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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EPTEMBER. 2018 CITY NOW

로르 프로보의 금의환향

  • 2018-08-29

고향 땅 프랑스에서 처음으로 대규모 회고전을 선보이는 로르 프로보.

다양한 혼합 재료를 사용해 제작한 ‘The TV Mantelpiece’와 ‘The Smoking Image’.

지난 6월 21일, 팔레 드 도쿄. 이날 이곳에선 여러 전시가 동시에 개막했다. 그중 특히 눈길을 끈 것은 로르 프로보(Laure Prouvost)의 개인전. 10대 때부터 영국에서 활동해온 그녀는 언어의 모호한 성질에서 발생하는 문화적 혼란, 불완전한 소통이 야기하는 혼동을 주제로 작업해온 프랑스 출신의 대표적 작가다. 그녀는 이번 전시 제목을 ‘Ring, Sing and Drink for Trespassing’이라고 지었다. ‘침입을 위해 종을 울리고, 노래하고, 마시기’ 정도로 해석할 수 있는 이 전시에서 필자는 로르 프로보 특유의 폭넓은 작품 세계를 엿볼 수 있었다.
2013년 비(非)영국인으로는 처음으로 터너상을 수상하기도 한 그녀는 이번에 관람객에게 호기심과 의구심, 세상을 바라보는 시선을 새롭게 제시했다. 꼬불꼬불한 숲길처럼 꾸민 좁고 어두운 복도 벽면에 대규모 태피스트리를 설치하는가 하면, 곳곳에 페인팅과 조각, 콜라주 작품을 뒤섞어 이전에 보지 못한 이미지를 창조했다. 또 그 작품들은 전시장 곳곳의 이국적 식물과도 잘 어울렸는데, 그 길을 지나는 경험은 완전히 다른 두 이미지를 떠올리게 해 아주 생경스러웠다. 쉽게 말해 에덴동산이 주는 환희와 체르노빌 원전 사고 현장에서나 느낄 법한 어둠을 동시에 경험할 수 있는 것. 대체 이게 무엇일까?






오랫동안 영국에서 활동하다가 처음으로 고향 프랑스에서 대규모 전시를 연 로르 프로보.

전시장 곳곳에서 ‘IDEALLY HERE WOULD BE A SMALL CRACK IN THE WALL YOU COULD PASS THROUGH(벽에 나 있는 작은 틈새로 잘 빠져나갈 수 있다)’ 같은 메시지를 발견할 수 있었는데, 이는 관람객이 전시장에서 지리적 혹은 심리적 일탈을 꿈꾸며 각자의 세계를 만들 수 있게 유도하는 기능을 했다. 또 전시장 중앙엔 여성의 가슴 모양을 형상화한 거대 분수도 설치했는데, 긴 여정 끝에 만난 오아시스처럼 삶의 근원에서 뿜어져 나오는 생성의 에너지를 상징하는 듯했다. 그래서인지 이날 분수 가장자리에서 편안한 차림으로 관람객과 이야기를 나누던 로르 프로보의 모습은 마치 사막을 찾은 여행자처럼 보였다.






다양한 혼합 재료를 사용해 제작한 ‘The TV Mantelpiece’와 ‘The Smoking Image’.

이 전시가 말하는 것? 그보다 4년 전, 필자와 처음 만난 그녀가 ‘예술’에 대해 한 말을 옮기려 한다. “예술이란 뭔가를 질문할 수 있는 하나의 장소입니다. 우리가 무엇을 왜 해야 하는지 질문하는 것인 동시에 세상과 단절된 이기적 공간이기도 하고, 상처받은 이들을 치유하는 성당 같은 곳이기도 하죠.” 이제 그녀가 전시에서 무엇을 말하려 했는지 알 수 있겠나? 바로 언어와 이미지의 ‘상식적’ 관계를 거부하는 어떤 것이다.
이 전시는 프랑스에서 열린 그녀의 첫 번째 회고전이다. 프랑스 출신으로 영국에서 인정받고 유명해진 로르 프로보의 ‘금의환향’ 정도로 이름 붙일 수 있는 전시. 마침 뉴스에선 그녀가 내년 ‘제58회 베니스 비엔날레’의 프랑스관 작가로 선정되었다는 기사도 흘러나왔다. 곧 50대에 접어드는 로르 프로보는 앞으로 어떤 작품으로 미술계를 놀라게 할까? 팔레 드 도쿄의 전시는 9월 9일까지 열린다.

 

에디터 이영균(youngkyoon@noblesse.com)
최선희(초이앤라거갤러리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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