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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23-11-30

우리라는 가치

루이 비통과 다섯 명의 셰프가 선보이는 팝업 레스토랑 '우리 루이 비통'의 이야기.

위쪽 쪽빛을 키 컬러로 삼은 우리 루이 비통 전경.
아래쪽 왼쪽부터_조은희, 강민구, 조희숙, 박성배, 이은지 셰프.

패션 브랜드와의 이색적 만남에 대한 소감이 궁금합니다. 조희숙 수십 년간 셰프로 일하면서 음식과 가장 많이 비교한 분야가 바로 패션이었습니다. ‘의식주’를 한 단어로 묶는 것처럼 먹는 것과 입는 것은 결국 하나로 이어지기 때문이죠. 그동안 패션계에서 국경을 불문하고 다양한 트렌드가 주목받은 것과 달리 한식은 세계적으로 알려지지 않은 것에 큰 아쉬움을 느끼곤 했습니다. 이번 협업을 통해 그 바람이 서서히 실현되고 있다는 것을 실감해 뿌듯합니다. 또 ‘우리 루이 비통’을 이끄는 위치에서 부담을 느끼기도 했지만, 루이 비통 같은 글로벌 브랜드에서 한국 셰프에게 주목한 이번 협업이 한식을 알리는 데 하나의 마중물 역할을 할 수 있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조은희·박성배 각자 레스토랑에서 한식을 선보이는 데에는 분명 어떤 한계점이 있을 것입니다. 루이 비통과 협업함으로써 그 한계를 극복하고 세계적 관심을 얻는 새로운 전환점을 맞게 돼 무척 기쁩니다. 팝업 레스토랑을 오픈하기 앞서 프랑스의 루이 비통 재단을 방문해 예술과 장인정신을 존중하는 모습을 생생히 목격하며 다시금 루이 비통이라는 브랜드의 진가를 확인할 수 있었습니다. 그런 브랜드와 함께할 수 있어 영광인 동시에 이번 기회를 통해 한식의 맛과 멋을 제대로 알리겠다는 의지를 다지기도 했습니다.
지속적으로 셰프, 레스토랑과 협업을 진행하는 루이 비통의 행보에 대해 평소 어떻게 생각했나요? 이은지 루이 비통이 이전에 선보인 피에르 상, 알랭 파사르, 이코이와 함께한 팝업 레스토랑을 보면서 패션 하우스에서 외식 산업에 지대한 관심을 갖고, 세계적으로 알려진 셰프를 한국이라는 나라와 서울이라는 도시에 데려오는 것부터 레스토랑 공간과 기물 등 디테일한 부분까지 각 셰프의 특색에 맞추는 모습을 흥미롭게 생각해왔어요. 더구나 이번에는 한식을 주제로, 한국 셰프들과 함께해 코리안 다이닝을 세계 무대에 선보일 수 있다는 사실에 자긍심을 느꼈습니다.





우리 한 입 거리.
산초·캐비아를 올린 딸기와 송로버섯 닭꼬치.


우리 루이 비통은 이전 팝업 레스토랑과 달리 여러 셰프가 한자리에 모여 완성한 것이 특징입니다. 네 팀이 하나의 한식 파인다이닝 코스를 꾸리는 과정에서 어떤 시너지를 냈나요? 조희숙 보통 하나의 레스토랑 또는 한 명의 셰프가 오롯이 전체 코스 메뉴를 구성할 경우 모든 메뉴에 힘을 싣는 데에는 어려움이 따르기 마련인데, 우리 루이 비통에서는 각자 최고의 힘을 실었다는 것이 하나의 강점입니다.
강민구 사실 셰프들이 모여 행사를 함께 진행하는 경우가 흔치 않음에도 루이 비통을 통해 이루어진 이 만남에는 30대부터 60대까지 각 세대가 골고루 모여 있습니다. 개인적으로 이 30~40년이라는 세월 동안 한식이 변화한 시점, 한식 셰프들이 변화한 시점 그리고 한식이 각광받게 된 시점의 변화를 모두 거쳐 지금에 이르렀다고 생각합니다. 때문에 이런 자리가 마련된 것이 또 하나의 기념비적 사건으로 여겨질 것 같습니다.
이번 팝업 레스토랑은 한국인 셰프들이 자국민을 대상으로 한다는 점에서도 차이가 있습니다. 그런 면에서 고민한 지점은 무엇인가요? 강민구 국내에서 마음만 먹으면 찾아갈 수 있는 거리에 있는 레스토랑을 운영하는 저희와 명성 높은 해외 셰프들이 팝업 레스토랑을 선보이는 것은 그 영향력과 의미에 확연한 차이가 있을 거라는 걱정을 한 것도 사실입니다. 하지만 가까이에서 맛볼 수 있는 셰프들의 음식을 루이 비통 팝업 레스토랑에서 맛보았을 때 그 이상의 만족감을 선사하기 위해 어떤 특별함을 보여드릴 수 있을지에 대한 고민이 가장 컸습니다. 동시에 여럿이 모여 각자 힘을 보태고, 우리 루이 비통에서만 맛볼 수 있는 음식을 준비하는 등 치열하면서 즐거운 고민이었습니다. 한편으로는 과연 이곳에서 한국인 셰프들이 내는 한식이 어떤 평가를 받을까 하는 호기심도 있습니다.
현재 뉴욕에서 활동하는 이은지 파티스리 셰프의 경우, 한식에 기반을 둔 다른 셰프와의 협업 자체가 새로운 시도였을 듯합니다. 이은지 저는 정통 한식을 선보이는 것은 아니지만, 코리안 헤리티지에 프렌치 테크닉을 접목해 뉴요커의 입맛에 맞는 디저트를 만드는 사람이라고 할 수 있어요. 이번 협업에서는 한국인으로서 정체성을 극대화한 디저트를 선보이기 위해 노력했고요. 너무 튀지 않으면서 차분하고 자연스러운 메뉴로 구성했습니다. 그러기 위해 유제품 사용을 최소한으로 줄이고 한식의 중요한 포인트인 제철 재료, 특히 배·오미자 등을 가미하는 등 상큼함을 살려 은은하게 마무리할 수 있도록 준비했습니다.





하나의 오브제처럼 연출한 루이 비통 트렁크.

우리 루이 비통에서 이뤄낸 조화를 가장 잘 드러내는 메뉴는 무엇이라고 생각하나요? 강민구 코스의 첫 번째 메뉴 ‘우리 한 입 거리’와 마지막을 장식하는 ‘우리 다과’가 대표적입니다. 두 메뉴 모두 각 셰프가 하나씩 만들어서 내는 한 상 차림이나 마찬가지예요. 셰어링 플레이트에 제공해 한자리에서 음식을 나눠 먹는 우리 고유의 식문화를 담았습니다. 특히 우리 다과에서는 루이 비통의 아이덴티티를 시각적으로 표현했습니다. 루이 비통을 상징하는 모노그램 플라워 모양 약과, 이번 협업을 위해 특별 제작한 문양을 다식 틀로 찍어낸 밤 다식 등이 그 예입니다.
한식의 아름다움은 어디서 비롯되는 걸까요? 박성배 ‘검이불루 화이불치’라고 할 수 있습니다. ‘검소하지만 누추하지 않고, 화려하지만 사치스럽지 않다’는 철학이 바탕에 깔려 있죠. 누구나 아름다움을 느끼는 대상은 외면과 내면의 아름다움이 일맥상통해야 한다고 생각하는데, 한식이 딱 그렇습니다. 강하게 내세우지 않되, 그렇다고 어디 내놔도 결코 빠지지 않는 편안하고 고아한 아름다움을 안팎으로 지녔죠. 특히 우리 루이 비통에서 재료를 비롯해 한식의 맛과 멋, 공간을 차지하는 힘, 음식을 만든 이들의 에너지가 이뤄낸 아름다운 하모니를 꼭 한번 경험해보시기 바랍니다.
이번 협업을 통해 ‘우리’라는 단어가 지닌 말의 의미나 가치에 대해 다시금 생각해보는 계기가 되었을 것 같습니다. 조은희 우리나라, 우리 식구. 보통 나를 포함해 나 자신과 가장 가까이 있고, 소중한 것에 대해 우리라는 말을 붙이잖아요. 우리 루이 비통을 통해 각자 분야가 다른 사람들이 모여 또 다른 공간에서 우리라는 이야기를 선보이는 만큼 이번 협업은 모두에게 소중한 기억으로 남을 거라고 생각합니다. 우리라는 이름을 붙임으로써 한 식구가 된 것 같은 느낌을 받았거든요. 저희 다섯 명의 셰프와 더불어 이 모든 것을 구상한 루이 비통까지, 우리라는 단어가 지닌 힘을 새롭게 느끼는 시간이었습니다.
조희숙 지금껏 우리 루이 비통을 함께한 다른 셰프들과 각자 자리에서 많은 교류를 해왔지만, 이렇게 한자리에서 작업하는 것은 처음인 만큼 다양한 감정을 느꼈어요. 결국 우리라는 것은 진정한 교감이 축적돼 완성되는 것임을 깨닫는 귀한 경험이었습니다.





어만두.
제철 나물과 메밀 전병.
백화반.
우리 다과.

 

에디터 손지수(jisuson@noblesse.com)
사진 루이 비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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