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이나믹 듀오의 영원한 지금 - 노블레스닷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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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19-11-15

다이나믹 듀오의 영원한 지금

2000년 CB MASS로 데뷔해 곧 20주년을 맞는 다이나믹 듀오가 정규 9집 앨범으로 돌아온다. 그들이 음악을 시작한 홍대 앞에 최근 새롭게 문을 연 써드뮤지엄에서 이 시대에도 여전히 유효한 그들을 모습을 포착했다.

최자_ 재킷과 블랙 스트라이프 롱 코트, 슬랙스는 모두 MUNN, 블랙 & 그레이 컬러 스니커즈 Valentino Garavani, 블랙 터틀넥은 스타일리스트 소장품.
개코_ 블루종 재킷과 팬츠 Ermenegildo Zegna, 퓨처리스틱 안경 Fendi, 실버 스니커즈 Valentino Garavani, 블랙 터틀넥은 스타일리스트 소장품.

철들지 않고 성숙할 수 있을까? 퇴색되지 않고 여물 수 있을까? 건재한 채로 겸손할 수 있을까? 이 오래된 물음은 다이나믹 듀오를 만난 뒤 초강력 탄산수를 마신 듯 개운해졌다. 곧 데뷔 20주년을 맞고 4년 만의 정규 9집 앨범 발매를 앞둔 다이나믹 듀오를 홍대 앞 써드뮤지엄으로 초대했다. 어찌된 영문인지 도리어 그들이 주인이고 내가 초대받은 사람처럼, 더 노련하고 편안해 보이는 건 다이나믹 듀오 쪽이었다. 어디에 있든 그곳을 자신의 놀이터로 만드는 힘이 그들에게는 있었다. 최자와 개코, 둘이 나란히 선 곳은 마치 오래된 놀이터같이 느껴졌다. 한 명이 붕 하늘로 솟아오르면 한 명이 쑥 내려가는 시소 위에서 둘의 리듬과 템포는 그야말로 찰떡궁합이었다. 자신을 낮추고 상대를 힘껏 추켜올리는 가운데, 시소의 코어처럼 단단한 힘이 둘의 중심을 지탱해주고 있었다. 어떤 때는 그네 위에 나란히 올라탄 친구 같았다. 속도는 달라도 늘 한곳을 바라보며 발을 내딛는, 부딪침 없이 사이좋은 그네. 사람은 늙어서 놀지 않는 게 아니라 놀지 않아서 늙는 거라고 했다. <늙어감의 기술>이란 저서로 잘 알려진 노스캐롤라이나 의과대학 교수 마크 E. 윌리엄스의 책에서 읽은 위대한 투수 사첼 페이지의 말이 다이나믹 듀오 앞에서 번쩍 뇌리를 스쳤다. 벌써 20년이나? 다이나믹 듀오가 첩첩 쌓아온 세월이 새삼 생경하게 느껴진 건 그들은 늘 청춘의 상징이었고, 여전히 유효한 생명력을 지니고 있기 때문일 것이다. 무엇보다 그들은 음악 안팎에서 놀 줄 알았다. 데뷔하고 몇 년만 지나도 금세 옛날 사람 혹은 대선배로 치부되는 가요계, 특히 힙합 신에서 다이나믹 듀오가 그동안 보여준 세월은 노화가 결코 추락이나 쇠퇴가 아니라 정점을 향해 성장해가는 과정임을 증명했다. 한 번도 긴 공백을 가져본 적 없는 다이나믹 듀오의 치열한 그간의 업적(?)은 굳이 거론할 필요 없을 것 같다. 써드뮤지엄(3rd Museum)에서 마지막 촬영 컷을 앞두고 카메라 앞에 선 두 사람 뒤로 우석 최규명 선생의 작품 ‘고산유수(高山流水)’가 시선에 걸렸다. 고산유수는 ‘높은 산 흐르는 물’이란 뜻으로 훌륭한 음악, 특히 거문고 소리란 뜻도 내포하고 있다. <열자> 탕문 편에 춘추시대 백아는 거문고를 잘 탔고, 종자기는 음악을 잘 이해했다는 데서 유래한 말인데, ‘서로의 뜻을 잘 이해하는 사람끼리 만나기 쉽지 않음’을 뜻하기도 한다. 그러고 보면 다이나믹 듀오는 그 어려운 걸 해낸 엄청난 행운아다. (이 인터뷰는 10월 7일에 진행됐음을 미리 밝혀둔다.)

오늘 써드뮤지엄으로 초대한 이유는 이 갤러리가 추구하는 가치 때문이다. 한때는 찬란했지만 지금은 상업화된 문화 예술만이 득세하는 홍대 앞이라는 토양에 새로운 과거, 오래된 미래를 더해 홍대 문화를 기억하고 사랑하는 많은 이들과 함께 즐기고자 하는 공간이다. 20년 전 홍대 앞에서 음악을 시작한 다이나믹 듀오에 ‘홍대’란 어떤 의미인가?
개코 미지의 세계. 그 전까지 우리는 너무 정돈된 동네에서 자라왔거든.
최자 처음 홍대 앞에 발을 들인 게 수능 끝나고 대학 입학을 앞둔 때였다. 때는 1999년에서 2000년 사이, 홍대 문화가 가장 눈부시게 꽃피었을 때다. 그땐 힙합, 레게, 록, 메탈 등 장르별 성지인 클럽이 있었고 듣고 싶은 음악을 주말마다 찾아 듣는 즐거움이 있었다. 해가 뜨고 나서도 길에 주저앉아 술 마시고, 문화적으로 방탕했어도 그런 즐거움이 있었다.
개코 낭만이 있었지.





벨벳 후드 롱 코트 Off-WhiteTM, 블랙 레더 캡 Kangol, 라운드넥 니트, 안경 스타일리스트 소장품.

지금 힙합 아티스트에게 홍대 앞 같은 공간이 있나?
개코 이제는 꼭 오프라인 공간일 필요는 없지 않나 싶다. 아마 온라인으로 옮겨간 게 아닐까? 오프라인이라도 꼭 한 동네에 모이기보다는 각자 취향에 맞는 장소가 곳곳에 생기고 있다.
최자 마치 점조직처럼.(웃음) 시대의 흐름이지, 뭐.

어느 덧 데뷔한 지 20년이다. 데뷔 당시 한 인터뷰에서 개코는 ‘롱런하는 국내 최고 힙합 가수가 되는 것이 목표’라고 했다. 이렇게 롱런할 줄 그때는 상상이나 했나?
개코
상상 못 했지. 위기도 있고 매 순간 굴곡도 없지 않았던 팀이니까.
최자 하고 싶다는 욕구는 강했지만 스스로에 대한 의심도 많았고, 사실 자신이 없었거든. CB MASS란 팀이 깨졌을 때 음악은 벌써 4년이나 한 상태인데 마음엔 배신감, 통장엔 빚만 남아 있었다. 도대체 음악이 우리에게 준 게 뭐지? 한마디로 음악에 삐친 기간이 있었다. 우리 군대나 갈까? 학교에 돌아가서 전공 살려 공부나 다시 할까? 진지하게 고민했다. 다이나믹 듀오를 결성하고 나서 어느 정도 성공을 거뒀을 때도 우리가 만든 회사가 망할 뻔한 적이 있고, 그 시간 동안 한 번도 음악을 영원히 할 수 있을 거라는 생각은 하지 못했다. 음악이 우리의 직업이고 오래 할 마음만 있다면 할 수 있겠다, 그렇게 느낀 건 5년도 안 된 것 같다.
개코 음악이란 게 누구에게는 신선이나 한량의 놀이처럼 보일 수도 있지만 실제로 하기 싫은데 해야 하는 일도 굉장히 많다. 음악적 즐거움과 재미, 나름의 성취를 지키기 위해 굉장히 치열하게 살아온 것 같다.

롱런해보니 행복한가?
최자 힙합이란 장르 안에선 롱런했다고 해도 아직 장수라 하긴 이르다. 우리가 스스로를 객관적으로 볼 수 없으니 오래 같이해온 드렁큰타이거, 에픽하이 친구들을 보면 노인네 같은 느낌이 아니라 열심히 음악 잘하는 살아 있는 아티스트 같다. 앞으로 더 해야 하니까 지금은 장수라 생각 안 한다. 목표는 70대까지 음악하는 것.(웃음)

최자는 언젠가 다듀의 음악이 언제나 젊은 음악이었으면 좋겠다고 했다. 젊은 음악이란 과연 뭘까?
최자
살아서 움직이는 음악. 지금의 느낌과 지금의 시대를 반영한 음악이다. 정형화되고 한 시대에 멈춰서 원래 잘하던 걸 반복하고 싶지는 않다. 나 자신도, 개코도 계속 변하고 있다. 예전의 내가 추상적 표현에 몰두했다면 지금은 현실적이고 직관적인 방향으로 흐르고 있고, 개코는 반대로 시각적이고 현실적인 문어체 랩을 쓰다가 점점 시적으로 변해가는 것 같다. 둘의 가사관이 변하는 걸 느끼는 게 재미있다.

살아 움직이는 음악을 하려고 고집스럽게 지키는 습관이 있나?
개코
메모하는 것. 고집스럽게라기보다 자연스럽게 체득한 습관이다. 평소에 사람들과 대화하는 도중에 음악으로 풀면 재미있겠다 싶은 주제, 어구, 단어가 떠오르면 속도감 있게 메모하는 편이다. 나중에 어떤 비트나 반주를 만났을 때 ‘그때 그 메모와 블렌딩하면 재밌겠다!’ 그렇게 맞아떨어지는 순간이 있다. 한번은 미국 공연 갔을 때 (메모가 담긴) 전화기를 잃어버린 적이 있는데 전 재산을 잃은 기분이었다.
최자 어떤 상황에서도 이왕이면 즐거운 측면, 밝은 부분을 보려고 한다. 환경은 계속 바뀌고 하기 싫은 것도 해야 하는데 그림자만 바라보면 우울하니까. 어느 한쪽에 치우쳐서 색안경을 끼고 세상을 바라보지 않으려고 노력한다. 어두운 부분이 있으면 밝은 부분도 있다고 생각한다. 언젠가 누군가가 “너희 장수의 비결은 중립을 잘 지켜서야”라고 말한 적이 있다. (웃음) 우리 같은 아티스트도 필요하다고 본다.

스스로 경계하는 부분은?
최자
정치적 성향을 곡을 통해 일부러 드러내려고 하지 않는다. 세상도, 내 생각도 변하는데 한때의 견해가 담긴 곡이 팬들의 머릿속에 주입되길 원치 않기 때문이다. 지나고 보면 내 생각이 잘못되었구나 느낀 적도 있어서 더욱 조심스럽다.
개코
지나친 관심을 경계하려고 한다. 우리가 엄청난 슈퍼스타는 아니지만 종종 일거수일투족에 대중의 관심이 집중될 때가 있다. 감당하기 힘든 큰 성공이 오거나 사람들의 관심이 집중될 때, 그런 때일수록 더 차분히 주변을 둘러보려고 한다. 빛이 크면 그림자도 크기 마련이더라. 예전보다 실패를 극복하기 쉬운 마음가짐이 되었는데 오히려 성공은 덜 즐기게 됐다.
최자 성공이 주는 단물에 깊이 빠져드는 걸 경계하게 됐지.





블랙 롱 코트 Valentino - Undercover, 셔츠 스타일리스트 소장품.

올해 마흔이 됐다. 농담처럼 늙었다는 말을 많이 하던데, 진짜 나이 든 걸 실감하나?
최자 늙었다는 말을 장난처럼 할 수 있는 건 아직 젊으니까 그런 것 같다. 그런데 공연을 줄이지 않고 꾸준히 해서 육체적으로는 조금 실감하기 시작했다. 주로 관절에서. 나는 어깨, 개코는 무릎.(어깨를 주무른다) 그나마 다행인 건 공연은 죽을 때까지 할 수 있고, 20대의 폭발력을 뿜지 않더라도 경험으로 커버되는 부분이 있다는 것. 개코 늙은 말이 길을 잘 아는 것처럼.

우리는 나이가 들면서 무뎌진다고 생각하지만 사실은 살면서 느끼는 정서나 감정이 쌓이고, 창조적 감수성과 지혜도 깊어진다. 실제로 많은 창작자가 말년에 대작을 완성하지 않았나. 괴테는 <파우스트>를 무려 60년에 걸쳐 썼고, 갈릴레이는 72세에 <새로운 두 과학>을 발표했다. 살면서 두터워지는 감정의 층위를 실감하나?
개코
앨범을 낸 당시에는 깨닫지 못하다 지난 앨범을 우연히 들으며 놀랄 때가 있다. 내가 저런 생각을 했어? 이런 가사를 썼어? 앨범을 발표하는 시기에는 좀 더 잘할 수 있을 것 같은데, 더 좋은 표현을 쓸 수 있을 것 같은데, 늘 아쉬운 마음이 남는다. 완벽하게 만족스러운 마음으로 앨범을 낸 적은 없는데, 시간의 간격을 두고 보면 느껴질 때가 있다.
최자 너무너무 잘하고 싶은 마음과 잘할 수 있는 게 다르다는 사실을 알게 된 뒤 현실적으로 스스로를 극단으로 몰거나 채찍질하지 않는다. 그 지점에서 나오는 자연스러움이 있다. 곡을 쓸 때 너무 힘을 주면 듣는 입장에서도 부담스러울 수 있거든. 힘을 좀 빼고 내가 잘할 수 있는 걸 수월하게 하려고 한다. 그러다 보니 나 자신에게 애정도 생기고 너그러워지더라.

이번 앨범을 만들면서 둘이 어떤 대화를 가장 많이 나누었나? 그래도 20년이 되었으니 그때의 감정, 기분, 다짐, 각오 같은 걸 많이 떠올렸을 것 같은데.
개코
20년 전 감정이나 에너지가 평생 다시 나오진 않을 거다. 20대 초반이었고, 그때의 폭발적 에너지는 앞으로 만들기 힘들겠지. 이제는 좀 더 노련해졌고, ‘어떻게 하면 우리의 진정성 있는 이야기를 잘 녹일 수 있을까?’ 이런 고민을 많이 한다. 작업 방식도 많이 바뀌었는데 예전에는 곡, 비트, 소스 전부 우리가 만들었다면 이제는 선택과 집중을 한다. 젊은 에너지와 비트, 사운드 부분을 더 잘할 수 있는 스페셜리스트와 협업해서 알차고 재미있는 구성으로 만들기 위해 사람들과 좋은 관계를 유지하려 한다. 함께 만들어나가는 데 비중을 두고 어떻게 발전시켜나갈지 감독하는 데 포지셔닝하고 있다.

타이틀곡이 두 곡이다. 두 곡의 온도 차가 꽤 있어 보이는데.
최자
앨범이 완성되고 직원들과 지인을 상대로 모니터링을 많이 했다. 오랜만에 내는 앨범이고, 타이틀곡이 앨범 자체를 견인했으면 하는 바람에 신중하게 고르게 되더라. 그런데 우리보다 5~6세 이상 젊은 세대와 우리를 포함한 윗세대의 선택이 정확히 양립하더라. 젊게 가야 하나, 우리가 하던 스타일로 가야 하나, 고민하다 둘 다 선택했다. 둘 중 한 곡도 포기하기 싫었다.

그 중 한 곡의 가사를 들어보니, 팬들에게 보내는 메시지 같던데?
개코
맞다. 그런 곡은 처음 만들어봤다. 우리에겐 행운과 복이 많이 따랐고 그걸 누리면서 여기까지 왔는데 그걸 노래로 만든 적이 없더라. 아이돌이 부르는 팬송 같은 느낌은 아니지만 우리 음악을 사랑하고 공연장을 찾아주는 사람들을 위한 노래를 꼭 한번 만들고 싶었다. 공연할 때 부르고 싶었던 곡이기도 하다. 공연에서 앞으로 계속 엔딩곡으로 불렀으면 한다.

며칠 전 네이버 Now ‘Broken GPS’에서 선공개한 ‘Desperado’라는 곡도 개인적으로 굉장히 좋았다. 거침없는 가사에서 한편으론 좌절감 같은 것도 느꼈다.
개코
사회생활을 하다 보면 느끼게 되는 계층 간 분리나 갈등, 넘을 수 없는 선, 일종의 부조리로 인한 불편한 감정을 표현했다. 시니컬하게 들릴 수도 있지만 듣는 사람으로 하여금 ‘아 그렇지, 그럴 수도 있겠다’ 정도의 공감을 끌어내고 싶었다.
최자 ‘세상을 바꾸고 싶다’가 아니라 ‘지금 이 구조는 이런 결함을 지니고 있다, 상당히 유감이다’ 정도로.





최자_ 자수 니트 Off-WhiteTM, 화이트 코듀로이 팬츠 Sandro Homme, 스니커즈 Valentino Garavani.
개코_ 화이트 터틀넥 니트와 코듀로이 팬츠 Man on the Boon, 스니커즈 Christian Louboutin, 안경과 모자 스타일리스트 소장품.

아까 잠깐 언급하길 이번 앨범은 ‘날것의, 투박한, 뜨거운 앨범’이라고 했다. 어떤 의미에선가?
개코
앨범을 만들 때의 에너지에 관한 이야기다. 이번 앨범을 만들면서 다이나믹 듀오의 기운이 더 에너제틱하게 올라간 것 같다. 공연 다니면서 현장에서 많은 걸 느끼는데 그런 에너지가 앨범에 담겼다.
최자 이번에는 마음의 여유가 있는 상태에서 작업해서 더 그런 것 같다. 원래 계획대로 2년 전 <쇼미더머니6> 끝나고 앨범을 만들었다면 좀 더 시니컬하고 어둡고 무거운 앨범이 되었을 거다. <쇼미더머니6> 이후 6개월의 회복기를 거쳐 정신 차리고 만드니 2년이나 더 걸렸다.

둘 다 애주가로 소문났는데, 이번 앨범을 주종으로 표현한다면?
최자
한때는 멋있는 거 하고 싶어서 싱글 몰트 같은 음악 만들려고 했는데…. 지금은 친친주?
개코 소주 2, 맥주 1, 사이다 1 비율로.
최자 알맞게 대중적이고 자극적이고.
개코 알맞게 세고.
최자 그 술에는 여러 가지가 담겨 있다고 본다. 소주, 맥주, 사이다 모두 구하기 쉽고 값싼 재료 아닌가. 일상에서 일어나는 일을 가지고 우리가 만든 요리 같은 것. 독하고 위험한 술이지만 누구나 쉽게 마실 수 있는 부담 없는 술.

아까 촬영한 작품 중 추사 김정희의 작품으로 추정되는 ‘일독이호색삼음주(인생의 즐거움 중 첫 번째는 독서, 두 번째는 호색, 세 번째는 음주라는 뜻)’가 있다. 둘에게 인생의 즐거움 세 가지를 꼽는다면?
최자
‘일독이호색삼음주’에 하나 더한다면 친구.
개코 음식, 술, 가족과 친구들을 포함한 모든 관계. 둘 다 비슷한 것 같은데?
최자 이런 얘기를 할 때마다 느끼는 건데 우리는 성향은 달라도 취향은 굉장히 비슷하다.

성향은 어떻게 다른가?
최자
한 명이 급하면 다른 한 명이 느긋하고 한 명이 좁게 보면 다른 한 명이 넓게 보는 식으로 그때그때 다르다. 뛰거나 걷는 차이인데, 바라보는 방향은 비슷하다. 사람들을 대하는 태도나 표현하는 방법도 좀 다른 것 같다.

둘이 싸운 적이 한 번도 없다고 들었다. 아무리 친해도 절대 넘지 않는 선 같은 게 있나?
최자
코어 자체를 존중해주려 한다. 서로 극도로 싫어하는 부분이 뭔지 알고 있고, 지켜주는 부분도 확실히 있다. 남녀 관계에서도 마찬가지지만 굳이 상대방의 코어를 뒤집으려고 하지 않는다.
개코 서로 숨 쉴 공간을 만들어주는 것. 우리가 아무리 친하고 가족 같아도 각자의 시간이 필요하고, 모든 인간이 그렇듯 비밀도 있어야 한다. 다 알려고 하지 않고 서로에게 공간을 주어야 건강하게 오래 함께할 수 있는 것 같다.
최자
난 몸이 되게 크지만 이 친구는 마음이 되게 크다.
개코 (헐크 같은 포즈를 취한다)





최자_ 그레이 셔츠와 케이프, 니트 후디드, 팬츠 모두 Valentino - Undercover, 블랙 스니커즈 Valentino Garavani.
개코_ 블랙 롱 코트와 블랙 셔츠, 팬츠 모두 Fendi, 블랙 스니커즈 Prada, 안경과 비니 스타일리스트 소장품.

촬영할 때 서로를 바라보는 눈빛이 애틋해 보였다.
개코
안쓰러운 거지.(웃음) 너 고생한다. 근데 그 안경은 좀 벗는 게 나을 것 같아(촬영 중 착용한 안경을 두고 말한다).
최자 우리끼리 장난처럼 얘기하는 건데, 우리 이 정도 비주얼로 정말 큰 성공을 이뤘다고 자주 얘기한다.
개코 음악 하는 사람이지만 어쨌든 예술 카테고리에 속해 있지 않나. 사람들은 미적 쾌감을 얻기 위해 예술을 소비하는데, 처음에는 ‘실력으로 외모를 커버해야지!’ 생각했다면 지금은 부족한 부분은 그냥 인정한다. 그들에겐 그들의 길이 있고, 우리에겐 우리의 길이 있다. 왜, 파인다이닝을 먹다가도 홍어가 당길 때가 있지 않나.
최자 하하하! 우리가 홍어야? 하긴 삭긴 좀 삭았지.

아까 농담처럼 70세까지 음악을 할 거라고 했는데, 그땐 어떤 모습일까?
최자
지금은 20년이지만 그때가 되면 또 그만큼 연륜이 쌓이는 거니까, 공연에서 처음부터 끝까지 달리는 대신 보여줄 거 딱 보여주고 나머지는 수다 좀 떨면서 채우는….(웃음)
개코 예전에는 1부터 10까지 계속 뛰고 땀 흘리면서 랩을 잘해야지, 더 보여줘야지 했다면 지금은 대중에게 사랑받은 곡을 함께 즐기는 시간이 많아졌다. 그래서인지 요즘 들어 공연에서 스트레스 풀고 간다는 피드백을 많이 받는다.
최자 슬픈 부분에선 함께 슬퍼하고. 이제는 관객과 제대로 공감하게 된 거지.
개코 그렇지. 그래서 좀 기분이 좋다, 요즘.

 

에디터 전희란 사진 곽기곤
  스타일링 한종완  헤어 소연(미장원 by 태현)  메이크업 미애(미장원 by 태현)   장소 협조 3rd Museu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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