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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ECEMBER. 2017 ARTIST&PEOPLE

그로 말할 것 같으면

  • 2017-12-04

현존하는 가장 유명한 아티스트 중 한 명, 어마어마한 작품가, 뛰어난 스타성. 어떤 화려한 수식어도 제프 쿤스 앞에 붙이니 그저 시시할 뿐이다.

현대미술의 아이콘 제프 쿤스.

지난 10월, 루이 비통과 협업한 ‘마스터즈 컬렉션’의 두 번째 시리즈를 론칭하며 다시 한번 센세이션을 일으킨 아티스트 제프 쿤스와 인터뷰를 앞두고 그의 홈페이지에서 프로필을 살폈다. 셀 수 없이 차고 넘치는 빅 네임 중 과연 무엇을 선별해야 그를 제대로 소개할 수 있을지 알 수 없었다. 그가 전시한 유수의 미술관, 수십 곳에 이르는 작품 소장처, 수상 경력, 유명 브랜드와의 컬래버레이션 사례를 하나하나 읊는 것이 과연 무슨 소용일까. 일상의 오브제를 예술로 재탄생시킨 키치한 작품을 통해 일찍이 스타덤에 오른 제프 쿤스는 이름 자체가 곧 브랜드니까 말이다. 세 살 때 처음 예술을 맞닥뜨린 이래 예술을 통해 자신의 정체성을 확립해왔다는 제프 쿤스와 나눈 대화 그리고 그 속에서 발견한 순수함.











Balloon Dog(Magenta), Mirror-polished Stainless Steel with Transparent Color Coating, 307.3×363.2×114.3cm, 1994~2000

언젠가 “내 작품은 갤러리의 벽을 넘어 대중을 위한 작품”이라고 말한 적이 있죠. 그 말을 증명이라도 하듯 미술관, 갤러리, 상업 공간, 베르사유 궁전 등 다양한 곳에서 작품을 선보였습니다.
사람들은 예상하지 못한 장소에서 제 작품을 마주합니다. 광장을 걷다 거대한 공기를 주입한 제 조각품을 볼 수도 있죠. 저는 이렇게 다양한 공간에서 관람자와 소통하는 것이 좋습니다. 예술이 결코 외부 세계에 존재하는 것이 아니라는 사실을 모두가 깨달았으면 합니다. 우리가 반응하는 오브제와 이미지는 감각, 마음, 개념을 자극할 수 있는 흥분제일 뿐입니다. 예술이 진정 싹트는 곳은 바로 우리의 내면이에요.

그동안 진공청소기나 농구공을 예술로 승화시키는 등 작품을 통해 일상의 사물을 예술의 영역으로 끌어왔죠. 그리고 자동차, 주류, 가방, 화장품 등 여러 브랜드와 협업하면서 당신의 예술품은 사람들의 일상으로 파고들었습니다.
저는 마르셀 뒤샹의 ‘레디메이드’에 기반을 두고 작업합니다. 모든 것을 열린 마음으로 대하고 함부로 판단하지 않는 것이 제 예술 철학입니다. 판단하지 않으면 불안감도 사라져요. 그러면 모든 걸 초월하고 다양함에 접근할 수 있습니다. 반면 무언가를 판단하면 자신의 잠재력이나 내면의 힘을 없애는 거나 마찬가지예요. 저는 일상적 오브제를 다루는 작업을 지속하고 대중적 브랜드와 협업하면서 작품을 통해 사람들에게 다가가려 합니다.

루이 비통과 컬래버레이션한 ‘마스터즈 컬렉션’은 사람들이 박물관에서나 볼 수 있는 고전 작품, 그것도 제프 쿤스의 작품을 매일 들고 다닐 수 있게 했죠. 대중에게 한 걸음 더 가까워졌네요.
가방은 역사적이고 원시적인 물건입니다. 선사시대부터 사람들은 물건을 가지고 다녔어요. 가방 속에는 가장 사적인 일상용품이 들어 있죠. 저는 사적인 오브제인 가방을 통해 우리가 자신을 어떻게 정의하는지, 어떻게 세상을 보는지, 휴머니즘의 기초가 무엇인지 등을 표현하고자 노력했습니다. 누군가에게는 가방에 사용한 티치아노나 고갱이라는 화가가 익숙하지 않을 수도 있지만, 가방 안쪽을 들여다보면 그 화가에 대한 숨은 개념을 알 수 있어요. 저는 가방에 개개인의 잠재력을 드러내는 매개체라는 역할을 부여했습니다.






Seated Ballerina, Mirror-polished Stainless Steel with Transparent Color Coating, 210.8×113.5×199.8cm, 2010~2015

개인적으로 작업할 때 그리고 브랜드와 협업할 때 어떤 차이점이 있죠?
개인적 작품 활동은 제 관심이나 생각과 직접 연결되기 때문에 완전한 자유 속에서 이루어지죠. 브랜드와 협업할 때는 프로젝트 과정이 자유로운 곳도 있지만, 그렇지 않은 경우 저 스스로 어떤 기준점을 설정하고 시작해요. 만일 자동차와 관련된 프로젝트라면 기본적으로 자동차의 형태를 다루죠. 그 후에 속도나 흥분, 힘 등 다른 것을 추가합니다.

살바도르 달리 같은 초현실주의 예술가의 영향을 받았다고 말한 적이 있죠. 학창 시절에 달리를 직접 만났다는 유명한 일화도 있잖아요.
제가 열여덟 살 때였어요. 우연히 달리가 뉴욕 세인트 레지스 호텔에 반년간 머문다는 걸 알게 됐죠. 다짜고짜 호텔에 전화를 걸어 그의 작품을 아주 좋아하는 젊은 예술가라고 소개했어요. 만나고 싶다는 제 부탁을 그는 흔쾌히 받아들였고, 약속 시간도 정확히 지켰어요. 그가 멋들어진 망토에 넥타이까지 매고 한껏 꾸민 모습으로 나타났는데, 모든 순간을 특별하게 여긴다는 걸 알 수 있었죠. 제가 사진을 찍을 수 있게 다양한 포즈를 취하기도 하고 그의 전시에도 초대했습니다.






1 Michael Jackson and Bubbles, Porcelain, 106.7×179.1×82.6cm, 1988
2 Elephant, Mirror-polished Stainless Steel with Transparent Color Coating, 92.7×73.7×48.3cm, 2003

그에게 구체적으로 어떤 영향을 받았나요?
달리와 초현실주의 예술가는 20세기 초 예술에서 아주 중요한 비중을 차지합니다. 자신의 내면으로 깊이 들어가 스스로를 신뢰해야 한다는 것이 초현실주의 사상이죠. 초현실주의 다음으로 부상한 사조가 팝아트인데, 팝아트는 외부 세계로 나가는 것과 연관이 있어요. 초현실주의 예술을 통해 이미 충분한 자아 수용이 이루어졌기 때문에 외부로 나가 바깥세상을 탐구할 수 있게 된 겁니다. 달리는 너그럽고 특별한 사람이었어요. 당시 저를 만나준 것도 고맙지만, 예술가로서 내면을 들여다보는 그의 힘과 자신감이 제 예술 세계에 많은 영향을 미쳤습니다.

만일 젊은 예술학도가 당신에게 갑자기 전화한다면, 달리처럼 받아줄 건가요?
열린 마음을 지닌 예술가가 되고 싶어요. 사람들과 함께하는 건 즐겁죠. 달리가 제게 베푼 것처럼 행동하려고 노력할 테지만 항상 그럴 수 있을 거라고 장담할 수는 없네요. 다만 작품을 만들 땐 제 모든 힘을 동원하겠다고 약속할 수 있습니다. 관람객이 제 의도를 알아채고 소통할 수 있도록 말이에요. 작품을 완성하는 건 결국 관람자니까요.






3 제프 쿤스는 루이 비통과의 이번 협업이 흥분됐다고 말했다.   4 제프 쿤스가 루이 비통과 협업한 마스터즈 컬렉션의 네버풀 백.

이제 제프 쿤스가 누군가의 달리일 테죠. 다음 세대에게 어떤 영향을 미치고 싶나요?
인생에서 멘토의 역할은 아주 중요해요. 물론 제 작품이 다음 세대에게 영향을 주고 상호작용하길 바라죠. 저는 예술에 몰두하면서 스스로 센세이션을 느끼고 싶어요. 제 눈과 귀 등 모든 감각이 예술과 연결되길 바라고, 제 생각을 발전시키면서 지적 흥분도 느끼고 싶어요. 이런 느낌을 타인과 공유할 수 있게 제 작품이 영감을 주고 교육적인 역할을 하길 바랍니다.

그럼 예술의 일반적 역할은 뭐라고 생각하세요?
미술대학에 진학한 후 저는 예술의 힘이나 영향력에 대해 전혀 모르고 있었다는 사실을 깨달았습니다. 미술사 수업 시간에 마네의 ‘풀밭 위의 점심식사’와 ‘올랭피아’를 보면서 19세기 프랑스에서 이 작품의 의미와 그림 속 검은 고양이가 상징하는 것, 여성의 자세, 고야의 그림과의 관계 등에 대해 논할 기회가 있었어요. 그 수업을 들으면서 제가 운이 좋은 사람이라고 느꼈습니다. 예술이 인간의 모든 지식 체계와 감상자를 연결할 수 있다는 걸 배웠거든요. 미술 작품은 철학, 심리학, 사회학, 물리학, 정역학 등 다양한 학문과 연관이 있습니다. 작품을 감상하면서 자동으로 다채로운 이야기를 불러낼 수 있죠.






5 Gazing Ball(Ariadne), Plaster and Glass, 112.7×238.4×93cm, 2013
6 Bluebird Planter, Mirror-polished Stainless Steel with Transparent Color Coating, and Live Flowering Plants, 209.6×281.3×101.6cm, 2010~2016

작품에 여러 이미지와 캐릭터를 사용하죠. 어떻게 소재를 선별하는지 궁금합니다.
무엇보다 함부로 판단하지 않고 주변의 모든 것을 열린 자세로 바라봅니다. 모든 것이 존재 자체로 완벽하다는 사실을 이해하고 받아들이면 그 모든 것을 자유롭게 사용할 수 있습니다. 전 항상 주변의 모든 것에 마음을 열고 지내요. 그렇게 살다 보면 길을 걷는 사람들이 친숙하게 보일 정도로 모든 것이 익숙하게 느껴져요. 이미지가 자연스럽게 저에게 오는 거죠.

1980년대부터 오랜 시간 변함없이 날카로운 감각을 유지하면서 새로운 작업으로 대중의 공감대를 끌어내고 있습니다. 자신만의 방법이나 비결이 있나요?
저를 위해 작품을 만들고 제 마음을 따릅니다. 창조자와 작품의 관계는 아주 중요해요. 저는 예술이 만들어내는 대화의 일부가 되고 싶습니다. 시간을 거슬러 릭턴스타인, 워홀, 뒤샹, 달리, 마네, 레오나르도 다빈치와도 대화를 나누고 싶어요. 예술을 통해 그런 기회를 누릴 수 있음에 감사함을 느낍니다. 또 항상 한계를 시험하기 위해 노력합니다.






7 Popeye, Oil on Canvas, 274.3×213.4cm, 2003   8 Shelter, Oil on Canvas, 300×376.2cm, 1996~1998

작품에 고전을 많이 활용하죠. ‘게이징 볼’ 시리즈와 푸생, 마네, 모네, 고갱, 터너, 부셰의 작품을 삽입한 루이 비통 ‘마스터즈 컬렉션’ 처럼요. 고전의 어떤 면에 매료됐는지 궁금합니다.
‘휴머니즘’, 즉 사람과 관련이 있어요. 과거 예술가들이 어떻게 높은 수준의 의식에 이르고 초월할 수 있었는지에 관한 이야기입니다. 누구나 자신의 자아보다 위대한 무언가를 발견하면 초월을 경험하고 높은 수준에 도달할 수 있게 됩니다. 후대 예술가인 제가 마네의 작품을 좋아하고 활용하듯, 마네는 그 이전의 예술가인 벨라스케스와 고야, 와토, 라파엘에게 찬사를 보냈고, 레오나르도 다빈치는 베로키오와 우첼로에 대한 사랑을 표현했습니다. 이런 식으로 우리는 높은 경지에 이를 수 있고, 동시에 과거와도 소통할 수 있죠.

‘게이징 볼’ 시리즈의 푸른색 구가 작품과 관람자를 연결하듯, 작가로서 전통과 현대, 고급문화와 저급문화, 예술과 일상을 잇는 역할을 하고 있죠. 대중에게 다가가기 위해 어떤 노력을 하나요?
저는 무엇보다 제가 진정 만들고 싶은 작품을 만들고 솔직해지려고 노력합니다. 또 불안감을 없애기 위해 노력해요. 높은 의식에 이르는 걸 방해하는 건 바로 불안감입니다. 그리고 그 불안감은 무언가를 ‘판단’하는 데서 옵니다. 그건 모든 것에서 자신을 단절시키는 거나 마찬가지예요. 긴장감, 고립감, 소외감 등이 생겨나죠. 판단하지 않으면 모든 것이 그 자체로 완벽하다는 사실을 받아들이게 돼요. 그러면 온 세상이 우리에게 열리면서 가장 높은 의식의 차원에 닿게 됩니다. 자연스럽게 모든 것, 모든 사람과 연결되고 다가갈 수 있죠.






Antiquity 1(Dots), Oil on Canvas, 274.3×213.4cm, 2010~2012

현대사회에서 예술가의 역할은 뭐라고 생각하세요?
저는 특정 이슈를 다루지 않습니다. 오늘날 세상에는 불편한 화젯거리나 짚고 넘어가야 할 것, 정치적 이슈가 있긴 하지만, 결국 예술은 우리 잠재력의 기본을 다루고 자아와 소통하며 자동으로 타인과 소통합니다. 삶은 더 높은 잠재력에 관한 거예요. 그리고 우리가 이를 성취할 수 있다는 걸 보여주기 위해 노력하는 것이 바로 예술입니다.

구상 조각이나 회화같이 전통적 표현 방법을 고수하는 이유가 궁금합니다.
저는 제가 과거나 고전과 이어져 있다는 느낌을 즐겨요. 과거의 예술가와 매체, 재료 등을 특히 좋아하죠. 예술은 현재에 관한 것도, 최신 기술을 사용하는 것도 아닙니다. 물론 기술은 타인과의 소통을 돕는 주요 도구지만 저는 인간의 의미, 그리고 어떻게 우리가 스스로 더 많은 잠재력을 발견할 수 있는지를 더 중요하게 생각합니다. 전통 매체를 사용하면서 과거와 연결돼 있다고 느껴요. 기존의 것을 다른 방식으로 표현해 새롭게 만드는 데서 오는 의미를 관람자에게도 알리고 싶습니다.






Bouquet of Tulips, Polychromed Bronze, Stainless Steel, and Aluminum, 10.4×8.35×10.17m(11.66×8.35×10.17m with Base), 2016

최근 작업 중인 신작에 대해 들려주세요.
최근 18점의 조각으로 구성한 ‘도자기’ 시리즈를 시작했습니다. 정원에 놓을 야외 조각으로 구상했어요. 스테인리스스틸로 만들었지만, 1700년대 도자기 조각을 모델로 했기 때문에 ‘도자기’ 시리즈라고 부르죠. 이 조각은 시공간을 넘나들며 대화를 나눌 수 있어요. 지금 여기에 있지만, 동시에 과거와 미래에 발을 들이고 있죠. ‘게이징 볼’ 시리즈가 서양 미술사의 상징적 이미지에서 출발했기 때문에 누구나 익숙하게 느낄 수 있는 것처럼, ‘도자기’ 시리즈도 마찬가지일 겁니다. 저는 이 시리즈를 아주 자랑스럽게 생각해요.

마지막으로 현재 새롭게 관심을 두고 있는 주제가 있나요?
생물학에 관심이 있어요. 예술에 대해 생각하면 예술 작품을 보거나 창작 활동을 할 때 일어나는 상호작용이 떠오릅니다. 저는 핵심을 파악하는 것, 생물학, 감각을 자극하는 데 흥미를 느껴요. 그리고 이 자극이 마음속에서 발전하고 개념을 만들어낸다는 사실이 흥미롭습니다. 아주 중요한 지점이라고 생각합니다.

 

에디터 백아영(xiaxia@noblesse.com)
사진 제공 루이 비통, 제프 쿤스  취재 협조 루이 비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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