방법, 무거운 강철 소재를 가벼우면서 단단한 경량화 소재로 교체하는 방법 등이 있다. 빠른 스피드와 탁월한 성능을 위한 스포츠카를 위해 경량화의 역사를 써왔다고 해도 과언이 아닌 포르쉐는 순수 전기차 타이칸을 위해 전기 구동장치와 고전압 배터리를 수용하는 하이테크 경량 차체 구조를 새롭게 설계했다. 경량 알루미늄 구조로 이루어진 최적화된 무게의 배터리 프레임 안에 배터리 모듈을 내장해 충돌 시 안전하게 보호한다. 현대자동차는 2021년, 단순하게 설계한 전기 구동(PE) 시스템과 함께 초경량 접착제 등을 활용한 모듈형 전기차 전용 플랫폼 E-GMP를 개발해 공개했다. 이 플랫폼을 기반으로 한 최초의 양산차 모델이 아이오닉 5다. 테슬라의 모델 Y는 리어 섀시의 제조 방식을 달리했다. 패널 접합이 아닌 알루미늄 용액을 틀에 부어 한 번에 제작하는 기가 프레스 방식으로, 기존보다 30%가량 가볍다.





위쪽 경량화를 실현한 테슬라 모델 Y.
아래쪽 경량화 설계의 전기차 전용 플랫폼을 기반으로 만든 아이오닉 5.

BMW 그룹은 무게를 최대한 줄이면서 차체 강성과 충돌 안전성을 높이기 위해 제조 공정에서 엄선한 소재를 사용했다. 순수 전기 플래그십 SAV인 iX에 동급 최초로 알루미늄 스페이스 프레임 구조를 적용하고, 최첨단 차체 셸에는 CFRP, 고성능 열가소성 수지, 고강도 강철, 알루미늄 등을 적재적소에 활용했다. 특히 차체의 사이드 프레임, 루프 프레임, 리어 윈도 프레임, 레인 채널 등은 차체 제작에 사용할 수 있는 가장 가벼운 소재인 탄소섬유 강화플라스틱인 CFRP로 제작해 ‘카본 케이지(Carbon Cage)’를 형성한다. 카본 케이지는 7시리즈에 사용한 카본 코어가 진화한 차체 구조. 무게의 최적화를 통해 더욱 민첩한 주행 성능을 발휘할 뿐 아니라 CFRP 소재 특유의 시각적 효과 또한 하이테크적 매력을 부각한다. 이는 뉴 7시리즈 생산과정에서 축적된 경량 소재 관련 노하우를 활용한 결과로, 지난 십수 년간 재료와 프로세스 개발에 집중해 높은 품질의 탄소섬유 차체 부품을 대량생산할 수 있었다.
연비 따위는 크게 신경 쓰지 않는 고급차 오너라 해도, 크고 묵직한 대형 모델을 선호한다 해도 우리는 이 가벼움의 미학을 인식할 필요가 있다. 현재보다 미래의 가능성을 바라보는, 무조건 비싼 제품을 소비하기보다는 ‘가치’ 있는 경험과 소유에 무게중심을 두는 현명한 오피니언 리더가 되어보는 건 어떨까.

 

에디터 이정주(jjlee@nobless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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