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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23-11-20

로켓에 탄 예술품

제프 쿤스의 <달의 위상>이 지구를 넘어 우주, 가상 세계로 향한다.

[Jeff Koons: Moon Phase(Leonardo da Vinci)](2022) 프로젝트 디테일 컷. Courtesy of Pace Gallery and the Artist

작품 규모나 가격, 세계관 등 여러모로 남다른 스케일을 자랑하는 세계적 예술가 제프 쿤스(Jeff Koons)가 이번에는 무려 우주로 작품을 쏘아 올린다. 그는 플로리다 케네디 우주센터의 다각적 우주선 발사 프로젝트 중 하나에 참여, 이 프로젝트를 위해 특별 제작한 작품 [제프 쿤스: 달의 위상(Jeff Koons: Moon Phase)]을 달에 안착시킨다. 지난 5월, 서울에도 지점을 둔 페이스갤러리(Pace Gallery)의 웹 기반 서비스이자 NFT 플랫폼 페이스 베르소(Pace Verso)는 제프 쿤스가 디지털 아트 및 기술 전문 사업체 엔에프문(NFMoon), 복합 우주 기업 포스페이스(4Space)와 협력해 올해 3분기에 달로 예술 작품을 보낸다고 공개했다. 두 기관이 제프 쿤스에게 작품을 달에 보내자는 아이디어를 제안하면서 성사된 이 프로젝트의 정확한 발사 일정은 추후 나사에서 발표할 예정이다.놀라울 수도, 새삼스러울 수도 있으나 사실 우주로 시각예술 작품을 보내는 것이 이번이 처음은 아니다.





사파이어가 박힌 조각의 세부. [Jeff Koons: Moon Phases] 프로젝트 영상. ©Jeff Koons

1977년 태양계 너머를 탐사하고자 발사한 보이저(Voyager) 1호와 2호에도 지구의 인류를 소개하는 함축적 이미지와 소리를 담은 구리 축음기 디스크 [황금 레코드(Golden Record)]가 실렸다. 그렇다면 첨단 기술의 정점이라고 할 수 있는 우주산업과 손잡은 [달의 위상]은 과연 지금까지 우주로 날아간 작품과 무엇이 다를까? 이 프로젝트의 작품은 지구에 남을 조각품과 달에 도착해 영구적으로 전시, 설치할 미니어처 조각, 달과 지구의 조각품에 대응하는 NFT로 구성된다. 작품을 실어 나를 우주선은 인튜이티브 머신스(Intuitive Machines)사의 노바-C 달 착륙선(Nova-C Lunar Lander)이며 미국의 아폴로 4호, 8호, 11호를 쏘아 올린 케네디 우주센터의 39A 발사대를 사용할 예정이다. 이 발사대는 1969년 미국 최초의 유인 달 착륙 임무를 함께 수행한 곳이기도 하다. 흥미롭게도 당시 달로 날아가는 아폴로 12호 모듈의 다리에는 비공식 부착물이 하나 매달려 있었다. 예술가 로버트 라우션버그(Robert Rauschenberg)와 앤디 워홀(Andy Warhol) 등이 외계 생명체가 인류의 흔적을 확인하기를 바라며 작은 드로잉 타일을 부착한 [달 박물관(The Moon Museum)] 프로젝트다.





프로젝트를 설명하는 제프 쿤스. [Jeff Koons: Moon Phases] 프로젝트 영상. ©Jeff Koons
달의 여러 위상을 담은 조각들. [Jeff Koons: Moon Phases] 프로젝트 영상. ©Jeff Koons


비공식 프로젝트로 이 타일이 달 표면에 안착했는지는 알 수 없다. 한편 [달의 위상] 프로젝트 작품 중 지구에 머무는 125개의 조각은 각각 높이 40cm로, 지구에서 바라본 달의 위상 62개와 우주의 다양한 지점에서 바라본 위상 62개, 월식의 모습을 표현했다. 각각 달의 표면을 세밀하게 묘사한 조각은 작가의 대표작 [토끼(Rabbit)]와 마찬가지로 스테인리스스틸로 만들었다. 따라서 작품의 표면은 감상자의 모습을 비출 만큼 반사율이 높은데, 여기에는 인류 역사에 중요한 업적을 남긴 인물의 이름을 하나씩 새겼다. 플라톤, 석가모니, 공자, 헬렌 켈러 등 역사 속 인물은 물론 작가 버지니아 울프, 화가 아르테미시아 젠틸레스키와 레오나르도 다빈치, 대중음악가 데이비드 보위 등 다양한 지역과 시대, 장르를 포괄하려고 노력한 흔적이 엿보인다.
제프 쿤스는 이런 방식으로 인류의 업적을 기리고, 미래에 영감을 불어넣기를 바랐다. 조각에는 백색과 황색 다이아몬드, 사파이어, 에메랄드, 루비 등 보석도 하나씩 배치하는데 그 위치는 달에 조각이 착륙한 지점을 표시한다. 지구에 자리할 조각에 대응하는 지름 약 2.5cm의 미니어처 조형물 역시 125개를 제작해 달로 보낸 뒤 투명한 박스, ‘큐브 세트(cube set)’ 안에 전시한다. 작품을 구매한 이들은 달 위 조각품의 소유권을 갖는다. 보석이 박힌 조각상과 달리 달에 전시할 소형 조각들은 소유자와 ‘대략’ 38만4400km 떨어진 거리에 머물 것이다. 마지막으로 지구, 달과 함께 디지 과 달리 작가의 시그너처 이미지가 포함된다. 지난해에 아트 바젤에서 페이스갤러리가 공개한 달 모양 조각상은 지구와 달, 가상의 온라인 세계라는 세 가지 독특한 작품 구성으로 화제를 모으기도 했다. 그 스케일에서 짐작할 수 있듯 예술가와 갤러리는 물론 여러 기술 전문가가 이 프로젝트를 위해 협력하고 있다. 전 나사 우주비행사이자 인튜이티브 머신스의 현 부사장인 잭 피셔(Jack Fischer)는 “우리 팀도 이 역사적 프로젝트에 열정을 쏟고 있다. 그의 조각은 달 표면에 설치하는 최초의 공식적 예술품이 될 것이며 영원히 남을 것이다”라고 말했다. 달 착륙선은 이륙한 지 32분 만에 로켓에서 분리되고 발사 후 6일 정도 지나 달의 남극 근처 맬러퍼트A 분화구에 착륙한다. 또 추진팀은 전반적 임무를 수행하며 우주선 추적 데이터를 실시간으로 시각화해 스트리밍하기로 했다. 최신 정보는 공식 웹사이트(jeffkoonsmoonphases.com)에서 확인할 수 있으며 작품 판매 수익은 전액 ‘국경없는의사회(MSF)’에 기부한다.





125개의 미니어처 작품을 달로 운송할 인튜이티브 머신스사의 노바-C 달 착륙선. © Intuitive Machines

지구에서 관찰할 수 있는 가장 큰 천체인 달은 매일 다른 모습을 보이며 인류의 호기심을 끊임없이 자극하고 많은 예술가에게 영감의 원천이 됐다. 인류가 이제 달에 직접 발을 들이고 표면의 모습까지 눈으로 확인했는데도 달을 향한 열망과 상상력은 오히려 더욱 열렬하다. 제프 베이조스(Jeff Bezos)나 일론 머스크(Elon Musk) 같은 억만장자는 우주를 관광하고 그곳에 거주하는 세상을 그린다. 이들처럼 초월적 프로젝트를 추진하는 예술가 제프 쿤스는 “인문학적·철학적 사고에 뿌리를 둔 역사적 프로젝트를 만들고 싶었다”라고 소회를 밝혔다. 이어서 “우리가 우주에 이루어낸 업적은 인류의 무한한 잠재력을 상징한다. 우주 탐사를 통해 세상의 제약을 초월할 수 있다는 시각을 갖게 됐다. 이런 사고가 바로 〈달의 위상〉 프로젝트의 핵심이다. 지구 안팎에서 인류가 이룬 놀라운 성취를 이어가고, 또 기념하는 것으로 이해할 수 있을 것이다”라고 덧붙였다. 우주 탐사 초기에 우주인이 인류를 알아보길 기대하며 오브제를 실어 보낸 것과 달리, 이제 인간은 자기 소유물을 우주로 보낸다. 지구 밖 영토에도 작품을 소장하고 전시하기 위해서다. 〈달의 위상〉은 이처럼 전혀 다른 양상으로 확장한 지구인의 비전을 단적으로 보여주는 프로젝트라고 할 수 있다.

 

에디터 백아영
이미솔(미술 저널리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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