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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ECEMBER. 2016 LIFESTYLE

미술을 보는 8가지 시선

  • 2016-12-09

미술이 무작정 어렵다고 생각하는 것도 편견 중 하나가 아닐까. 보는 시각만 달리하면 미술도 충분히 재미있는 놀이가 될 수 있다.


특별한 화자가 들려주는 미술 이야기
같은 이야기라도 누가 들려주느냐에 따라 그 분위기는 달라진다. 만약 타인의 시선이 아닌 화가 자신의 관점으로 그림과 삶의 이야기를 들려준다면? 세계적 거장인 그들의 이야기는 지식이 아닌 진솔한 삶으로 우리에게 친숙하게 다가올 것이다. <美침>은 빈센트 반 고흐, 프리다 칼로, 백남준, 최북 등 그림에 미치고 인생에 미친 화가 10명의 삶을 자전적 일인칭 시점으로 그린 미술 에세이다. 제목은 다분히 중의적인데, 아름다움에 미친 것일 수도 있고 궁극의 아름다움에 도달했다는 의미일 수도 있다. 10명의 미술가에게 예술의 의미는 각각 달랐지만 하나의 공통점은 모두 어떤 상황에서도 예술을 포기하지 않고 미쳐 있었다는 것. “내 그림들, 그것을 위해 난 내 생명을 걸었다”라는 반 고흐의 말은 미쳐 있기에 궁극의 아름다움에 도달할 수 있었던 예술가의 열정을 짐작하게 한다. 생명의 온기를 잃은 91점의 그림 속 주인공이 시인 이학성의 따뜻한 시선으로 다시 현실 속에서 숨 쉬는 인물로 되살아난 <시인의 그림>도 있다. 시인은 때로 늙은 어부가 되고 어린 소녀, 권투 선수 등이 되어 자신의 이야기인 양 말한다. 예를 들면 영국 화가 에드워드 번 존스의 ‘여인의 두상 연구’ 속 인물에 감정이입해 “내 안의 어딘가에 뜨거운 말들이 있다. 그것들은 언제든 내게서 꺼내지기를 바란다”며 그녀의 가슴속 울림을 전하는 식이다. <여행자의 미술관>에서 여행자 박준은 미술에 대한 미학적 해석은 배제한 채, 세계의 미술관에서 만난 미술품을 통해 그가 바라보는 삶의 단상을 전한다. 그는 런던 테이트 모던 미술관에서 만난 잿빛 얼굴의 여인에게서 슬픔이라는 동질감을 느끼고, 뉴욕 메트로폴리탄 미술관에서 잭슨 폴록의 ‘가을 리듬, 넘버 30’을 본 후 뉴욕 거리를 걸으며 그림 위로 서늘하고 쓸쓸한 가을바람이 불어오는 것을 상상한다. 미술관의 작품은 작가가 여행지에서 느낀 감상을 더해 비로소 완벽해진다. 사람만 미술 이야기를 하라는 법은 없다. 작가 스베틀라나 페트로바는 <고양이 자라투스트라는 이렇게 말했다>에서 고대와 중세부터 요즘의 유럽과 신세계 미술까지 다양한 시대의 명화에 자신의 고양이 자라투스트라를 주인공으로 등장시켜 독특한 미술 특강을 펼친다. 고양이는 티치아노의 ‘우르비노의 비너스’, 구스타프 클림트의 ‘키스’, 클로드 모네의 ‘수련’ 등 명화에 주인공으로 등장해 원본과는 다른 재미로 웃음을 선사한다. 예를 들면 비너스의 품에 안겨 있거나 남자 주인공의 키스를 받고, 수련 연못에서 멱을 감는 모습으로 말이다. 예술을 사랑하는 자신(고양이)이 위대한 예술가들의 뮤즈인 것은 당연하다 말하며, 작품마다 그림을 그린 당시의 상황과 감상 포인트 등을 곁들인다.








오감으로 즐기는 미술
작품과 어울리는 향기를 맡고, 누군가의 이야기를 통해 그림을 감상할 수 있다면 더이상 미술이 어렵다는 생각은 하지 않을 것이다. <향기의 미술관>은 자존, 고독, 혁신, 본질, 일상을 주제로 다양한 그림을 소개하고 그중 5점의 그림과 어울리는 향의 향수를 전한다. 조향사인 저자 노인호는 모네의 ‘수련’을 감상하다 그림에서 향기를 느끼는 경험을 한 후 아트와 미술을 결합한 아트 투어를 진행한 적이 있는데, 이 책에도 마치 박물관에서 도슨트의 설명을 듣는 듯 현장감이 깃들어 있다. 루소의 ‘꿈’과 어울리는 상큼한 열대 과일의 톡 쏘는 시트러스 향은 풀과 나무가 우거진 울창한 숲을 떠올리게 하고, 피에르 오귀스트 르누아르의 ‘물랭 드 라 갈레트의 무도회’를 연상시키는 시트러스와 부드러운 머스크가 어우러진 향은 가슴속 깊이 행복감을 느끼게 한다. 그 5개의 향수를 캡슐에 담아 별책 부록으로 구성했다. 미술 작품에 대한 설명을 열심히 읽어도 무슨 이야기인지 도통 알 수 없을 때 나만을 위한 큐레이터가 있었으면 싶다. 그럴 때 서정욱 작가의 <그림 읽어주는 시간>을 펼쳐보자. 폴 고갱, 보티첼리, 윌리엄 터너, 에드가르 드가 등 한국인이 사랑하는 화가 27인을 소개한다. 책을 읽은 후 작품에 대해 좀 더 자세히 알고 싶다면 QR 코드로 동영상을 감상하는 것도 하나의 방법. 작가가 영상에 등장해 작품 제작 의도와 작품 속 인물, 구도 등에 대해 상세히 설명해주는데, 그림과 어울리는 배경음악도 함께 삽입해 더욱 실감 나는 미술 감상을 돕는다. 또 독자를 위해 전 세계 작품 소장처 리스트를 한눈에 알아볼 수 있게 정리했다.








알아야 느끼는 법
작품은 마음으로 느끼면 된다고 하지만 작품에 대한 사전 지식이 없다면 그저 멍하니 바라보다 미술관을 나오기 일쑤다. <발칙한 현대미술사>의 저자 윌 곰퍼츠는 7년 동안 현대미술관 테이트 갤러리 관장을 역임한 경험을 바탕으로 19세기 인상파 작품을 위시한 현대미술 태동기부터 앤디 워홀의 ‘캠벨 수프 깡통’, 데이미언 허스트의 ‘살아있는 자의 마음 속에 있는 죽음의 육체적 불가능성’으로 이어지는 동시대 미술을 아우르며 걸작의 숨은 탄생 배경을 들려준다. 프랑스 시인 기욤 아폴리네르가 초현실이라는 단어를 고안해낸 이후 호안 미로의 ‘어릿광대의 사육제’, 르네 마그리트의 ‘위협적인 암살자’, 만 레이의 ‘착상을 넘어서는 물질의 탁월함’ 등 작품이 탄생하기까지 상황적 예시, 당시 시대상과 더불어 동료 화가들과의 관계를 하나의 이야기로 재구성했다. 미술과 조금 가까워졌다면 이젠 실전에서 경험해볼 차례. <미술관 100% 활용법>은 보다 뜻깊은 미술관 순례를 도와줄 32가지 방법을 제안한다. 처음부터 끝까지 순차적으로 이어지는 것이 아니라 미술을 바라보는 법, 다른 관람객과 관계 맺는 법 등의 팁으로 제각각 구성했다. 풍경화·정물화·초상화를 이해하는 방법, 무제로 이뤄진 미니멀리즘 작품 제목을 극복하는 방법 등을 구체적으로 나열한 것. 작가는 미술관에서 다리가 아플 땐 반드시 휴식을 취하고, 끼니를 놓치지 말라고 조언한다. 또 작품을 감상한 후 다른 관람객과 생각을 교환하는 시간을 통해 미술 작품 감상의 폭을 넓히고, 미리 작품을 공부한 후 그에 맞는 음악을 선별해 함께 들어볼 것을 권한다. 미술의 방관자가 아닌 참여자로, 구경이 아닌 경험으로 나아가길 바라는 저자의 마음이 고스란히 담긴 책이다.


에디터 최윤정(amych@noblesse.com)
사진 김흥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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