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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ECEMBER. 2018 SPECIAL

Special. 7 : Art÷☐ = ∞

  • 2018-12-06

예술로는 무엇이든 할 수 있다. 또 무엇이든 예술이 될 수 있다. 하나 마나 한 이 이야기를 쓴 이유? 우리의 삶이 갈수록 ‘예술화(artistic)’되고 있기 때문이다. <아트나우>는 올겨울 일상을 예술로 바꾸는 아트라이프 51가지를 소개한다. 카페에서, 거실에서, 전시장에서, 공원에서, 사무실에서, 화장실에서, 침대 위에서 무료한 삶을 아름답게 바꾸는 가구와 디자이너, 쇼윈도, 상점, 굿즈, 작품, 옥션, 도록, 조명, 여행, 심지어 당신의 삶을 지배하는 인스타그램까지 대거 끌어왔다. 이 특집을 준비하며 우리는 느꼈다. 예술은 작품의 재료나 창작 방식이 아니라, 우리가 경험상 그것에 속한다고 알고 있는 어떤 ‘집합적 의미’에 의해 정의된다는 사실. 뭐든지 예술로 바꿔 좀 더 나은 삶을 살아보자고 시작한 기획. 지금 시작한다.

굿 디자인 오피스
혁신적이고 파격적인 디자인의 사무실을 봤을 때, 우리는 이렇게 말한다. “여기 정말 예술인데?”





1, 2 샌프란시스코에 위치한 에어비앤비 본사.

여기 ‘굿 디자인 오피스’란 타이틀에 어울리는, 파격적이고 재미난 요소로 가득한 사무실이 있다. 기업의 철학과 지향점이 공간에 자연스레 녹아 있고, 직원들이 자발적으로 일할 수 있도록 유도하는 에너지가 넘치는 곳이다. 페이스북, 구글을 제치고 취업하고 싶은 일터 1위로 꼽힌 글로벌 숙박 공유 기업 에어비앤비가 대표적이다. 샌프란시스코 브래넌가 888번지에 위치한 본사 내부는 ‘새로운 아이디어는 뜻하지 않은 곳에서 떠오른다’는 그들의 모토를 읽을 수 있는 곳이다. ‘여행은 살아보는 거야!’라는 회사의 슬로건처럼 사무실을 여행지의 숙박 장소처럼 꾸몄다. 파리, 밀라노, 코펜하겐 등 도시 이름을 붙인 곳은 회의실. 캠핑 트레일러와 아랍의 유목민인 베두인족이 사용하는 텐트도 있다. 직원들이 팀 구분 없이 함께 일할 수 있도록 독려하기 위해 개인 공간보다는 공용 공간이 많다. 요새처럼 꾸민 동굴에서 함께 맥주를 마시며 일할 수도 있다.
에어비앤비가 탄생하기 전, 꿈의 직장이라는 부동의 자리를 차지해온 구글은 ‘노는 것처럼 일하라!’라고 외친다. 직원을 ‘구글러’로 칭하고 회사를 학교와 같이 친숙한 공간으로 느끼도록 ‘캠퍼스’라 부른다. 미국 캘리포니아 마운틴뷰에 위치한 본사 사옥은 장난기가 가득하다. 개인 사무실이 따로 없다. 점심시간에는 회사 옥상에서 식물을 키우고, 피로가 밀려오면 휴게실 침대에서 낮잠을 청한다. 아이디어가 떠오르지 않을 땐 게임방으로 향할 수도 있다. 게임기를 비롯해 탁구대, 암벽등반 시설, 악기, 안마의자까지 각종 오락 기구가 있고, 애완견도 아무렇지 않게 돌아다닌다. 건물 전체에 로고의 알록달록한 컬러가 여기저기 묻어 있다. 얼마 전 구글은 2019년 완공 예정인 영국 런던 킹스크로스의 ‘구글 찰스턴 이스트 캠퍼스’에 대해 소개했다. 1만3000m2 규모, 11층 높이로 총 7000명의 구글러를 위한 공간을 마련할 예정. 덴마크의 BIG와 헤더윅 스튜디오가 공동으로 디자인했는데, 유리 같은 투명 소재인 그린 루프로 건물을 뒤덮는다는 아이디어부터 혁신적이다. 옥상에는 300m 길이의 정원은 물론 달리기 트랙도 있다.




3, 4 취리히의 구글 오피스 풍경.

사무실과 회의실 외에 올림픽 경기장 규모의 수영장, 스포츠 홀, 카페, 상점이 있고, 1층은 런더너에게 개방할 예정이다. 또 하나 흥미로운 사실은 이동 가능한 콘크리트 벽을 만들어 이동형 사무실을 완성할 계획이라는 것. 말 그대로 자리를 펴는 곳이 곧 일터가 되는 셈이다. 미국 뉴욕 브루클린 켄트 스트리트에 위치한 킥스타터의 사무실은 트렌디한 바에 온 것 같은 느낌을 준다. 이들이 전하는 메시지는 ‘함께 놀고, 일하자’. 2009년 설립한 킥스타터는 원래 예술가에게 경제적 후원을 이어주는 플랫폼으로 시작했다. 이런 취지를 살려 연필 공장을 개조해 만든 사옥에는 영화관, 도서관, 갤러리, 루프톱 가든이 있고 직원과 예술가들이 서로 교류할 수 있는 이벤트가 수시로 열린다. ‘상상력이 곧 무기’임을 보여주는, 덴마크 빌룬에 위치한 레고 사무실은 레고 시리즈 실사판이다. 레고로 만든 조명, 의자, 그림에 레고 사람까지 등장한다. 공간을 나누는 벽이 따로 없고 개인 룸도 대부분 유리 벽이다. 천장으로 모인 빛이 건물 틈새까지 스며들고, 명랑한 컬러를 입은 덴마크 디자이너 가구가 일할 기분을 돋운다. 2층의 개인 룸에서 회사 중앙에 있는 1층 회의실까지 대형 슬라이드 기구를 타고 단숨에 내려올 수도 있다. 이토록 유연하고 위트 넘치는 사무실, 우리는 실현 불가능한 걸까? 글 계안나(프리랜서)







<아트나우> 에디터들이 골랐다





5 김미영, The Painter’s Garden, 캔버스에 오일, 80×100cm, 2017

이효정_ 김미영의 ‘The Painter’s Garden’
‘이불 밖은 위험해’를 몸소 실천할 만큼 집에 있는 걸 좋아해 덩달아 인테리어에도 신경 쓰는 편이다. 특히 ‘컬러’의 조화에 몰두한다. 언젠가 작품을 내 방에 들인다면 인테리어와 조화를 이루는 것으로 가져와야지 했는데 김미영 작가의 작품이 그랬다. 보색 관계의 색들이 한 화면에서 조화로이 어울리는 게 첫 번째, 자연풍경을 연상시키는 이미지가 두 번째 이유. 실제 작가가 기차 창밖으로 빠르게 지나가는 풍경을 화면에 옮긴 거라고. 자연을 추상적으로 표현해 현대적으로 꾸민 내 방의 인테리어에도 제격이다. 그중 ‘The Painter’s Garden’은 빨강과 초록이 어우러져 크리스마스 분위기가 물씬 풍기기 때문에 더 애착이 간다.





6 이시다 데쓰야, Awakening, 캔버스에 오일, 145.5×206cm, 1998
7 이정민, Refresh, 꽃의 숨, 한지 프린트, 코닝 글라스, 50.8×40.64cm, 2009

이영균_ 이시다 데쓰야의 ‘Awakening’
이시다 데쓰야(Tetsuya Ishida)의 작품은 참혹하다. 사람 몸은 조립식 부품처럼 박스에 포장되어 있고, 부품과 부품을 조여 연결하면 젊은 남자의 몸이 되는 그림도 있다. 그의 작품은 젊은 컬렉터들에게 인기가 많다. 어쩌면 작품이 젊은 층의 마음에 직접적으로 공명하는 힘을 불어넣어 그런지도. 에디터도 한때 소품이라도 살 요량으로 인터넷을 뒤진 적이 있다. 하지만 그건 불가능한 일이었다. 이미 한 점에 10억 원 가까운 가격에 거래되고 있었기 때문이다. 돈 얘기는 차치하고, 언젠가 그의 작품을 손에 넣는다면 방에 걸어두는 대신 이따금 꺼내 진중히 살펴보고 싶다. 왜, 있지 않나, 도시인의 슬픔을 처절히 그려낸 작품 어딘가에서 자신을 발견할 때.

김이신_ 이정민의 ‘Refresh, 꽃의 숨’
나이를 먹으면 오래 두고 볼 수 있는 화분이나 화초로 취향이 옮아간다고 하는데, 난 여전히 꽃이 좋다. 누구는 꽃을 볼 수 있는 시간이 너무 짧다고 불평하지만 난 오히려 그 짧은 생명이 눈앞에서 사그라지는 걸 볼 때의 안타까움과 그것이 남기는 어떤 미련이 좋다. 몇 주 전 DDP에서 열린 아트 페어 ‘아트마이닝 서울’에서 마주한 이정민 작가의 꽃은 ‘여기 있지만 여기 없는’ 어떤 것이었다. 황홀한 빛깔이 만개한 기쁨을 대변하면서도 부푼 꽃잎 속엔 누군가 감춰놓은 눈물이 가득 차 있었다. 사진이지만 그림 같고 기쁨이지만 슬픔 같은 이정민의 꽃. 그것을 보는 것만으로 가슴이 뛴다면 내 공간에 놓지 않을 이유가 없다.









컬래버레이션 진단
예술과 상업적 실재가 만나는 방식의 변화.





8 루이 비통과 슈프림의 컬래버레이션.

‘기업과 예술의 협업’이라 하면 상품에 현대미술의 이미지를 적용하는 수준을 떠올리는 사람이 많다. 단도직입적으로 말하면, 그런 전략이 통하던 시대는 거의 끝났다. 시카고 미술관에서 개막한 <광고에서의 현대미술: 아메리카 컨테이너 상사를 위한 디자인들>전이 전미 순회를 시작한 것이 무려 73년 전이다. 당시 시카고 미술관 대니얼 키튼 리치 관장은 이렇게 단언했다. “광고가 현대미술을 활용하는 모습은 딱히 새로울 것도 없다.” 1970년대에 소더비 이브닝 세일즈에서 젊은 작가들의 작품이 기념비적 가격에 낙찰된 이후, 그들의 그림은 투자 대상으로 떠올랐고 자연스레 기업이 현대미술을 바라보는 방식에도 큰 변화가 생겼다. 포스트모더니즘 바람이 불기 시작한 1980년대에는 앱솔루트 보드카가 흡사 현대미술 같은 광고 프로젝트를 개시하는 등 본격적으로 예술과 상업의 만남이 일었다. 시간이 흘러 전 지구화 시대가 펼쳐지자 예술과 상업의 혼성은 지구 어느 곳에서나 만날 수 있는 지긋지긋한 일상이 됐다. 그래도 예술과 상업이 부분적으로 영향을 주고받는 전략은 2008년까지 효과가 있었다. 문제는 그 이후. 스마트 기기의 보급과 함께 기업과 예술의 컬래버레이션은 오작동하기 시작했다. 작가들도 헤매는 마당에 기업이나 광고대행사가 명확히 상황을 판단하고 새로운 전략을 수립하는 일이 쉽진 않았을 거다. 간단히 요점을 정리하면, 컬래버레이션 초기에는 기업이 현대미술의 이미지를 빌려 썼고, 포스트모더니즘 시대에 접어들며 현대미술의 부분을 차용해 예술과 상업을 한데 섞었다. 그러다 2010년대에 상품 자체를 예술 작품화할 수 있는 시대가 왔음에도 이를 이해한 사람은 극소수다. 이러한 시기에 컬래버레이션의 변화를 감지하고 상업적 산물 그 자체를 예술로 바라보는 새로운 길을 개척한 사례가 나타났다. 바로 카녜이 웨스트(Kanye West)와 루이 비통의 새 디자이너 버질 아블로(Virgil Abloh)다. 카녜이 웨스트와 함께한 아디다스는 2015년부터 시장을 주도하며 여전히 스포츠 스타와의 협업에 머물러 있는 나이키를 압도적으로 따돌렸고, 버질 아블로는 현대미술의 논리를 상품에 그대로 적용해 ‘루이 비통×슈프림’을 탄생시켰다. 그렇게 둘의 컬래버레이션을 성공적으로 이끈 덕에 버질 아블로는 루이 비통 맨즈 컬렉션 디렉터 자리에 올랐다. 버질 아블로는 스니커즈나 의복 등을 현대미술의 한 장르인 ‘레디메이드’로 규정함으로써 비즈니스-아트에 도전했고 또 성공한 최초의 인물이다. 시작은 스트리트 제품이었지만 얼마 지나지 않아 럭셔리 상품마저 변신했다. 다른 상업적 영역에도 이런 논리를 적용한다면 어떤 일이 벌어질까? 글 임근준(미술·디자인 이론, 역사 연구자)

 

에디터 김이신, 이영균, 이효정, 백아영, 최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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