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니스 비엔날레 속 한국 - 노블레스닷컴

Latest News

    FEATURE
  • 2021-05-10

베니스 비엔날레 속 한국

'예술계의 올림픽'인 비엔날레의 중심에 한국관 예술감독 신혜원 건축가가 있다.

제17회 베니스 비엔날레 건축전에서 한국관 큐레이터를 맡은 신혜원 건축가.

베니스 비엔날레 건축전은 1968년부터 현대미술 축제인 베니스 비엔날레의 한 부문으로 시작해 1980년 독립 행사로 자리매김했으며, 2년에 한 번 짝수 해에 열리고 있다. 제17회 베니스 비엔날레 건축전은 원래 지난해 5월에 열릴 예정이었지만, 전례 없는 팬데믹 사태로 유럽 전역이 록다운되며 1년 만에 개최하게 되었다(2021년 5월 22일~11월 21일). 건축전도 예술 행사인 베니스 비엔날레와 마찬가지로 ‘황금사자상’을 향한 국가관 간 치열한 경쟁이 펼쳐진다. 그렇기에 큐레이터, 즉 예술감독 사이에도 신경전이 벌어지기 마련이다. 그런데 지난 2020년 8월, 베니스 비엔날레 건축전에 참여하는 국가관 큐레이터가 한데 모여 성명을 발표했다. 한국관 신혜원 감독을 중심으로 모인 이 큐레이터 연대(Curator’s Collective)는 코로나19 사태로 비엔날레 역사상 ‘최초의 화합’이라는 타이틀을 얻었다. “올해 비엔날레 전반을 관통하는 주제는 ‘How will We Live Together’예요. 어떻게 함께 살아갈 수 있을지에 대한 질문을 던지는 자리로 마련한 전시죠. 코로나19 사태가 발생하기 전 저는 한국관 감독으로서 ‘미래 학교’라는 주제를 선보여야겠다고 마음먹고 준비 중이었어요. 그런데 상황이 이렇게 된 거죠. 미래가 너무 빨리 와버린 거예요. 건축가로서, 큐레이터로서 이 주제로 제가 할 수 있는 일을 하려 했죠. 그래서 함께 모여 건축가로서 한목소리를 내보고자, 그렇게 함께 살아갈 방법을 모색해보고자 이메일을 띄운 거예요.” 그렇게 미국과 이라크, 레바논의 국가명과 각각의 예술감독 이름이 나란히 놓이는 이례적인 화합의 풍경을 만들어낸 신혜원 감독.





신혜원 건축가가 수장으로 있는 로칼디자인에서 디자인을 맡은 한강공원 성산나들목 전경.
전시 <미래 학교>와 연계해 2019년 국립현대미술관


그녀는 열일곱 번째 건축전의 한국관 감독으로서 ‘처음’이라는 수식어를 연이어 달고 있다. 다른 국가관 감독과 처음으로 유대감을 형성하며 ‘관계’에 대한, 비엔날레 진행 형식에 대한 질문을 던졌다. 전시 형태와 참여인단 또한 처음으로 다른 형태로 구성해 운영하기 때문이다. 그녀가 내건 주제는 ‘미래 학교’. 신혜원 감독은 “건축에서 왜 이런 주제로 전시를 하는지 궁금할 수도 있는데, 그 답을 드리자면 결국 건축은 융합적 분야라는 겁니다. 공간에서 도시, 도시에서 우리 삶으로 이어지게 하는 통로니까요. 그래서 결국 이러한 삶을 이야기할 수 있는 가장 기본적인 곳이 어디일까 고민하다 바로 학교가 아닐까 하는 결론에 이르렀어요”라며 학교라는 공간, 시스템 속에서 우리가 어떻게 살아야 할지에 대해 다양한 관점으로 접근할 수 있을 것이라는 기대감을 드러냈다.
그녀가 미래 학교를 통해 다루고자 하는 주제는 크게 세 가지다. 요즘 가장 큰 이슈인 환경문제 중 기후변화, 디아스포라 그리고 혁신(innovation). 지난해 6월 ‘Future School Summer Studio: Transborder Lab’이라는 이름으로 온·오프라인에서 개최한 프로그램 등 점진적으로 진행하는 프로젝트를 선보이며 본게임을 빌드업해왔다. 현재 전시에 참여하는 인원만 200명이 넘는다. 신혜원 감독은 그동안 건축전을 준비하던 것과는 완전히 다른 방식을 차용했다. 보통 예술감독이 팀을 꾸려 주도적으로 전시를 준비하지만, 신 감독은 이번에 특정 팀이 아닌 여러 건축 내·외부 분야 전문가들과 ‘협업’이라는 진행 방식을 택했다. 다른 건축가와 협업해 한국관 내부를 꾸미고, 현지 코디네이터를 적극적으로 활용해 현재 국가 간 물리적으로 단절된 상황을 극복한 것. 전시에 참여한 사람의 이름을 모두 크레딧으로 올림으로써 ‘함께’ 이 전시를 만들었음을 보여준다. “이전 전시와 달리 소박함을 추구합니다. 현지에서 구할 수 있는 것은 최대한 그쪽에서 조달하고, 한국에서 보낼 것을 최소화함으로써 효율성을 높이죠. 자연스럽게 많은 이가 조력하게 됐고, 그 힘이 무척 중요해졌어요”라며 집단지성, 컬렉티브가 함께 만들어가는 일의 가치를 신혜원 감독은 다시 한번 강조했다.





왼쪽 이탈리아 베니스 비엔날레 한국관.
오른쪽 <미래 학교>전은 5월 22일부터 11월 21일까지 이탈리아 베니스에서 열리며, 한국 아르코미술관에서도 소규모로 동시에 진행된다.

오는 5월 22일이면 전시가 개막한다. 2019년 8월부터 지금까지 신혜원 감독은 이 행사에 온 신경을 집중했다. 이런 국제적 자리를 통해 한국 건축을 알리고 그 위상을 공고히 하는 역할이 신 감독에게 주어졌지만, 그녀는 여기에 그치지 않고 한발 더 나아간다. ‘한국관’이라는 곳과 그 건축이 지닌 맥락을 좀 더 깊이 파고드는 것. 그러려면 한국관을 먼저 이해할 필요가 있다. 한국관은 베니스 비엔날레의 메인 장소인 자르디니 공원에서 좀 떨어져 있으며, 임시 건축물로 지었다는 점에서 흥미로운 공간이다. 주변 환경을 해치지 않고 증축한 데다 유리를 많이 사용해 상대적으로 탁 트인 느낌을 주지만, 동시에 전시하기에는 어려운 공간이라는 평가가 뒤따른다. “저는 건축 자체의 힘을 믿어요. 한국관은 상대적으로 빛이 많이 들고 쾌적하며 주변 환경 덕분에 상대적으로 차분함을 느낄 수 있습니다. 생각해보면, 베니스 비엔날레에서 봐야 할 국가관이 46개나 있어요. 사람들은 생각보다 한 전시 공간에 오래 머물지 않죠. 저는 오히려 사람들이 다른 국가관을 감상하고 지쳤을 때 한국관을 찾아 전시를 관람하며 쉬어 갈 수 있는 곳이 되기를 바랐어요.” 신혜원 감독은 편하게 앉아 한국관이 제시하는 주제에 대해 생각하는 시간을 갖고 다른 관람객과 이야기도 나누며, 말 그대로 서로가 서로의 학교가 되는 곳으로 이곳을 상정하기에 이르렀다고 설명했다.
결국, 이번 베니스 비엔날레 건축전의 공통 주제인 ‘어떻게 함께 살아갈 것인가’에 대한 질문을 신혜원 감독은 사람과 삶 그 자체에서 끌어낸다. 한국관을 통해 제시한 기후변화, 디아스포라, 혁신을 논함으로써 앞으로 우리가 살아갈 환경과 방식에 대해 얘기하는 것이다. 또 전시를 완성하기 위해 힘을 모은 200여 명의 협력자, 마지막으로 함께 살아보자고 한목소리로 외치는 다른 국가관과의 소통을 통해 신혜원 감독은 공감이야말로 우리가 서로 의지하며 살아갈 수 있는 원동력임을 주장한다.
코로나19 사태로 오랜 시간 말하고 싶은 바를 차곡차곡 쌓아온 신혜원 감독은 이번 베니스 비엔날레 건축전을 통해 건축가이면서 철학자적 면모를 유감없이 보여줄 것이다.

 

에디터 정송(song@noblesse.com)
사진 이현정(인물)

관련 기사

페이지 처음으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