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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19-06-25

오! 이탈리아

제58회 베니스 비엔날레를 시작으로 베니스와 로마로 이어지는 이탈리아 ‘현대’ 미술 로드를 걸었다. 눈에 담을 게 넘치는 이 여정에서 꼭 필요한 건 가장 편한 신발 한 켤레다.

리투아니아관의 전 전경. 사진은 오프닝 현장으로 평소에는 퍼포먼서 없이 작품만 있다.

대학 시절, 함께 미술사를 공부한 동기들은 “18세기 이전 미술을 보려면 이탈리아, 18세기 이후는 뉴욕, 런던, 파리로 가야 한다”고 공식처럼 말하곤 했다. 왜냐? 로마 시대부터 16세기까지 이탈리아가 서양미술사를 꽉 잡고 있었기 때문. 그렇기에 ‘현대미술 보러 이탈리아 간다’는 건 그야말로 난센스. 항상 의아했다. 현대미술 최대 축제라 불리는 베니스 비엔날레가 열리는 이탈리아인데, 왜 현대미술을 논할 때 빠지는지 말이다. 어느 작가가 “명실공히, 비엔날레는 당대 최고의 작품이 모이는 자리죠”라고 말할 때, 블록버스터급 전시 기자간담회에서 “이번 전시는 비엔날레 규모입니다”라고 설명하는 큐레이터의 프레젠테이션을 들을 때마다 ‘이탈리아가 정말 현대미술 불모지인가’ 하는 의문은 점점 커져갔다. 탁상공론은 명확한 답을 주지 않는다. 그래서 떠났다. 제58회 베니스 비엔날레가 열리는 이탈리아로!




1 알렉스 다 코트의 ‘Rubber Pencil Devil’(2019).
2 국가관 29개가 자리한 자르디니.
3 헨리 테일러의 ‘Untitled’(2019).

이토록 흥미로운 전시, 아르세날레
베니스 마르코폴로 공항에서 가장 먼저 눈에 띈 건 ‘흥미로운 시대에 살아가기를(May You Live In Interesting Times)’이 큼지막하게 적힌 제58회 베니스 비엔날레 포스터였다. 이번 비엔날레 총감독 랠프 러고프(Ralph Rugoff)가 본 전시 주제로 발표한 이 문장은 ‘거칠고 험한 세상에서 한번 뒹굴어봐라’라는 저주에 가까운 서양 속담이다. 여기에는 웃지 못할 비하인드가 하나 있다. 서양에는 이 속담이 중국 격언에서 유래했다고 알려졌지만, 중국에는 이와 비슷한 말조차 없다. 이에 랠프 러고프는 “가짜 뉴스가 난무하는 요즘, 이 의심스러운 문장은 탐구할 만한 가치가 있습니다. 예술이 오늘날 우리가 살아가는 흥미로운 시대의 가능성을 재조명하길 바라는 제 소망도 담겨 있죠”라며 ‘흥미로운 시대’를 저주가 아닌 ‘도전적 시대’로 바라보겠다는 의지를 드러냈다. 그의 바람은 성공적으로 이뤄진 듯했다. 공항에서 베니스 본섬까지 이어진 길목에는 베니스 비엔날레의 흔적이 가득했고, 섬 전체가 예술로 물든 풍경을 보니 비행의 피로가 씻은 듯 사라졌다.
다음 날 아침 9시, 본 전시가 열리는 아르세날레로 향했다. 전시 오픈이 한 시간이나 남았는데도 티켓 부스 앞에는 이미 줄이 길게 늘어서 있었다. 이 세상의 모든 언어를 들을 수 있을 만큼 여러 나라 사람이 줄 서 있었다. 언어가 달라 무슨 말을 하는지 알아듣진 못했지만, 모두의 얼굴에는 전시에 대한 기대감이 드러나 있었다. 드디어 10시. 굳게 닫힌 문이 열리자 입장하기 시작했고, 에디터도 그 행렬을 따랐다.
작가 79명이 모인 이 거대한 공간에서 어떤 한 작품이 인기를 독점하지는 않았다. 회화와 설치는 특유의 물성으로, 관객 참여가 필요한 작품은 호기심으로, 그리고 사운드와 영상은 화려함으로 관람객을 끌어모았다. 그들도 작품 하나하나를 눈에 담고 경험하기 바빴다. 다양한 장르가 모였는데도 동선이 꼬이거나 작품끼리 충돌하는 일은 없었다. 오히려 서로 호흡을 맞추며 기쁨, 슬픔, 분노, 경이로움 등 인간의 여러 감정을 유려하게 드러냈다. 이를테면, 미국에서 피부가 블랙(black)인 이들의 삶을 리얼하게 담은 헨리 테일러(Henry Taylor), 인종 . 이민 . 여성의 이야기를 논한 아우구스타스 세라피나스(Augustas Serapinas), 그리고 멕시코의 심각한 사회문제인 여성 실종 사건을 다루는 니데카 아쿠닐리 크로즈비(Njideka Akunyili Crosby)가 모여 ‘흑인-인종-여성’이라는 자연스러운 흐름을 만든 것처럼 말이다. 또 미니멀한 설치 작품을 전시하는 하리스 에파미논다(Haris Epaminonda), 사운드가 중요한 실파 굽타(Shlipa Gupta)에게는 과감히 단독 공간을 내어주는 등 세심한 디스플레이는 편식 없는 관람을 가능케 했다. 1980년대생 작가들이 대거 참여한 점도 눈여겨볼 만하다. 사람과 마네킹을 도발적으로 병치해 인간의 잠재의식을 파헤치는 마틴 구티에레즈(Martine Gutierrez)와 익살스러운 영상을 공개한 알렉스 다 코트(Alex Da Corte)처럼 과감한 비주얼로 무장한 이들은 미술계의 세대교체를 알리는 듯했다.
점심까지 거르며 전시를 둘러보다 보니 다시금 이번 비엔날레의 타이틀이 떠올랐다. 인종, 여성, 소외자, 이민, 세대 갈등 등 지금 벌어지는 모든 ‘흥미로운’ 이야기를 ‘이 시대를 살아가는’ 작가의 손을 빌려 풀어낸 게 아닐까. 예술에서 느낄 수 있는 모든 인간의 감정과 감상이 담긴 본 전시는 그야말로 해석하기 나름이다.

제58회 베니스 비엔날레 관람 TIP
PLUS TICKETS 11월 24일까지 열리는 베니스 비엔날레는 하루 만에 둘러볼 수 없는 규모다. 3일간 아르세날레와 자르디니를 방문할 수 있는 플러스 티켓(35유로)을 구매해 여유롭게 관람할 것을 추천한다.
NATIONAL PAVILION 리투아니아관을 포함해 자르니디 밖에 있는 국가관은 티켓 없이 입장 가능하니 참고하자.
COLLATERAL EVENTS 아르세날레와 자르디니 외 특별전으로 조금 더 날것의 미술을 볼 수 있다. 작품 수준 또한 굉장하다. 추천 전시는 루이 비통 스토어에서 열리는 < Philippe Parreno >전. 같은 공간에 있는 다니엘 뷔랑과 칸디다 회퍼의 작품은 덤이다. 독특함으로 무장한 <3X3X6>전도 놓치지 말자.




4 줄을 서서 입장할 만큼 인기가 높은 프랑스관의 < Deep See Blue Surrounding You >전.
5 브라질관 작가 바르바라 와그네르&벤자밍 지 부르카(Ba´rbara Wagner&Benjamin de Burca)의 ‘Swinguerra’(2019).

아트 올림픽, 자르디니와 국가관
아르세날레가 거대한 블록버스터급 전시라면, 국가관은 국가 대표 선수가 출전한 올림픽과 같다. 국가관 전시는 자르디니와 베니스 전역에서 열려 모두 둘러보는 건 사실상 불가능하기에 선택과 집중이 필수다.
조 드 그뤼이테르(Jos de Gruyter)와 아랄드 시스(Harald Thys)가 함께한 벨기에관 < Mondo Cane >전은 ‘인간 박물관’이다. 이 비유가 다소 직설적으로 느껴진다면 전시를 자세히 살펴볼 필요가 있다. 음악가, 제빵사, 석공 등 평범한 인물은 가운데에 모여 있지만 미치광이, 외톨이 같은 사회 부적응자는 쇠창살 안에 갇혀 있다. 잔인한 방법으로 정상과 비정상을 나눈 이 모습은 우리 사회와 다를 게 없다. 두 작가는 박물관 형태를 빌려 우리가 외면하는 구분 짓기를 ‘객관적’으로 바라보도록 유도한다. 현실과 비현실을 오가며 사회현상을 꼬집는 이들은 이번 비엔날레의 스페셜 멘션(special mention)상을 받았다.
이스라엘관에는 엉뚱하게도 작품이 아닌 응급처치실이 있었다. 입구에서 의아한 표정을 짓자 의료진이 다가와 “필드 병원 X(Field Hospital X, 이하 FHX)에 오신 걸 환영합니다. 여기는 전시장이 아닌 FHX입니다. 진료를 원하시면 번호표를 뽑고 대기해주세요”라고 말했다. 에디터의 접수 번호는 79번. 순서가 되면 병원처럼 진료 접수를 한 뒤 치료실로 이동한다. 치료는 벙커에서 3분간 소리를 지르는 ‘safe-unit’과 미디어 작품을 관람하는 ‘care-chair’ 순으로 진행한다. FHX는 사회적 질병에 예술이 어떻게 반응할 수 있는지 연구하는 신개념 예술 조직이자 국제기관으로 이번 비엔날레를 시작으로 전 세계로 확장해나갈 예정이다. 이토록 실험적인 전시는 베니스 비엔날레가 아니면 불가능했을지 모른다. 이 시점에서 한국관의 현장 반응이 궁금하지 않은가. 남화연, 제인 진 카이젠, 정은영이 참여한 한국관은 ‘히스토리(history)’에서 소외된 이들을 담은 영상을 공개했다. 베니스 비엔날레 관람객은 서양인의 비율이 높다. 그래서 여성 국극과 판소리같이 한국 색채가 짙은 작품이 어떻게 다가갈까 궁금했는데, 의외로 소리에 맞춰 춤을 추거나 장단을 맞추는 등 흥미로운 반응을 보였다. 예술에 어떠한 장벽도 존재하지 않음을 다시금 확인하는 자리였다.
앞서 말했듯이 국가관은 자르디니를 넘어 베니스 전역으로 확장 중이다. 길 잃기 십상인 베니스에서 골목 깊숙이 숨어 있는 국가관을 찾기란 쉬운 일이 아니지만, 때로는 뜻밖의 만남을 주선하기도 한다. 리투아니아관을 찾지 못해 지도를 붙들고 한참을 헤맬 때였다. 한 프랑스 여성이 “리투아니아관이 어딘지 아세요?”라고 물었다. 나 역시 그곳을 찾고 있다며 그녀와 대화를 나누는 사이, 그녀의 남편은 우리와 비슷한 처지로 보이는 연인을 불러 세워 리투아니아관을 찾고 있다면 함께 가자고 권했다. 3분도 채 안 되는 사이 리투아니아관 원정대가 탄생했다. 모두가 이번 비엔날레 국가관 황금사자상을 받은 이곳을 지나칠 수 없었을 거다. 이렇게 모인 7명은 머리를 맞대며 올바른 경로를 논했고, 마침내 리투아니아관을 발견하자 환호를 질렀다. 힘겹게 찾은 리투아니아관에는 드넓은 백사장이 펼쳐져 있었다. 의자에 무심히 걸린 비치 타월과 막 쌓아놓은 모래성까지, 세세한 디테일로 ‘진짜’ 해변을 연상시켰다. 마치 사막 속 오아시스 같은 이곳은 베니스 비엔날레에서 마지막 시간을 보내기에 더할 나위 없었다. 모든 국가관을 소개할 수 없는 게 아쉽지만, 몇 곳을 꼽으라면 프랑스 . 영국 . 브라질 . 가나 . 터키관을 추천한다.




6 ‘Field Hospital X’로 분한 이스라엘관은 평범한 전시가 아니니 대기를 해야 할지라도 기다려보자.
7 사회 현실을 고발한 벨기에관 전시 < Mondo Cane >은 스페셜 멘션상을 받았다.




페기 구겐하임 컬렉션 소장품인 알렉산더 콜더의 ‘Arc of Petals’(1941)와 르네 마그리트의 ‘Empire of Light’(1953~1954).

축제를 더 축제답게, 베니스의 전시
장장 6개월간 이어지는 미술 축제 기간에는 미술관이 아닌 곳에서도 좋은 전시가 열린다. 관람객 대부분이 베니스 비엔날레를 찾아서일까. 의외로 베니스의 전시는 관람객이 적어 여유롭게 감상할 수 있다.
베니스의 현대미술 스폿은 크게 세 구역으로 나뉜다. 우선 카 페사로(Ca’ Pesaro) 쪽에는 프라다 재단(Fondazione Prada), 카 도로 미술관(Galleria Giorgio Franchetti alla Ca’ d’oro)이, 두칼레 궁전(Palazzo Ducale) 인근에는 코레르 박물관(Museo Correr), 포르투니 미술관(Palace Fortuny), 그리마니 미술관(Museum of Palazzo Grimani) 그리고 빅토리아 미로(Victoria Miro Gallery), 에이 플러스 에이(A Plus A) 등 갤러리가 즐비하다. 마지막으로, 베니스 최대 미술관이 자리한 아카데미아 미술관(Galleria dell’Accademia di Venezia) 구역에서는 푼타 델라 도가나(Punta della Dogana), 페기 구겐하임 컬렉션(Peggy Guggenheim Collection) 등 유서 깊은 기관을 만날 수 있다. 베니스 미술관은 16세기 이전 예술에 현대미술을 더한 미술과 미술 협업 전시를 연다는 게 특징이다. 대표적 예가 11월 24일까지 열리는 카 도로 미술관의 < Dysfunctional >전이다.
영국의 카펜터스 워크숍 갤러리(Carpenters Workshop Gallery)가 고전과 현대미술, 디자인의 모호한 경계를 탐험하고자 카 도로 미술관 소장품과 현대 예술 작품을 믹스 매치한 기획전이다. 21명의 참여 작가 중 고전과 현대가 완벽한 조화를 이룬 건 의심할 여지없이 베르후번 형제(Verhoeven Twins)다. 미술관 2층 테라스에 설치한 ‘Moments of Happiness’(2019)는 다양한 크기의 유리 버블 조형물로 같은 공간에 있는 그리스 로마 여신상과 어우러져 미학적 아름다움을 표현한다. 한없이 투명한 이 작품은 따사로운 햇볕을 받으면 오색 빛깔을 드리우니 낮에 방문할 것을 권한다.
프라다 재단의 베니스 분관은 옛 베니스 궁전을 미술관으로 살린 재생 공간이다. 예사 건축물이 아니기에 이곳의 전시는 언제나 공간과 함께한다. 11월 24일까지 열리는 < Jannis Kounellis >전도 앤티크 가구를 활용한 ‘Untitled’(2004)는 궁전의 흔적이 남아 있는 로비에, 동명의 회화 ‘Untitled’(1965)는 화이트 큐브를 닮은 방 안에 배치했다. 만약 프라다 재단에 대해 궁금한 것이 있다면 스태프에게 물어보면 된다. 단순한 전시 지킴이가 아니기 때문. 야니스 쿠넬리스는 2017년에 작고한 작가다. 그렇다면 ‘Untitled’(1979)의 그을림은 누가 재현한 걸까? 스태프에게 물어보자 그는 다른 직원과 통화까지 하면서 “기획자와 그의 아내가 재현했다”라는 명쾌한 답변을 주었다.
베니스에서 회화의 진수를 느끼고 싶다면 그리마니 미술관, 포르투니 미술관 그리고 그라시 궁전으로 향하자. 각각 헬렌 프랑켄탈러(Helen Frankenthaler), 윤형근 그리고 뤼크 튀이만스(Luc Tuymans)의 개인전이 진행 중인데, 모두 회화가 주는 깊은 감동을 느낄 수 있어 무엇 하나 놓치기 아쉽다.




8 그리마니 미술관에서 열리는 헬렌 프랑켄탈러 개인전 < Pittura/Panorama > 전경.
9 9월 2일까지 페기 구겐하임 컬렉션에서 장 아르프(Jean Arp)의 개인전 < The Nature of Arp >이 열린다. 사진 속 작품은 ‘Three Disagreeable Objects on a Face’(1930)다.
10 야니스 쿠넬리스의 ‘Untitled’(1979). 벽의 그을림은 그의 아내가 재현했다.




베르후번 형제의 ‘Moments of Happiness’(2019)는 이탈리아의 강렬한 햇빛을 받아 더 찬란히 빛난다.

베니스 미술관 투어 TIP
TUESDAY 미술관 휴무일은 월요일이 공식처럼 굳어졌지만, 베니스는 예외다. 월요일이 휴무인 곳도 있지만, 베니스를 포함해 대다수 이탈리아 미술관은 화요일에 문을 닫는다.

과거와 현재가 만나는 지점, 로마
5일간의 베니스 일정을 마치고 로마로 떠날 채비를 했다. 베니스에서 기차로 3시간 45분 달려 도착한 로마는 공기에서부터 깊은 역사의 향기가 느껴졌다. 로마 테르미니역에서 호텔까지 걸어서 10분. 거리에 울퉁불퉁한 벽돌이 깔려 있어 무거운 캐리어를 끄는 관광객에겐 악명이 높지만, 이탈리아인의 역사와 예술을 향한 사랑이 깃든 이 거리를 느끼고 싶어 걸어가기로 했다. 로마는 길을 가다 아무렇지 않게 판테온과 콜로세움 그리고 포로 로마노를 만날 수 있는 유구한 역사를 지닌 도시다. 대신 로마에서는 함부로 새 건물을 올릴 수 없다. 로마에서 현대미술을 만나려면 도심에서 조금 떨어진 곳으로 가는 수고를 해야 하지만, 이를 감수할 만큼 진귀한 소장품과 전시가 가득하다.
로마 현대미술의 양대 산맥은 국립 현대미술관(National Gallery of Modern and Contemporary Art)과 21세기 국립 로마 현대미술관(National Museum of the XXI Century Arts, 이하 막시)이다. 국립 현대미술관은 메트로폴리탄과 뉴욕 현대미술관을 합친 모양새다. 그리스 로마 신전이 연상되는 미술관 건물 안에는 칸딘스키, 클림트, 잭슨 폴록, 마르셀 뒤샹 그리고 로니 혼까지 18세기 이후 아트 신에 한 획을 그은 거장의 작품이 가득하다. 이 풍요로운 작품을 무료로 즐길 수 있다니 방문하지 않을 이유가 없다. 현존하는 미술관 중 가장 현대적인 미술관은 막시다. 자하 하디드가 설계한 막시는 들어서자마자 카메라 셔터를 멈출 수 없을 만큼 예술적 건축의 위용을 자랑한다. 마치 영화 <해리 포터>에 나오는 기숙사의 움직이는 다리처럼 미술관은 보는 각도에 따라 모습이 달라진다. 막시의 전시는 지극히 ‘현대’적이다. 1층에는 막시의 소장품, 2층부터 4층과 별관에는 막시 프로젝트 전시, 기획전, 브랜드 후원 전시 등 여러 기획전이 열린다. 그중 < Paola Pivi. World Record >는 큼직한 매트리스를 깔아 예술을 몸으로 ‘직접’ 느낄 수 있는 전시다. 이곳에서 사람들은 눈치 보지 않고 매트리스에 누워 독서를 하거나 뒹굴거나, 잠을 청할 수도 있다.
에디터도 자리를 잡고 누워 지난 일주일의 여정을 회상했다. 베니스 비엔날레부터 로마의 현대미술까지, 지금껏 경험하지 못한 다채로운 예술은 이탈리아에 있음을 깨달았다. 이곳은 현대미술 불모지가 아니다. 되레 켜켜이 쌓은 수천 년의 역사를 바탕으로 언제든 새로운 예술을 탄생시킬 무한한 가능성을 지녔다. 그들의 선조가 그랬듯, 미술사를 새로이 써 내려갈 선구자다. 이런 예술적 호사, 이탈리아가 아니면 어디서 누릴 수 있을까.




11 자하 하디드가 설계한 21세기 국립 로마 현대미술관은 건축부터가 예술 작품이다.
12 넓은 공간에서 여유로운 관람이 가능한 국립 현대미술관.
13 21세기 국립 로마 현대미술관 소장품으로 꾸린 1층 공간.

로마 미술관 투어 TIP
MUSEUM NIGHT 5월 셋째 주 토요일, 1년에 단 하루 로마의 미술관이 야간 개장을 한다. 다양한 이벤트도 함께 열리니 참고하자.
CAFE 커피 맛이 아닌, 멋을 느껴보고 싶을 땐 로마 국제 문화센터(Chiostro del Bramante) 2층 카페에 들러보자. 건축가 브라만테가 설계한 공간에서 커피를 마시는 진귀한 경험을 할 수 있다.

 

에디터 이효정(hyojeong@nobless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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