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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24-05-02

도시라는 무대를 향한 시선

아나스타샤 사모일로바의 시각적 유희.

 

도시와 거리 풍경 그리고 그 속에서 살아가는 이들의 삶을 담은 이미지는 사소하고 익숙해 보일지언정 그 이면에 동시대성이라는 가치를 품고 있다는 점에서 큰 의미를 지닌다. 이에 주목해 1970년대부터 현재까지 도시와 사회 곳곳에 숨어 있는 일상적 장면을 포착한 미국 현대 사진작가 일곱 명의 컬러사진을 소개하는 현대카드 스토리지의 사진 그룹전 <어반 크로니클스: 아메리칸 컬러 포토그래피(Urban Chronicles: American Color Photography)>를 위해 내한한 아나스타샤 사모일로바(Anastasia Samoylova)를 만났다. 이번 전시를 통해 국내에 처음 소개되는 작가임에도 윌리엄 에글스턴(William Eggleston), 비비언 마이어(Vivian Maier) 등 미국 현대사진 거장들의 작품과 한자리에 나란히 놓인 그의 작업은 색다른 내러티브로 흑백사진만이 예술로 인정받던 당시 등장한 초기 컬러사진과 확연히 다른, 21세기의 모습을 비추는 거울처럼 깊은 인상을 남겼다.
본격적으로 사진 작업을 시작하기 전부터 건축과 회화 등을 공부하며 스스로 아티스트라는 인식을 품어온 그에게 사진은 한 시대를 기록함으로써 현재 자신을 이루는 것의 배경과 의미를 좇을 수 있는 매력적인 존재였다. 특히 현대카드 라이브러리에서 그 일부를 만날 수 있는 ‘Image Cities’는 뉴욕, 파리, 런던, 밀라노, 도쿄 등 17개 글로벌 도시의 표면을 빼곡히 채운 대형 이미지에 초점을 둔 시리즈. 오늘날 공공 영역에서 불특정 다수를 향해 전시된 이미지 같은 인공물이 도시 거주자에게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 살핀다. “‘Image Cities’는 반짝이고 값비싼 물건을 과시하는 광고판, 새롭고 호화로운 공간의 탄생을 알리는 건설 현수막 등 욕망의 대상이 되거나 흔히 이상적 아름다움이라 여기는 것을 내포한 이미지를 채집한 작업입니다. 이를 통해 도시환경의 맥락, 그 속에서 살아가는 이들과의 관계를 포착하려 했습니다. 지금은 이미지 프로파간다 시대나 다름없다고 말할 수 있습니다. 공공장소가 아니더라도 휴대폰의 작은 화면을 통해 우리는 매일같이 많은 이미지를 무의식적으로 마주하고 있죠. 한 번 본 이미지는 은연중 기억에 남아 세계관이나 욕망 등에 영향을 미칩니다. 그 때문에 우리에게 평소 무분별하게 노출되는 이미지가 얼마나 중요한지 생각해보게 됐습니다.”
대형 이미지와 인물이 중첩되거나 콜라주를 연상시키는 등 사진 속 시각적 효과는 감상자로 하여금 그의 사진이 과연 우리에게 어떤 이야기를 전하는지 자세히 들여다보게 하고, 시선을 머무르게 만든다. 이는 망원렌즈를 사용해 하나의 평면처럼 ‘압축’돼 보이는 이미지를 연출한 것으로, 우리가 일상에서 실제로 보는 것과 무의식중에 인식하는 이미지 정보 사이의 흐려지고 겹쳐진 경계를 은유적으로 담아낸 것. 동시에 이미지로 혼재된 도시를 향한 그의 태도는 완전히 부정적이지도, 긍정적이지도 않은 모호한 형태를 띤다는 점에서 흥미롭다. “제 사진의 모호함은 우리에게 왜 예술이 필요한지에 대한 답이 될 수 있습니다. 사진을 보면서 많은 상상이 이뤄지도록 의도적으로 열어두고 싶었습니다. 제가 세상을 바라보는 시각은 굉장히 복합적이기에 감상자들이 그러한 다양한 의미의 존재 가능성을 받아들일 수 있기를 바랍니다.” 동시에 아나스타샤의 ‘도시 채집’은 특정 도시에서의 삶이 구분되기보다 인류 보편적 경험으로 확대되는, 하나의 기업화된 세상에서 뉴요커나 파리지앵 같은 정체성이 과연 어떤 의미를 지니는가에 대한 생각으로 이어지며 우리에게 새로운 질문을 던진다. “공공 영역을 차지하는 이미지는 의지와 무관하게 언제나 우리를 향해 있습니다. 이러한 상황에서 삶의 일부를 기록하고자 하는 개인의 권리로서 사진 작업을 진행했습니다. 미약하게나마 도시에 널린 이미지에 대항해 통제할 수 있는 상황을 만드는 방향으로 접근한 거죠. 또 19세기 프랑스 시인 샤를 보들레르(Charles Baudelaire)가 정의한 ‘산책자(flaneur)’라는 개념처럼 도시를 이리저리 배회할 때마다 머릿속에서 여러 가지 사고가 펼쳐지고 시각적 영감을 얻게 됩니다. 결국 제겐 사진 찍는 것이 유일한 명상의 길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Newly Painted Wall, Barcelona’, 2022. © Anastasia Samoylova
‘Historic Theater Poster, Barcelona,’ 2022. © Anastasia Samoylova
‘Beauty Salon, Milan‘, 2022. © Anastasia Samoylova

 

에디터 손지수(jisuson@noblesse.com)
사진 김형상(인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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