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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23-09-21

과거와 현재를 잇는 소리

발베니 메이커스 캠페인의 세 번째 주인공은 해금 제작 기술이 탁월한 조준석 장인이다.

위쪽 하림과 조준석 장인.
아래왼쪽 정통 수제 싱글몰트 위스키 발베니 30년.
아래오른쪽 해금을 제작하고 있는 조준석 장인.

하림 조준석 장인님은 여러 국악기를 만든다고 들었습니다. 주로 어떤 악기를 다루시나요? 조준석 가야금, 거문고, 해금, 대금, 아쟁… 못 만드는 현악기가 없죠. 그중 특히 가야금과 해금 제작에 능합니다.
하림 해금에 대한 이야기를 더 듣고 싶습니다. 다른 악기보다 유독 해금을 많이 제작하시는 이유가 있나요? 조준석 전통악기는 크게 현악기와 관악기로 나뉩니다. 제 스승님은 현악기를 제작하던 분이라 저도 자연스럽게 해금과 가까워졌죠. 만들수록 해금 줄에서 나는 소리가 좋았습니다.
하림 언제부터 이 일을 시작하셨나요? 조준석 1977년 중학교를 졸업하자마자 상경해 넷째 형이 운영하는 국악기 제작사에서 일하며 기술을 배웠습니다. 40년이 넘었네요.
하림 정말 오랜 세월이네요. 그럼 언제 독립하신 건가요? 조준석 1985년에 독립해 남도국악사를 열었어요. 다들 제가 만든 악기 소리가 청아하다고 하더군요. 없어서 못 팔 정도였답니다.(웃음)
하림 처음 이 일을 시작할 때부터 지금까지 힘들거나 포기하고 싶은 순간도 있었을 텐데요. 조준석 포기는 생각도 못 했어요. 악기에 미쳐 있었거든요. 하나를 만들면 또 하나를 만들고 싶고… 오히려 힘든 순간이라면 초반에 가난해서 재료를 구입하지 못한 거예요. 한이 맺혔는지, 지금은 재료를 보물처럼 쌓아놓고 있습니다. 앞으로 100년은 거뜬히 만들 수 있을 것입니다.
하림 남다른 해금 제작 방법이 있다고 들었습니다. 조준석 해금 소리나 크기 등 기존 한계를 넘어서기 위해 공부하던 차에 옛 문헌에서 황토를 발라 해금을 만들었다는 기록을 발견했어요. 20년 동안 연구하고 도전해 황토 바른 해금을 성공적으로 만들었죠. 누구도 따라 하지 못하는 저만의 노하우예요.
하림 황토를 바른 것과 그렇지 않은 해금의 차이가 궁금하네요. 조준석 당연히 소리가 더 좋기도 하지만, 해금을 100년 이상 유지할 수 있어요. 저는 악기를 제작할 때 100년을 바라보고 만듭니다.
하림 100년을 바라본다니, 인상 깊은 말이네요. 악기의 수명 외에도 중요하게 생각하는 것이 있다면요? 조준석 해금을 제작할 때 대나무 뿌리를 채취한 뒤 건조하는 과정이 매우 중요합니다. 3년간 뿌리를 자연 건조한 다음 울림통 위아래를 어디로 정하는지, 또 동서남북 어느 쪽으로 구멍을 뚫는지에 따라 소리도 천차만별이에요. 말 그대로 해금에 미쳐 살다 보니 이런 세세한 부분을 깨닫게 되었죠.
하림 오랜 연구 결과물을 이렇게 공개해도 되는 건가요? 조준석 그럼요. 제 해금을 세상에 널리 알리고 싶어요. 저만의 비법을 알려준다는 게 쉬운 일은 아니지만, 돈 욕심보다는 모두가 함께 해금을 연구할 수 있으면 좋겠어요.
하림 해금 사랑이 대단하신 것 같습니다. 참, 복원 사업도 진행하신다고요. 조준석 맞습니다. 1997년 한 뉴스를 보고 나선 것이 시작입니다. 당시 국립광주박물관에서 기원전 1세기경 철기시대 유적 분포지인 광주 신창동 유적에서 절반만 남은 해금 울림통을 발굴했다는 거예요. 소식을 듣고 겁 없이 도전했다가 좌절하기도 하고, 비판도 받았어요.
물론 시간이 지난 뒤 비판하던 이에게도 인정받긴 했지만요. 이듬해에는 고구려 요고(작은 북), 또 거문고 파편으로 탁본을 뜬 후 복원한 거문고, 신라 때부터 사용한 향비파 등도 작업했습니다.
하림 고대 악기 복원 기술 일인자로 자리매김하기 위해 부단히 노력하셨을 것 같아요. 참, 악기를 제작할 때 이력서를 만든다는 이야기를 들었습니다. 악기 이력서라니, 색다르네요. 조준석 악기마다 각각 이력서를 만듭니다. 재료 채취, 제작 과정 등 모든 것을 알 때 비로소 연주자가 혼을 담을 수 있다고 믿거든요. 제가 어떻게 만들었는지 이력도 함께 적는 거죠.
하림 그러면 후대에 복원할 때 이력서를 보며 참고하기도 좋겠네요. 신뢰도 높아지고, 더 열심히 연주하고 싶을 것 같아요. 선생님의 악기를 구입한 사람 중 기억에 남는 분이 있나요? 조준석 너무 많은 이에게 감동받아서 한 명만 꼽기가 어렵네요. 유명한 사람보다는 열과 성을 다해 혼을 쏟아붓듯 연주하는 이들이 기억에 남습니다.
하림 선생님 역시 혼을 담아 악기를 만드는 장인이라고 생각합니다. 마지막으로 발베니 메이커스 캠페인의 공식 질문입니다. 선생님에게 장인정신이란 무엇일까요? 조준석 부지런함 그 이상은 없습니다. 집중력보다 중요한 것이고, 부지런한 사람에게는 당할 자가 없죠. 부지런히 이 길을 걸어가는 것. 그것이 장인정신이라고 생각해요. 제자들에게도 늘 이야기하죠. 말 한마디에 열 가지 이상 행동하는 사람이 장인이 된다고. 40년 넘은 지금에야 눈뜨게 되었습니다. 이제야 제대로 배우는 것 같아요. 신에게 ‘왜 이런 기회를 이제야 주십니까’ 하며 이른 새벽부터 일을 시작해요. 오히려 예전보다 더 열심히, 부지런히.






수작업 방식을 고수해 생산하는 발베니 30년과 조준석 장인의 해금.
해금을 제작하고 있는 조준석 장인.


*경고: 지나친 음주는 뇌졸중, 기억력 손상이나 치매를 유발합니다. 임신 중 음주는 기형아 출생 위험을 높입니다.

 

에디터 김혜원(haewon@noblesse.com)
사진 김민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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