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2시간의 단식 - 노블레스닷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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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23-04-03

72시간의 단식

간헐적 단식은 균형을 잃은 현대인의 식습관에 대한 해법이 될 수 있을까. 에디터가 72시간 동안 체험하며 단식의 진정한 의미를 고찰했다.

단식 1일 차
갑자기 단식을 시작했다. 수 개월간 해온 공복 유산소운동에도, 지긋지긋한 식단 관리에도 좀처럼 체중이 줄지 않는 것이 이유였다. 계기는 설 연휴에 알고리즘으로 우연히 보게 된 한 유튜브 채널. ‘3일 만에 5kg을 감량하는 가장 과학적 방법’이라는 흥미로운 섬네일을 보고, 혹시 기나긴 정체기인 내 몸에 일종의 ‘돌파’가 되진 않을까하는 생각이 스쳤다. 어제 저녁 6시 30분에 마지막 식사를 하고 오늘 오전에 갑자기 시작했으니, 이미 72시간 중 16시간의 공복 상태가 지나갔다. 다양한 간헐적 단식 중 장기 단식에 속하는 72시간 단식. 린클리닉 김세현 원장은 72시간 동안 일어날 수 있는 체내 변화를 다음과 같이 전한다. “단식 12시간 이후부터 혈중 인슐린 레벨이 급격히 감소하면서 포도당이 아닌 지방을 태우는 케톤 상태가 됩니다. 단식 24시간이 지나면 자가 포식(autophagy)이 시작되고, 우리 몸의 중요한 신경전달물질 중 하나인 GABA도 증가하죠. 36시간이 지나면 실제로 지방이 감소되면서 도파민도 증가하고요. 48시간이 지나면 성장호르몬 수치가 높아져 지방 산화, 근육량과 신진대사 증가 등 효과를 볼 수 있습니다.” 16시간 간헐적 단식을 꾸준히 해온 만큼 평소보다 몇 시간 더 물만 마시는 건 어렵지 않았다. 단식 24시간이 지날 즈음 잠시 마음이 약해진 순간을 빼면 단식 첫날은 힘들지 않게 지나갔다.

단식 2일 차
24시간 이상 물만 마셨음에도 아침에 잰 몸무게는 숫자가 변하지 않았다. 정오 무렵엔 배가 고파서 일할 기운도 없었지만, 곧 자가 포식이 일어날 거라고 생각하니 의지가 생긴다. “세포를 청소하는 자가 포식 과정이 단식의 장점 중 하나예요. 자가 포식은 손상을 입거나 결함이 있는 세포 기관·세포막·단백질을 체내에서 분해하고 청소해 재활용하는 과정으로, 이를 통해 노화를 예방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죠. 미토콘드리아 에너지 생산을 적게 하고 활성산소를 줄여 산화 스트레스를 감소시키는 데도 도움을 줍니다.” WE클리닉 조애경 원장의 말처럼, 단식은 사실 체중 감소보다는 디톡스 개념으로 접근하는 것이 좋다. 에디터도 처음에는 몸무게 뒷자리가 바뀌기만을 바랐지만, 이틀째가 되자 평생 처음 내 몸, 그 자체를 들여다보게 됐다.

단식 3일 차
아침에 몸무게를 재니 드디어 뒷자리가 바뀌었다. 놀라운 점은 아침에 컨디션이 매우 좋았다는 것. 간헐적 단식을 주제로 전 세계 베스트셀러가 된 <먹고 단식하고 먹어라>를 쓴 브래드 필론은 단식 같은 스트레스 상황은 아드레날린과 노르아드레날린을 분비시키며, 이 호르몬은 지방 연소를 돕는 것은 물론 정신을 번쩍 들게 하는 각성 효과가 있다고 말한다. 나도 정말 단식의 디톡스 효과를 경험한 걸까. 평소와 다른 증상도 계속 나타난다. 너무 추워서 전기장판과 한 몸이 될 수밖에 없다. “단식 중 말초 순환이 원활하지 않으니 추위를 느낄 수 있어요. 개인차가 있지만, 두통이나 울렁거리는 증상도 나타나고요. 임산부나 수유부, 성장기 소아청소년, 저혈당이나 기저 질환이 있는 사람들은 절대로 단식을 시도하면 안 되는 이유죠.” 조애경 원장의 말처럼, 72시간 단식 중에는 몸 상태를 각별히 살필 필요가 있다. 어쨌든 여기까지 왔으니 조금만 더 버티자. 물만 마시는 72시간 단식 이론에서는 커피나 영양제도 제한한다. 체내 미네랄 부족을 예방하기 위해 중간중간 죽염을 권하는 정도. 조애경 원장은 단식 중 혈당이 떨어져 식은땀이 나거나 너무 허기지면 허브티 또는 감잎차 정도는 마셔도 무방하다고 조언한다. 배에서 꼬르륵 소리가 날 땐 탄산수를 마시면 도움이 된다고.

보식 1일 차
샤워를 하면서 내 흉곽이 원래 이렇게 납작했나 싶어 놀랐다. 단 3일 만의 변화인 만큼 몸통 둘레 감소에 대한 체감이 훨씬 드라마틱하다. 운동할 때 숨이 차긴 했지만, 머리는 여전히 맑고 컨디션은 최상이다. 72시간 단식에서 보식 기간은 최소 단식 기간만큼, 가능하다면 단식 기간의 세 배 이상을 권한다. 개인적으로는 3일 동안 사골 국물과 플레인 요구르트, 두부, 바나나와 사과 한두 조각으로 보식을 할 생각이다. 몸무게를 유지하기보다는 몸의 자극을 최소화하기 위해서다.

보식 3일 차
이제 슬슬 일반식으로 돌아가야 하는데, 이 시점에서 걱정되는 부분은 단식을 경험한 내 몸의 대사가 떨어져 요요 현상이 생기지 않을까 하는 점이다. 조애경 원장은 크게 우려할 필요 없다고 조언한다. “장기 단식이 아니므로 대사가 떨어져 살이 찌는 체질로 변한다고 보기는 어렵습니다. 다소 차이는 있지만, 영국 노팅엄 대학교에서 남성과 여성 29명을 대상으로 진행한 실험에 따르면 72시간 단식 후 대사율에 변화가 나타나지 않았고, 오히려 단식 기간에 우리 몸이 쓰는 칼로리가 저장 지방에서 나왔다고 해요.” 단식 후 중요한 것은 보상 심리로 원하는 음식을 먹기보다 깨끗해진 몸을 위해 식습관을 바로잡는 것. 이번 단식을 계기로 건강한 식습관을 가져야겠다는 결심이 섰다.

72시간 단식 한 달 후
72시간 단식을 시도한 지 한 달이 조금 넘었다. 지금 몸무게는? 감량한 몸무게에서 적게는 500g, 많게는 1.5kg이 왔다 갔다 하는 상태다. 별별 수단을 다 써도 정체 상태였던 몸무게가 유연해졌다는 것에 만족한다. 72시간 공복의 가장 의미 있는 성과는 몸무게보다는 식습관에 대한 인식 변화다. 다시 일반식을 하고 있지만, 저녁엔 식사 시간과 식사량을 조절하고 있다. 급격히 줄어드는 몸무게에 혹해 단식과 폭식을 반복하는 부작용이 나타나지 않은 것도 다행이다. 개인적으로는 체중 감량과 식습관 개선 효과를 봤지만, 간헐적 단식이 유일한 다이어트 해법은 아니다. 대한비만학회는 간헐적 단식의 이점에 대한 연구가 많이 이루어지지만 모두 동물실험 결과이며, 사람을 대상으로 한 대규모 임상 시험 결과는 찾아보기 어렵다는 입장을 밝혔다. 간헐적 단식이 불규칙한 식습관을 유발하거나, 이로 인해 균형 잡힌 영양소 섭취가 어려울 수 있다고 경고하기도 했다. 체중 감량은 지속 여부가 더 중요한 만큼 장기적으로 유지하기 어려운 간헐적 단식을 권고하기엔 무리가 있다는 것. 조애경 원장도 무조건 72시간 단식을 권할 순 없다고 말한다. “간헐적 단식의 효과에 대해 이미 보고된 연구 결과도 3개월 이하의 단기가 더 많고, 연구 대상자 역시 비교적 젊은 그룹이었으며, 기저 질환자를 대상으로 한 다양한 연구는 없어요. 따라서 다이어트가 필요한 일반 성인에게 간헐적 단식을 일괄적으로 제안하기에는 근거가 부족합니다.” 결국 중요한 것은 16시간이든, 24시간이든, 72시간이든 간헐적 단식을 맹신하거나 방법론에 집착하기보다 ‘균형 잡힌 식사’, ‘적당한 운동’이라는 고전적 건강법을 기억하는 것이다. 브래드 필론이 책에서 강조한 내용도 결국 ‘마음껏 먹고 굶어라’가 아닌 배 속이 꽉 찬 상태에서도 끊임없이 먹는 끔찍한 식습관을 깨뜨리라는 것, 평소 식생활에 휴식기를 도입하고 건강하게 먹으라는 것이다. 김세현 원장의 한마디는 이 모든 것의 결론이 될지도 모르겠다. “원래 간헐적 단식은 건강하고 날씬한 사람들의 식습관이기도 합니다. 즉 배가 고프지 않으면 먹지 않는 거죠. 인위적으로 시간을 정할 만큼 현대인의 식습관은 균형을 잃은 상태예요. 적당한 공복을 견디는 습관을 기르는 것만으로 생체 신호 감각을 되살리는 데 도움이 될 것입니다.”

 

에디터 이혜진(프리랜서)
사진 이현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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