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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24-03-28

장르로서 힐링

평범한 일상을 반짝 비춰주는, 감동과 위로를 전하는 힐링 소설 세 권.

편의점, 도서관, 세탁소 등 무심코 지나치기 쉬운 일상 속 익숙한 공간을 배경으로 위로를 전하는 힐링 소설이 몇 년째 인기를 얻고 있다. 해피 엔딩이라는 결말이 명백한 데다 어딘가 판타지적 요소가 스며 있음에도 사람들 사이에 끊임없이 회자되는 건 상처받고도 호소할 곳 없는 마음 때문일 터. 생활 밀착형 힐링 소설 중 작품성을 널리 인정받은 세 권을 소개한다.
지난해 큰 인기를 끈 <메리골드 마음 세탁소> 후속작 <메리골드 마음 사진관>. “삶은 슬픔으로 가득 차 있지만, 그럼에도 기쁨을 찾고 슬픔을 보듬으며 살아가는 것 역시 삶”이라고 말하는 저자 윤정은이 다시 한번 메리골드의 꽃말 ‘반드시 오고야 말 행복’으로 채운 마법 같은 순간을 그린다. 전작의 연장선 위에 놓인 이야기는 마음의 얼룩을 깨끗이 지워주는 ‘마음 세탁소’ 건물 1층에 보고 싶은 미래를 사진으로 찍어주는 ‘마음 사진관’이 새롭게 문을 열면서 시작된다. 마치 운명처럼 사진관을 찾아온 소설 속 캐릭터들은 저마다 슬픔과 상처를 안고 있다. 그동안 어디에도 마음을 솔직하게 털어놓을 수 없던 그들의 모습은 우리네 현실과 크게 다르지 않다. 지푸라기라도 잡는 심정으로 가늠할 수 없는 미래 행복과 불행을 점치기 위해 비장한 모습으로 카메라 앞에 선 이들의 사진에는 과연 어떤 모습이 담겨 있을까. 책을 읽다 보면 눈앞에 실물로 놓인 미래와 잊어버린 과거의 행복, 숨어 있던 속내를 마주하는 인물의 마음에 가만가만 피어나는 희망찬 결심과 변화의 여정을 진심으로 응원하게 된다.
누구나 한 번쯤 기분 전환을 위해 미용실을 찾은 경험이 있을 것이다. <수상한 이발소>는 이에 착안해 동네 이발소에서 시작되는 평범한 이웃의 유쾌한 반란을 담았다. 일본의 스테디셀러로, 특유의 현실적이면서 독특한 유머가 담긴 힐링 서사를 좋아하는 독자라면 분명히 빠져들게 될 것이다. 소심한 성격 탓에 부당한 업무를 거부하지 못하는 직장인, 자괴감에 빠진 취업 준비생, 기억상실증에 걸린 야쿠자 등 잘려나가는 머리카락과 함께 잔뜩 응어리진 고민까지 훌훌 털어내고 싶은 여섯 명의 손님에게 해맑으면서 미스터리한 여자 이발사는 우는 아이 뺨이라도 때리듯 말도 안 되는 머리 모양으로 또 다른 시련을 안긴다. 하지만 어색한 모습으로 이발소를 나선 이들은 왠지 샘솟는 용기와 패기로 주어진 일상을 살아가게 되는데, 오히려 누군가 일상을 깨뜨려주기를 기다렸다는 듯 달라진 삶에 대한 자세를 통해 언제든 새로운 모습으로 살아갈 수 있다는 속 시원한 위로를 전한다.
‘세상을 떠난 사람의 마지막 마음을 들을 수 있다면?’이라는 상상에서 출발한 이수연 작가의 <마지막 마음이 들리는 공중전화>. 2023년 프랑크푸르트 도서전에서 화제작으로 꼽히며 정식 출간되기 전부터 큰 관심을 불러 모았다. 자살자의 자살 원인을 추정하는 과정을 일컫는 ‘심리부검’이 모티브가 된 이 소설은 심리부검센터 근처에 덩그러니 놓인, 그리운 이의 마지막 마음을 들을 수 있는 특별한 비밀을 간직한 공중전화가 배경이다. 자살과 죽음이라는 어두운 주제를 다루는데도 상대의 마음을 묻고 이해하는 진정성 있는 태도와 미묘하고 섬세한 묘사를 통해 남은 이의 상처가 위로로 바뀐다. 상실을 애도로 승화하는 기적과 동시에 미처 떨쳐내지 못한 깊은 슬픔 속에서 싹트는 희망과 따뜻함도 발견할 수 있다.

 

에디터 손지수(jisuson@nobless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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