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포와 하이볼의 기묘한 조합 - 노블레스닷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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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20-07-10

노포와 하이볼의 기묘한 조합

이욱정 PD, 하정석 PD와 함께 하이볼을 마셨다.

부민옥의 다양한 요리와 글렌피딕 12년 하이볼을 즐기는 하정석 PD(왼쪽)와 이욱정 PD(오른쪽).

“하루키의 책 <위스키 성지 여행>에 이런 말이 나오죠. ‘우리의 언어가 위스키라면 이처럼 고생할 일은 없을 텐데’라고. 언어란 게 오해의 소지가 많잖아요. 그런데 위스키는 목을 타고 넘어가는 순간 의미하는 바가 바로 전달된다는 거지. 너무도 심플하고 친밀하고 정확하게. 위스키가 언어라면 서로 오해할 필요가 없는 거예요.”
위스키를 너무 사랑해서 멀리하려 한다는 이욱정 PD가 말했다. KBS <누들로드>, <요리인류> 등 호흡이 긴 요리 다큐멘터리부터 배달의민족과 함께한 <치킨로드> 등을 연출하고, 현재 KBS미디어에 몸담으며 요리를 통한 도시 재생을 시도하고 있는 이욱정 PD. 그리고 마주 앉은 하정석 PD는 올리브TV에서 세계적 요리 서바이벌 <마스터 셰프>를 성공적으로 한국 시장에 안착시킨 인물이자 전 딩고푸드 총괄 PD로, 소문난 노포 애호가다. 업계 선후배 사이인 이들이 아끼는 노포, 을지로 부민옥에서 오랜만에 재회했다.






두 PD가 글렌피딕 12년 하이볼과 어울리는 곳으로 추천한 또 하나의 노포, 조선옥에서.

“글렌피딕은 전에 영국에 두 달간 머물 때 매일 마셨어요. 한국보다는 저렴한 편이라 크게 부담되진 않았거든요.(웃음) 글렌피딕 12년은 복잡한 맛과 향이 이어지다 마지막에 숯 향, 스파이시한 훈연 느낌이 있어요. 그래서 불 맛이 있거나 매콤한 요리와 함께 마시기 좋죠. 한식에도 두루 잘 어울려요. 심지어 떡볶이랑도.(웃음)” 하정석 PD가 운을 띄웠다. 부민옥의 대표 인기 메뉴인 양무침을 비롯해 곱창전골, 낙지볶음, 파전, 양곰탕을 진진하게 차려낸 테이블 위에 글렌피딕 12년으로 만든 하이볼이 서빙되었다. 요리 위로 팔을 번쩍 들어 건배하는 둘의 모습이 사나이의 궐기처럼 느껴졌다. “캬!” 위장 깊은 곳에서 길어 올린 듯한 둘의 탄성이 부민옥의 오후 2시를 기분 좋게 울렸다.
“하이볼은 식전주로 굉장히 탁월한 선택이에요. 와인, 막걸리도 좋아하지만 그건 술보다는 요리 같거든요. 위스키는 확실히 ‘내가 지금 술을 마시고 있구나’ 하는 생각이 들어요. 빈속에 위스키를, 게다가 탄산과 섞어 마시면 내 몸이 변화를 일으키는 게 기분 좋게 느껴지죠. 버블이 주는 즐거움이 있잖아요. 샴페인처럼 ‘오늘 밤 제대로 즐겨봐야지’, 기분 내기도 좋고요. 특히 위스키는 기름진 구이나 찜 같은 요리와 잘 어울리거든요. 어떤 면에서는 와인보다 훨씬 잘 맞아요.” 이욱정 PD가 지금 몸에 일어나는 변화를 라이브로 전하는 듯 홍조 띤 얼굴로 증언하는 동안 연신 고개를 끄덕이던 하정석 PD가 말을 이어갔다. “어떤 위스키냐에 따라 즐기는 법도 천양지차죠. 피트 향이 강한 아일러섬 위스키는 독특한 향 때문에 단독으로 즐겨 마시고, 과일 향과 단맛이 두드러지는 하일랜드 지역 위스키는 스테이크 같은 음식에 곁들이고 싶거든요. 글렌피딕이 속한 스페이사이드 지역 위스키는 하이볼로 만들면 어떤 한식 요리와 매치해도 부담 없이 즐길 수 있는 술이에요. 편하고 거부감이 없죠. 특히 양무침과 하이볼의 버블을 톡톡 터트리며 그 풍부한 식감을 맛보는 게 재미있어요. 탄산수나 소맥과 함께 먹어도 좋지만 위스키가 들어가면 고유의 향이 입안에 퍼져 식감이 더 드라마틱해지는 효과가 있죠.”






둘이 어우러져 풍부해지는 식감이 재미있는 글렌피딕 12년 하이볼과 부민옥의 양무침.

백주대낮, 을지로 노포의 오후 2시. 새벽 2시의 스피크이지 바에나 어울릴 법한 위스키 소다가 시공간을 넘어 우리네 삶에 놓였다. “<하우스 오브 카드>, <보드워크 엠파이어> 등 좋아하는 드라마나 영화를 보면 주인공이 대낮부터 사무실에서 위스키를 마시는 장면이 나와요. 한마디로 위스키는 남자의 술이고, 위스키가 본고장인 나라에서는 성공한 남자의 상징이죠. 사무실에 홈 바가 있고 아무 때나 위스키를 따서 손님에게 권할 수 있다? 이건 굉장한 성공을 의미하죠. 와인과는 다른 문화적 상징이 있어요. 그런데 한편으로 지금은 위스키를 달리 해석하는 시대가 되었어요. 그 와중에 하이볼이 출시되어 히트를 쳤죠. 하이볼은 위스키가 사장님들이 마시는 술에서 대중이 즐길 수 있는 일상적 술로 자리매김하는 데 크게 기여했어요.” 이욱정 PD는 위스키의 동시대적 컨텍스트를 읽었다.
노포를 사랑하는 두 PD는 노포와 하이볼, 한식과 위스키라는 기묘한 조합을 누구보다 즐기고 있었다. “글렌피딕 12년, 15년의 매치는 또 달라요. 예를 들면 이런 거예요. 돼지고기 수육만 먹는다면 글렌피딕 15년에 물 한두 방울을 넣어 심플하게 즐길 거예요. 수육을 김치로 싸 먹거나 여러 조합으로 즐긴다면 글렌피딕 12년 하이볼이 더 어울리죠. 글렌피딕 12년은 단맛과 시트러스, 다크 초콜릿 풍미에 과일과 스파이시 향이 묘하게 섞여 있어 복잡한 맛을 즐기는 재미가 있거든요.” 시종일관 들뜬 얼굴의 하정석 PD가 속사포로 덧붙였다.
한국전쟁 직후인 1956년에 문을 연 부민옥의 요리가 1960년대에 탄생한 글렌피딕 12년과 시공간을 초월해 화합하는 순간. 하루키가 “예외적으로 아주 드물게 주어지는 행복한 순간에 우리의 언어는 진짜로 위스키가 된다”라고 말한 그 순간이 어쩌면 지금일지 모른다는 생각이 들었다.

 

에디터 전희란(ran@noblesse.com)
사진 곽기곤   어시스턴트 최고은   장소 협조 부민옥, 조선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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