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남동에서 만난 파리의 짙은 감성 - 노블레스닷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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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21-10-22

한남동에서 만난 파리의 짙은 감성

한남동에 오픈한 아스티에 드 빌라트 서울 플래그십 스토어에서 두 명의 파운더, 베누아 아스티에 드 빌라트와 이반 페리콜리를 만났다.

가구와 샹들리에를 전시한 3층 쇼룸에서 포즈를 취한 베누아(왼쪽)와 이반(오른쪽).

올 초 예정된 서울 부티크 오픈이 늦어진 데는 이유가 있었다. 예술가 집안에서 태어나 예술을 전공한 공동 창립자이자 디자이너, 베누아 아스티에 드 빌라트(Benot Astier de Villatte)와 이반 페리콜리(Ivan Pericoli)는 모든 부분을 세심하게 신경 썼고, 공간 구성과 작은 코너의 디테일, 인테리어 마감 하나하나까지 파리 감성이 묻어나는 공간을 ‘빚어내는’ 데 심혈을 기울였기 때문이다. “1층부터 5층까지, 이렇게 여러 층에 걸쳐 공간을 만드는 건 흥분될 만큼 새로운 도전이자 즐거운 경험이었어요. 지금까지 부티크는 전부 작은 공간이었거든요. 덕분에 지난 25년간 쌓아온 거의 모든 제품을 선보이며 원하는 것을 실현할 수 있었어요.” 1층부터 3층까지 3개 층에는 시그너처인 에마예(emaille)로 작업한 우윳빛 세라믹 식기는 물론 캔들과 향수, 서적과 엽서, 파리 부티크에서도 협소한 규모 탓에 다 보여줄 수 없던 가구와 샹들리에, 서울 고객을 위해 준비한 쿠션 등 패브릭을 다채롭게 만날 수 있다. 4층에는 아티스트와 협업한 아트 피스를 전시하는 갤러리, 5층은 한남동의 전경이 바라다보이는 야외 테라스가 딸린 카페가 자리한다. “서울에 올 때마다 그랜드 하얏트 서울에 묵는데, 룸에서 바라보는 풍경이 너무 아름다워요. 호텔 주변을 걸으면서 눈에 들어오는 남산과 산책길, 작은 골목 사이의 집들. 서울 부티크도 그런 이유 때문에 이곳으로 정하게 되었죠.”
언뜻 작고 평범해 보이는 것도 유심히 바라보고, 그것에서 아름다움을 찾아내는 심미안과 감각을 갖춘 그들은 나이도 성격도 다르지만 30여 년간 좋은 친구이자 동업자로 인연을 맺어왔다. “우리 둘 사이에 친구가 있었는데, 서로 잘 맞을 거라며 만나보라고 권했어요. 프렌치인 저와 이탤리언인 이반 모두 예술을 전공했고, 이탈리아 로마의 빌라 메디치에서 어린 시절을 보내다가 파리에서 살고 있다는 공통점이 있었거든요. 하지만 처음부터 서로 마음에 든 건 아닌 것 같아요.(웃음) 시간이 정말 빨리 흐르네요.” 베누아의 말에 이반도 두 사람의 첫 만남을 회상했다. “처음 만났을 때 전 제 그림에 대해 자신감이 별로 없는 상태였는데, 베누아가 그림을 가르쳐주기도 하고 격려도 많이 해줬어요. 베누아의 가족과 가깝게 지내며 파리에 살면서 잊고 있던 이탈리아 문화에 대한 기억의 조각을 다시 찾은 느낌이었어요.”
베누아 또한 이반을 만나면서 프랑스로 돌아와 단절된 이탈리아 문화와 예술에 대한 연결 고리를 다시금 잇는 계기가 되었다. 이렇듯 공통분모가 많은 두 사람은 1996년 18세기의 명망 있던 파리 장인으로부터 전해 내려오는 전통 방식의 기술에 현대적 스타일을 가미해 빚은 화이트 세라믹과 디자인 가구 등을 들고 메종 & 오브제에 참가했다. “사실 페어에 처음 참가했지만, 작은 부스에 우리가 쓰고 싶고 좋아하는 것을 놓고 누군가에게 선보인다는 것만으로 즐거웠어요. 그렇게 큰 호응을 받을 거라고는 생각지 못했죠.”
18~19세기 프랑스 문화에서 영감을 받아 베누아와 이반이 디자인하고 프랑스 장인이 공들여 만드는 핸드메이드 우윳빛 도자기 식기와 가구. 하지만 베누아는 프랑스의 전통 문화뿐 아니라 과거의 아름다운 모든 것에서 영향을 받는다고 말했다. “우리가 상상하는 과거의 아름다움을 재현하는 거죠. 우리에게 ‘과거’란 나무를 자라게 하고 꽃이 피게 하는 흙 같은 존재예요. 그리고 영감을 받고 디자인하고 만들어내는 편안한 방과 같아요. 그 방에는 창문이 있죠. 방 안에 갇혀 있거나 안주하는 것이 아니라 창문을 통해 현대적 아름다움을 바라보는 거예요. 아스티에 드 빌라트는 과거의 아름다움과 현대의 새로움, 이 두 가지가 공존해요. 우리가 만든 세라믹도 형태는 과거의 스타일에서 영향을 받은 것이지만, 화이트 에나멜은 과거에 없던 현대적인 색감이죠. 과거에만 머물러 있지 않아요.” 이반 또한 과거의 스타일을 카피하는 것이 아닌, 과거에 존재했을 것 같은 것에서 영감을 받아 새로운 양식으로 창조하는 과정이라고 덧붙였다.





서로 다른 성격을 지녔지만 예술적 감성이 잘 통하는 이반과 베누아.

25년간 단종된 아이템이 거의 없는 그들의 제품은 매년 2회에 걸쳐 새로운 컬렉션을 더하며 변화의 색채를 입는다. 미국의 데쿠파주(Decoupage) 아티스트 존 데리언, 로마의 패션 일러스트레이터 안드레아 페롤라, 스위스에 거주하는 일본 아티스트 세쓰코 클로소우스카 드 롤라 등 전 세계의 유명 아티스트와 함께 작업한 결과물을 선보인다. “협업하는 아티스트는 전부 우리 친구예요. 그래서 서로 원하는 걸 잘 알고 있죠. 특정한 룰 없이 매우 자연스럽게 진행됩니다.” 베누아는 일하느라 서로 보고 싶어도 자주 만나기 어려운 친구들과 함께 일한다는 건 정말 즐거운 시간이자 좋은 기회라고 말했다. 고서적에서 찾은 그림을 붙여 넣은 데쿠파주 기법으로 순백의 세라믹에 고풍스러운 색감의 이미지와 매치한 존 데리언 컬렉션, 캣 인센스 버너와 캣 티포트 등 고양이 시리즈 작품으로 유명한 세쓰코의 작업 등이 그렇게 빚어낸 유니크한 컬래버레이션 결과물이다.
베누아는 25년간 브랜드를 유지하고 부티크를 운영하면서 사람들의 라이프스타일과 취향이 정말 많이 바뀐 것을 체감한다. 예를 들어, 예전에 찻잔이 많이 팔렸다면 지금은 머그잔을 찾는 사람이 많다. 이반은 아스티에 드 빌라트를 통해 그들이 이뤄낸 ‘세라믹의 민주주의’가 가장 큰 변화라고 강조했다. “과거에는 결혼할 때 구입하거나 선물을 받아도 그릇장에 넣어둔 채 막상 매일 쓰는 그릇은 더 저렴한 거잖아요. 우리 부티크에 온 사람들도 6개씩 세트로 구입해야 하는지, 찻잔은 받침인 소서를 꼭 같이 사야 하는지 묻곤 했죠. 그럴 때마다 우리는 왜 그래야 하느냐고, 다른 그릇을 매치해도 된다고 말해줬어요. 사실 우리도 전통적으로 세라믹을 어떻게 쓰는지 잘 몰랐기 때문인데, 결국 다양한 스타일을 제시한 셈이죠. 전형적이지 않은 새로운 문화와 경직되어 있지 않은 자유로운 스타일을 만들게 된 것 같아요.”
그들의 마르지 않는 샘물 같은 아름다움에 대한 열망과 탐험은 이러한 창의적이고 자유로운 방식으로 많은 이를 매료시키고 있다. 매혹적인 도자기를 소유하는 즐거움을 선사하면서도, 귀하게 ‘모셔놓는’ 것이 아닌 일상에서 편하게 사용하는 그릇과 오브제. 그것은 아스티에 드 빌라트의 가장 중요한 테마인 파리의 모습과 닮아 있다. 두 사람의 표현처럼 화려하고 럭셔리한 건축물과 아무것도 없는 가난한 아티스트의 아틀리에가 공존하는 도시, 골목골목을 걸어 다니며 아름다운 것을 발견하고 곳곳에 자리한 카페에 들러 커피 한잔 마시며 쉬는 풍경이 일상인 도시. 과거와 현대, 다채로운 문화가 뒤섞인 파리의 감성을 오롯이 담아낸 아스티에 드 빌라트의 스타일은 자연스럽고도 열정적이며 독창적인 아름다움을 지녔다.





1층 쇼룸의 세라믹 제품들.

 

에디터 이정주(jjlee@noblesse.com)
사진 안지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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