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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24-02-16

A VERY LUCKY MAN

아티스트 제프 쿤스의 반짝이는 세상을 더 화려하고 굳건하게 만드는 것에 대하여.

‘세상에서 가장 비싼 작가’, ‘포스트모던 키치의 왕’ 등 다양한 수식어로 소개되는 제프 쿤스(Jeff Koons). 예술에 조금이라도 관심 있는 이에겐 아이돌 스타 못지않게 유명한 이름이다. 1980년대 진공청소기와 농구공을 미술관에 전시하고, 마이클 잭슨·뽀빠이 같은 대중문화 아이콘을 작품에 끌어들이며 아트 신에 이름을 각인시킨 그는 꾸준히 파격적 행보를 보였다. 성관계하는 자신의 모습을 사진과 조각으로 표현한 ‘Made in Heaven’ 시리즈로 논란을 일으키는가 하면, 화분 2만 개로 장식한 높이 13m의 강아지 조각상 ‘Puppy’로 동심을 자극하며 대중의 마음을 흔들기도 했다. 뉴욕 첼시에 위치한 500여 평 규모의 아트 팩토리에서 100여 명의 파트너를 진두지휘하며 작업하는 제프 쿤스는 일상의 사물을 더 크고 빛나는, 초현실적 버전으로 변화시키는 마성의 작업을 전개 중이다. 긴 풍선으로 만든 강아지와 꽃 등을 거대한 스테인리스스틸 조각으로 구현한 ‘Celebration’ 시리즈, 석고상과 오일 페인팅에 반짝이는 푸른 공을 더한 ‘Gazing Ball’ 시리즈 등이 대표작. 이 외에도 BMW·루이 비통 등 여러 브랜드와 협업하는 것은 물론 팬 미팅과 사인회를 개최하고, 작품 앞에서 독특한 포즈로 인증샷을 남기는 등 대중에게 적극적으로 자신을 어필하고 있다.
미국 펜실베이니아주 요크에서 살바도르 달리를 동경하며 예술가를 꿈꾸던 소년은 자본주의 속 상업 예술, 대중문화, 성 상품화 같은 키워드를 자유자재로 다루며 마르셀 뒤샹·앤디 워홀의 뒤를 잇는 21세기에 가장 영향력 있는 아티스트 중 한 명이 됐다. 2019년에는 1986년 작 ‘Rabbit’이 미국 크리스티 경매에서 9110만 달러(약 1100억 원)에 낙찰되며 가장 비싸게 팔린 작품을 만든 현존 작가라는 타이틀을 얻었다. 하지만 안주하지 않고 여전히 호기심을 자극하고 마음을 흔드는 작업을 찾아 열정적으로 도전하고 있다. 일반적 통념을 깨고 세상에 없는 기준을 만드는 쉽지 않은 일을 게임하듯 경쾌하게 풀어나가는 그의 사전에 불가능이란 단어는 없어 보인다. 최근 진행 중인 주요 프로젝트에서도 이런 면모를 확인할 수 있다. 먼저 ‘Jeff Koons: Moon Phases’는 달에서 영감받아 제작한 미니어처 조각 125점을 우주로 쏘아 올리는 프로젝트. 작품은 플로리다 케네디 우주 센터에서 우주선에 태워 달을 향해 발사하고, 관련 디지털 이미지는 NFT로 발행해 페이스 갤러리를 통해 판매한다. 또 하나의 프로젝트 ‘오르펜트 해운대’는 한국에서 전개하는 대규모 협업으로, 예술과 접목한 최고급 주거 시설에 작품을 배치해 아트 라이프의 새로운 기준을 제시할 예정이다. 이처럼 각종 전시와 협업으로 종횡무진 세계를 누비며 남다른 스케일의 프로젝트를 이뤄내는 그의 상상력과 추진력은 어디에서 비롯되는 걸까. 오르펜트 해운대 프로젝트를 위해 한국을 찾은 제프 쿤스를 만나 이야기를 들어봤다.





‘Gazing Ball(da Vinci Mona Lisa)’, 2015 © Jeff Koons, Photo: Tom Powel Imaging, Courtesy Gagosian
‘Balloon Dog(Orange)’, 1994-2000 © Jeff Koons, Photo: Tom Powel Imaging, Courtesy Mnuchin Galler
‘Seated Ballerina’, 2010-2015 © Jeff Koons, Photo: Fredrik Nilsen, Courtesy Gagosian
‘Rabbit’, 1986 © Jeff Koons


오랜만에 한국에 왔어요. 이번엔 부산에 다녀왔다고요. 18년 전 리움미술관이 ‘Smooth Egg with Bow’ 작업을 의뢰했을 때 한국에 처음 왔어요. 이후 신세계백화점, 인천 파라다이스 아트 스페이스 등에 작품을 설치할 때마다 방문했죠. 한국은 올 때마다 정말 특별하다는 것을 느낍니다. 자연, 도시, 문화, 예술 등 모든 것이 매력적이거든요. 이번에는 오르펜트 해운대 프로젝트를 위해 처음으로 부산에 다녀왔어요. 직접 가서 보고 느낀 것을 토대로 작품을 구상하려고 일부러 아무것도 미리 생각하지 않았는데, 많은 영감을 얻었습니다. 바다, 모래사장, 상점, 고층 빌딩 등이 어우러진 해운대와 부산 풍경을 보니 다양한 아이디어가 떠오르더군요. 돌아가면 곧바로 아이디어를 구현할 여러 방법을 모색할 생각입니다. 오르펜트와 부산은 물론 한국 전반, 더 나아가 세계적으로도 아주 의미 있고 중요한 작품을 만들고 싶습니다.
오르펜트 해운대는 예술과 접목한 최고급 주거 시설을 표방하는데요. 협업을 결심한 결정적 계기는 무엇인가요? 지난해 봄, 오르펜트 해운대 측에서 뉴욕에 들러 건축가 장미셸 빌모트(Jean- Michel wilmotte)와 함께 진행 중인 프로젝트를 소개했어요. 건축물 그 자체가 하나의 조각 작품 같더군요. 아름다운 형태, 정제된 구조 등 모든 요소가 매력적이었어요. 이런 건축물에 AI와 로보틱스 등 최첨단 기술을 통합해 차세대 스마트 홈을 구축하려는 계획도 흥미로웠고요. 이곳에 예술을 접목하는 것이 그들의 과제였습니다. 다양한 아티스트와 협업을 거쳐 여러 작품을 제작하는 것은 물론, 작품을 보관하거나 전시하는 별도 시설을 마련해 예술을 즐기고 감상하는 삶의 방식을 제안하려는 계획이었죠. 기대감과 함께 호기심이 생기더군요. 프로젝트의 콘셉트부터 구성 요소, 디테일, 디자인 등 모든 것의 조화가 세련된 데다 완성도가 높다고 느꼈습니다.
당신에게 ‘집’이란 무엇인가요? 최고급을 지향하는 집이 갖춰야 할 조건에 대한 의견도 궁금합니다. 우리 집은 평범한 소시민 가정이었지만, 예술 덕분에 내 인생에 휴머니티와 미적 감각을 채울 수 있었어요. 인테리어 디자이너였던 아버지에게 많은 것을 배웠는데 특히 색상이나 질감, 재료의 품질, 원단, 가구, 건축 등이 자신의 감정과 세상을 보는 방식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 알게 됐죠. 최고급을 지향하는 집이라면 새롭고 독특한 경험을 통해 이런 감각의 층위를 확장해줄 수 있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일반적으로 접하기 어려운 매우 특별하고 수준 높은 경험을 다채롭게 제공해 지금껏 알지 못했던 새로운 삶의 방식으로 이끄는 거죠.
공공 미술 작품처럼 대중을 위한 예술 작품을 구상할 때와 한정된 소수를 대상으로 작업할 때, 마음가짐이나 작업 방식에 차이점이 있을까요? 아니, 다르지 않아요. 적어도 내겐 두 작업이 같습니다. 예를 들어 누군가가 내게 “감자칩 공장을 위해 큰 감자칩 모양 작품을 만들어줄래요?” 하고 요청하면 수락하지 않을 것입니다. 원하는 형태를 만들어내는 것은 내게 어울리지 않거든요. 하지만 만약 누군가 감자칩 공장을 지었는데 그 앞에 예술 작품이 필요하다고 말한다면, 현장에 직접 가본 뒤 이유를 들어보고 직관적으로 작업을 결정할 것입니다. 작품이 감자칩 모양일 수도, 전혀 관련 없는 다른 형태일 수도 있지만 그것이 아티스트로서 내가 할 수 있는 유일한 행동이죠. 예술에서 중요한 것은 오직 아티스트의 아이디어입니다. 대상이나 콘셉트는 작업에서 고려 대상이 아니라고 생각해요.





위쪽 ‘Puppy’, 1992 © Jeff Koons, Photo: Dieter Scherdtle, Kassel
아래쪽 ‘Ushering in Banality’, 1988 © Jeff Koons, Photo: Schaub/Hoffner, Cologne, © TASCHEN GmbH

‘포스트모던 키치의 왕’, ‘세계에서 가장 비싼 작가’ 등 많은 수식어로 소개되곤 합니다. 당신이 생각하는, 자신을 가장 잘 설명하는 표현은 무엇인가요? ‘아주 운이 좋은 사람(A very lucky man)’. 가족의 사랑을 경험할 수 있었고, 인생에서 나를 이끌어주는 삶의 멘토를 만날 수 있었기에 정말 운이 좋았다고 생각해요. 어린 시절, 그들 덕분에 당시의 나를 뛰어넘어 더 나은 사람이 될 수 있다는 것을 깨달았고, 인생에 큰 기대감과 흥미를 느끼게 되었어요. 자신을 인지하고 받아들이면 주변 사람과 세상에 마음을 열 수 있습니다. 다른 사람을 인정하는 방법을 배우는 거죠. 이 과정을 통해 자아의 가능성을 탐험하며 커뮤니티의 일부가 되고, 나아가 다른 이와 일체감을 느낄 때 정말 즐겁습니다.
자본시장에서 예술의 새로운 영역을 구축했죠. 당신의 작품이 세상에서 가장 비싸게 팔리는 이유는 무엇이라고 생각하나요? 사실 젊은 아티스트일 때도, 지금도 ‘잘 팔리는 작품’에 대해 생각해본 적이 없습니다. 물론 작품을 판매해 작업을 이어갈 수 있는 환경은 가장 이상적이죠. 이런 점에서 예술가들이 자신의 작품으로 생계를 꾸려나갈 수 있는 시대에 살고 있는 건 정말 행운이라고 생각해요. 작업할 땐 항상 사람들에게 지적이면서 도덕적 가치가 있는, 진정성 있는 작품을 만들면 경제적 상황은 저절로 해결될 것이라는 믿음이 있었어요. 오랜 시간 나와 예술의 관계, 세상을 향한 관대함 등에 대한 개인적 신념을 꾸준히 유지하려 노력해왔고, 그것을 작품에 담고자 했어요. 이제는 상당히 많은 사람이 내가 이런 작업을 이어가길 원한다고 느낍니다.
다양한 프로젝트를 전개할 때 당신을 열정적으로 움직이게 하는 가장 큰 요소가 궁금합니다. 예술의 역할과 방식, 공동체의 상호작용 등에 대해 이야기 나누는 것을 좋아해요. 의견을 주고받으며 생각의 폭을 확장하는 경험이야말로 인생에서 가장 보람 있는 일이라고 생각하거든요. 대화는 나를 일깨우고, 새로운 시도를 하게 만드는 동력입니다. 작품을 통해 대화를 나누고 사람들이 서로 연결돼 하나의 커뮤니티가 형성되는 것 역시 내게는 매우 중요합니다.
평소 무엇을 보며 즐거움을 찾고, 어떤 것에서 영감을 얻나요? 일상에서 경험하거나 주변을 관찰하는 것을 좋아해요. 단순한 것을 사랑하고, 매일 쓰는 물건에서 아름다움을 찾는 것을 즐깁니다. 그 물건과 대화를 시도하기도 하죠. 나는 작업할 때 항상 사라지거나 일반적으로 간과될 수 있는 것을 강조해요. 방구석에 굴러다니는 장난감이나 피겨, 생일을 축하하는 꽃과 풍선, 부활절 달걀, 앞마당에 놓인 공 같은 것에 주목하죠. 이런 물건들은 인간을 은유하는 것 같거든요. 나를 둘러싼 주변 세상을 애정 있게 바라보고 더 상세히 알아가다 보면 스스로도 변화할 수 있다고 봅니다.
어떤 제약도 없다는 전제 아래 한 번쯤 해보고 싶은 작업이나 프로젝트가 있다면요? 작업은 아니지만, 매 순간 충실하게 살아가는 것에 대해 말하고 싶네요. 사실 삶의 모든 순간은 우리가 스스로 만든 걱정과 한계 외에는 어떠한 제약도 없잖아요. 우리의 의식과 존재가 지닌 기회를 최대한 활용하고, 진정한 경험을 위해 노력하면 무한한 가능성을 펼칠 수 있을 거라고 믿습니다.

 

에디터 김수진(jin@noblesse.com)
사진 김제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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