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랑수아 피노의 부르스 드 코메르스가 개관을 앞두고 있다 - 노블레스닷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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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21-05-07

프랑수아 피노의 부르스 드 코메르스가 개관을 앞두고 있다

프라수아 피노의 역작 '부르스 드 코메르스'가 개관한다.

현대미술관 부르스 드 코메르스 전경.
Courtesy of Bouygues Construction Photo by Vladimir Partalo





부르스 드 코메르스의 주인 프랑수아 피노. ⓒ Matteo de Fina

코로나19 확산으로 미술 행사가 연이어 취소 혹은 연기되며 어려운 시기를 보내고 있는 파리 미술계에 모처럼 희소식이 날아들었다. 현대미술관 부르스 드 코메르스(Bourse de Commerce)가 곧 개관한다는 소식. 이 야심찬 프로젝트의 중심에는 프랑수아 피노(François Pinault)가 있다. 구찌, 발렌시아가 등 명품 브랜드를 소유한 케링 그룹의 창업주인 그는 20세기부터 동시대를 아우르는 미술품 5000여 점을 소장한 슈퍼컬렉터이기도 하다. 2006년 베니스에 첫 번째 미술관 팔라초 그라시(Palazzo Grassi)를, 2009년 같은 섬에 푼타 델라 도가나(Punta della Dogana)를 오픈하며 피노 회장은 ‘수집’에서 ‘공유’로 관심사를 확장했다. 이탈리아에 설립한 두 기관은 2021년 그의 고국 프랑스에 문을 여는 부르스 드 코메르스의 초석이 됐다.

루브르 박물관과 퐁피두 센터 사이, 19세기 소설가 에밀 졸라가 ‘파리의 뱃속’이라고 표현한 옛 중앙 시장 터에 들어선 대형 쇼핑센터 포륌 데 알(Forum des Halles)의 지척에 위치한 부르스 드 코메르스는 18세기엔 곡물거래소, 19세기엔 현재 이름 그대로 상품거래소로 활용하던 곳. ‘빛의 시대’로 불린 18세기 프랑스 건축양식이 돋보이는 공간에서 ‘오늘의 미술’을 선보이기 위해 스타 건축가 안도 다다오와 프랑스 출신의 젊은 건축가 그룹 NeM, 역사적 건물의 복원 및 보존 전문가 피에르-앙투안 가티에가 힘을 합쳤다. 피노 회장은 건물 개조에 앞서 “건물 본연의 광채를 되살리되, 최대한의 공간을 관람객이 누릴 수 있도록 하라”라고 주문했다. 그 결과 본래 건물의 미학을 해치지 않으면서도 안도 다다오의 상징적 디자인인 노출 콘크리트 벽이 조화를 이룬, 과거의 틀을 고스란히 품은 공간이 탄생했다. 돔 형식의 철골 구조물로 이루어진 유리 천장을 통과하는 자연광을 살렸고, 상품거래소 개소를 기념해 5개 대륙의 교역을 표현한 360도 파노라마 회화를 복원하는 데 공을 들였다.





세계적 건축가 안도 다다오. ⓒ Henry Roy





부르스 드 코메르스의 지하 오디토리엄 공간.
Photo by Patrick Tourneboeuf ⓒ Tadao Ando Architect & Associates, Niney et Marca Architectes, Agence Pierre-Antoine Gatier





건물 본연의 미학이 그대로 남아 있는 부르스 드 코메르스.
Photo by Marc Domage ⓒ Tadao Ando Architect & Associates, Niney et Marca Architectes, Agence Pierre-Antoine Gatier

작품과 관람객을 압도하는 공간이 아니라 ‘전시장’이라는 취지에 충실하도록 실용성을 염두에 둔 이곳은 지하 1층부터 지상 4층까지 총면적 1만500m2(3176평) 중 전시 용도로 약 6800m2(2057평)를 할애, 100m2(30평)부터 600m2(180평)까지 다양한 규모로 모듈화해 10개의 전시 공간을 구성했다. 층마다 높이를 달리해 회화나 조각은 물론 영상, 설치, 퍼포먼스까지 작품의 크기나 장르에 따라 공간을 적절히 활용할 수 있게 했다. 284개의 좌석을 갖춘 지하 오디토리엄에서는 토크 프로그램이나 콘서트 등을 열 수 있고, ‘스튜디오’라고 명명한 넓은 암실을 마련해 영상이나 사운드 작품을 선보이는 최적의 환경을 갖췄다.

지난 2017년 공사에 착수한 부르스 드 코메르스는 본래 2020년 6월 개관 예정이었으나, 예상치 못한 팬데믹 여파로 차일피일 개관 일자를 미루고 있다. 작년에만 두 차례, 올해 1월에도 한 차례 일정이 변경되어 봄을 맞이할 때쯤에나 문을 열 예정이라고. 개관일까지 ‘오프닝(Ouverture)’이라는 단순명료한 전시 제목 외에는 대부분의 정보를 철저히 비밀에 부치고 있지만, 매년 15개 정도의 프로그램을 유기적으로 진행할 계획으로 상설전과 기획전 등 전시, 아티스트 커미션, 장소 특정적 인시투(in situ) 프로젝트, 교육 프로그램 등 다양한 콘텐츠를 예고하고 있다.

미국 미니멀리즘, 프랑스 아방가르드, 이탈리아 아르테포베라 등 1960~1970년대 작품에서 계보를 이어 오늘날의 미술에 집중한 부르스 드 코메르스는 개인 컬렉션을 토대로 설립한 파리의 미술관 중에서는 최초로 컨템퍼러리 아트만을 위한 공간을 목표로 한다. 최고운영책임자 마르탱 베트노(Martin Béthenod)는 “피노 컬렉션이라는 프리즘을 통해 동시대 미술을 바라볼 것”이라며 고정되지 않고 살아 움직이는 미술관을 강조했다.

개관에 앞서 부르스 드 코메르스 측은 인스타그램 계정(@boursedecommerce)을 통해 준비 과정을 공개하고 있다. 한 가지 팁을 주면, 비밀의 장막이 걷히는 날 미술관 입장 전 정문 앞에 하늘 높이 걸린 3개의 깃발을 먼저 주목할 것! 이 깃발은 미술관 내부의 조명, 의자, 테이블 등 가구 전반을 담당한 듀오 디자이너 부를레크 형제의 작품이다. 로고, 이름 등 어떤 표식도 없는 민무늬 천은 ‘액체가 흐르는 듯하고 반짝이는 질감’으로 흡사 거울처럼 주변의 풍경을 반사한다. 이는 파리 심장부에서 ‘근현대 예술의 수도’라는 영예를 회복하고 새로운 르네상스를 열겠다는 부르스 드 코메르스의 포부를 담은 선언이기도 하다.

 

에디터 황재웅(jewoong@noblesse.com)
이가진(미술 저널리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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