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JANUARY. 2020 LIFESTYLE

루이스 폴센 디자이너에게 묻다

  • 2020-01-14

3년 만에 만난 루이스 폴센 디자이너, 외이빈 슬라토가 밝히는 디자인 영감 3가지.

오랜만의 방한이다. 그동안 어떻게 지냈나. 코펜하겐에 멋진 스튜디오를 열었고, 여행을 다니며 새로운 것을 보고 듣고 느꼈다. 특히 아르메니아가 인상적이었다. 경제적으로 부유하진 않지만, 문화와 역사 면에서 유서 깊은 나라다.

그렇다면 한국은 당신에게 어떤 이미지인가. 두 번째 방문이라 말하기 조심스럽지만, 첫인상은 일을 많이 하는 나라였다.(웃음) 사람들이 인간적 면모를 잃지 않을까 다소 염려스럽기도 했다. 하지만 이번 방문에서 기우라는 것을 알게 됐다.

뱅앤올룹슨, 르클린트 등 여러 브랜드와 함께 일했다. 루이스 폴센과의 협업은 당신에게 어떤 의미인가. 루이스 폴센은 단순히 조명 만드는 회사라기보다 빛을 만드는 회사에 가깝다. 디자인을 위해 기능을 포기하지 않기에 신제품을 출시하는 데 시간이 걸린다는 장점이자 단점이 있다.(웃음) 루이스 폴센의 초기 디자이너 폴 헤닝센은 개인적으로도 존경하는 분이라 기쁜 마음으로 작업에 임하고 있다.

파테라 실버 에디션은 4년 만에 선보이는 신제품이다. 사실 2015년에 디자인한 파테라의 첫 프로토타입이 실버였다. 실버에 적합한 소재를 찾기까지 오랜 시간이 걸려 화이트 컬러를 먼저 선보인 것이다. 기존 화이트가 클래식하고 안정적 분위기라면 실버는 우아하면서 미려한 빛을 자아낸다. 파테라의 기획 의도였던 모던 샹들리에 컨셉과도 잘 맞는다고 볼 수 있다. 빛이 세지 않고 부드러워 식탁 위 조명으로 사용하면 음식을 더 맛있어 보이게 해준다.

조명의 소재를 선택하는 기준은 무엇인가. 조명을 만들 때는 언제나 반사와 투과로부터 오는 빛을 생각해야 한다. 파테라는 반사와 투과를 동시에 활용해 자연스러운 빛을 얻는다. 물론 양산하기 위한 가격적인 면과 소재도 빼놓을 수 없는 요소다.

파테라는 자연으로부터 찾은 피보나치 수열에서 영감을 얻었다고 들었다. 자연에서 어떤 것을 얻나. 자연은 내 디자인의 원천이다. 나는 자연으로부터 ‘새로움’이 아닌 ‘좋음’을 얻는다. 오랜 세월 최상의 상태로 진화해온 자연에는 여러 이로운 원칙이 존재한다. 이들을 조합해 새롭고 ‘자연스러운’ 제품을 만들어내는 것이 임무라고 생각한다.

피보나치 수열은 음악에서 튜닝을 하거나 화성법, 대위법에도 두루 쓰인다고 알고 있다. 악기를 연주한 경험이 디자인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가. 악기를 연주하기 전, 관객에게 소리가 어떻게 들릴지 상상한 뒤 연습하거나 연주하곤 했다. 같은 과정으로 이제 디자인을 한다. 어떻게 들릴까가 이젠 어떻게 보일까로 바뀐 정도랄까. 음악과 디자인은 굳이 설명하지 않아도 감각적으로 느낄 수 있는 분야다. 지금 당장 눈앞에 존재하지 않는 것을 상상하고 어떤 방식으로 전달할지 고민하는 과정도 매우 비슷하다.

제작 과정에서 기억에 남는 에피소드가 있다면. 피보나치 수열을 기술적으로 풀어내야 하는 문제도 있었지만, 가장 큰 난관은 조립하는 데 걸리는 시간이었다. 5일이 걸리던 조립은 거듭된 시도 끝에 40분으로 줄었고, 여전히 더 나은 방향으로 나아가기 위해 부단히 노력 중이다.

당신의 디자인 철학은 무엇인가. 굉장히 심플한데, 뭔가를 좋게 만들어 우리의 삶을 이롭게 하는 것이다. 디자인과 기능성이 함께하되 분명하고 정직하며, 세월이 지나도 가치가 변하지 않아야 한다.

앞으로 어떤 디자인을 선보이고 싶나. 한 번에 하나의 작업을 하는 것이 아니기에 지금도 끊임없이 시도하고 있다. 분명한 점은, 계속 진보하고 있다는 것이다. 더 나은 세상을 만들기 위해 지속 가능하면서도 민주적인 디자인을 선보이고 싶다.

 

에디터 김민지(mj@noblesse.com)
사진 김잔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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