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국 1위 어린이 출판사, 어스본 - 노블레스닷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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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20-01-09

영국 1위 어린이 출판사, 어스본

대를 이어 물려줄 멋진 책을 만드는 출판사, 어스본 부회장 니컬라 어스본을 만났다.

어떤 출판사가 살아남을까, 어떤 책을 만들어야 할까. 답은 단순하다. ‘남보다 뛰어난 책’을 만들면 된다. 헤리티지를 담은 주얼리처럼 대를 이어 물려주는 ‘아름다운 책’을 만들면 된다고, 니컬라 어스본은 말한다.
영국 어린이 책 판매 1위를 차지한 어스본은 8개국에 9개 지사를 둔 세계적 어린이 책 출판사로, 3년 전 한국에 진출했다. 2015년 아시아 국가 중 한국을 처음으로 택했는데, 한국이 아시아의 트렌드세터라는 점이 크게 작용했다. 국내 최대 어린이 출판사 비룡소가 ‘어스본 코리아’를 런칭했고, 어려운 아동 출판 시장에서 5년째 높은 판매율을 보이고 있다. 액티비티 북, 컬러링 북, 스티커 북, 토이 북, 플랩 북, 논픽션 북, 유아 북 등 200여 권의 다채로운 도서를 출간했다. ‘요리조리 열어 보는 시리즈’는 30만 부, ‘하루에 한 장 그리기 시리즈’는 10만 부 이상 판매되며 어른들도 동심으로 돌아가게 했다.
1973년 피터 어스본 회장이 설립한 영국 어스본 출판사 부회장이자 피터 어스본의 딸 니컬라 어스본이 서울을 방문했다. 그녀는 뉴욕의 어린이 미디어 회사 ‘스콜라스틱’ 부회장을 맡아 읽고 쓰는 법을 가르치는 기술 상품을 개발해 수상하기도 했고, 어스본 재단을 통해 문맹률을 낮추기 위한 자선 활동을 하며 문맹 퇴치 프로그램인 독서 몬스터 개발과 기금을 지원하는데, 이 프로그램은 전 세계에서 1억 회 이상 사용되었다. 게다가 그녀는 더스틴 호프먼, 에마 톰슨, 피어스 브로스넌 등 배우들과 함께 영화 작업을 하며 영국 아카데미 시상식에서 영화 제작자로서 수상하기도 했다. 현재 영화감독인 남편, 세 아들과 함께 런던에서 살고 있는 그녀는 우아한 분위기를 풍겼는데, 대화를 나눠보니 마음에 맑은 물이 가득 담기는 느낌이 들만큼 유쾌했다.




어스본은 직원을 소중히 여기는 회사라고 들었다. 창업 이래 단 한 명도 정리 해고를 하지 않았다고. 어스본 직원들은 평균 10년에서 40년 동안 어스본에 몸담고 있다. 편집장 제니 타일러는 1974년에 입사해 근속연한이 40년이 넘는다. 직원들의 아이들이 성인이 되어 어스본에 입사하는 경우도 있다. 매년 350여 종의 새로운 책을 출간하는데, 어스본의 책은 사내에서 일하는 30여 명의 편집자가 직접 글을 쓰고 60여 명의 디자이너가 디자인한다. 대부분의 영국 출판사에서 편집과 디자인을 외부에 맡기는 반면, 어스본은 지난 45년간 모든 책을 사내에서 만든다는 원칙을 지켜왔다. 그러면서도 그들 모두 사회에 공헌한다는 기분을 느끼게 하고 있다. 우린 40년, 30년, 15년 등 오래 일한 사람들의 지혜를 소중히 생각한다.

요즘 아이들은 유튜브나 영상에 열광하는데, 어스본에서는 초연하게 갈 길을 가면서도 잘되기까지 한다. 그렇게 책을 만들면 되는 건가? 좋은 아동 책은 계속 성장할 거라고 생각한다. 물론 책이 아름답다면 말이다. 신문이나 잡지처럼 한 번 읽고 마는 책은 그런 위협을 받을 수도 있지만. 성인 책도 마찬가지다. 아름다운 사진집같이 소장하고 싶은 책이라면 말이다. 어스본은 오래가는 것은 물론 대를 이어 물려주는 책을 만들고 있기에 그런 영향은 없을 거라고 생각한다.

비룡소와 어스본은 닮은 출판사인 것 같다. 민음사의 고 박맹호 회장과 어스본 창립자 피터 어스본이, 그리고 그들의 딸 니컬라 어스본과 박상희 대표가 말이다. 두 사람은 어떻게 인연을 맺게 되었나? 사실 한국은 20년 전부터 저작권 판매를 통해 책을 소개해왔고, 책에 대한 시장성이 충분히 있다고 판단했다. 한국 소비자들은 디자인에 민감한 데다 부모들이 교육에 관심이 많다고 들었다. 그러던 중 한 도서전에서 박상희 대표를 만났고, 그녀가 지금 한국에 필요한 책은 ‘액티비티 책’이라고 적극적으로 제안했다. 박상희 대표는 아동 책뿐 아니라 패션, 미술, 영화까지 문화적 식견이 높고, 동시대 트렌드를 잘 파악하고 있었다. 그러면서도 그녀는 ‘어린아이 같은 마음’을 지녔다. 프랑스와 30년 이상 파트너십을 맺을 만큼 우린 마음이 맞는 파트너랑 지속적인 관계를 맺고 있다. 그래서 파트너를 고를 때 신중할 수밖에 없다. 책에 대한 열정, 프리미엄 브랜드에 대한 이해, 퀄리티에 대한 기준, 패밀리 컴퍼니, 디자인 철학, 그리고 어스본의 책을 우리만큼 좋아하는 파트너.

시장 상황이 나쁜 데도 세계 어디서나 어스본의 책은 성장하고 있다고 들었다. 어스본에서 만드는 ‘아름다운 책’에 대한 조건은 무엇인가? 일단 겉모습이 예쁘고 내용이 지루하지 않아야 한다. 사람들은 아름다운 것을 소장하고 싶어 한다. 우리는 책의 내 . 외면 모두 최고를 지향한다. 퀄리티에 대한 타협은 없다. 그리고 항상 전 세계 독자를 생각하며 책을 만든다. 나라와 문화는 다르지만, 차이점보다는 공통점이 많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그리고 나라마다 기획이 특화돼 있다.

창립자 피터 어스본 회장은 2011년 영국 여왕이 수여한 MBE 작위를 받았다. 어떤 사람인가? “Good books, Good job, Good charity.” 아버지는 82세인데, 지금도 이 말을 강조하며 매일 회사에 나오신다. 언어를 좋아하고, 숫자에 대한 감각도 밝은 편이다. 하지만 여전히 일곱 살처럼 산다고 말한다. 아버지는 대학 시절 정치 풍자 잡지 <프라이빗 아이>를 만들며 출판을 시작했는데, <프라이빗 아이>는 지금도 영국에서 잘 팔리는 인기 잡지다. 첫아이가 태어난 뒤 어린이 책에 관심을 가졌고, 회사의 아동 부문 책임자를 맡았으며, 둘째가 태어난 1973년 회자의 투자를 받아 어스본을 창업했다.

전자책과 영상 등에 맞설 전략이 있는가? 물론 있다. 더 좋은 책을 만드는 것이다. 사운드 북스나 플랩 북 등 아이들이 좋아하는 주제는 한정적인데, 그 주제를 어떻게 표현할 것인지가 중요하다. 우리도 영상 시리즈나 전자책을 개발한 적이 있지만, 책이 성공했기에 그 애플리케이션이 잘된 거다. 우린 더 천천히, 제대로 만드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 물론 나도 트랜스미디어 온라인 게임과 < The 39 Clues > 책과 소장용 카드를 개발했다.

제작 과정이 친환경적이고 윤리적이라고 들었다. 무슨 말인가? 산림을 생각하지 않고 무작위로 나무를 채취해 펄프를 만들면 가격은 저렴하겠지만, 어스본은 모든 책을 PREP 그레이딩 시스템(Grading System, 종이 펄프의 채집 방식을 평가하고 측정하는 시스템)에 의해 평가받은 종이만 쓴다. 그리고 안전한 화학물질과 원재료를 선택한다. 책을 만들 때 쓰는 잉크, 접착제 등 모든 원자재 정보가 데이터베이스에 들어간다. 데이터베이스에 없는 위험한 물질은 책에 사용하지 않는다. 마지막으로 노동과 환경이다. 근로자의 작업 환경과 시간 등을 일정한 기준에 맞추고 미성년인 아이들을 노동에 동원하지 않는 것, 법정 휴일을 지키는 것이다. 

 

에디터 김수진(suze@noblesse.com)
사진 박우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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