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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ECEMBER. 2017 CITY NOW

신주쿠의 쿠사마 야요이

  • 2017-12-04

도쿄 신주쿠에 쿠사마 야요이의 작품만 소개하는 미술관이 생겼다. 도쿄에서 그녀의 작품을 접하고 싶은 미술 마니아라면 절대 그냥 지나칠 수 없는 장소다.

1 지난 10월, 도쿄 신주쿠에 문을 연 쿠사마 야요이 뮤지엄.
2 쿠사마 야요이의 세계가 시작되는 쿠사마 야요이 뮤지엄 입구.

일본의 대표적 현대미술가 쿠사마 야요이의 작품만 소개하는 미술관이 지난 10월 1일, 도쿄 신주쿠에 오픈했다. 이름하여 ‘쿠사마 야요이 뮤지엄(Yayoi Kusama Museum)’. 올 초 그녀가 직접 설립한 ‘쿠사마 야요이 기념예술재단’에서 운영하는 이곳은 지하 1층, 지상 5층의 타워형 건축물로 도쿄 에비스에서 가장 높은 빌딩인 에비스가든플레이스를 설계한 건축 그룹 구메 세케이(Kume Sekkei)에 의해 탄생했다.
사실 이 미술관은 지금으로부터 3년 전인 2014년, 건축 계획안이 완성됐다고 한다. 한데 쿠사마 야요이측이 워낙 미술관 건립을 느긋이 진행하는 바람에 개관이 늦어졌다고. 건물 외관의 모서리를 대부분 둥글게 처리하고, 이것이 내부 곳곳에도 이어지는 구메 세케이의 건축설계는 물방울무늬로 대변되는 쿠사마 야요이의 예술 세계를 응축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참고로 미술관은 나선형으로 설계한 계단부를 전면 유리로 마감해 멀리서도 안이 훤히 들여다보인다.
지난 10월, 미술관 개관식에 나타난 쿠사마 야요이는 자신의 이름을 딴 미술관 개관에 대한 감상을 묻는 질문에 “생애 가장 짜릿한 경험”이라고 답했다. 더불어 자신의 작품을 전시, 더 나은 예술을 도모하고 전파한다는 미술관 설립 목표를 언급하며 “제가 사랑하는 이들과 세계 평화를 바라는 모든 이에 대한 경외감을 담아, 생이 끝나는 날까지 예술로 투쟁하겠다”는 다소 의미심장한 소감을 전하기도 했다.




3 개관전에 출품한 회화 ‘Prayer for Peace’.
4 쿠사마 야요이는 개관전을 위해 주 6일, 하루 9시간씩 그림만 그렸다고 한다.

지상 1층부터 5층까지, 그녀는 <창조는 고고한 행위, 사랑이야말로 예술과 통하는 길(Creation is a Solitary Pursuit, Love is What Brings You Closer to Art)>이라는 길고 긴 이름의 개관전을 위해 미술관 각 층에 존재감 넘치는 작품을 채워 넣었다. 본격적인 전시가 시작되는 미술관 2층 공간엔 2004년부터 선보인 흑백 드로잉 시리즈 ‘영원한 사랑(Love Forever)’ 27점을 실크스크린 기법으로 인화해 설치했고, 3층에선 2009년부터 현재까지 이어지는 회화 시리즈 ‘나의 영원한 혼(My Eternal Soul)’ 미공개작을, 4층에선 그녀의 예술 세계를 대표하는 시리즈 중 하나인 대형 공간 설치 작품 ‘인피니티 미러 룸(Infinity Mirror Room)’ 신작을 세계 최초로 공개한다. 마지막으로 5층 옥상 갤러리에선 그녀의 사진과 자료를 모은 도서 공간과 함께 2015년에 제작한 대형 설치 작품 ‘호박(Pumpkin)’을 선보인다. 개관전 준비를 위해 “주 6일, 하루 9시간씩 그림만 그렸다”고 전한 그녀는 90세에 이르는 고령임에도 자신의 이름을 딴 미술관의 첫 전시를 위해 열과 성을 다했다.
화려한 작품 뒤에 숨은 쿠사마 야요이의 예술 세계에 대한 속사정을 잘 모르는 이들을 위해 여기서 잠시 덧붙이면, 그녀는 일본 나가노현의 부유한 종묘상 집안에서 태어나 어려서부터 완고한 어머니에게 심한 학대를 받으며 자랐다. 골방에 파묻혀 그림만 그린 그녀는 사방이 붉은 점으로 뒤덮이는 환각을 경험하는 등 평생 정신 질환에 시달리기도 했다. 그러다 우연히 집 근처에서 호박을 봤고, 그 수수한 매력에 반해 교토에서 대학을 다니던 시절부터 호박을 그리기 시작했다. 그녀가 당시 얼마나 열심히 호박을 그렸는가 하면 자서전에 “달마가 벽을 마주하고 시간을 보낸 것처럼 나는 호박을 마주하고 시간을 보낸다”라고 썼을 정도다.
그러다 1957년 보수적인 일본 미술계에 회의를 느끼고 뉴욕으로 건너간 그녀는 1960년대에 맨해튼에서 ‘Love in Festival’이라는 누드 퍼포먼스를 선보이는 등 도발적인 아방가르드 미술 활동을 펼쳤다. 남성 중심의 세계를 신랄하면서도 유머러스하게 비트는 다양한 팝아트와 초현실주의 작업을 시도하기도 했다. 하지만 이후 정신 질환이 심해져 도쿄로 돌아온 그녀는 정신병원 앞에 작업실을 마련하고 작업을 이어갔다. 1993년 베니스 비엔날레 일본관에 특유의 대형 호박 설치 작품을 선보여 화제를 모았고, 이듬해에는 일본 세토내해의 나오시마에 호박 조각을 설치했다. 이어 끝없이 반복되는 그물망 회화와 호박 연작을 세계 무대에 소개했고, 유리와 조명, 오브제로 이뤄진 ‘인피니티 미러 룸’으로 세계적 작가 반열에 올랐다.




개관전에서 화제가 된 작품 중 하나인 ‘인피니티 미러 룸’ 시리즈의 신작.

지난 인터뷰에서 여러 차례 “매일 작품을 만드는 생각으로 머릿속이 가득하고, 평생 한 번밖에 오지 않을 지금의 기회를 제대로 활용하고 싶다”고 밝혀온 그녀는 지금도 예술에 대한 열정 하나로 작품을 창작하고, 팬들 또한 그런 그녀의 마음에 진심으로 화답하고 있다. 올 초에도 개관 10주년을 맞은 도쿄 신미술관에서 그녀의 초기작부터 최근작을 망라한 최대 규모의 회고전 < Yayoi Kusam My Eternal Soul >을 열어 수십만의 관람객이 다녀갔고, 국내에선 2013년 대구미술관에서 개인전 < A Dream I Dreamed >를 열어 33만 명이 관람한 기록을 세우기도 했다. 덧붙여 해외의 많은 매체는 쿠사마 야요이를 ‘최근 10년간 가장 작품값이 많이 오른 여성 작가’로 꼽았으며, 실제로 그녀의 회화와 조각은 지난 10년간 평균 3배 이상 가격이 오른 것으로 알려져 있다.
다시 미술관 얘기로 돌아와, 앞으로 쿠사마 야요이는 자신의 이름을 딴 미술관 개관 소감에서도 밝혔듯 생이 끝나는 날까지 예술 작업에 열정을 쏟을 것이다. 실제로 쿠사마 야요이 뮤지엄에선 매년 두 차례씩 그녀의 기획전과 강연회를 마련할 예정이다. 한편 뮤지엄은 오직 미술관 공식 웹을 통한 티켓 예매로만 전시를 관람할 수 있다. 관람료는 어른 1인 기준 1000엔이고, 1일 4회(11시, 12시 30분, 14시, 15시 30분) 한정된 시간(1회 1시간 30분씩 관람 제한)에만 전시를 볼 수 있다. 하지만 아쉽게도 지난 8월 28일부터 판매를 시작한 티켓은 현재 올해 판매분이 매진된 상태다. 어쩌면 그녀의 미술관은 앞으로도 일본에서 가장 입장하기 어려운 미술관으로 꼽힐지도. 현재 열리고 있는 개관전은 내년 2월 25일까지 이어진다.

 

에디터 이영균(youngkyoon@noblesse.com)
사진 제공 쿠사마 야요이 뮤지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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