근대미술의 요람, 현대미술의 발원지 대구의 진정한 힘 - 노블레스닷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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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21-06-28

근대미술의 요람, 현대미술의 발원지 대구의 진정한 힘

대구미술관을 이끄는 최은주 관장이 말하는 대구 미술의 저력.

다티스트 선정 작가 정은주의 개인전 전경.





최은주 대구미술관 관장.

대구미술관 관장으로 취임할 때 “덕수궁미술관 관장 재직 시절 근대미술사를 다루는 중요한 전시를 기획했는데, 그때마다 대구에 와야 했다. 대구 미술을 빼놓고는 한국 근・현대미술사를 쓸 수 없다”라고 말씀하셨어요. 이에 대해 조금 더 설명을 부탁드리고 싶습니다.
대구는 조선이 무너지고 일제강점기에 접어들며 근대성에 관한 논의가 가장 활발히 이루어진 곳입니다. 여기엔 영남 지역의 뿌리 깊은 유교문화, 달리 말해 정신문화가 한몫했다고 생각해요. 그 중심부에 위치한 대구는 일본의 상업자본이 빨리 들어왔어요. 당시 근대 문물을 접한 대구 사람들이 어떤 생각을 했을지 상상해보면 흥미롭습니다. 한국 미술사에 뚜렷한 족적을 남긴 이인성과 서병오 작가가 대구 출신인 것은 우연이 아니죠. 또 하나 주목할 점은 한국전쟁 당시 대구는 함락되지 않았어요. 그래서 당시 많은 미술인이 대구에 머물렀습니다. 평양 출신인 이중섭 작가는 1955년 대구에서 개인전을 열기도 했고요. 임시정부는 부산에 있었지만, 대구는 문화 수도로서 역할을 수행했습니다.
관장으로 부임하시고 2년이 흘렀습니다. 대구의 미술 현장 한가운데서 느끼신 점이 있다면요?
대구가 근대미술의 중심지로만 남아 있다면 과거형 도시에 불과했겠죠. 하지만 대구미술관을 포함해 여러 미술 공간이 활발히 움직이는 걸 체감하고 있습니다. 250만 명이 사는 대구에 협회에 등록된 화랑만 60여 개입니다. 서울을 제외하면 가장 높은 숫자죠. 이는 작가가 작품을 창작하면 그걸 유통시킬 수 있는 시스템을 갖췄다는 의미입니다. 동시에 미술을 향유하는 사람이 그만큼 많다는 뜻이기도 하고요. 남춘모나 이배처럼 세계로 뻗어나가는 작가가 출현하고, 재능 있는 후배 작가들이 그 뒤를 잇는 대구 미술의 힘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덕수궁미술관과 경기도미술관에서 근무하셨습니다. 수도권에 위치한 미술관과 대구미술관은 운영할 때 고려해야 할 점이 다를 것 같습니다.
지역성은 예술의 탐색에서 큰 부분을 차지합니다. 과거 덕수궁미술관에서 경기도미술관으로 자리를 옮기고 가장 놀란 사실은 경기도와 서울이 지척인데도 미술에 관해 이야기하는 주제가 다르다는 거였어요. 국제적 위상의 수도 서울에선 실험성이나 현대성에 대한 논의가 끊임없이 이어졌습니다. 반면 경기도에선 DMZ부터 공단 노동자, 다문화 이슈가 자연스럽게 나왔죠. 그래서 대구미술관에 와선 대구만의 특징을 고민했습니다. 정신문화의 전통을 간직한 도시이자 현대성을 획득하려는 강력한 열망이 있는 도시라 생각했고, 이를 개관 10주년 기념전으로 풀어냈습니다. 그 첫 주자인 <때와 땅>전에선 1920년대부터 1950년대까지 근대 대구 미술을 조명합니다. 당시 대구에서 나고 자란 예술가들이 어떻게 자신을 근대인으로 아이덴티피케이션했는지 확인할 수 있는 전시입니다.
상반기에 대구 미술의 전통을 살펴본다면, 하반기에 계획한 <대구포럼 1>과 <다이얼로그: 대구미술관 & 매그 재단>전에선 대구 미술의 현재 그리고 미래를 조망할 수 있겠군요.
맞아요. 6월 15일부터 열리는 <대구포럼 1>에선 비엔날레처럼 하나의 주제를 정해 국내외 동시대 작가들의 작품을 소개합니다. 지난 10년간 쌓아온 대구미술관의 큐레이팅 역량을 보여줄 수 있는 좋은 기회라고 생각합니다. 연례전으로 열릴 <대구포럼>의 첫 타이틀은 ‘시인들의 놀이터’로 정했습니다. 더불어 10월 19일 개최하는 <다이얼로그: 대구미술관 & 매그 재단>전에선 전시명에서 유추할 수 있듯 두 기관의 소장품을 문답하듯 배치해 이야기를 풀어갈 계획입니다. 자코메티와 샤갈, 곽훈과 이강소의 주요 작품이 잘 어우러질 수 있게 구성 방식을 고민 중입니다.





대구 근대미술의 정수를 맛볼 수 있는 <때와 땅>전 전경.

올해 시작한 ‘다티스트(DArtist)’ 프로그램도 인상적입니다. 대구의 전도유망한 중견 작가와 원로 작가를 조명한다고요. 5월 23일까지 정은주와 차규선 작가의 개인전이 각각 열렸고요.
네. 미술관에서 전시를 경험해본 작가와 그렇지 않은 작가는 분명 차이가 있어요. 작가 입장에선 미술관에서 작품을 선보일 기회가 그리 많지 않은데, 대구미술관이 돕고 싶습니다. 단순히 과거 작품만 가져오는 것이 아니라, 참여 작가들과 충분한 대화를 통해 새로움을 보여주고자 합니다.
대구미술관의 지난 10년간 성과와 앞으로 나아갈 길에 대해 말씀해주세요.
대구는 다른 지역에 비해 국공립 미술관 설립이 늦었습니다. 하지만 어느 기관보다 빠르게 발전하고 있어요. 쿠사마 야요이, 장샤오강, 앨릭스 카츠 등 동서양 유명 작가를 소개하며 과감한 행보를 펼쳤습니다. 대구 시민을 중심으로 반응도 뜨거웠고요. 그렇게 현대미술관으로서 이미지를 구축하는 한편, 신생 미술관으로서 연구 기능을 강화할 필요가 있다 생각해 부단히 노력하고 있습니다. 런던 하면 테이트 모던이 떠오르는 것처럼, 대구미술관도 지역을 대표하고 시민이 자부심을 느낄 수 있는 문화 기관으로 성장하고자 합니다.
올여름 <아트나우> 독자들이 대구에 방문하면 들를 만한 공간을 추천해주세요.
대구삼성창조캠퍼스는 삼성그룹이 시작된 곳입니다. 제일모직 옛터를 시민을 위한 공간으로 개조했죠. 근로자 기숙사는 젊은 창작자들의 스튜디오로 활용하고 있어요. 도시 재생의 모범 사례로 역사성을 간직한 채 앞으로 나아가고자 하는 대구의 의지가 잘 드러나는 공간입니다.

 

에디터 황재웅(jewoong@noblesse.com)
사진 JK(인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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