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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22-06-30

경계를 넘어서

사회 모순을 우아하게 혹은 섬세하게 지적하는 것으로 깊은 울림을 줄 수 있다는 걸 증명하는 자오자오의 예술 세계.

자오자오
1984년 중국 신장에서 태어났다. 2003년 신장 예술학원을 졸업한 뒤 베이징 영화학원에 진학했다. 중학생 시절부터 6년 동안 가을 면화 수확 노동에 참여해야 한 성장 배경은 그의 예술 세계에 큰 영향을 미쳤다. 그의 작업은 이데올로기에 맞서는 반중 체제와 개인의 자유의지를 주장하는 데 방점이 찍혀 있다. 2019년 AAC(Award of Art China) 올해의 아티스트로 선정되었다.





Spread, Mixed media, cotton, 150×150×18cm, 2021

‘제2의 아이웨이웨이’라 불리는 작가 자오자오. 그를 둘러싼 수식어만 봐도 예상할 수 있는 것처럼 자오자오의 작업은 중국 정부 시스템에 의문을 제기하고, 눈에 보이는 현상 뒤에 숨은 진실을 끄집어내는 데 의의가 있다. 자세히 알고 나면 자오자오의 작업은 꽤 도발적이지만, 표면만 놓고 본다면 그 내용을 쉬이 알 수 없다. 추측하건대 이는 자신의 거친 목소리를 필터링해 현실을 피해 가는 한 방법이리라. 또 자오자오는 여느 반사회적 작가와 달리 루이 비통과 협업해 화제가 되기도 했다. 이는 사회 모순을 이야기하는 방식이 모순적으로 다가오는 대목이기도 하다. 이처럼 경계에 서 있는 듯한 자오자오에게 그의 예술 세계를 물었다.





Taklamakan Project, 2016





Toothpick, 70×1.5mm(32 pieces), 2007. 32 toothpicks made from a broken piece of wood from Ai Weiwei’s installation <Fragment>.
Site: Basel, Switzerland, Beijing

탕 컨템포러리 아트 서울 스페이스 첫 번째 전시의 주인공이에요. 이와 관련해 소감 한 말씀 부탁드립니다.
서울에 처음 문을 연 탕 컨템포러리 아트(Tang Contemporary Art) 개관전 작가로 이름을 올리게 돼 영광입니다. 최근 몇 년 동안 한국 현대미술은 활기를 되찾았어요. 그 결과 한국 현대미술 시장은 아시아를 넘어 전 세계의 이목을 집중시키고 있습니다. 코로나19 확산으로 개막식에 함께하진 못했지만, 사진과 영상을 통해 한국 관람객의 열기를 느낄 수 있었습니다.
개관전 <Parallel Affinity>에서 최근 몇 년 동안 작업한 작가님의 대표작을 감상할 수 있었는데, 특별히 신경 쓴 부분이 있나요?
면화(cotton)는 제가 어릴 때부터 집중해온 소재입니다. 개인의 감정과 경험을 구체화하는 데 주로 사용했어요. 또 면화는 인류 무역사에서 매우 중요한 상품이기도 합니다. 여기에는 중국과 신장웨이우얼 자치구를 포함해 세계 여러 나라가 연관돼 있거든요. 저에게 면화란 언제 어디서든 다른 지역과 문화에 관한 토론을 촉발하는 매개체라고 할 수 있습니다. 현재 새로운 프로젝트 ‘Cotton Empire’를 준비 중인데, 프로젝트를 일본과 미국, 유럽 등지에서 진행할 예정입니다.
작가님의 어린 시절에 관해 이야기해볼게요. 신장 예술학원에서 회화를 선택한 특별한 이유가 있나요? 그렇게 회화를 공부했음에도 설치, 영화, 조각 등 다양한 매체를 다루는 점이 흥미롭습니다.
저는 고비사막에서 자랐습니다. 그곳에 있는 도시는 고대 유적과 문화유산으로 둘러싸여 있어요. 신장에는 전문 예술대학이 하나밖에 없습니다. 신장 예술학원에서 회화를 공부하기로 결정한 것에 특별한 이유는 없어요. 아마도 운명이었던 것 같아요. 그러다 1990년대 후반 행위예술에 강한 인상을 받았습니다. 당시 다른 중국 작가들은 독일 표현주의와 미국의 개념미술에 빠져 있었지만, 저는 작은 갤러리 안에서 사흘 동안 코요테와 같이 살며 야생동물과 친밀해지는 과정을 담은 요제프 보이스(Joseph Beuys)의 작품 ‘I Like America and America Likes Me’(1974)에 큰 영향을 받았습니다. 그때부터 다양한 매체를 과감하게 사용하기 시작한 것 같아요.
전시장에서 작품을 보고 있으니 요즘 트렌드와는 다른, 예를 들어 인상주의 미술 같은 클래식함이 느껴졌습니다. 다시 말해, 그로테스크함이라든지 파격적인 추상이 안 보인다는 뜻이에요. 신장 예술학원에서 영향을 받은 부분이 있을까요?
신장웨이우얼 자치구의 지정학적 특징 때문인 것 같아요. 신장은 동아시아와 서아시아를 잇는 ‘실크로드’가 통과한, 지리적으로 매우 중요한 지역입니다. 다양한 문화가 축적된 그곳에 간다면, 아마 당신도 저처럼 전통과의 관계를 이어가는 방법을 고민하게 될걸요. 이를 바탕으로 작업할 수 있는 자양분도 얻게 될 것이고요. 개인적으로는 후기 신석기시대를 가리키는 홍산문화(紅山文化)에 관심이 많습니다.
개인적으로 신장웨이우얼 자치구의 현실을 보여준 ‘Taklamakan Project’(2016)가 인상적이었어요. 사회문제를 드러내는 방식이 굉장히 섬세했거든요. 억압받는 소수민족의 현실을 보여주기 위해 한 가정집에서 전원을 공급받은 다음, 타클라마칸사막 한가운데에 현지 맥주를 가득 채운 냉장고를 설치하다니…. 이 프로젝트를 시작하게 된 특별한 계기가 있나요?
‘Taklamakan Project’는 제 고향인 신장 지역을 떠난 뒤 10년 동안 외부인의 시각으로 그곳을 살펴본 결과물이자 고향에 대한 일종의 피드백입니다. 그 작업을 위해 27명으로 구성된 팀이 23일 동안 100km 길이의 케이블을 연결하고, 온종일 전력을 투입했어요. 엄청난 인적·물적·재정적 자원을 소비한 것이지요. 초기 작업 계획, 재원 마련, 지역 주민과의 소통, 케이블을 깔면서 발생한 비상 상황 모두 작품의 일환이라고 보시면 됩니다. 그렇게 탄생한 작품은 10년 동안 축적된 저의 모든 경험과 자원, 의식, 기억을 통합한 행위라고 할 수 있습니다.





The Buddha, Oil on canvas, 180×150cm, 2021





Control, Video, 09:36 min, Edition of 6, 2018





Constellations, Embroidery on silk, 300×200cm (triptych), 2019

앞에서 질문한 ‘다양한 매체’의 연장선 상에 있는 궁금증입니다. ‘Toothpick’(2007), ‘Mouse Droppings’(2010~), ‘Autonomy’(2021)는 단색화와 느낌이 비슷해요. 이러한 작품도 국가 정체성과 전통을 둘러싼 투쟁과 관련이 있나요?
저는 모노크롬 회화에 관심이 많습니다. 모든 것이 동양적 미학과 관련이 있다고 생각해요. 캔버스 위 색채 구성을 생각하지 않고, 주관에 의존하는 방식으로 작품을 발표하면, 마지막에는 작품 자체에 대한 논의로 들어가게 되거든요. 질문에서 언급한 작업은 예술가의 행동을 위한 공간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흰색 면화와 불에 탄 검은색 면화가 공존하는 신작 ‘Spread’(2021)에 관해 자세히 설명해주실 수 있나요?
‘Spread’ 이전에 <White>라는 개인전을 개최했습니다. 면으로 미로를 만들어 개인의 기억에서 약탈의 문명이라는 역사적 주제로 확장했어요. 면화를 둘러싼 역사, 문화, 문명과 약탈, 순수함과 죄, 혼란과 돈 등을 층층이 쌓았습니다. 당시 관람객은 거대한 작품에서 내러티브는 사라지고, 재료와 색상만 남는 경험을 했습니다. 반면, ‘Spread’에선 불붙은 흰색 면화가 검은 재로 변하는 모습을 볼 수 있어요. 손으로 직접 태우는 것은 고대 세계의 심오한 사상과 면의 역사를 말살하는 행위와 같습니다. 시각을 달리하면, 작품의 (불)규칙적 형태는 면화에 새로운 면을 부여한다고 할 수 있습니다.
그러나 그러한 이야기를 작품 표면에 그대로 드러내진 않는 것 같아요.
사실 저는 매우 직접적인 표현을 하고 있다고 생각합니다.(웃음) 다만 숨어 있는 부분은 특별한 은유여야 한다고 봐요. 어떤 관람객은 제 생각을 읽을 수 있을 테고, 어떤 관람객은 읽을 수 없겠지요.
개인 작업 말고 다른 질문을 해볼게요. 어떻게 루이 비통과 협업하게 되었나요? 브랜드 컬래버레이션과 개인 작업은 어떻게 다른가요?
솔직히 말하면, 저는 루이 비통과의 협업을 상업적이라고 생각하지 않아요. 또 다른 창조적 과정으로 볼 뿐입니다. 죽은 고양이 이미지를 통해 인간의 고통과 아름다움, 행복 등을 표현한 ‘In Extremis No.3’(2018)를 ‘카퓌신 백’에 담아냈잖아요. 매체와 분야를 뛰어넘어 이러한 협업은 어떤 형태로든 특별한 의미를 만들어낸다고 생각합니다.
마지막으로, 작가로서 그리고 한 사람으로서 향후 계획이 궁금합니다.
앞으로도 다양한 프로젝트를 기획하고 실행할 겁니다. 현재 창작 활동을 하면서 고대미술과 현대미술을 모두 수집하는 전문 기관에서 일하고 있습니다. 이를 통해 과거와 미래의 가능성에 관한 깊이 있는 탐구를 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어요.

 

에디터 박이현(hyonism@noblesse.com)
사진 제공 탕 컨템포러리 아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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