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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UGUST. 2018 LIFESTYLE

Alsace Romance

  • 2018-08-02

‘동화 같다’는 말로는 다 설명할 수 없다. 시공간을 초월한 듯 중세와 현대를, 프랑스와 독일을 넘나드는 복잡한 얼굴을 하고서도 이토록 평화로운 알자스를!

1 콜마르의 상징과도 같은 프티베니스.

여행을 하다 보면 낯선 도시가 갑자기 품을 열고 잇따라 많은 것을 보여줄 때가 있다. 대개 관심을 갖고 애정을 쏟기 시작할 즈음이다. 그러면 피가 통하는 것처럼 그 도시의 역사가 가깝게 눈앞에 펼쳐진다. 프랑스 북동부에 위치한 알자스도 그렇다. 영화 <하울의 움직이는 성>의 배경이 된 이 동화 같은 마을은 알면 알수록 아름다운 풍광 이면에 숨겨둔 속살을 무심한 듯 담담하게 내비친다. 이름 없는 거리와 공원에도, 평범한 주택과 기차역에도 프랑스와 독일 사이에서 수차례 국적이 바뀐 비운의 역사가 서려 있다. 하지만 잇따른 병합과 해방의 역사를 겪으면서도 알자스는 두 나라의 영향을 모두 흡수해 독자적인 역사와 문화를 꽃피웠고, 오랜 세월 이를 소중히 지켜왔다. 슬픔과 아픔을 끌어 안을 줄 아는 곳, 투박하고 세련되지 않아도 평화롭고 아늑한 알자스에서 일주일을 보냈다.



2 알자스 특유의 알록달록한 목조 가옥들. 3 알자스 전통 음식인 슈크르트. 4 돼지고기와 감자, 각종 채소를 뭉근하게 익힌 베코프.

colmar 첫 알자스, 콜마르
정말 디즈니 애니메이션 속으로 빠져든 게 아닐까? 각양각색의 돌을 쌓아 올린 두툼한 담벼락과 나무로 지은 뾰족한 지붕의 집들. 햇볕이 쏟아지는 거리에는 담벼락에서 튕겨 나온 눈부신 그림자가 환하게 이어지고, 그 속으로 어린아이가 뛰어가는 모습이 따뜻한 그림엽서 같기도 했다. 뮐루즈 유로에어포트 공항에서 30분 거리에 있는 콜마르(Colmar)에 도착해 제일 먼저 한 일은 구시가지 산책이다. 일찍 문을 닫은 상점들 사이로 난 길을 따라 조금만 걷다 보면 거리 한가운데에 로슈(Lauch)강이 관통하고 그 위로 작은 다리가 곳곳에 놓여 있다. 16세기 상인들이 배에 포도를 가득 싣고 왕래했다는 그 수로다. 지금 이 운하에선 포도 상인 대신 관광객이 나룻배를 타고 호젓한 여행을 즐긴다. 고요한 여유가 흐르지만 포도가 넘실거렸을 중세에는 왁자지껄했을 것이다. 옛 모습을 그대로 간직한 강변을 따라 알록달록한 목조 가옥이 쭉 늘어선 모습이 베니스를 닮아 프티베니스라 이름 붙인 곳. 출출함을 달래기 위해 운하 주변에 위치한 플로리 윈스텁에 들어갔다. 알자스를 여행하다 보면 ‘윈스텁(winstub)’이라고 쓰인 간판을 자주 볼 수 있는데, 이는 알자스 전통 음식과 함께 와인을 즐길 수 있는 선술집이라고 보면 된다. 대표 요리 슈크르트는 감자와 소시지를 곁들여 먹는 양배추 절임으로, 독일의 사우어크라우트와 같아 낯설지 않다. 알자스 스타일 피자 타르트 플랑베와 돼지고기와 감자, 당근, 양파를 뭉근하게 익힌 베코프도 이방인의 입맛에 잘 맞는다. 함께 곁들인 알자스 리슬링 와인이 오랜 비행으로 지친 심신에 작은 위로를 건넨다. 운하 너머로 천천히 해가 기울고 거리의 불빛이 흐리게 번지는 광경은 이국의 땅에서 귀한 그림을 보는 듯했다.



5 콜마르 최초의 르네상스 건물인 메종 피스테르.
6 콜마르 시내 중심가에 위치한 생 마르탱 교회 내부.
7 왼손에 와인병을, 오른손엔 와인잔을 들고 있는 메종 데 테트 꼭대기 인물상.


colmar 동화 같은 하루
짧은 밤의 열기를 뒤로하고 다음 날 아침, 본격적인 콜마르 시내 투어에 나섰다. 알록달록한 꽃으로 장식한 목조 가옥, 중세의 시간이 켜켜이 쌓인 돌길, 예술 작품 같은 상점의 철제 간판…. 시선이 머무는 곳마다 아기자기한 아름다움을 마주해 목적지 없이 길을 걸어도 낭만으로 충만해진다. 이곳에선 과거 유물이라면 석재 하나라도 버리지 않고 보존한다. 낡은 건 부수고 새로 짓는 요즘 풍토와 다른 문화유산 사랑에 경의를 표하지 않을 수 없다. 그래서인지 콜마르의 삶과 문화가 묻어 있는 오래된 가옥을 둘러보는 시간이 의미 있다. 가장 먼저 찾은 곳은 시내 중심가 테트 거리에 있는 메종 데 테트(머리의 집). 콜마르 17세기 전통 건축물 중 가장 격조 높은 건물로 추앙받는 곳이다. 사람과 동물 머리 조각상 120여 개로 건물 외벽과 지붕, 테라스, 창틀을 장식해 호화로움 그 자체(당시에는 화려할수록 부의 상징으로 여겼다). 꼭대기의 인물상은 왼손에 와인병을, 오른손엔 와인잔을 들고 있는데, ‘자유의 여신상’ 건축가 바르톨디가 1902년에 만든 이 조형물은 이곳이 와인거래소였음을 알려준다. 의미는 단순하지만 그 섬세한 예술혼에 입이 떡 벌어진다. 그 길을 따라 쭉 걸어가면 콜마르에 최초로 지은 르네상스 건물인 메종 피스테르 앞에 도달한다. 첨탑같이 생긴 뾰족한 팔각형 지붕도 독특하지만 2~3층에 낸 망루 모양의 나무 테라스가 매우 인상적이다. 표면에는 빛바랜 프레스코화를 새겼는데, ‘최후의 만찬’부터 독일 황제의 모습까지 디테일이 살아 있어 경외감이 들 정도로 아름답다. 이어 콜마르에서 제일 오래된 전통 건축물인 메종 아돌프와 고딕 양식과 르네상스 건축양식이 공존하는 생 마르탱 교회, 13세기 수도원을 개조해 미술관으로 운영하고 있는 운터린덴 뮤지엄까지, 돌담이 깊숙하게 이어진 좁은 골목을 오가며 콜마르의 문화적 향기를 좇았다. 애니메이션에서나 볼 수 있는 상상 속 장소가 아니라는 사실에 소녀처럼 들뜬 기분으로.



 



travel tip 알자스 건축 상식

이색 창문 알자스 전통 가옥의 특징 중 하나는 하트나 다이아몬드 모양으로 멋을 낸 창문. 단순히 예쁘게 보이려는 것이 아니라 특별한 의미가 있다. 집 안에 결혼하는 딸이 있으면 창문을 하트 모양으로 바꾸고, 결혼 후 아이를 갖고 싶으면 다이아몬드 모양으로 교체한 것이 일종의 관습.

2단 건물 1층보다 2층의 면적이 넓어 볼록 튀어나온 2단 건물들이 있다. 중세에는 1층 면적에 따라 세금을 부과했기 때문에 세금을 줄이기 위해 1층 면적을 좁게 짓곤 했다.

예술적 간판 그림 같은 철제 간판은 글을 모르던 중세 사람들을 배려해 만든 것. 무엇을 판매하는 곳인지 그림으로 표현했는데 마치 기념품처럼 소장하고 싶은 아기자기한 형태다.

 



8 조제프 카탱 와이너리에서 맛본 리슬링 2013.
9 탁 트인 테라스 공간에서 와인을 시음할 수 있는 조제프 카탱 와이너리.
10 리크위르 마을 중심에 위치한 위겔 와이너리.

wine route 와인, 투명한 보물
와인 애호가의 천국, 알자스는 질 좋은 화이트 와인 산지로 알려졌다. 건조하면서 서늘한 기후대에 속해 포도가 천천히 익고, 이를 통해 풍부하고 섬세한 맛과 향의 포도를 재배한다. 과거부터 프랑스와 독일을 오간 탓에 재배하는 포도 품종은 독일과 비슷하다. 리슬링, 피노 블랑 등 화이트 와인용 포도를 재배하나, 발효법에 차이가 있어 달콤한 독일 와인과 달리 드라이하고 깔끔한 스타일이다. 뵈크틀린스호펜(Voegtlinshoffen)에 위치한 조제프 카탱 와이너리는 1720년부터 12대에 걸쳐 계승해온 유서 깊은 와이너리. 왼쪽엔 작은 마을이, 오른쪽엔 고성의 잔해가 파노라마 뷰로 펼쳐지는 2층 테라스 공간이 자랑거리다. 목가적 풍경을 눈에 담으며 몇 가지 와인을 즐겼다. 15~18개월 동안 숙성시킨 신선한 크레망 피노 블랑도 훌륭했지만 개인적으로 리슬링 2013이 가장 좋았다. 비 오는 여름날 땅에서 몽글몽글 올라오는 미네랄 향이 느껴지고 끝 맛은 짭조름했다. 해산물은 물론이고 육류와 매치해도 기죽지 않을 풍미다.



11 부드럽게 펼쳐진 포도밭과 꼬부랑길이 이어지는 알자스 와인 가도는 보르도 지방 못지 않게 유명하다.

스트라스부르 북쪽의 마렌하임(Marlenheim)부터 남쪽으로 탄(Thann)까지 장장 170km에 이르는 알자스 와인 가도는 보르도 지방 못지않게 유명하다. 자전거도로가 잘 정비되어 있어 지칠 줄 모르는 낭만과 열정의 여행자라면 자전거 투어에 도전해도 좋을 듯하다. 부드럽게 펼쳐진 포도밭과 꼬부랑길을 달려 중세 성곽이 병풍처럼 둘러싸고 있는 아담한 마을 리크위르(Riquewihr)에 도착했다. 오후의 활기가 느껴지는 마을 중앙에는 1639년부터 명맥을 이어온, 알자스의 와인 양조장 중 가장 오래된 위겔 와이너리가 있다. 장수 와이너리만의 특별한 무엇이 있지 않을까? 13대손 마르크 앙드레 위겔(Marc-Andre′ Hugel)이 16세기에 지은 카브로 안내했다. 크고 작은 오크통 사이로, 전 세계에서 가장 오래된 와인 저장통으로 기네스북에 등재된 생 카트린이 보였다. 투박한 여느 오크통과 달리 장식을 가미한 화려함, 천장과 맞닿은 웅장함에서 오래된 유물의 오라가 뿜어져 나온다. 지금도 사용하는 이 오크통은 300세를 훌쩍 넘겼다니, 마치 와이너리를 지키는 수호신 같다. 카브 투어를 마치고 게뷔르츠트라미너(Gewurztraminer) 와인도 맛봤다. 알자스 지방에서 재배하는 포도나무 중 20%를 차지하는 품종. 진한 황금빛에 향이 강하고 달콤한 것으로 정평이 나 있는 그 와인! 한 모금 머금으면 입안에서 화사한 꽃망울이 터지듯 금세 황홀경에 빠진다.





12 중세 고딕 양식의 진수를 보여주는 스트라스부르 노트르담 대성당. 13 클레베르 광장 앞을 지나는 트램. 14 프티프랑스 위를 건너는 바토마라 유람선.

strasbourg 알자스의 주도, 스트라스부르
스트라스부르는 발음도 쉽지 않고 낯설게 여기는 이가 많을 것이다. 하지만 파리에 버금가는 주요 도시로 꼽힌다. 유럽의회와 유럽인권재판소, 유럽평의회 등 EU 주요 정치기구가 한데 모여 있는 일명 유럽의 수도. 구시가지는 고딕 예술 운동을 전파하는 매개자로서 그 역사적 가치를 인정받아 1988년에 세계문화유산으로 등재된 관광 명소다. 그뿐 아니라 겨울이면 열리는 아름다운 크리스마스 마켓은 스트라스부르의 상징이다.
소피텔 스트라스부르 그랜드 일에서 하룻밤을 묵고 스트라스부르에서의 일정을 시작했다. 가이드 드니스 고넬(Denise Gonel)이 환한 웃음을 건네며 중심가의 클레베르 광장으로 우릴 이끌었다. 광장 앞에는 고풍스러운 도시와 다소 어울리지 않는 현대적인 생김새의 트램이 오간다. “이 트램은 국경을 넘어 독일 켈(Kehl)까지 연결됩니다. 다른 나라로 넘어가는 세계 최초의 트램이죠.” 트램을 향해 움직이는 분주한 사람들과 달리 광장 바닥에 앉아 휴식을 취하는 이들은 여유가 넘친다. 크리스마스 마켓이 열리면 이 광장에 건물 5층 높이의 거대한 크리스마스트리가 우뚝 선다고 한다. 휘황찬란한 트리, 그 반짝임에 둘러싸여 있으면 마법 같은 시간에 초대받은 듯 황홀한 기분이 들 것 같다. 오래된 광장에서 수줍게 축제를 상상하며 노트르담 대성당까지 가는 길. 좁고 긴 골목길에 즐비한 작고 예쁜 가게들이 자꾸만 발목을 잡는다. 1년 내내 크리스마스 데커레이션을 판매하는 작은 숍에서 스노볼을 구경하고, 1960년에 생긴 디저트 가게 크리스티앙에서 구겔 호프를 맛보며 소소한 행복을 만끽했다. 그 길의 끝에, 아기자기한 건물 위로 위용을 드러낸 노트르담 대성당이 보인다. 인간의 힘으로 지은 거라고는 믿기지 않을 정도의 거대하고 정교한 중세 고딕 양식이 숭고하고, 아름답고, 거룩하기까지 하다. “보주산맥에서 나는 장미색 사암을 이용해 지은 이 건물은 1176년에 공사를 시작해 1439년에 완공했습니다. 높이 142m 규모의 첨탑은 19세기까지 유럽에서 가장 높은 교회 첨탑이었죠. 지금은 쾰른 대성당이 앞섰지만요.” 내부에는 11~15세기에 만들었다는 크고 화려한 스테인드글라스로 가득하고, 트레이드마크인 동그란 장미창이 성스러운 빛의 향연을 펼친다.
노트르담 대성당 옆에는 일(Ill)강으로 이어지는 운하가 있는데, 이 주변으로 중세 알자스 전통 가옥이 그대로 남아 있는 프티프랑스가 조성되어 있다. 강변을 따라 파스텔 톤으로 채색한 건물이 수면에 비치며 만들어내는 풍경이 한 폭의 서정적인 수채화처럼 환상적이다. 그런데 왜 프티프랑스일까? “독일 사람들이 지은 이름이에요. 16세기 초 이곳에는 매독 환자들을 격리하는 병원이 있었어요. 당시 알자스에 살던 독일사람들은 매독을 프랑스인의 질병이라 불렀고, 매독으로 아픈 사람들이 밀집해 살고 있는 이 지역을 프티프랑스라고 불렀죠.” 스케이트보드를 타는 아이들의 웃음소리와 안타까운 역사를 목도한 관광객의 숙연함이 묘하게 뒤엉킨다.

 



travel tip 스트라스부르 관광 명소

스트라스부르 현대미술관 귀스타브 도레, 한스 장 아르프 등 19세기 이후 활동한 거장의 작품을 볼 수 있다. 올해 개관 20주년을 맞아 아티스트 그룹 페일(Faile)이 미술관 외관 벽면을 그라피티 아트로 장식해 볼거리가 더욱 풍부하다.

알자스 박물관 르네상스 시대 목조 건축물에 둥지를 튼 민속박물관. 옛 박물관이 무슨 재미일까 기대감 없이 들렀다가 의외의 즐거움을 발견한 곳. 삐거덕거리는 나무 계단과 복도가 독특한 분위기를 풍기는 내부에 옛날식 주방, 거실은 물론 전통 결혼식, 장례식 장면을 재현해 둘러보는 재미가 쏠쏠하다.

스트라스부르 병원 와인 저장고 1395년, 스트라스부르 병원 지하 깊숙한 곳에 만든 곳으로 최고급 알자스 와인을 보관한다. 1472년에 생산한 세계에서 가장 오래된 와인을 저장하고 있다는 사실만으로도 방문할 가치는 충분하다.

 



15 19세기에 세운 유럽식 현대 건물이 들어선 뮐루즈 시내. 16 핑크색 외관과 황금빛 장식이 조화를 이룬 뮐루즈 시청.

ulhouse 알자스의 현재, 뮐루즈
콜마르와 스트라스부르가 알자스의 전통을 굳건히 지키고 있다면 마지막 여정인 뮐루즈는 현대판 알자스처럼 느껴진다. 이곳에선 며칠 동안 눈에 익은 목조 가옥을 찾아볼 수 없다. 제2차 세계대전을 겪으며 폐허가 된 도시 자체를 재건했기 때문이다. 독일 통치 아래 지었다는 뮐루즈 중앙역을 나서자 19세기에 세운 유럽식 현대 건물들이 시야에 들어오고 이곳이 프랑스인지, 독일인지 잠시 정신이 아득해졌다. 시내는 레위니옹 광장(Place de la Re′ union)부터 콩코르드(Concorde) 광장, 평화의 광장까지 1~2시간이면 둘러보는 아담한 크기. 하지만 뮐루즈 국립자동차박물관이라면 몇 시간을 할애해도 좋다. 진귀한 차로 가득 채운 넓디넓은 주차장 같달까. 파리 알렉상드르 3세 다리 가로등을 연상시키는 고풍스러운 조명이 빼곡히 서 있어 1900년대 거리를 활보하는 기분에 사로잡힌다. 부가티 35B, 롤스로이스 팬텀 초기모델, 1930년대 최고급 마이바흐까지, 400여 대의 명차를 보면 자동차에 관심이 없는 이들도 절로 탄성을 내뱉는다. 때마침 베르사유 궁전을 모티브로 한 포르쉐 탄생 70주년 기념 전시가 열려 1959년식 718 RSK, 1966년식 911S 등 12대의 희귀 포르쉐를 구경하는 행운까지 누렸다.


17 레위니옹 광장에 위치한 신고딕 양식으로 지은 뮐루즈 생테티엔 프로테스탄트 교회. 18 뮐루즈 국립자동차박물관 내부.

까마득하게만 느껴지던 알자스에서의 날들을 뒤로하고 어느덧 마지막 밤이 찾아왔다. 오래된 성당 뒤로 뜬 달은 밝고,
카페의 불빛은 아련하게 흔들렸다. 최후의 만찬을 위해 들른 프렌치 레스토랑 프티 파리에서 리슬링 와인 한 병을 시켰다. 맑고 투명한 와인은 우아하면서도 단단하고 달콤하면서도 쌉싸래한 풍미가 어지러울 정도로 복합적이다. 어쩌면 내가 생각하는 알자스가 이 한 병에 다 들어 있는지도 모르겠다. 투박하지만 친절하고, 슬프고도 아름다운, 결국 다시 찾게 되는 묘한 매력이 넘실대는 곳.

 

에디터 문지영(jymoon@noblesse.com)
사진 김은주   취재 협조 프랑스 관광청, 알자스 관광청, 에어프랑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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