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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20-06-26

여름 전시를 준비하고 있는 대구

예술은 역경 속에서 아름다운 꽃을 피운다. 차분히 여름 전시를 준비하고 있는 대구의 오늘.

리안갤러리 대구에서는 7월부터 히리스 주코, 이나 게르켄, 메건 루니까지 유럽 작가 3인전이 열린다. 사진은 독일 작가 히리스 주코의 작업실.

코로나19 확산으로 세계 주요 도시의 전시는 대부분 연기되거나 취소됐다. 대구도 마찬가지다. 한동안 모든 전시가 중단됐지만, 사태가 진정세로 접어들면서 새로운 전진을 위한 행보를 계획 중이다.
리안갤러리 대구에서는 재불 조각가 윤희의 개인전 <빗물 화석>이 6월 10일까지 연장되었고, 7월부터 <해외 작가 3인전>이 열린다. <해외 작가 3인전>은 유럽 미술 시장에 정통한 그레고어 얀센(Gregor Jansen) 뒤셀도르프 미술관(Kunsthalle Dusseldorf) 관장과의 협업으로 성사되었다. 그레고어 얀센 관장이 추천한 30~40대 젊은 작가의 작품을 통해 유럽 미술 트렌드를 살펴볼 수 있다는 것이 의미 있다. 세 작가 모두 한국에 첫선을 보인다는 점도 흥미롭다. 이들은 추상회화라는 큰 테두리 안에서 자신만의 독자적 표현 방식을 구축해나가고 있다는 것이 공통점이다.






우손갤러리에서는 권순왕의 개인전이 열리고 있다. 권순왕, 아이스 크림을 찾아서, Oil and Acrylic on Canvas, 162.5×130cm, 2005

독일 출신 히리스 주코(Chris Succo)는 유명 영국 갤러리 알민 레슈(Almine Rech)에서 열정적으로 홍보하는 작가다. 대표작 중 하나인 ‘지그재그’ 페인팅 연작은 캘리그래피 같기도 하고 독특한 필체처럼 보이기도 한다. 그가 시(詩)와 음악의 영향을 받았다는 것을 알 수 있다. ‘화이트’ 페인팅 연작은 흰색 오일 페인트를 사용해 여러 층을 만들고, 중간에 색을 칠해 이를 돋보이게 한다.
독일 작가 이나 게르켄(Ina Gerken)은 쿤스트아카데미 뒤셀도르프(Kunstakademie Dusseldorf) 재학 시절 사사한 스타 작가 카타리나 그로세(Katharina Grosse)의 영향을 받아 역동적이면서 색채 감각이 뛰어난 작품을 선보인다. 그의 추상회화는 화려한 색감이 돋보이며, 규모가 큰 작품 혹은 반대로 매우 작은 작품이 대부분이다. 결과적으로 어떤 작품이 나올지 미리 계획하지 않고 직관적으로 그림을 그린다.
메건 루니(Megan Rooney)는 남아프리카공화국에서 태어나 영국에서 활동하고 있다. 추상과 구상을 넘나들며 페인팅, 조각, 춤, 퍼포먼스 등 다채로운 작품을 선보이는 작가다. 전통적 여성성에 대해 탐구하고 신체가 환경, 시스템, 오브제에서 어떤 영향을 받고 어떻게 반응하는지 살핀다. 원래 전시 오프닝에 맞춰 방한할 예정이던 3명의 작가와 그레고어 얀센 관장을 코로나19 여파로 직접 만날 수 없어 아쉽지만, 다음 기회를 기대하기로 하자.






대구미술관에서는 7월 7일부터 독일 작가 팀 아이텔의 개인전이 열린다. Tim Eitel, Boot, Oil on Canvas, 250×210cm, 2004

우손갤러리는 4월 23일부터 6월 26일까지 작가 권순왕의 개인전을 선보인다. 권순왕은 이미지 복제의 메커니즘이 어떻게 새로운 언어 구조를 형성하는지 탐구하는 작가다. 미술사에서 추출한 표본 이미지를 시각적·기법적·의미론적으로 분석한다. 페인팅, 판화, 사진, 영상, 설치 등 서로 다른 시각적 언어 체계와 예술의 은유적 서술 체계를 혼합하고 재구성한다. 우손갤러리는 최근 대구 출신 작가 이명미의 개인전을 조용한 호평 속에 마무리하기도 했다. 이렇듯 우손갤러리와 리안갤러리 대구는 아시아 최대 아트 페어인 아트 바젤 홍콩(Art Basel Hong Kong)에 연이어 참여하고 있는 우리나라 대표 갤러리답게 전시를 통해 지금의 위기를 정면 돌파하고 있다.
대구미술관은 예정되어 있던 프랑스 작가 다니엘 뷔랑(Daniel Buren)의 개인전을 연기하고, <희망 대구(Mind Connected)>전을 6월 16일부터 9월 13일까지 개최하기로 했다. 코로나19 확산으로 일상의 삶에 직격탄을 맞은 시민을 위로하고, 희망의 메시지를 전하기 위한 결정이다. 최은주 대구미술관 관장은 평범한 하루가 그 어느 때보다 소중하게 다가오는 지금, 전시를 통해 일상의 가치와 삶의 의미를 재조명하고 싶다고 했다. “대구의 청장년 작가들이 팬데믹(pandemic)과 연결된 이야기를 다양한 매체를 통해 표현합니다. 전시는 크게 3개 주제로 나뉘는데, 첫 번째 공간에서는 일상에 대한 관찰 결과를 사진과 영상으로 보여줍니다. 두 번째 공간에서는 재난을 통해 공동체에서 느낀 복잡미묘한 감정을 회화와 사운드 등으로 표현하고, 마지막 공간에서는 개인 간 연대와 공동체의 의미를 생각해보게 하는 작품을 전시합니다.”






인당뮤지엄에서는 대구 출신 미술가 박철호의 개인전이 열리고 있다.

7월 7일부터 10월 18일까지는 1990년대 이후 독일 라이프치히를 기반으로 활동하고 있는 신라이프치히화파의 대표 작가 팀 아이텔(Tim Eitel)의 개인전이 열린다. 작가의 이름은 낯설지 몰라도 황현산 산문집 <밤이 선생이다>, 신형철 산문집 <느낌의 공동체>, 로먼 크르즈나릭 에세이 <역사가 당신에게 들려주고 싶은 이야기> 등 그의 그림을 표지에 담은 책이 이미 여러 권 출간되어 있다. 그의 작품은 현대인의 일상을 진중하게 표현하는 것이 특징인데, 이번 전시에서도 현대인의 모습을 담은 회화 70여 점을 공개한다고 하니 모두에게 따뜻한 위안이 될 것 같다. 대구미술관은 전시 개편과 함께 소장품 연구 강화도 검토했다. 특히 대구 지역의 작가를 지원하기 위한 ‘다티스트(DArtist)-대구 작가 시리즈’, ‘대구포럼’, ‘소장품 상설전’을 신설한 것이 눈에 띈다.
인당뮤지엄을 방문해본 적이 있는지. 대구보건대학교 교내에 자리한 인당뮤지엄은 1만2560m2(3800평)의 거대한 규모와 건축가 김종규가 설계한 모던한 건축물이 먼저 시선을 끈다. 6월 5일부터 이곳에서 대구 출신 박철호 작가의 개인전을 개최한다. 그의 작품은 초기 판화부터 생명의 순환을 다룬 캔버스, 설치 작품에 이르기까지 삶의 희로애락을 담고 있다. 선을 긋고 감광을 통해 찍는 판화와 천을 덧대어 화면에 붓질하는 실크스크린 기법을 회화에 접목한 것이 특징이다. 문신, 박석원, 디트리히 클링게, 오트마어 회를 등의 대형 작품 20점을 설치한 아름다운 야외 조각 공원은 1년 365일 내내 오픈해 산책하기 좋다.






아트스페이스 루모스에서 6월 14일까지 열리는 박찬원 작가의 사진전 <사랑한다 루비아나>.

대구는 2년에 한 번 대구사진비엔날레가 열리는 사진 예술 도시이기도 하다. 사진 전문 전시장 아트스페이스 루모스(Art Space Lumos)에서는 5월 24일부터 6월 14일까지 박찬원 작가의 <사랑한다 루비아나>전이 열린다. ‘루비아나’는 미국에서 5년간 경주마로 뛰었고, 은퇴 후 씨받이로 우리나라에 팔려온 백색 암말이다. 이제 새끼 낳는 역할마저 다해 안락사를 기다리고 있는 상황에서 박찬원 작가를 만난 것. 그는 7개월간 루비아나를 촬영했고, 사진 속 늙은 암말을 통해 노화와 죽음 그리고 생명에 대해 말한다.
대구는 이우환, 김구림, 곽인식, 최병소, 이강소 등 거장이 활동한 현대미술 근거지답게 명소가 다채롭다. 대구예술발전소, 수창청춘맨션, 봉산문화회관, 신라갤러리, 동원화랑 등도 새로운 전시를 준비하고 있다.
코로나19 확산으로 잠시 움츠러들었던 대구 미술계가 이처럼 열정적으로 문화 예술의 부흥을 준비하고 있어 반갑다. 비가 내린 뒤 땅이 더욱 단단해지는 것처럼 생명의 에너지 가득한 대구의 새로운 전시를 기대해본다. 예술은 힘들 때 위안을 주는 가장 좋은 친구다.

 

에디터 이소영
사진 제공 대구미술관, 리안갤러리 대구, 아트스페이스 루모스, 우손갤러리, 인당뮤지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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