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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24-04-03

인스타그램이 미술시장에 끼치는 영향

이미지 기반 SNS로서 인스타그램은 지금의 미술 시장을 어떻게 바꾸어 놓고 있을까?

드롭샵의 첫 협업 아티스트 CJ 헨드리와 에디션 조형 작품 ‘Crown’.

인스타그램이 등장한 지 벌써 15년이 되어간다. 작가들이 작업용 계정을 별도로 운영할 만큼 인스타그램은 자신의 존재를 알리고 홍보하는 최적의 수단으로 자리 잡았다. 특히 시각예술 분야는 이미지 기반 인스타그램과 무척 잘 맞는다. 2000년대 후반을 기점으로 경험성과 몰입감 등 온라인의 한계를 극복하는 기술과 SNS가 발전하고, 2020년 팬데믹으로 미술계가 온라인으로 전환함에 따라 온라인 미술 거래 역시 급증했다. 현재 온라인 미술품 구매는 정점을 찍은 2022년에 비해 상대적으로 줄어든 것이 사실이지만, 미술 소비자로서 대중이 온라인과 인스타그램 등 SNS를 작가와 작품을 검색하고 감상한 뒤 갤러리나 경매사, 아트 페어, 작가 작업실을 직접 방문해 구매하는 중요한 채널로 활용하고 있는 것은 분명한 사실이다. 따라서 젊은 세대 컬렉터를 겨냥한 프로젝트의 경우 작가나 플랫폼의 인스타그램 팔로워 수를 중요하게 생각하는 경우가 많다.





작년 12월 4일 드롭샵을 통해 발매된 케힌데 와일리(Kehinde Wiley)의 ‘Portrait of Marie-Agnès Dien’. 총 30점 에디션.

옥션 하우스, 작가 직거래 플랫폼을 시도하다
소더비, 크리스티와 함께 3대 글로벌 옥션 하우스로 꼽히는 필립스는 2023년 8월 ‘드롭샵(Dropshop)’이라는 프로젝트를 발표하며 이목을 끌었다. 동시대 문화를 이끌어가는 아티스트 또는 브랜드의 작품을 매달 소개한다고 밝히며, 첫 창작자인 CJ 헨드리(CJ Hendry)의 인스타그램 팔로워 수를 강조했다. 68만 명의 팔로워를 거느린 인플루언서라는 점은 경매사에 새로운 컬렉터 발굴과 작품 판매 가능성을 높여준다는 점에서 매력적인 요소다.
필립스는 경매사의 전통적 2차 시장 모델을 확장할 필요성을 피력하며, 작가와 직접 협업해 신작을 소개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하지만 이것이 옥션 하우스와 작가가 직접 협업한 첫 번째 사례는 아니다. 지난 2008년 데이미언 허스트는 소더비와 단독 경매를 기획했다. 허스트는 주요 컬렉터가 처분하려던 자신의 작품을 거두어 주요작과 신작 총 56점으로 이틀간 경매를 개최했고, 낙찰률 97.2%, 낙찰 총액 1억2500만 달러를 기록하는 전무후무한 ‘퍼포먼스’를 거행했다.
이처럼 경매사가 작가와 직접 협업하는 사례는 점차 늘어나는 추세다. 그 이유는 크게 두 가지다. 첫째, 팬데믹 이후 국내외 경매사들이 온라인 경매를 크게 늘리면서 출품작 확보를 위해 온라인 구매 적정선의 작품을 물색하며 젊은 작가와 협업했다. 작품 판매 활로를 모색하기 위해 출품에 응하는 작가도 많았는데, 1차 시장이 형성되지 않은 작가의 작품이 2차 시장에서 먼저 거래될 경우 가격 변동성이 문제가 될 수 있다. 둘째, 갤러리나 딜러가 작품 가격을 끌어올리기 위해 펼치는 ‘작전’인 경우도 있다. 높은 낙찰가를 반영해 1차 시장 가격까지 큰 폭으로 올린다면 다음 단계는 어떻게 될까? 작품 가격은 수요와 공급을 고민하고 중요한 계기를 통해 완만하게 상향하는 것이 이상적이다. 개인전이나 주요 전시 참여 경력 없이 경매나 아트 페어, 온라인 플랫폼에서 완판되는 것을 바람직한 방향으로 볼 수 있을까?
드롭샵은 기존 사례를 참고해 새로운 모델을 제시했으나 작년 8월 론칭 당시 대대적 홍보만큼 큰 파급력을 미치지는 못했다. 필립스를 통해 재판매될 경우 원작자에게 로열티(resale royalty)를 지불하겠다는 발표 역시 기존 NFT 마켓플레이스가 지불하는 로열티와 비슷하다. 그럼에도 이후 드롭숍에서 연이어 발표한 바스키아, 케힌데 와일리(Kehinde Wiley) 등의 ‘드롭’ 작품은 ‘완판’되거나 순조롭게 판매되고 있다.


인스타그램, 새로운 미술 거래 플랫폼
2021년 미팅룸 공저 〈셰어 미: 재난 이후의 미술, 미래를 상상하기〉를 통해 언급했듯 온라인은 평등하지도, 민주적이지도 않다. 수십만, 수백만 팔로워 수가 계정 소유자 창작물의 작품성과 비례하지도 않고, 자율성과 민주성으로 인해 검증되지 않은 정보가 난무하기도 한다. 그럼에도 개인이나 기업의 인스타그램 팔로워 수를 통해 그들의 영향력을 어느 정도 가늠할 수 있다.
2015년 설립한 디지털 플랫폼 아방아르테(Avant Arte)는 미술계가 주목하는 젊은 작가나 저명한 작가와 협업해 제작한 에디션 작품, 특히 프린트 판매를 핵심 사업으로 한다. 공동 대표 크리스티안 라위턴(Christian Luiten)은 2021년 인터뷰에서 팔로워의 90% 이상이 35세 이하라고 밝혔다. 젊은 컬렉터를 발굴하며 세대를 확장했다는 평을 받는 아방아르테가 작품을 신규 판매하는 날에는 구매 경쟁이 치열하다. 미술 시장을 움직이는 주체 중 이례적으로 270만이라는 많은 팔로워를 보유한 아방아르테는 공공기관과 협업해 기금 조성을 돕고, 사회적 메시지를 던지는 작가들과 프로젝트를 함께하기도 한다.
이미 인정받은 작가들과 주로 협업해온 아방아르테와 다른 행보를 보이는 움직임도 있다. 아티스트 서포트 플레지(Artist Support Pledge, ASP)는 작가 매슈 버로스(Matthew Burrows)가 팬데믹으로 어려움에 처한 작가를 돕기 위해 2020년 3월 시작했다. 작가가 자신의 계정에 작품 이미지와 정보, 해시태그 ‘#artistsupportpledge’를 업로드하고 인스타그램을 통해 직거래하는 방식이다. 작품 가격 규정은 200파운드(약 30만 원) 이하이며, 작가가 1000파운드(약 150만 원)의 작품을 판매할 때마다 자발적으로 다른 작가의 작품을 구매하게 한다. 작가의 경력과 작품성을 ASP가 검증하진 않지만, 적절한 가격으로 생태계를 유지한 공로를 인정받아 버로스는 2020년 10월 영연방 MBE 훈장을 받았다. 그는 ASP를 통해 7000만 파운드(약 1050억 원) 이상의 작품이 거래되었다고 밝혔다.
주변의 크고 작은 갤러리 대표와 디렉터, 갤러리스트, 활발하게 활동하는 작가 대다수가 SNS를 통해 구매 관련 문의를 받거나 실제로 거래가 성사되는 경험을 했다.
경매 회사의 대표 경매사나 스페셜리스트도 SNS를 통해 경매를 홍보하고 주요 작품을 소개하기도 한다. 포스팅을 보고 바스키아부터 NFT 프로젝트까지 고가의 작품이 바로 판매된 사례도 많다.





아방아르테의 프린트 작업 공간에서 자신의 에디션을 확인하는 아이 웨이웨이.

브랜드를 구축하는 컬렉터, 스펙트럼을 넓히는 갤러리
SNS를 적극적으로 활용하는 컬렉터는 자신의 계정에 자신의 컬렉션을 소개하고, 자신이 관심을 갖는 작가의 전시에 참석해 친분을 쌓고, 컬렉션 전시를 기획하거나 작품을 대여하기도 한다. 컬렉터 역시 적극적으로 자신을 홍보하고 브랜딩한다. 이 과정에서 교류뿐 아니라 다른 잠재 컬렉터를 교육하고 방향을 제시하는 영향력을 발휘한다.
또한 이들은 동시대를 살고 경험하는 비슷한 세대 작가에게 관심을 갖고 그들의 작품을 수집한다. 동시대 작가에게 관심을 갖는 이유는 동시대를 살며 여러 교차점을 지나고 관심사가 겹친다는 점도 있지만, 작가와 직접적으로 교류할 수 있다는 것도 큰 장점으로 작용한다. 작가와 친분을 쌓고, 주변 동료 작가와 연결되고, 컬렉터들 역시 서로 네트워킹을 강화하며 커뮤니티를 형성해 영향력을 확장하기도 한다. SNS를 적극적으로 활용하는 컬렉터와 작가는 비슷한 세대인 경우가 많다. 미국인 남성 4명으로 구성된 컬렉터 컬렉티브인 리그 OTO(@leagueoto), 독일의 스트리트 아트 컬렉터 앤드루 요비치(@cyberkid70) 역시 인스타그램을 통해 자신의 컬렉션을 소개하며 영향력을 확장했다.
시각예술 산업 주체들은 자신의 프로그램이 다양성을 갖추길 원한다. 이는 윤리적·정치적 문제이기도 하고, 다양한 컬렉터를 포섭하기 위한 전략이기도 하다. 작가가 다루는 매체나 분야, 주제뿐 아니라 그들의 정체성과 성향이 다채로운 스펙트럼을 띠어야 해당 갤러리나 플랫폼이 다양성을 갖춘 ‘식견 있는’ 곳으로 이미지를 제고할 수 있기 때문이다. 따라서 갤러리는 거래되는 작품의 60~70% 이상을 차지하는 회화 외에도 전통적 장르인 조각, 사진, 프린트, 드로잉, 미디어와 설치는 물론이고, 스트리트 아트나 디자인과 공예, 건축과 가구, 음악과 사운드, 퍼포먼스, 애니메이션과 일러스트 등 시각예술 분야 바깥의 창작자를 자신의 프로그램에 포함한다.
미술 온라인 플랫폼 아트시(Artsy)의 ‘미술 산업 트렌드 2023’에 따르면 갤러리들은 새로운 작가를 발굴하기 위해 51%가 다른 작가의 추천을, 44%가 인스타그램을 참고한다고 밝혔다. 그만큼 인스타그램은 팔로워 수와 함께 어떤 팔로워인지, 팔로잉하는 이들은 누구인지 관계망을 추적하고 가능성을 모색하기 수월한 매체다.





포토그래퍼 르네 콕스(Renee Cox)의 대규모 사진 작업 ‘The Signing’. 드롭샵의 두 번째 작가 협업 프로젝트다.

미술계의 높은 장벽, 인스타그램으로 뛰어넘을 수 있을까?
미술계에는 높은 장벽이 존재한다. ‘게이트키핑(gatekeeping)’으로 불리는 장벽은 다른 어떤 산업군보다 높고 견고하다. 어디에서 무엇을 전공했는지 밝히는 학력, 인정받는 기관과 공간의 전시 참여 경력, 레지던시와 수상 이력 등이 작가의 가능성과 작품성을 판단하는 데 큰 영향을 준다. 작품 자체만으로 이 장벽을 뛰어넘은 작가는 드물다. 인스타그램을 필두로 한 소셜 네트워크 미디어로 자신의 작품을 알리고 팔로워와 팬층을 두껍게 쌓은 창작자가 이후 주요 공간의 전시에 참여하는 경우도 별로 없다. 이러한 장벽을 문제 삼을 수는 없다. 미술계, 특히 미술 시장, 그중에서도 갤러리와 작가의 관계와 그 커리어는 오랜 기간 유지되기 때문이다. 작가에 대해 연구하고, 이들을 선별해 검증하며 이상적 경력을 쌓아가도록 장기간 협업하는 갤러리의 역할은 미술 시장의 지속 가능성을 위한 필수 요소다.
미술 작품은 여타 저작물과 달리 저작재산권뿐 아니라 저작인격권과 원본성 등이 총체적으로 집합된 창작물이다. 따라서 작품을 구매할 때에는 작가에 대한 리서치 외에 갤러리나 딜러의 명성과 평판도 살펴봐야 한다. SNS를 통해 작가와 컬렉터의 직거래가 수월해지면서 중개자인 갤러리의 역할이 축소될 것이라는 이슈가 있었지만, 작품을 구매하고, 작가의 활동과 경력을 지원하기 위해 펼치는 갤러리의 전략과 역할은 여전히 중요하다.
때때로 인스타그램에서 가볍고 자극적인 판매 현장이나 완판 소식을 보노라면 한숨이 나오기도 하지만, 작품을 판매해 생계를 유지하고 새로운 작품을 제작하는 것은 작가와 미술계를 위해 중요한 일이다. 하지만 더 중요한 것은 작가의 일생에 걸친 활동에 개인전과 비엔날레, 주요 기획전 참여, 주요 기관과 개인 컬렉터 컬렉션, 주요 레지던시와 수상 제도 참여 등을 기본값으로 세팅하고, 작품 판매 방향을 함께 설정해야 한다는 점이다. 인플루언서가 되기 위해 콘텐츠가 중요하듯, 작가에게 가장 중요한 것은 작품과 그 방향성이다. 인스타그램을 비롯한 온라인을 자신의 작품 아카이빙과 전시 소식 홍보를 위한 네트워킹 채널로 활용하되, 작업에 집중하고, 작품을 노출하는 데에도 전략을 세우고 기획력을 발휘해 활용한다면 이보다 좋은 매체도 없을 것이다. 미술을 향유하는 통로로 인스타그램을 활용하는 개인 애호가와 컬렉터 역시 이러한 기준으로 작가들의 계정을 다시 한번 살펴보면 어떨까.





롭 프루이트(Rob Pruitt)의 ‘Hoarfrost Pandas A’. 총 8점의 판다 프린트를 각각 30점 에디션으로 발매했다.

뱅크시(@banksy) 미술 시장을 움직이는 주요 아티스트, 기관, 플랫폼의 인스타그램 팔로워 수 1235만
프리즈(@friezeofficial) 112만
가고시안 갤러리(@gagosian) 161만
아방아르테(@avant.arte) 270만
소더비(@sothebys) 188만
테이트 미술관(@tate) 435만
사치 갤러리(@saatch_gallery) 231만
MoMA(@themuseumofmodernart) 585만
아트시(@artsy) 174만
아트 바젤(@artbasel) 247만
KAWS(@kaws) 450만
무라카미 다카시(@takashipom) 258만

 

에디터 정규영(ky.chung@noblesse.com)
이경민(미팅룸 미술시장 연구팀 디렉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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