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술과 공예로 직조한 로에베의 계절

로에베 2025 가을 · 겨울 컬렉션은 20세기 모더니즘의 선구자 요제프 알베르스와 아니 알베르스의 실험 정신을 입고 태어났다. 형태, 질감의 대화를 통해 예술과 패션이 하나의 작품으로 거듭난다.

이번 2025 가을 · 겨울, 여성 · 남성 컬렉션은 로에베가 펼쳐 보인 한 권의 스크랩북과 같다. 과거의 기억을 간직하거나 새로운 영감을 담기 위해 무작위로 모은 오래된 것과 새로운 것이 한 페이지에 겹겹이 쌓인다. 이 아이디어를 바탕으로 로에베의 시그너처 요소인 트롱프뢰유 기법, 왜곡된 크기와 볼륨감을 활용하고, 이를 예술성과 장인정신을 결합하는 방식으로 풀어냈다. 이러한 접근 방식은 요제프 & 아니 알베르스 재단(Josef & Anni Albers Foundation)과의 협업으로 이어졌다. 미드센추리 디자인의 선구자 요제프 알베르스(Josef Albers)와 아니 알베르스(Anni Albers)의 작품은 이번 컬렉션의 영감의 원천이자 출발점이 되었다. 요제프 알베르스가 방대한 연작을 통해 연구한 ‘Homage to the Square’ 시리즈에서 볼 수 있는 중첩된 정사각형과 컬러 블록은 퍼즐 백, 플라멩코 클러치, 아마조나 백 등 로에베의 대표적 가방 디자인에 색다른 변화를 주었다.

알베르스의 직조 작품은 실을 예술적 탐구의 매개체로 삼아 직조와 그래픽적 질감을 탐험한 것이 특징으로, 이러한 요소를 코트와 시그너처 백에 반영해 독창적 질감을 더했다. 또한 여성복과 남성복의 경계가 자연스럽게 허물어지며 유연한 실루엣과 구조적 라인이 어우러진 하나의 유기적 컬렉션이 완성됐다. 가죽을 절개하고 이어 붙이며 드레이핑과 연장으로 새로운 형태를 빚어낸 의상은 저지 드레스, 셔츠, 니트, 코트로 변주되어 등장하고, 절개 디테일은 의상의 내부를 드러내 패션을 보다 개방적이고 유동적인 개념으로 확장한다. 이번 컬렉션은 과거와 현재, 예술과 공예, 젠더의 경계를 흐리며 ‘입는 예술’의 새로운 가능성을 제시한다. 조각처럼 빚어낸 컬렉션은 하나의 페이지가 되어 로에베라는 거대한 스크랩북 안에서 끊임없이 이어질 다음 장을 예고한다.

에디터 조인정(ijcho@noblesse.com)
사진 로에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