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own to Earth, 그리고 내일의 태양 - 노블레스닷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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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24-04-08

Down to Earth, 그리고 내일의 태양

6년 만에 발표한 솔로 앨범 Down to Earth의 재킷에 태양이 가족, 더블랙레이블 식구들과 함께한 인물화가 실렸다

〈Down to Earth〉 바이닐 앨범. Artwork: MADSAKI, Down to Earth, Acrylic Paint, Aerosol on Canvas, 140×140cm, 2023. ©2023 MADSAKI / Kaikai Kiki Co., Ltd. All rights reserved. Courtesy of Perrotin.

그만의 고유한 그루브와 부드러우면서도 강렬한 보컬이 매력적인 아티스트 태양은 어린 나이에 데뷔해 지금까지 그룹 및 솔로 작업을 통해 수많은 앨범을 발표하며 활발히 활동해왔다. 그가 이제 그간 이어온 삶의 여정에서 다른 세상으로 시선을 확장한 것일까? 6년 만에 발표한 솔로 앨범 〈Down to Earth〉의 바이닐(LP) 앨범 재킷에는 태양이 가족, 더블랙레이블 식구들과 함께한 인물화가 실렸다. 매드사키가 작업한 이 작품들은 페로탕 서울의 〈Zero, Ten〉전으로 이어졌고, 전시가 끝난 후 이 프로젝트의 의미에 대해 태양과 이야기를 나누었다.





View of the Group Exhibition 〈Zero, Ten〉 at Perrotin Seoul, 2023. Photo by Hwang Jungwook.©MADSAKI / Kaikai Kiki Co., Ltd. All rights reserved. Courtesy of Perrotin.

〈Down to Earth〉 바이닐 앨범에 네오팝 아티스트 매드사키가 그린 커버를 더해 작품이 탄생했어요. 매드사키에게 협업을 제안하는 아이디어는 언제, 어떻게 떠올랐나요? 이번 앨범은 제가 그동안 사람들과 맺어온 관계의 결과물이라고 생각합니다. 그래서 저와 가까운 아티스트와 협업하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고, 바로 떠오른 아티스트가 매드사키였습니다. 앨범을 기획한 2021년, 마침 매드사키가 하와이에서 풍경을 그릴 때였는데, ‘Down to Earth’ 콘셉트와 매우 잘 어울릴 거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매드사키와는 2017년 만난 후 서로의 작업에 대해 자주 소통하며 지냈습니다. 이번에도 제 싱글 앨범 〈VIBE〉에 대한 감상을 나누다가 자연스럽게 협업을 제안했는데, 바로 “Can’t wait”라고 말하며 흔쾌히 수락했습니다.

앨범 커버 이미지엔 수록곡 전반을 관통하는 메시지가 함축되어 있죠. 작품의 모티브가 된 사진들은 어떻게 선정하셨나요? 그리고 실제 작품이 전시로 연결된 과정도 궁금합니다. ‘Down to Earth’는 ‘초심으로 돌아가다’, 즉 ‘겸손함’을 뜻하는 말이에요. 이러한 중심 메시지와 함께 저와 관계된 사람들이 앨범에 담겼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전하자 매드사키가 좋은 아이디어라고 동의했습니다. 이후 제가 단독으로 낸 앨범 커버 사진을 먼저 보내고 앨범 재킷 안에 들어갈 이미지를 위해 더블랙레이블 식구들 그리고 가족과 함께 촬영한 사진을 보냈어요. 그리고 작업을 진행하며 이 작품들을 오프라인 공간에서 전시하면 뜻깊겠다고 생각했는데, 마침 페로탕 서울에서 〈Zero, Ten〉전을 기획해 그 전시에 참여할 수 있었습니다. 이 모든 과정이 저에게는 마치 기적과도 같았습니다.

〈Zero, Ten〉은 기존 회화의 관습과 규범을 무너뜨리고 기본으로 돌아간다는 의미의 ‘0’, 그리고 완전함을 상징하는 숫자 ‘10’을 결합했습니다. 〈Down to Earth〉와 어떤 의미의 연결점 같은 게 있을까요? 〈Zero, Ten〉이 의미하는 것과 〈Down to Earth〉에서 말하고자 한 내용은 본질적으로 똑같다고 봐도 될 것 같습니다. ‘기본으로 돌아가 완전해지다’라는 뜻입니다. 이번 앨범을 낸 후 예전의 저와는 또 다른 모습으로 다시 시작하게 되는 거죠. 여기서 시작이란 제 위치와 역할에 맞는 시작을 의미하기에 보다 복합적으로 생각해야 한다고 느낍니다. 이번에 큰 메시지를 전달했으니, 이후에는 제 생각의 편린들에 집중해 작업하게 될 것 같습니다.

전시장에 흐른 음악 플레이리스트를 직접 만드셨어요. 프린스의 〈Purple Rain〉 수록곡 ‘I Would Die 4 U’로 시작해 스티비 원더의 〈Down to Earth〉로 끝나는 리스트예요. 이 리스트를 만든 동기는 무엇인가요? 그 플레이리스트는 제가 이번 앨범을 만들 때 가장 많이 들은 곡들입니다. 저도 그와 같은 감성으로 음악을 만들고 싶어 연구한 곡들을 취합해서 플레이리스트를 만들었습니다. 그 전시에 제 앨범에 관한 작품이 전시되어 있으니 그 작품들을 제 방식으로 설명하고 싶었고, 제가 이번 앨범을 만들며 느낀 감정을 관람객과 공유했으면 했습니다. 그리고 같은 시기에 매드사키의 〈This Used to be My Playground〉전이 도쿄 카이카이키키에서 열렸는데, 전시작 중 플레이리스트의 첫 곡이 수록된 〈Purple Rain〉 앨범 재킷을 그린 작품이 있어 그 또한 인상적이었습니다.





MADSAKI, Andy Warhol Flowers in Yellows, Acrylic Paint, Aerosol on Canvas, 100x100cm, 2018. ©2018 MADSAKI/Kaikai Kiki Co., Ltd. All rights reserved. Courtesy of Perrotin.





View of the Group Exhibition 〈Zero, Ten〉 at Perrotin Seoul, 2023. Photo by Hwang Jungwook. ©MADSAKI / Kaikai Kiki Co., Ltd. All rights reserved. Courtesy of Perrotin.

이번 전시 작품에서 아티스트 태양은 다른 아티스트에게 영감을 주었어요. 〈Zero, Ten〉전 오프닝 현장에서 두 아티스트가 공유하는 에너지가 너무 좋아 보였습니다. 어떤 대화를 나누셨나요? 앨범을 준비하며 매드사키와 함께 작업하고 싶다는 것은 제 상상 속 플랜이었는데, 그 모든 과정이 순조롭게 진행돼 현실이 된 것이 저에게는 꿈만 같습니다. 갤러리와 소속사에서 많은 노력을 해주셔서 성사될 수 있었습니다. 저는 작업 과정에서 매드사키가 이 프로젝트를 위해 많은 시간을 쓰고 집중한다는 것을 느낄 수 있었습니다. 그래서 이 프로젝트의 플랜과 과정은 물론 전시로 마무리할 수 있는 것 자체가 큰 축복이라고 생각한다는 말을 매드사키에게 전했고, 그는 이런 중요한 프로젝트에 함께할 수 있게 해줘 너무 고맙다는 훈훈한 답변을 들려주었습니다.

매드사키가 그린 작품 3점은 태양이라는 인물을 이루는 세 가지 역할을 모티브로 했죠. 한 인간, 남편이자 아버지 그리고 크루 속 태양은 각각 어떤 얼굴을 가졌나요? ‘Down to Earth’의 의미는 세상을 살아가는 한 인간으로서 제 모습에 있습니다. 앨범 커버를 촬영한 곳이 캘리포니아인데, 그곳에 일부러 연출한 것처럼 큰 고목이 쓰러져 있었습니다. 수십 년을 그 자리에 있었을 고목을 바라보며 떠오른 생각은 〈Down to Earth〉의 타이틀곡 ‘나의 마음에(Seed)’에 표현한 것과 연결됩니다. 비교적 어린 나이에 많은 것을 이루었지만, 이제 다시 씨앗이 되어 거듭나야 한다고 생각하며 겸손한 마음으로 새로운 시작을 맞이하고, 건강한 나무로 저를 키워내고 싶습니다. 그다음은 저에게 가족이 생기면서 주어진 역할이죠. 지금까지는 오직 저만을 위한 삶을 살았기에 사랑하는 존재를 위해 변화하는 것이 굉장히 어려웠습니다. 내가 주인공이 아니라 한 걸음 뒤에서 지켜주는 역할을 배웠어요. 인생에서 성숙함을 갖춰야 하는 시기가 있는데, 그건 혼자만의 노력으로 이룰 수 있는 건 아닌 듯합니다. 그 역할과 자리가 주어졌을 때 비로소 알게 되는 것이 있는데, 그게 굉장히 놀랍습니다. 이번 전시 작품의 제목을 정할 때 매드사키가 제게 의견을 구했어요. 그래서 가족을 그린 작품에는 앨범을 만들 때 가장 마음에 와 닿은 성경 구절이 담긴 ‘이사야 60:1’을 붙였습니다. 그리고 더블랙레이블 안의 저는 음악인으로서 현재 위치와 그에 따른 역할에 대한 깊은 고민을 이후 활동에 녹여내겠다는 다짐을 하고 있습니다. 지금까지 배우고 이룬 것에 머무르지 않고 이를 토대로 다시 새롭게 만들어감으로써 순수한 음악 활동을 하며 좋은 관계를 이어갈 후배들이 생겼을 때 그들의 롤모델이 되어주고 싶습니다.

미술과 음악은 태양의 삶에 각각 어떤 의미인가요? 음악과 미술 모두 저에게 긍정적 영향을 줍니다. 저는 음악에서 대부분 영감을 얻었고, 그것이 지금의 저를 만들었죠. 좋아하는 음악가의 삶까지 들여다보고 저와의 연결점을 찾으려고 노력합니다. 그래야 저도 이 길을 온전히 걸어갈 수 있을 거라고 생각합니다. 한편 미술가의 시각적 표현은 제 시야를 넓혀줍니다. 작가의 영감이 화풍으로 발현된 것을 보면 제가 음악으로 표현하는 것과의 유사점이나 차별점을 발견할 수 있습니다. 그러면 한 장르에서만 답을 찾을 때의 답답함이 해소되기도 합니다. 저는 이미 무대 위나 음악 안에서 누구보다 자유롭지만, 이 자유라는 것에도 다양함이 존재하는 것 같습니다. 나와 맞는 것을 끊임없이 고민하다 보니 음악을 넘어 더 다양한 삶을 통해 나름의 해답을 찾게 된 거죠. 저에게는 그것이 미술입니다.

일정 중 시간이 허락하면 미술관이나 갤러리 전시를 관람하시는지? 혹은 비엔날레나 아트 페어를 관람하기 위해 여행을 하시기도 하는지 궁금합니다. 여행을 하게 되면 일정을 짤 때 그 주변에서 열리는 전시를 꼭 확인하고, 시간이 허락하면 찾아갑니다. 경험상 아직까지 저에게는 미술관이 제일 좋은 것 같습니다. 작가의 색채를 다양하게 담아낸 곳에서 작품을 봐야 무엇을 이야기하는지 쉽게 이해할 수 있으니까요. 비엔날레나 아트 페어는 미술관이나 갤러리와는 또 다른 영역이라고 생각합니다. 아직 방문해본 적은 없지만 언젠가 꼭 경험해보고 싶다는 생각은 항상 하고 있습니다. 저도 작품을 구입하긴 하지만, 아직 컬렉터보다는 어프리시에이터(appreciator)라는 표현이 더 맞는 것 같습니다. 작가와 공감대를 만들고 영감을 나누는 경험이 저에게는 소중하고, 이를 통해 자연스럽게 발현되는 것이 있다면 그것에 감사하는 사람이 저인 것 같습니다.





〈Down to Earth〉 바이닐 앨범. THEBLACKLABEL 제공 ©2024 THEBLACKLABEL INC. Warning : All rights reserved. Unauthorized commercial use or publication is prohibited.

 

에디터 박수전(soojeunp@noblesse.com)
사진 더블랙레이블, 페로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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