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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UGUST. 2019 FASHION

손맛 가득한 현장에서 만난 로에베의 아트 피스

  • 2019-08-05

급진적이면서 역설적인 작품. 과연 아트뿐일까. 패션에서도 그 역할이 중요해지고 있다. 조나단 앤더슨을 영입한 후 더없이 급진적이면서 아이러니하게도 손맛 가득한 아이템으로 무장한 로에베의 본질을 찾기 위해 ‘2019 로에베 크래프트 프라이즈’에 다녀왔다.

1 로에베 크리에이티브 디렉터 조나단 앤더슨.
2 도쿄소게츠 가이칸에 위치한 이사무 노구치의 실내 정원에 펼쳐진 ‘2019 로에베 크래프트 프라이즈’ 전시회.

최고급 소재를 아기 다루듯 하는 정교한 장인정신. 로에베의 크리에이티브 디렉터 조나단 앤더슨은 장인정신으로 똘똘 뭉친 ‘공예’를 수면 위로 끌어올렸다. 그리고 단단히 쐐기를 박았다. “로에베의 본질은 바로 ‘공예’입니다. 가장 순수한 의미의 공예 말이에요. 우리는 ‘공예’에서 로에베만의 모더니티를 찾았어요. 공예는 로에베와 항상 함께할 겁니다.” 예술가의 행보를 적극 지지하는 것. 조나단 앤더슨이 이끄는 로에베의 철학이다. 그리고 170여 년 역사를 가능케 한 브랜드의 힘은 최고급 소재를 섬세하게 다루는 정교한 장인정신에 있다. 최근 이 핵심 요소는 로에베 핸드백과 레디투웨어에서 라이프스타일로 넘어가고 있다. 2014년부터 크리에이티브 디렉터로 조나단 앤더슨을 영입한 후, 어쩌면 브랜드의 새로운 이야기를 써 나간다 해도 무방할 듯싶다. 로에베의 ‘2019 크래프트 시상식’은 다양한 형태와 각 분야의 창의성에 대해 오랜 기간에 걸친 브랜드의 헌신을 보여주는 지점이다. 조나단 앤더슨은 여기에 패션과 컨템퍼러리 라이프를 연결하고 아트와 디자인, 장인정신을 전면에 내세웠다. 로에베의 플래그십 곳곳에 공예 작가의 작품이 자리하는가 하면, 이번 시즌에 선보인 라탄 백이나 레디투웨어는 예술 작품이 아닌가 하는 착각이 들 정도다. 가장 상업적인 패션 하우스에서 이런 문화를 전면에 내세울 때는 적어도 ‘완전한 헌신’이 있어야 가능한 일. 도쿄소게츠 가이칸에 위치한 이사무 노구치의 실내 정원 ‘Heaven’에서 진행한 ‘2019 로에베 크래프트 프라이즈’에서 만난 조나단 앤더슨의 모습은 ‘헌신’이라는 말과 잘 어울렸다. 그는 방금 전까지 작업하다 나온 듯한 낡은 블루진과 구겨진 블루 셔츠를 입은 채 디자인, 건축, 저널리즘, 뮤지엄 큐레이팅 등 각 분야의 저명인사로 꾸린 심사위원과 함께 오른 대강당에서 수상자를 발표했다. 로에베 관계자의 말에 따르면, 조나단 앤더슨은 ‘그냥 어메이징한’ 사람이었으니 그 모습이 어색하지는 않았다.







3 금사 작업이 돋보이는 이탈리아 디자이너 조반니 코르바자의 작품.
4 금속공예가 고희승의 작품.

‘2019 로에베 크래프트 프라이즈’ 최종 우승자는 일본 공예 작가 겐타 이시즈카의 ‘Surface Tactility #11’(2018)이다. 둥그런 덩어리가 서로 껴안은 형상처럼 보이는데, 새로운 옻칠 기법을 보여준 작품이다. “겐타의 작품은 공예가 창작의 자유와 잘 연결될 수 있다는 것을 보여줍니다. 그는 작품에 사용한 일본 고대 옻칠 기법을 컨템퍼러리 아트 형태로 선보이며 공예가 지닌 통념을 깨고 새로운 비전을 보여주었죠.” 조나단 앤더슨은 작품 선정 이유를 이렇게 밝혔다. 2위로 선정된 해리 모건의 작품도 아름다웠다. ‘수술대 위에서 만난 재봉틀과 우산’이라는 로트레아몽의 시구가 생각나는 이 작품에 대해서는 이런 평가가 덧붙여졌다. “급진적이며 역설적이기도 한 그의 작품은 함께 속하지 않는 소재의 대립을 보여줍니다.”







5 로에베 크래프트 프라이즈에서 1위를 수상한 겐타 이시즈카와 그의 작품, ‘Surface Tactility #11’.

최종 후보자 29명 중에는 한국인 아티스트 4인도 들어 있다. 금속공예가 고희승.손계연, 섬유공예가 김민희, 지승공예가 이영순. 특히 손계연과 이영순 작가는 우리의 잊힌 전통을 되살린 아름다운 작품을 선보여 눈길을 끌었다. 로에베 크래프트 시상식 심사위원단에 위촉된 전 국립중앙박물관 관장 김홍남 교수는 “이런 전시는 본 적이 없어요”라고 말하며 찬사를 아끼지 않았다. “나라와 상관없이 작품을 선정했는데, 29명 중 한국인 작가가 4명이나 든 건 거의 기적이죠. 올해는 매체의 경계를 부수고 서로 다른 미디어를 파격적으로 조합하는 용기가 중요합니다. 컨템퍼러리 크래프트 트렌드가 일상적 기능을 벗어나 굉장한 자유를 누리게 하는 데 초점을 맞췄어요.” 이야기에 거침이 없는 김홍남 교수는 ‘한국 공예의 비전’에 대해서 요즘 가장 고민하는 사람이 아닐까. “내년 가을에 서울 공예 박물관을 개관할 예정이에요. 벌써 3년 넘게 준비한 프로젝트죠. 국가가 지정한 인간문화재에서 제외된 장인 리스트가 정말 많아요. 우린 그걸 넘어서고 싶습니다.”







6 해리모건의 ‘Untitled’ from Dichotomy Series’.
7 도모나리 하시모토의 작품 ‘ Rain Box’가 공간을 신비롭게 보여준다.

우리에게도 로에베 재단 같은 후원처가 있다면 어떨까. 로에베 재단은 1988년 로에베 창립 가문의 4세대 멤버인 엔리케 로에베가 설립한 사설 문화 재단으로 문학, 댄스, 사진, 디자인, 공예 등 다양한 영역에서 문화유산을 보호하고 있다. 올해 세 번째로 열린 로에베 크래프트 시상식은 ‘전통의 계승과 가치’에 대해 다시금 생각해보게 하는 자리였다. 이들은 시상식에 ‘장인정신과 전통의 가치’를 경쟁 구도로 내세우지 않는다. 다만 함께 모여 즐거운 이야기를 나누고 서로를 격려한다.







8 재료의 믹스 매치가 돋보이는 엘케 사다의 작품 ‘Eolophus’.
9 꼬임이 신비로운 쇼조 미치카와의 ‘Tanka with Silver’.
10 지승공예가 이영순 작가의 작품 ‘Cocoon Top Series 1’.

손맛 가득한 이 자리에 모인 우리는 문화에서 ‘공예’의 중요성을 꽤 그럴듯하게 여기게 되고, 이 공예가 사실은 미래의 모든 분야에 새로운 기준을 제시하지 않을까 조심스레 기대해본다. 특히 패션이 예술에 대해 일종의 경의를 떠나 이제는 서로를 어루만지며 앞서거니 뒤서거니 이끌어줘야 할 때라고.

 

에디터 김수진(suze@noblesse.com) 자료 제공 로에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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