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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24-05-23

무한한 공간

TG어소시에이션 송태검 대표가 이야기하는, 변함없이 우아한 공간을 디자인하는 일.

공간이 주는 색다른 경험은 새로운 감각을 깨운다. 동선에 따라 시야가 달라지고, 구획에 맞춰 행동이 변화하며, 조도에 의해 감정이 오간다. 세심하게 잘 디자인된 공간이 특별한 이유다. TG어소시에이션은 경험과 기능을 두루 갖춘 공간을 지향하는 건축·인테리어 디자인 스튜디오다. 익선동 메이커스 호텔을 비롯해 한남동 중식당 쥬에, 청담동 고급 주택 PH129 등 하이엔드 라이프스타일과 접점에 놓인 공간을 주로 작업해왔다. 단순한 인테리어 디자인을 넘어 부동산 컨설팅부터 설계, 디자인, 시공에 이르기까지 하나의 공간을 완성하기 위해 필요한 모든 과정을 통합해 작업하는 것이 특징. 최근에는 엄태준 셰프가 이끄는 한식 컨템퍼러리 다이닝 솔밤의 새 공간을 한층 차분하고 깊이 있는 분위기로 연출해 주목받았다. TG어소시에이션을 이끌고 있는 송태검 대표는 이탈리아 밀라노에서 건축디자인을 공부하고 현지 설계 사무소에서 다양한 경험을 쌓았다. 그에게는 또 하나의 직함이 있는데, 2022년 말 이탈리아 하이엔드 리빙 브랜드 보피(Boffi)의 글로벌 첫 토털 쇼룸으로 오픈한 ‘보피 스튜디오 서울’ 대표다. 리빙 브랜드 데파도바(DePadova), 모듈식 선반 가구 브랜드 MA/U 스튜디오, 도어 시스템 브랜드 ADL이 보피의 주방 가구와 함께 유려하게 조화를 이루는 총 3층 규모의 쇼룸을 위해 그는 1년 반 이상 공간을 구상하고 본사와 협의하는 과정을 거쳤다. 그렇게 완성한 공간은 토털 리빙 브랜드 보피를 가장 이상적으로 소개하는 쇼룸의 글로벌 스탠더드로 자리매김했다. 본질적 기능에 충실하면서도 오랜 세월 변함없는 아름다움을 간직한 가구와 공간을 지향하는 송태검 대표와 함께 시간이 흘러도 매력적인 디자인에 대해 이야기를 나눴다.

지금 인터뷰를 진행하는 곳은 보피 스튜디오 서울입니다. 보피가 창립 90주년을 맞이한 2022년 말 처음 문을 연 것으로 알고 있어요. 오픈 초기와 현재 달라진 점이 있다면 무엇인지 궁금합니다. 하이엔드 주방 가구로 시작한 보피가 토털 리빙 브랜드라는 슬로건을 내세우기 시작한 것이 3년 전쯤입니다. 보피 스튜디오 서울은 그 표본과도 같은 공간이에요. 2021년 중반부터 약 1년 반 동안 준비해 주방은 물론 거실, 화장실, 드레스 룸 등 주거 공간의 모든 부분을 보여주는 쇼룸을 구성했죠. 이러한 형태는 이탈리아 본토를 포함해 전 세계에서 첫 사례입니다. 본사에서도 무척 마음에 들어 해서 현재는 세계 각 도시에 보피 쇼룸을 오픈할 때 이 공간을 기준으로 하고 있어요. 오픈 초기에는 하이엔드 리빙 브랜드의 정체성을 알리기 위해 한정된 타깃층에 맞춰 홍보와 마케팅을 진행하고 럭셔리 브랜드, 아트 갤러리 등과 주로 협업하며 소규모 네트워킹을 구축했어요. 현재는 현장에서 브랜드가 실질적으로 잘 적용되고 활용될 수 있도록 건축가, 인테리어 디자이너, 프레스 등 관련 업계 사람들과 다양한 활동을 모색하고 있습니다.
보피 스튜디오 서울 대표이자 공간 컨설팅 전문 회사 TG어소시에이션 크리에이티브 디렉터로 활약하고 계시죠. 최근에는 어떤 작업을 했나요? 고급 주택과 별채, 프라이빗 다이닝 같은 개인 공간을 주로 작업하고 있어요. 팬데믹 이후 불특정 다수와 접촉할 필요 없는 공간에 대한 바람이 커지면서 늘어난 프로젝트죠. F&B 공간도 꾸준히 작업 중인데, 대표적인 곳이 2월 말 리뉴얼 오픈한 솔밤 2.0입니다. 엄태준 셰프와는 그가 처음 오너 셰프로서 레스토랑 오픈을 준비하던 2021년 처음 인연을 맺었어요. 지인 소개로 만났는데, 음식에 대해 진정성 있고 자기 철학이 뚜렷한 분이라 저 역시 이익을 따지지 않고 사이트 개발부터 디자인, 시공까지 두 팔을 걷어붙였죠. 호흡이 잘 맞고 지향하는 바가 비슷해 꾸준히 좋은 파트너십을 유지하고 있어요. 최근에 이전 오픈한 곳은 기존 솔밤보다 좀 더 차분하고 여운을 남기는, 깊이 있는 분위기를 연출해 요리에 온전히 집중할 수 있는 미식 공간을 구현하고자 했습니다.
단순히 공간을 디자인하는 것을 넘어 사이트 개발과 콘텐츠 기획까지 총체적 공간 컨설팅을 진행하는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TG어소시에이션의 이름을 걸고 공간을 디자인할 때 어떤 과정을 거치는지 설명해주세요. 사이트 개발부터 선정, 공간 기획, 디자인, 시공까지 클라이언트와 긴밀히 협의하며 진행하는 프로젝트를 선호합니다. 물론 상황에 따라 각 영역의 일부만 도맡아 진행하기도 하지만, 하나의 목표를 두고 전 과정을 직접 작업할 때 완성도 높은 결과물이 나오는 것이 사실이에요. 이런 작업 방식을 두고 아틀리에 같다고 하는 분도 있지만, 우리는 그보다는 공간 컨설팅 에이전시에 가깝습니다. 프로젝트마다 색깔이 다른 클라이언트의 요구를 면밀히 분석하고 파악해 매출, 비즈니스 모델과 시너지를 낼 수 있는 디자인을 전개하려 합니다.







한식 컨템퍼러리 다이닝 솔밤.
하이엔드 레지던스 PH129.
한남동 중식당 쥬에.


익선동 메이커스 호텔을 비롯해 청담동 덕후선생, 한남동 중식당 쥬에, 하이엔드 레지던스 PH129 등 감각적인 라이프스타일 공간을 여럿 작업했어요. 쓰임과 스타일이 상당히 다르면서도 개성과 실용성을 동시에 갖춘 점이 눈에 띄는데, 공간 기획 단계에서 특히 중요하게 고려하는 점이 있나요? 공간의 용도와 클라이언트의 요청 사항을 토대로 콘셉트를 구상하고 디자인 작업에 들어갑니다. 디자인할 때 가장 중요시하는 가치는 ‘타임리스’예요. 고유한 정체성이 오롯이 담긴, 시간이 지나도 아름답고 우아한 결과물을 도출하기 위해 노력하죠.
호텔, 레스토랑, 레지던스 등 각 공간을 디자인할 때 고려해야 할 핵심 요소가 다를 것 같아요. 맞아요. 예를 들어 레스토랑의 경우 주방 시설이 공간 구성과 동선에 큰 영향을 미칩니다. 일반 가정의 주방과 다른 전문적 시설 배치가 필요해 설계할 때 관련 경험이 많은 도움이 되곤 해요. 레지던스나 주택은 개인의 삶과 밀착된 공간인 만큼 프라이빗하면서도 편안해야 합니다. 이를 위해 마감에 특히 신경 쓰죠. 가구 재질이나 벽지 소재는 물론, 배수와 배선 같은 설비 부분까지 세심하게 접근하는 편이에요. 일상에서는 사소한 문제가 큰 불편을 초래할 수 있으니까요. 반면 숙박 시설인 호텔은 대부분 잠시 머물다 떠나는 장소인 만큼 집과 차별화된 휴식을 제공하는 데 초점을 맞춥니다. 콘셉트에 따라 마감재, 가구 등으로 포인트를 주면서도 조도나 침구, 편의 시설 등을 통해 편안함을 느끼도록 배려합니다.
주어진 조건 안에서 다른 경험을 만들어내는 노하우가 궁금해요. 일단 트렌디한 디자인에 익숙해지는 것을 늘 경계합니다. 예를 들어, 핀터레스트(Pinterest) 같은 플랫폼을 통해 새로운 이미지를 끊임없이 보면서 조금이라도 비슷한 디자인이 나오지 않도록 철저히 신경 쓰죠. 그리고 자재와 빛에 대한 연구를 게을리하지 않습니다. 자연광과 조명을 잘 활용하면 공간의 아늑함과 편안함이 달라지거든요. 마감재를 택할 때 목재, 석재 같은 천연 자재를 많이 쓰는 편이기도 하고요.
TG어소시에이션이 지향하는 ‘하이엔드 공간’이 갖춰야 할 조건을 꼽는다면요? 우리가 지금까지 작업해온 공간을 보면 ‘클래식’하거나, ‘모던’하다는 식의 한 가지 스타일로 정의하기 어려운 면이 있습니다. 얼핏 보기엔 프로젝트마다 개성과 스타일이 제각각인데, 전반적으로 어딘가 ‘결’이 비슷하다는 평을 자주 듣죠. 럭셔리한 공간이 갖춰야 할 요소에 대한 고민이 이러한 ‘결’을 만드는 것 같아요. 진정한 하이엔드 공간은 거슬리는 것 없이 익숙한 듯 편안하면서 격을 잃지 않아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보피 스튜디오 서울을 통해 한국에 본격적으로 보피, 데파도파 등의 브랜드를 소개했어요. 평소 즐겨 사용하거나 최근 눈여겨보는 리빙 브랜드가 또 있나요? 좋은 리빙 브랜드가 많지만, 요즘은 공예 작가에게 관심을 두고 있어요. 보피 스튜디오 서울이 단순히 가구를 판매하는 쇼룸을 넘어 한국 디자이너, 작가를 세계에 알리는 플랫폼 역할을 할 수 있기를 바랍니다. 이를 위해 협업이나 전시 등을 정기적으로 진행하는 방법을 모색 중입니다.
‘꿈의 프로젝트’가 있다면 들려주세요. TG어소시에이션의 공간 컨설팅과 보피 스튜디오 서울의 하이엔드 리빙 가구가 유기적으로 연결되어 서로 시너지를 일으킬 수 있는 프로젝트를 이어가고 싶어요. 부동산 개발부터 공간 기획, 디자인, 시공, 가구 선정과 배치까지 전 과정을 아우르는 하이엔드 레지던스 프로젝트라면 더할 나위 없을 것 같아요.

 

에디터 김수진(jin@noblesse.com)
사진 안지섭(인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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