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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24-03-21

봄 곁

대자연에서 마주하는 따스한 봄볕은 마음의 벽을 허물고 온전히 그 순간에 젖게 하는 힘이 있다. 봄기운이 물씬한 지금, 내면에 활력을 불어넣어줄 작품을 소개한다.

Maruyama Naofumi, Kicking the Water: Sengokuhara (close by), 116.7×116.7cm, Acrylic on Cotton, 2022~2023. Copyright the Artist, Courtesy of ShugoArts, Photo by Shigeo Muto





슈고아츠(ShugoArts)에서 열린 [Kicking the Water]전 전경.

마루야마 나오후미
마루야마 나오후미(Maruyama Naofumi)의 그림은 수면에 비친 풍경처럼 화면 위에서 일렁인다. 배경과 사물을 구분하는 선이 없어지고 형태를 흐릿한 채색의 변화로만 표현해 안개 속에 가려진 것처럼 현실적 재현을 희석한다. 작가는 불안정하고 유동적인 환경에서 어떤 이미지를 그려낼지, 그리고 그 모습이 어떻게 비칠지 물이라는 재료를 통해 끊임없이 연구해왔다. 모호한 작품에서 관람자는 어떤 풍경인지 유추할 수 없지만, 기억에 남아 있는 닮은 순간을 상기해 작품의 존재를 각인시킨다. 물을 머금은 코튼 캔버스에 아크릴물감이 스며들어 번지는 스테이닝 기법을 적용한 그림은 번지듯 캔버스 밖 세계로 퍼져나가 관람객의 감성과 연결된다.





Alex Katz, Isaac 3, 152.4x381cm, Oil on Linen, 2016. © Alex Katz / Artists Rights Society (ARS), New York Courtesy of the Artist and Gladstone Gallery





Alex Katz, Purple Tulips 2, 167.6×121.9×2.9cm, Oil on Linen, 2020. © Alex Katz / Artists Rights Society (ARS), New York Courtesy of the Artist and Gladstone Gallery Photography by Thomas Muller

앨릭스 카츠
앨릭스 카츠(Alex Katz)는 먼저 칠한 물감이 마르기 전 다음 획을 긋는 ‘웨트 온 웨트(wet on wet)’ 기법을 적용해 대상을 신속하게 포착해낸다. 영화의 스틸 컷처럼 한순간을 캡처하듯 특징을 포착한 작품은 과감한 화면 구성으로 단순하지만 특유의 우아함을 지녔다. 여유로운 표정으로 뭔가를 조용히 응시하는 듯한 인물의 크롭 화면은 마치 패셔너블한 광고의 한 컷 같다. 눈앞에 펼쳐진 순간과 대상을 그렸음에도 그의 회화는 눈에 보이지 않는 인물의 생각 혹은 사물의 상황까지 담아낸 듯하다. 어떤 것도 그리지 않은 배경의 색 면은 빈 공간이 아닌 것처럼 충만하며 단순한 색감만으로 생동감이 느껴지는 기분 좋은 착각을 불러일으킨다.





Bin Woohyuk, Osiris Pond, 160×380cm, overall, Oil and Graphite on Canvas, 2023. Courtesy of Gallery Baton





Bin Woohyuk, Uferweg, 41×45cm, Oil on Canvas, 2023.

빈우혁
작가는 산책을 통해 자연과 만나 감정에 집중하며 삶의 버거움을 덜어내고 내면을 치유하고자 했다. 산책을 하며 자연이라는 대상에 매료되었고, 이후 작가는 숲을 찾고 사색하며 걷는 습관을 화폭에 옮기기 시작했다. 이 습관은 베를린으로 이주한 후 티어가르텐 공원으로 이어져 공원을 거닐며 명상한 경험을 강렬하면서 생생하게 담아내고자 했다. 작가는 보이는 정경이 지닌 비가시적 정보를 어떻게 표현할 것인지 고민했고, 그 결과 추상적 측면을 부각하기 위해 물의 일렁임과 고목에 자라는 이끼 같은 미세한 순간을 포착했다. 작은 단위의 물질을 회화적으로 묘사해 탄생한 무한 반복이 전체를 형성하는 화면은 빈우혁의 새로운 회화적 시도를 설명한다.





리안갤러리에서 열린 <담>전 전경. Courtesy of the Artist, Leeahn Gallery ©Park Myungrae

김택상
옐로스톤 국립공원 화산 분화구의 황홀한 물빛에서 받은 강렬한 인상을 작품에 담아내는 그는 자연의 빛을 회화로 표현하고자 자연환경을 그대로 작업실로 옮겨온다. 작업실에 웅덩이를 만들어 캔버스 천을 깔고 안료를 연하게 섞은 물을 부어 수심이 얕은 호수를 만든 것. 캔버스 천을 아크릴 안료를 푼 물에 2~3일가량 두면 안료 입자만 캔버스 위에 남는다. 이렇게 착색된 캔버스를 꺼내 말린 뒤 다시 아크릴 안료를 푼 물에 넣는 과정을 반복한다. 물에 녹아든 안료가 캔버스 천에 착색되고 증발된 물의 흔적이 남아 광택이 난다. 붓으로 그리지 않고 물과 중력, 바람과 시간으로 색상을 담아내는데, 이는 색빛이 안개처럼 촉촉하게 퍼져나가는 듯한 감각을 선사한다.





Chae Jimin, We Haven't Met Yet, 91×116.8cm, Oil on Canvas, 2023.

채지민
삶의 순간에 발견되는 이미지 파편의 섬세한 조합으로 이루어진 화면 안에서 객체는 조용히 바라보거나 머무르며 자연스러운 행위를 이어간다. 저마다 역할이 있지만, 서로 연결되지 않은 채 모호한 관계로 머문다. 부자연스러운 장면은 ‘스토리’가 되기 전 ‘상황’ 단계에서 멈춰 곧 어떤 사건이 일어날 것만 같은 묘한 긴장감을 전한다. 작가는 소실점에 기초한 원근법을 예술적 도구로 사용한다. 원근법은 2차원에서 3차원을 표현하기 위한 회화 기법으로, 평면에서 공간감을 재현하기 위해 미술사적으로 오랜 전통을 지니고 있다. 소실점은 고정된 시점만 제공해 회화의 한계를 드러내지만, 채지민은 이러한 원근법의 한계를 오히려 적극 활용해 평면 회화와 이미지 자체에 근본적 물음을 던진다.





Jung Haiyun, Relation, 97×130cm, Acrylic on Thick Mulberry Paper, 2019.

정해윤
동양화를 전공한 정해윤은 동서양의 회화적 경계를 넘나드는 독창적 화풍을 선보인다. 작품에 등장하는 각각의 서랍은 공간적 의미와 시간적 의미로 부여된다. 이러한 개별 공간이나 시간이 모인 서랍의 군집은 여러 사회 집단이나 한 시대를 반영한다. 인류를 상징하는 박새는 리드미컬한 실을 통해 다양한 관계망을 형성하고, 작가는 이를 통해 개인과 사회의 얽힌 관계를 가시적으로 표현한다. 또 박새와 서랍, 실 세 가지 요소를 통해 개별과 전체의 조화로운 역할을 바탕으로 인류가 한층 성숙해지기를 희망하는 메시지를 전한다. 우리가 인식하는 세계에 질문을 던지는 소재를 통해 그 너머 확장된 세계와의 만남을 제안한다.

 

에디터 조인정(ijcho@nobless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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