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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19-12-17

지속 가능한 식탁

올 크리스마스에는 지금껏 존재하지 않던 고기로 스테이크를 만들어보자. 맛있고 건강하기까지 하다.

1 임파서블 푸드에서 출시한 인공 소고기로 만든 다양한 메뉴.
2 비욘드 미트는 다양한 곡물과 식물에서 추출한 단백질로 고기를 만든다.
3 2016년 출시 이후 전 세계적으로 2500만 개 이상 팔린 비욘드 미트의 버거 패티. 국내에서도 구매가 가능하다.

2002년, 제러미 리프킨은 저서 <육식의 종말>에서 21세기 인류가 중단해야 할 주요 과업으로 육식을 꼽았다. 공장식 가축 사육으로부터 오는 막대한 환경적·경제적·윤리적 피해를 나열하며 지구의 생태계와 문명에 해를 끼치는 식생활이라 주장한 것. 그로부터 20여 년이 지났지만 여전히 육식을 즐기고, 지구촌 곳곳은 그로 인해 신음하고 있다. 광우병, 살충제 달걀 파동에 이어 올해 국내에서만 아프리카돼지열병(ASF) 확진 사례가 11건 나왔다. 현재로서는 치료제도, 백신도 없는 탓에 걸릴지 모른다는 이유만으로 돼지를 생매장한다. 이미 19만 마리의 돼지를 살처분한 연천군은 매립지에서 흘러나온 폐수로 토양오염까지 우려된다.
2019년 현재, 세계 식품업계의 가장 뜨거운 이슈는 식물성 대체 식품이다. 또 채식 이야기냐고? 조금은 맞고 조금은 틀리다. 그동안 채식주의자를 대상으로 출시한 콩고기, 비건 치즈가 개인의 신념적 이유였다면 이번 식물성 대체 식품은 공공적 이유에 가깝다. 곡물과 식물에서 단백질을 추출해 만든 식물성 고기, 달걀 등은 공장식 축산으로 인해 생기는 온갖 문제를 말끔히 해소한다. 동물 복지는 물론 질병 문제, 가축으로부터 발생하는 이산화탄소나 배설물도 없어 친환경적이고 지속 가능하기까지 하다. 이 대체 식품이 매력적인 또 다른 이유는 바로 ‘맛’이다. 우리의 위대한 첨단 기술은 기존 콩고기와는 차원이 다른 맛과 식감을 창조했다. 대체 식품으로 얼마든지 건강하고 맛있는 식생활을 영위할 수 있는 시대가 온 것이다. 불과 몇 년 사이 세계 각국의 기업은 너도나도 푸드테크에 투자하기 시작했고, 관련주도 큰 폭으로 상승했다. 런던, 밀라노, 베를린, 뉴욕, 도쿄 등지에서 국제 콘퍼런스도 활발히 열리는 추세. 한국농촌경제연구원은 세계의 대체 식품 시장 규모가 지난해 11조2000억 원에 달하며 2025년까지 연평균 9.5%씩 성장할 것으로 보인다는 연구 결과를 발표했다. 그중에서도 미국은 푸드테크 시장이 가장 활발한 나라다.
비욘드 미트(Beyond Meat)와 임파서블 푸드(Impossible Food)는 대체육 시장의 양대 산맥처럼 자리한다. 비욘드 미트는 콩, 버섯, 호박 등에서 추출한 식물성 단백질로 고기를 만드는데, 특유의 피 맛을 입히기 위해 코코넛 오일과 비트에서 얻은 식물성 헤모글로빈으로 줄줄 흐르는 육즙까지 구현했다. 2016년 출시 이후 2500만 개 이상 팔린 햄버거 패티는 올 3월 동원F&B가 국내에 독점 수입해 헬로네이처, PK마켓 등 시중에서도 구할 수 있는 제품. 호기심에 한 팩 구입해보았다. 코코넛 오일을 함유해 기름을 두르지 않아도 프라이팬이 금세 촉촉해졌다. 모양도 냄새도 영락없는 햄버거 패티다. 약간 으스러졌지만, 훈연 향이 나서 진짜 고기라 해도 믿을 것 같았다.




4 녹두에서 분리한 단백질로 만든 식물성 달걀 저스트 에그. 곧 국내에서도 만날 수 있다.
5 전문가들은 약 20년 후에 우리가 섭취하는 고기 대부분이 대체 육류가 될 것이라 전망한다.

스탠퍼드 대학 생화학과 교수였던 패트릭 브라운이 설립한 임파서블 푸드는 마이크로소프트 창업자 빌 게이츠, 홍콩 청쿵 그룹 리카싱 회장, 페이스북 공동 창업자 더스틴 모스코비치가 투자하면서 업계의 주목을 받았다. 임파서블 푸드는 “고기를 먹어라, 지구를 구해라(Eat Meat, Save Earth)”라고 외친다. 콩, 밀, 감자 전분, 아몬드에서 추출한 식물성 원료로 패티를 만드는데, 같은 양의 일반 소고기 패티를 만들 때보다 물은 75%, 온실가스 배출은 87%나 적게 배출하니 맞는 말이다. 2년 전만 해도 소수의 고급 레스토랑에서나 맛볼 수 있었지만 지금은 1000곳 넘는 레스토랑에서 임파서블 미트를 맛볼 수 있다. 대부분의 대체육은 일반 고기에 비해 영양학적으로도 훌륭하다. 지방과 칼로리 함량은 일반 고기보다 낮고 단백질과 철분 함량은 높아 버거킹이나 던킨 같은 글로벌 식품 기업에서도 이들과 손잡고 시즈널 메뉴를 선보인다. 끝없이 나열할 수 있을 만큼 장점이 많은 이 두 브랜드는 2018년 유엔환경계획(UNEP)이 선정한 ‘지구 환경 대상(Champions of the Earth)’ 과학과 혁신 부문에서 공동 수상하는 영예를 안았다.
뒤이어 실리콘밸리의 라이징 스타로 떠오른 저스트(Just)는 식물성 달걀을 만드는 푸드테크 회사다. 창업자 조시 테트릭은 지저분한 공장식 양계장에서 살충제를 남용해 생산하는 달걀을 보고 충격받아 연구에 돌입했다. 식물학자, 생명공학자, 요리사 등과 함께 지구상에 존재하는 거의 모든 식물 단백질을 분석하고 데이터베이스화해 녹두로부터 단백질을 분리해 저스트 에그를 출시했다. 모양도, 식감도, 맛도 달걀 같은 이 제품은 곧 한국 진출을 앞두고 있다. 버섯과 콩을 원료로 인공 돼지고기를 만드는 홍콩의 스타트업 옴니포크(Omnipork)는 아시아인의 입맛에 맞는 대체육을 개발했다. 돼지고기 소비가 많은 중국 문화권에서 큰 반향을 불러일으키며 지난 6월부터 소매점에서도 판매를 시작했다. 머지않아 캐세이퍼시픽 항공에서도 옴니포크를 사용한 기내식을 선보일 예정이다. 맛과 식감은 일반 돼지고기와 비슷하지만 지방을 86%나 줄여 싱가포르, 대만, 태국 등에서도 러브콜을 보내는 중. 국내 대체 식품 시장 경쟁도 이미 시작된 듯 보인다. 올 10월 국내 푸드테크 스타트업 지구인컴퍼니에서도 40억 원 투자를 유치하며 국내 최초 자체 기술력으로 현미와 귀리, 견과류를 넣어 만든 식물성 고기 언리미트를 출시했다. 지구인컴퍼니 민금채 대표는 “우리의 타깃은 육식주의자이며, 소비자에게 먹는 즐거움을 선사하는 것이 목적”이라고 밝히며 다양한 제품의 출시를 예고했다. 이 밖에도 달걀노른자를 대체할 수 있는 식물성 원료를 연구하는 더플랜잇의 잇츠베러 마요네즈와 롯데푸드의 식물성 대체 육류 브랜드 엔네이처 제로미트를 비롯해 CJ제일제당, 샘표 등 식품 기업에서도 식물성 대체 식품 개발에 힘을 쏟고 있다. 글로벌 컨설팅업체 AT커니는 2040년쯤 되면 우리가 섭취하는 고기의 60%가 대체 육류가 될 것이라고 전망한다. 물론 아직 시작 단계인 만큼 기존 산업과의 상생, 가격 측면 등 풀어야 할 문제도 존재한다. 하지만 다음 세대까지 지속 가능한 유일한 방식이라는 점은 자명하다. 착한 소비를 할 수 있는 방법이 하나 더 늘었다. 

 

에디터 김민지(mj@nobless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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