믿고 듣는 감미로운 목소리 - 노블레스닷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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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21-12-22

믿고 듣는 감미로운 목소리

나직하게 이야기하는 정세운과의 대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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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세운은 늘 나른한 것 같기도, 느긋한 것 같기도 하다. 오늘 화보 촬영에서도 그랬다. 타고난 기질이다. 차분한 편이라 잘 당황하지도 않고. 어머니가 그러는데, 어릴 때 돌에 걸려 넘어져도 그냥 툭툭 털고 일어났다더라. 두 형이 있는데, 셋이 사진을 찍으면 경직된 형들 사이에서 혼자 빵긋빵긋 웃었다고.
K-팝 신을 풍미한 두 서바이벌 프로그램 와 <프로듀스101>에 출연할 때도 평정심과 여유를 잃지 않았다. 보기 드문 캐릭터였다. ‘어차피 내 마음대로 되는 일은 없다’고 생각한다. 어떤 일이 벌어져도 당황하기보다는 이미 벌어진 일이니 어떻게 해야 할지 해결책을 찾는다. 주어진 것에 최선을 다하고 결과를 받아들이는 편이다.
중학생 때 장롱에서 발견한 아버지의 낡은 기타가 삶을 바꾸었다고 들었다. 기타는 나의 어린 시절을 함께한 단짝이다. 두 형이 ‘야자’하고 공부방에 가면 혼자 집에서 열심히 기타를 치곤 했다. 그때 만든 곡으로 에 출연했다.
직접 작사한 곡을 보면 감정에 솔직한 것 같다. 어린 정세운은 음악을 들으면서 많은 위로를 얻었다. 그래서 진솔하게 음악을 해보자고 생각했다. 뮤지션은 자기 이야기를 할 수 있는 축복받은 직업이다. 복 받은 거지.
직접 쓴 가사에 ‘바보’라는 말이 자주 등장한다. ‘Be a Fool’에서 멋져 보이지 않아도 잘나 보이지 않아도 괜찮다는 가사가 좋았다. 정세운에게 바보란? 바보가 나쁘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남에게 잘나 보이고 싶은 것에 마음의 중심을 두다 보면 아등바등하고 피폐해지잖나. 그런 걸 벗어나면 뭐 어떠냐, 내가 생각하는 가치를 계속 붙잡고 가겠다는 이야기를 해보고 싶었다. 남들이 바보라 한들 괜찮다, 나 바보 맞다, 이렇게 노래하면서.
남들이 뭐라 해도 흘려듣는 것이 있나? 음악 하는 사람에게 고전적으로 하는 말이 있다. 직접 많은 경험을 해봐야 풍부한 감정을 표현할 수 있다는. 응당 음악 하는 사람이라면 술도 마셔보고 뭐 그래야 한다는 말들. 그런데 나 같은 집돌이 생각엔 이렇게 음악 하는 것도 충분하다.
‘Say yes’에서 “원래 그래”, ‘Fine’에서 “Take your time, Fine that’s fine”이라고 노래하는 모습이 정세운답다고 느꼈다. 있는 그대로 두는 태도. 원래 정세운은 어떤가? 포장하는 걸 좋아하지 않는다. 포장지는 언젠가 벗겨지고 거품은 언젠가 꺼질 텐데, 내가 아닌 옷을 입는 건 싫다. 평생 그렇게 할 순 없으니까. 부터 지금까지 늘 이런 모습을 보여주었다. 나를 여유로운 사람으로 봐주지만, 동시에 이런 이미지에 취해 포장하는 것을 경계한다. 남들이 나를 어떻게 봐주길 의도하면서 모든 걸 하면 병 걸린다. 나 또한 초조할 때도, 열정을 불태울 때도 있다. 그냥 인간적인 사람이다.
SBS 프로그램 <정글의 법칙>에서 “엉덩이 너무 제 눈앞에 있는 거 아니에요?”라고 태연히 말하는 영상 클립이 다시 뜨는 거 아나? 예능에서 의도치 않았는데, 이상하게 웃기는 장면이 많다. 내 이름을 검색하는데, 엉덩이가 연관 검색어로 뜨는 거다. 심쿵했다. 내 엉덩이가, 내가 뭔가 실수를 했나?(웃음) 난 그저 너무 가까이 있으니까 가까이 있다고 했을 뿐인데, 왜 웃기다고 하는지 모르겠다. 그냥 내 할 말 하는 사람인데, 그걸 좋게 봐주나 보다.
정세운의 팬들은 온갖 특이한 복장을 하고 나타나 당신을 놀라게 하거나 웃겨주는 고유의 사인회 문화가 있더라. 한복 입고 큰절을 하거나 길리슈트 입고 장난감 총을 쏘거나. 내가 침착한 편이라 나를 당황하게 만들고 싶은 것 같다.(웃음) 조용한 듯 조용하지 않은 내 성격과 팬들의 성향이 닮았다. 굉장히 조용하게 팬 사인회를 진행하다 갑자기 그렇게 재미있는 모습을 보여주신다. 정말 창의적이다. 한동안 코로나19로 만나지 못하다 오랜만에 팬 미팅이 잡혔는데, 나를 잘 아는 분들과 만나 또 얼마나 재미있을지 설렌다.
최근 음악 작업실을 마련했다던데. 원래 집에서 작업하는데 본격적으로 해보고 싶어 만들었다. 새로운 동기부여가 되더라. 지금은 음악에 다시 재미를 느끼고 있다. 장비를 새로 장만해 이것저것 만져보고, 새로운 작곡 프로그램도 공부하고. 작업실 인테리어는 원목 가구 위주로 아늑하게 꾸몄다. 어머니가 플로리스트라 어릴 때 꽃과 식물을 많이 보고 자라서인지 자연스럽고 고요한 분위기를 좋아한다.





블랙 프린팅 티셔츠 Allsaints, 데님 팬츠 Fellin Studio0, 스팽글 슈즈 Ordinary People, 네크리스 Trencadism, 링 Nonenon × Amondz, 벨트 스타일리스트 소장품.





블랙 재킷 Ordinary People, 네크리스 Mamacasar, 이어 커프와 이너 슬리브리스, 링 모두 스타일리스트 소장품.

정세운이 생각하는 정세운의 강점은? 따스함. 따듯한 사람이다. 인간적이고 상식과 대화가 통하는. 요즘 같은 자극적인 시대에 지루하게 느껴질 수도 있지만, 예측 불가한 면모도 있기에 재미있게 지켜봐주시는 것 같다. 또 하나는 음악을 오래 할 수 있는 사람이라는 것. 음악은 시대의 변화에 맞춰 발전해야 하는데, 나는 음악이 너무 재미있고, 공부하는 것이 좋다. 앞으로 뭘 들고 나올지 궁금해하는 가수가 되고 싶다.
음악이 왜 그렇게 재미있나? 내 이야기를 할 수 있고, 내 생각을 표현할 수 있다는 것이 얼마나 매력적인가. 사람들이 그걸 듣고 내가 느낀 것처럼 느껴주면 좋고, 다르게 느껴질 때는 또 저렇게 해석될 수 있구나 하고 새롭게 알게 되어 좋다. 무엇보다 음악은 힘이 세다. 무언가로 사람의 마음을 바꾼다는 건 어렵다. 설득과 노력으로 사람의 마음을 바꾼 것처럼 보이게 할 수 있지만, 음악은 진짜 마음을 바꿀 수 있다. 기타를 잡기 전, 무기력하던 어린 정세운의 마음도 음악이 바꿨으니까. 기쁠 때도 슬플 때도 나를 지탱해준 힘이 센 존재다.
정규 1집부터 전곡을 스스로 프로듀싱했다. 다음 앨범을 팬들이 애타게 기다리는데, 어떤 걸 준비 중인가? 직접 프로듀싱하면서 텀이 길어지고 시간이 걸리지만, 그만큼 웰메이드 앨범을 만들기 위해 공들이고 있다. 내가 지금 느끼기에, 부르기에 재미있다고 생각하는 곡으로 채우는 중이다. 장르에 얽매이지는 않는다. 갑자기 헤비메탈을 들고 나올 수도 있는 거 아니겠나?(웃음) “나는 지금 이런 음악이 재미있는데, 너희들은 어때?” 하고 묻듯이 작업하는 것이 좋다. 조금만 더 기다려달라.
벌써 데뷔 5년 차다. 뮤지션을 꿈꾸던 어린 시절 기대한 것과 다른 점이나 아쉬운 건 없나? 많다. 열아홉 살에 실용음악과 입시 준비를 할 때, 문득 내가 스물다섯 살쯤 되면 어느 정도의 음악을 하고 있을 거라고 막연히 상상했는데, 어느새 스물다섯 살이다. 음악 외적으로는 생각지도 못한 능력치를 향상시켰지만,(웃음) 아직 음악인으로서는 공부가 더 필요해서 학구열로 채우고 싶은 부분도 많다. 하지만 너무 큰 목표에 얽매이지 않으려 한다. 좀 느리더라도 중심을 잃지 않고 계속 내 음악을 하는 것, 재미있게 활동하는 게 가장 중요하니까.
멀리 있는 목표보다는 지금의 나 자신에게 충실한지가 중요하니까? 그렇다. 거대한 목표를 세웠다가 엇나가면 자괴감도 들고 스트레스를 받잖나. 그보다는 내가 좋아하고 재미있어 하는 것에 최선을 다하는 게 좋더라. 긍정적으로 보는 것도 중요하다. 열일곱 살 때 ‘5평이라도 좋다, 밤에도 노래할 수 있는 곳으로 가고 싶다’고 노래하던 아이가 이젠 작업실을 따로 두고 밤에도 아침에도 노래할 수 있으니까 얼마나 좋나.
지금 정세운이 집중하는 것은? 내가 세우는 목표는 사소한 것이다. 오늘 이룰 수 있는 것. 아침에 일찍 일어나야지, 이부자리 정리해야지, 일어나서 물 한 잔 마셔야지. 일어나자마자 이불 개키는 게 얼마나 어려운데.(웃음) 오늘 하루 내가 할 수 있는, 가장 작은 거라도 하는 게 중요하다.
유튜브 채널 <정세운의 요리해서 먹을까>도 재미있더라. 요리도 노래만큼 즐거운가? 일맥상통하는 부분이 있다. 각각의 재료로 한 요리를, 한 곡을 완성하는 과정이 그렇다. 불 세기에 따라 음식 맛이 달라지듯, 음악도 어떤 악기 소리를 키우고 줄이는지에 따라 다른 곡이 되니까. 나는 무언가 만들어내는 창의적인 일이 좋다. 그렇게 완성했을 때 먹어주는 사람, 들어주는 사람의 반응을 보는 재미도 쏠쏠하고.
견지하는 태도 같은 게 있다면? 할까 말까 고민될 때는, 물론 생각은 좀 해보되,(웃음) 해라. 에 나갈 때도 할까 말까 많이 고민했다. 그런데 그 프로그램은 나의 모든 것을 바꿔놓는 계기가 되었다. 그냥 고등학교에서 야자하던 애였는데. 또 하나는 작년에도 뮤지컬을 할까 말까 고민했다. 나는 노래로 감정을 표현하는 데 훈련돼 있는데 뮤지컬은 행동이나 동작, 표정 연기, 대사로도 감정을 표현해야 하는 새로운 일이라 고민을 많이 했다. 결국 안주하고 싶지 않아 도전했고, 벽을 하나하나 깨나가는 과정이 많은 도움이 됐다. 뮤지컬 이후 무대에서 감정 표현 전달을 더 잘하게 됐고, 좀 더 뻔뻔해졌다. 그래서 믿게 됐다. 할까 말까 할 때는 해라. 설령 후회하더라도 반드시 얻는 것이 있다. 그리고 하나 더 있다.
무엇인가? 한국 사람이 가장 못하는 게 기다리는 거다. 하지만 차분히 잘 기다려서 나쁠 게 없더라. 난 조급해하지 않으려 한다. 기다림 끝엔 늘 좋은 일이 생기니까.

 

에디터 이예지(프리랜서)
사진 윤송이
헤어 백흥권
메이크업 황희정
패션 스타일링 박선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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