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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21-05-27

주말에 어디 갈까?

6월에 찾기 좋은 노들섬과 아라리오갤러리 서울을 미리 방문해봤다.

위쪽 가족, 연인과 함께 도란도란 이야기 나누기 좋은 노들섬 잔디마당. 사진 조승현. 사진 제공 노들섬
아래쪽 라이브하우스 전경. 사진 그린비. 사진 제공 노들섬

백로가 노니는 섬에서
‘백로가 노닐던 징검돌’이라는 뜻을 지닌 노들섬은 2019년부터 하나의 거대한 복합 문화 시설로 거듭나 각종 예술 행사가 열리는 특별한 장소로 변모 중이다. 사실 노들섬이 정비되기까지는 꽤 오랜 시간이 걸렸다. 먼저 이곳의 역사를 간단히 짚어보자. 1917년 일제강점기 때 한강 북단의 이촌동과 남단의 노량진을 연결하는 철제 인도교를 놓았고, 이를 연결하기 위해 다리가 지나는 모래언덕에 흙을 쌓아 올린 인공섬 ‘중지도’가 생겼다. 해방 이후에도 한동안 중지도라 불렀지만 1987년 노들섬으로 명칭을 바꿨고, 2005년 서울시가 이곳을 매입하면서 본격적으로 현재의 ‘노들섬’ 프로젝트가 시작되었다. 처음에는 예술 센터를 건립하고자 했지만, 재정과 사회적 공감대 형성 부족을 이유로 보류되었다. 우여곡절 끝에 2016년 비로소 현재 노들섬 복합 문화 공간과 시설 조성 관련 공모를 시작하고 2018년 조성 공사를 거쳐 2019년 9월 새로운 모습을 선보였다.
이곳은 복합 문화 공간이지만, ‘음악’을 테마로 한 공간이 많다. 대중음악 콘서트에 특화된 ‘라이브하우스’, 방문객에게 개방하는 음악 라운지 ‘뮤직 라운지 류’, 문화 산업에 종사하는 기획사·프로덕션·아티스트 입주 기관인 ‘노들 오피스’가 대표적이다. 이것이 전부가 아니다. ‘책 문화 생산자의 플랫폼’을 지향하는 ‘노들서가’는 말 그대로 책 만드는 사람들의 가치와 철학을 바탕으로 스토리텔링이 있는 책 큐레이션을 선보인다. 또 ‘그린 크리에이터’라 부르는 가드닝 관련 전문가와 함께 만드는 체험형 식물 문화 공간 ‘식물도’가 있다. 요즘 주목받는 플랜테리어의 첫발을 떼기 제격인 이곳에서 제철 식재를 활용한 가드닝 기초 수업과 식물 강연 등 다양한 프로그램이 진행되니 관심이 있다면 방문해보는 것도 좋을 듯하다.
지난 2020년 코로나19 사태로 잠시 운영을 중단한 노들섬이 정비를 마치고 전시, 워크숍 등 다양한 프로그램을 선보이고 있다. 가장 먼저 스페이스 445에서 5월 23일까지 열리는 전시 <어떤 산책>을 꼽을 수 있다. 김은비, 김지원, 문경, 아스터, 안성훈, 황교준 등 작가 여섯 명이 각각 다른 키워드로 전시를 꾸린 것. 예를 들어, 키치한 캐릭터로 스토리텔링을 전하는 김은비 작가의 ‘이상하고 귀여운’ 섹션에서는 슬픔을 흡수하는 곰돌이 베이, 하루하루 힘들게 살아가는 은솜이, 누군가가 흘린 눈물인 눈물쓰, 은솜이의 심장과 마음을 상징하는 하투 등의 캐릭터가 전시 주인공으로 등장한다. 코로나19 사태로 사회·경제적으로 힘든 시기를 보내는 모든 관람객이 충분히 공감할 수 있는 내용이라는 점이 인상적이다. 김은비 작가의 전시는 특히 스페이스 445의 두 번째 전시 공간인 갤러리 2에 개인전으로 마련해 사람들의 발길을 붙든다. 노들서가와 출판사 리얼북스가 함께 만든 워크숍 ‘오직 나를 위한 5월의 날들’도 눈여겨볼 만하다. 오일 파스텔 작가인 크레용토끼, 영화 관련 작가 석류, 그리고 홈 트레이닝 관련 조유경의 클래스를 각각 5월 6일, 5월 12일, 그리고 5월 28일 오후 6시 30분부터 한 시간 동안 온·오프라인 등 다각도로 진행한다. 특히 온라인 클래스는 리얼북스(@realbooks) 인스타그램을 통해 라이브로 공개하니 내 방에서 편안하게 시청하며 따라 할 수 있다. 날이 따뜻해지면서 노들섬을 찾는 사람이 늘고 있다. 비록 마스크를 착용하고 사회적 거리 두기를 해야 하지만, 노들섬은 다양한 활동을 즐기기에 더할 나위 없이 좋은 곳이다. _에디터 정송





위쪽 <파프: Final Cut>전 지하 1층 전경. 사진 제공 아라리오갤러리 서울
아래쪽 전시장 2층에는 갤러리 작가와 파프의 작업이 함께 소개되었다. 사진 제공 아라리오갤러리 서울

패션과 예술의 태도 실험
전시장에선 종종 시간과 공간의 국면이 낯설게 펼쳐진다. 장르가 무엇이든 대부분의 작품은 일상적 경험을 압축 또는 확대하고, 파편적으로 해체하거나 실제보다 거대하게 만들어 익숙한 것을 생경한 관점에서 새로 인식하게 하기 때문이다. 다만 ‘패션 전시’라는 카테고리에서만큼은 대개의 전시를 관통하는 보편적 문법이 있는 듯하다. 한 브랜드의 축적된 아카이브를 토대로 지난 역사를 회고하거나 스타 디자이너의 창의성, 예술적 영감과 인간적 매력에 초점을 맞추는 방식이 일반적이다. 특히 “패션과 예술의 접점을 찾는다”라거나 “패션과 예술의 경계를 허문다”는 설명이 따를 때는 아티스트가 해당 브랜드의 유산이나 미학을 재해석한 작품에 섹션 일부를 할애한다.
지난봄 삼청동 아라리오갤러리는 문전성시를 이뤘다. 2018년 국내에서 런칭한 패션 브랜드 ‘포스트 아카이브 팩션’(이하 파프)의 전시, <파프: Final Cut>(3월 18일~5월 16일)을 보기 위해 늘어선 줄이었다. 전시는 서문에서부터 “예술과 패션의 경계선에서 실현했던 여러 시도 중 그들의 실험적이고 예술적인 특정 태도를 패션이 아닌 미술 공간 속에서 구현해보려는 시도”라고 명시했다. 앞서 말한 기존 패션 전시 공학에서 살짝 비껴간 전시는 “패턴으로 인식되기 직전이 가장 아름답다”는 파프의 철학에서 출발했다. 옷을 완성하는 기본 형태이자 근본인 ‘패턴’을 개념화해 누군가의 몸에 걸친 의복으로서가 아니라 오롯이 제 구조와 조형성에 집중하게 했다. 모더니즘의 강령이던 ‘예술을 위한 예술(art for art’s sake)’을 스치듯 떠올렸지만, 파프는 ‘옷을 위한 옷’을 부르짖거나 ‘옷으로 예술 한다’고 젠체하지 않는다. 오히려 ‘left’, ‘center’, ‘right’로 라인을 세분화해 영민하게 다양한 가치의 균형을 맞춘다.
전시에서 가장 ‘포토제닉’한 시각적 효과가 구현된 곳은 지하 1층이었다. 바닥에서 빛을 쏘아 올린 단 위에 작품을 설치해 관람객이 사이사이를 배회할 수 있도록 했다. 김인배·김병호 작가의 조각과 아트 디렉터 에리카 콕스가 패턴을 재료로 만든 입체 조형물, 파프의 컬렉션 일부가 체스판 위 기물처럼 함께 놓였다. 작품, 오브제, 모자와 옷을 포함한 이 모든 창작물을 무엇이라 지칭하면 좋을까. 희고 검은 그들은 서로를 위해 봉사하거나 굳이 공명하려 애쓰지 않았다. ‘용도’와 ‘쓸모’를 강요받지 않은 상태로 각자 정해진 자리에 머물며 조용히 충돌하는 하나의 장면을 만들어냈고, 그런 무심함에는 오늘날의 미감과 일맥상통하는 부분이 있었다.
그런데 파프의 태도 실험이 이어지는 2층에서는 분위기가 달라졌다. 갤러리 소속 작가들과 파프가 한자리에 있다는 사실은 변함없지만, 지하에서와 달리 그 모습이 ‘새로운 공존’보다는 어색한 조우처럼 보였다. 자연스레 사람들의 행동도 감상이나 관람보다는 쇼핑에 가까워지고, 상업 갤러리라는 공간의 성격이 갑자기 선명하게 드러났다. 행어에 걸린 옷을 들춰 보듯 슬라이드 구조물을 움직이며 드로잉과 회화를 보고, 태그에 달린 설명을 읽거나 가격까지 슬쩍 확인할 수 있었다. 맞은편에서는 파프의 패턴과 전시 굿즈가 좌대 위에 우아하게 올라갔다. 친숙한 ‘TPO’의 전복이 발생한 셈이다.
이제 매장과 전시장을 명확하게 구분 짓거나 작품과 상품을 엄격하게 분리하는 사고방식은 구태의연하다고 여겨진다. 당위는 무너졌고, 세계의 욕망이 흘러가는 방향도 바뀌었다. 그러니 불현듯 노출된 현실이 당혹스럽더라도 안색을 바꾸지 말고 그저 세련된 걸음으로 전시장을 빠져나갈지어다. 전시장 한편에 마련된 ‘들키지 않으면 훔쳐가도 괜찮은 라이터’를 손에 꼭 쥔 채로. _프리랜스 에디터 이가진

 

에디터 정송(song@nobless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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