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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20-07-10

정서가 더해진 공간

오티디코퍼레이션 대표이자 공간 디자이너 손창현의 공간에 대한 생각을 읽어본다.

아크앤북 시청점에서 만난 손창현 대표.

흔히 우리는 공간과 장소를 비슷한 개념으로 이해한다. 하지만 이 둘은 환경심리학적 측면에서 볼 때 다른 개념이다. 손창현 대표는 공간(space)은 말 그대로 물리적 장소를 뜻하고, 장소(place)는 정서적 의미가 깃든 곳이라고 쉽게 풀어 설명한다. 그저 ‘작은 방’이라고 하면 공간이지만, ‘내가 어린 시절을 보낸 작은 방’이라고 하면 장소로 설명할 수 있는 것. 그동안 많은 건축가와 디자이너, 디벨로퍼 그리고 MD가 이 공간을 ‘물리적’으로 활용하는 방안을 중점적으로 고민했다면, 이제는 그곳에 정서를 담아내고자 하는 고민이 중요하다는 게 손창현 대표의 지론이다. 그가 이끄는 오티디코퍼레이션은 어떤 한 공간의 장소화를 고려할 때 사회성, 경제성 그리고 사람들의 욕구를 충족해줄 지점을 잇는 데 집중하고 있다. 이러한 요소가 우리 삶에 지대한 영향을 미치는 만큼 공간에 대한 인식 역시 유동적일 수 있다는 그의 철학을 공간 디자인에 투영한다.






1 성수연방에 위치한 띵굴 전경. 스몰 리빙 브랜드의 독특한 제품을 만날 수 있다.
2 직장인들이 편히 쉴 수 있는 공간을 만들고 싶었다는 손창현 대표는 을지로에 팥 전문 브랜드 적당을 론칭했다.

꽤 오랜 시간 백화점이나 대형 쇼핑몰을 지을 때 사람들이 쉽게 공감하고 좋아하는 명품 브랜드나 프랜차이즈 매장을 입점시키는 것이 일반적이었다. 하지만 어느 순간 ‘개인적 경험’을 중요시하며 이러한 트렌드가 변하기 시작했다. 일례로 한 브랜드 빵집이 우리나라 베이커리를 대표하면서 동네 작은 빵집의 유니크함을 찾아다니기 시작한 것처럼 말이다. 이렇게 개인적 경험에 집중한 ‘스몰 브랜드’의 힘이 크다는 것을 알게 된 그는 잘 다니던 대기업을 그만두고 자신의 길을 개척하기 시작했다. 그 대망의 첫 프로젝트가 2014년 건대 앞 더샵스타시티에 오픈한 ‘오버더디쉬’였다. 손창현 대표는 여기에 자신이 가진 모든 것을 투자했다. 하지만 막상 뚜껑을 열었을 때 홍보와 마케팅의 부재로 사람들이 찾지 않아 순간 휘청였다. 그러나 그는 오프라인 공간의 힘을 믿었다. 좋은 공간을 만들어 공개하면 사람들이 찾고, 그 방문이 SNS 포스팅으로 이어져 짧은 시간에 자발적 바이럴 마케팅이 활성화될 것이라 생각했다. 오버더디쉬 건대점에서 그의 그런 비전은 적중했다.






3 서점과 라이프스타일 숍이 결합된 복합 문화 공간 아크앤북 잠실점.
4 무드 있는 조명, 잔잔하게 흐르는 물소리와 재즈 음악이 인상적인 적당.

손창현 대표와 오티디코퍼레이션의 대표 프로젝트로 2019년 1월 오픈한 ‘성수연방’을 빼놓을 수 없다. 쓸모가 다해 버려진 폐공장에 띵굴, 아크앤북과 여러 F&B 매장을 입점시켜 문화 공간으로 탈바꿈한 이 프로젝트는 지금도 모범적인 도시 재생 프로젝트로 회자되고 있다. 덕분에 카페가 넘쳐나던 성수동 인근에 신선한 장소로 입소문 나며 많은 방문객을 모았다. 그리고 이후 아모레퍼시픽에서 만든 복합 문화 공간 ‘아모레성수’까지 가세하며 성수동의 부흥을 이끌었다.
일각에서는 젠트리피케이션을 우려하며 비판적 목소리를 내기도 하지만 그의 생각은 좀 다르다. “도시는 하나의 살아 있는 생명체 같은 존재예요. 순환하는 것이 당연하죠. 만약 도시에 새로운 유입, 변화가 생기지 않는다면 주거지역으로 인식되던 곳은 쭉 주거지역이어야 하고, 상업지역은 상업지역으로, 또 유흥 시설이 밀집한 곳은 그 특성 그대로 남게 됩니다. 이제 대중도 기술과 정보를 자유자재로 활용하고 있어요. 자연스럽게 시장 트렌드를 이끄는 사람들이 주목하는 지역이 있고, 한데 모여 상권을 붐업시키고 또 다른 곳으로 이동하는 도시 순환 작용은 지극히 자연스러운 현상입니다.” 손창현 대표는 우리나라에서 젠트리피케이션 문제가 더욱 심각한 이유로 “다른 어떤 나라보다 빠른 ‘속도’ 때문이 아닐까”라는 의견을 더했다. 미처 도시가 긍정적으로 순환하기 전에 극단적 효과가 나타나기 때문에 상대적으로 손해를 보고 밀려나는 사람이 생길 수밖에 없다는 것이 그의 설명이다. 그렇기에 그는 ‘지역’에 대한 이해가 그 무엇보다 중요하다는 점을 다시 한번 강조한다. 오티디코퍼레이션이 소개할 어떤 공간이 지역사회에 미칠 영향을 파악하고, 도시의 리듬을 깨지 않기 위해 늘 지역에 관한 공부를 게을리하지 않는다.






5 아크앤북, 띵굴은 물론 각종 F&B 브랜드가 입점한 성수연방.
6 고대 시대부터 이어진 길드(guild) 개념을 차용한 성수연방은 도시 재생 프로젝트 가운데 하나로 호평받았다.

2020년 소비 트렌드로 자신이 지향하는 가치를 포기하지 않고, 가격과 만족도를 따지는 ‘가치 소비’가 손꼽히고 있다. 손창현 대표는 주저하지 않고 ‘희소성’이 오티디코퍼레이션이 추구하는 가치라고 말한다. “제가 띵굴이나 아크앤북 등을 통해 소개하는 스몰 브랜드의 생산자는 원래 소비자였어요”라며 공장에서 대량으로 찍어낸 제품에 질린 이들이 개성을 마음껏 뽐낼 수 있는 작은 브랜드를 만들고, 자신은 그런 브랜드의 힘을 믿는다고 덧붙인다. 결국 손창현 대표는 이러한 희소성에서 여러 갈래로 뻗어나가는 ‘가능성’에 투자하는 것이다. “아무래도 저에게는 ‘비주류’ 감성이 있는 것 같아요. 남들이 다 좋다는 게 꼭 좋은 게 아니듯 모두가 언택트를 말하는 지금, 그 안에서 일말의 연결 고리를 찾아 물리적 유대감을 유지하는 것이 정말 중요하다고 생각해요. 비록 그게 미래 사회의 트렌드가 아니라고 할지라도 말이에요.” 손창현 대표와 오티디코퍼레이션은 재정의한 ‘공간’과 ‘경험’의 의미를 담은 프로젝트를 어떻게 이끌어나갈지 고민이 깊다. “제 소비생활부터 되돌아보고 있어요. 아무래도 코로나19 사태로 환경, 자연에 대한 고민도 깊어졌거든요. 저부터 현명한 소비를 할 수 있는 공간을 만드는 게 요즘 제게 주어진 숙제입니다. 우리가 만드는 것 하나하나가 소비생활로 직결되고, 또 그런 개개인의 소비가 모여 사회에 영향력을 미치는 거잖아요.”

 

에디터 정송(song@noblesse.com)
사진 김잔듸(인물)   사진 제공 오티디코퍼레이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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