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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UGUST. 2016 CITY NOW

예술은 무엇을 하는가?

  • 2016-08-31

2016 광주비엔날레가 '제8기후대(예술은 무엇을 하는가?)'를 주제로 활동 모드에 돌입했다. 동시대 사회적 이슈를 짚고 예술의 역할을 모색하는 2016 광주비엔날레를 한발 먼저 들여다본다.

광주시 북구 용봉동에 자리한 광주비엔날레 전시관


올해 11회를 맞는 '2016 광주비엔날레'가 9월 2일부터 11월 6일까지 비엔날레 전시관과 국립아시아문화전당, 무등현대미술관 등 광주시 일대 문화 예술 공간에서 열린다. 광주비엔날레는 창간 20주년을 맞이한 지난 2014년 미술 잡지 <아트넷>이 선정한 '세계 5대 비엔날레'에 이름을 올리며 그 영향력을 인정받았다. 올해 광주비엔날레의 주제는 '제8기후대(예술은 무엇을 하는가?)'. 지구 상 7개의 물리적 기후대에서 한 단계 더 나아간 '상상의 세계'를 의미한다. 전 세계적으로 예술이 도구화되고 상업 예술 시장이 팽창하면서 예술의 본질에 대한 우려가 증폭되는 이 시점에 예술이 '진짜' 해야 하는 역할을 모색하자는 취지다. 지난 2014년과 비슷한 규모로 37개국에서 모인 97팀(119명)의 작가는 현시대 이슈를 돌아보고 다양한 시각예술을 선보이는 데 초점을 맞춘다. 예술의 역할을 탐색하는 본전시를 비롯해 지역과 협업한 프로젝트와 교육 프로그램, 세계적 예술 기관과 단체가 참여하는 비엔날레 펠로우 등 기존의 전시 패러다임을 뛰어넘는 다양한 시도를 만날 수 있다.

각 사물의 존재 의미, 다른 개체와의 관계를 통해 형성하는 에너지 흐름을 작품을 통해 시각화했다. 나부치(Nabuqi), A View beyond Space No.7, Stainlness Steel & Varnish, 131×10×10cm, 2015 Courtesy of the Artist


세계적 작가와 함께하는 오감 자극 전시
지난해 6월 말 2016 광주비엔날레 주최 측은 광주비엔날레의 지향점을 시각예술로 드러낼 적임자로 스웨덴 출신 큐레이터 마리아 린드(Maria Lind)를 선정, 예술총감독으로 임명했다. 2011년부터 스톡홀름 텐스타 콘스탈의 디렉터로 활동해온 그녀는 2002년 상파울루 비엔날레 스웨덴관, 제1회 비엔나 비엔날레 특별전 등 대규모 국제 미술 행사에 큐레이터로 참여하며 예술의 사회적 역할을 고민해온 인물. 마리아 린드는 이번 타이틀인 '제8기후대(예술은 무엇을 하는가?)'에 대해 이렇게 설명한다. "지진계가 기후변화를 예측하듯 예술을 통해 상상의 세계를 진단하고 기존의 관념과 이해 방식을 뛰어넘는 예술의 역할을 고민하기로 했습니다." 이처럼 2016 광주비엔날레는 '예술이 상상의 세계를 구현하는 역할을 한다'는 전제로 5개의 전시실과 야외 사이트를 온도와 밀도, 분위기, 기압, 조도 등 다양한 기후대로 분리해 오감으로 체험할 수 있는 자리를 마련했다. 각 공간에는 동시대 현안인 환경과 노동, 인권 등 정치적·사회적 문제에 대한 예술의 역할을 모색하는 작품이 대거 등장한다. 그중 예술의 잠재력과 미래에 대한 상상력을 표현한 작품이 특히 주목할 만하다. 독일 작가 히토 슈타이에를(Hito Steyerl)의 대표작 'Factory of the Sun'과 덴마크 출신 설치미술 작가 안 리슬레가르드(Ann Lislegaard)의 영상 설치 작품 'Oracle, Owls… Some Animals Never Sleep'은 각각 가상현실과 공상과학소설에서 발견한 아이디어를 통해 현재의 인간 사회가 직면한 문제의 대안을 찾는 작품. 관람객이 직접 눈으로 보고 체험하며 디지털 시대의 이미지 왜곡과 언어의 한계를 탐구할 수 있는 점이 흥미롭다. 또 런던을 기반으로 활동하는 아말리아 피카(Amalia Pica)가 전통 체제를 비판한 기하학적 패턴의 드로잉 시리즈, 여성의 성적 역할에 의문을 제기해온 정은영 작가의 '여성국극 프로젝트' 등이 관람객과 소통할 준비를 마쳤다. 다양한 기후 환경으로 조성한 전시 공간에서 관람객은 경험의 폭을 넓히고 무한한 상상력을 키울 수 있을 것이다. 미래의 예술이 우리에게 건넬 메시지를 통해 예술의 잠재력을 느껴보자.

관료적 절차를 상징하는 각 나라의 도장을 수집해 기하학적 패턴을 그린 드로잉 시리즈. 아말리아 피카, Joy in Paperwork, Stamps on Paper, 2016 Courtesy of the Artist


히토 슈타이에를, Factory of the Sun, Installation View, 2015 Courtesy of the Artist


광주의 재개발지역에서 발견한 오래된 건축물을 작품의 주요 소재로 삼아 지난 시대의 가치를 표현했다. 박인선, 간판집, Mixed Media on Canvas, 2013 Courtesy of the Artist


현장 중심의 지역 밀착 프로젝트
이번 광주비엔날레의 가장 큰 특징은 예술과 인간, 예술과 사회의 소통 과정을 주목한 현장 중심의 프로젝트. 전시 주제에 대한 거대 담론보다 주제를 직접 실천하겠다는 의지를 반영했다. 사회 참여적 성향을 지닌 작가들은 벌써부터 현지 주민과 지역 밀착형 프로젝트를 진행하며 환경, 역사, 자연 등 다양한 주제로 적극적인 활동을 벌이고 있다. 현장 밀착형 작품을 제작하면서 신작 비율도 여느 행사보다 많은 40%에 이른다. 마드리드와 베를린을 중심으로 활동하는 페르난도 가르시아-도리(Fernando Garcia-Dory)는 지난 4월부터 광주시 일곡동에 머물며 벼농사를 통해 친환경 공동 경작을 하는 비영리 민간단체를 관찰했다. 그는 광주의 지역민과 함께 연극을 하고 이 기록을 전시장에서 영상으로 선보이며 지역사회의 이슈를 드러낼 예정이다. 또한 제작 과정을 중시하는 베를린 출신의 설치미술 작가 미하엘 보이틀러(Michael Beutler)는 8월부터 학생들과 광주 대인시장에서 종이 소시지를 만드는 워크숍을 진행했다. 그는 여러 가지 재료를 조합하는 브리콜라주(bricolage) 방식으로 완성한 종이 소시지를 전시장에 가져와 대규모 설치 작품으로 선보일 계획이다. 그 밖에 자카르타 출신의 미디어 아티스트 줄리아 사리세티아티(Julia Sarisetiati), 뉴욕에서 활동하는 더글러스 애시퍼드(Douglas Ashford), 상하이 출신 아티스트 후윤(Yun Hu) 등 여러 작가가 지난 5월 광주 지역 리서치를 시작으로 워크숍, 협업 프로그램을 진행하며 현장 작업을 진행해왔다.
2016 광주비엔날레 총괄 큐레이터 최빛나는 관람객에게 이번 비엔날레의 전시 연계 프로그램을 주목할 것을 권한다. "큐레이터팀과 참여 작가들은 66일간의 공식 일정과 본전시 외에 지난 3월부터 광주와 서울 일대에 머무르며 동시다발적 협업 프로그램을 진행해왔습니다." 지역 협력 큐레이터와 미술 교육기관의 인프라를 활용한 연구·교류 플랫폼 월례회(Monthly Gathering)와 인프라스쿨(Infra-School)이 대표적. 광주를 비롯한 여러 도시에서 참여 작가와 미술 전공 학생, 일반 시민이 참여한 가운데 그룹 토론과 세미나, 작품 발표 등의 다양한 프로그램이 11월까지 이어진다.





남성성을 수행하는 여성을 대상화해 남성 중심 사회에서 통념화된 여성의 성적 역할에 의문을 제기했다. 정은영, Act of Affect(정동의 막), Single Channel Video, 2013 Courtesy of the Artist


높은 전시 수준과 지역적 특수성에 힘입어 국제적 현대미술의 장으로 자리매김한 광주비엔날레는 올해도 그 여세를 이어 더욱 성장할 것으로 기대된다. 특히 올해는 많은 고민을 안고 출발한 만큼 그 어느 때보다 심도 깊은 연구와 해석이 담긴 풍성한 작품과 다양한 프로젝트가 관람객을 맞는다. 예술의 사회적 역할을 탐구한 수많은 작품을 통해 창설 20주년을 넘어선 광주비엔날레의 새로운 비전을 포착할 수 있을 것이다.





에디터 | 임해경 (hklim@noblesse.com)
사진 제공 | 광주비엔날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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