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JUNE. 2019 FASHION

전통과 미래를 잇는 작업실

  • 2019-05-24

기발한 상상력과 문화적 비전으로 범접할 수 없는 패션 제국을 구축해온 샤넬. 구쌍, 르마리에, 마사로, 르사주 공방에서 직접 목도한 샤넬이라는 이름의 위대함과 그 원동력을 생생하게 전한다.

1 주얼 장식을 만드는 데 열중하는 구쌍 공방 장인.
2 금속을 다루는 고전적 기법으로 판타지를 실현하는 구쌍 아틀리에.

주얼 장식 공방, 구쌍(Goossen)
1953년, 가브리엘 샤넬은 로베르 구쌍(Robert Goossens)과 처음 만났다. 그리스 로마와 비잔틴 시대 그리고 고대 이집트에서 영감을 받아 주얼리로 재해석하는 그의 재능에 매료된 코코 샤넬은 곧바로 그를 공식 공급 업자로 선정했다. 마레에 주조 공장을 보유한 아버지 곁에서 어린 시절부터 금속을 다뤄온 로베르 구쌍은 견습 과정을 마친 뒤 파리의 주얼리 공방으로 옮겨 다양한 세공 기법을 익혔다. 강한 듯하면서도 터치가 살아 있는 그의 작품을 보고 여러 쿠튀리에 디자이너들은 손을 내밀었다. 젊은 세공사였던 구쌍은 가브리엘 샤넬과 협력한 것을 계기로 용기를 얻어 골드와 실버, 비귀금속, 메탈, 수정 그리고 목재와 유리 등 소재를 마음껏 탐색했으며, 주얼장식의 다양한 오브제를 제작하기 위해 원석을 깎고 조탁했으며, 에나멜링 작업을 멈추지 않았다. 가브리엘 샤넬은 이런 그의 상상력이 한계에 부딪히지 않도록 진심으로 격려했다. 로베르 구쌍은 그녀를 위해 커피 테이블, 램프, 거울 등 상징적 오브제를 만들었고, 이는 그녀의 캉봉 아파트에 놓여 있었다.



3, 4, 5 이집트에서 영감을 얻어 형형색색 원석으로 파리-뉴욕 컬렉션의 사슴벌레 모티브의 오브제를 완성하는 정교한 제작 공정.

그뿐 아니라 구쌍이 만든 가구와 인테리어 소품은 파리 샹젤리제 거리의 새로운 파리 부티크에서도 확인할 수 있다. 2005년 비로소 샤넬 공방에 합류한 구쌍 공방은 현재 창립자의 아들인 파트리크가 명성을 이어가고 있으며, 20명의 장인이 품질을 향한 집념으로 일하고 있다.







6 샤넬의 상징인 투톤 슈즈가 탄생된 공방 마사로.
7 슈즈 제작의 시작을 알리는 디자인 스튜디오의 스케치.

구두 공방, 마사로(Massaro)
샤넬의 아이콘 투톤 슈즈를 탄생시킨 구두 공방 마사로. 투톤 슈즈의 역사가 여기에서 시작된 만큼 장인의 테이블에 놓인, 세월의 흔적이 엿보이는 투톤 슈즈가 마사로 공방의 대표작임을 말해준다. 가브리엘 샤넬과 마사로의 만남은 1957년에 이루어졌다. 당시 여성들은 너 나 할 것 없이 스틸레토 힐을 신었다. 그야말로 스틸레토 힐이 유행하던 시절이었다. 하지만 가브리엘 샤넬은 이에 반항이라도 하듯 6cm 힐을 선보였다. 당시 마사로 공방을 책임지는 레몽 마사로(Raymond Massaro)는 창립자인 할아버지와 아버지의 뒤를 이어 마사로만의 특별한 기술적 노하우를 이어갔다. 에콜 데 메티에 드 라 쇼쉬르(Ecole des Metiers de la Chaussure; 구두 공예 학교) 출신인 레몽 마사로가 만들어낸 대담한 디자인의 구두는 가브리엘 샤넬을 매료시키기에 충분했다.





8 코코 레더로 패턴을 만드는 과정.
9 구쌍 공방과 협업해 뒷굽에 주얼을 장식한 파리-뉴욕 공방 컬렉션 슈즈.
10 슈즈 제작을 위한 도구.

그녀는 여성을 더욱 여성스러워 보이게 하는 슈즈를 원했다. 베이지 레더 소재를 재단해 만든 투톤 슈즈는 여성의 다리를 더 길어 보이게 했고, 앞부분만 새틴으로 처리해 발이 실제보다 작아 보였다. 훗날 투톤 슈즈는 샤넬 하우스의 상징이 되었고, 가브리엘 샤넬은 이 슈즈를 “우아함의 극치”라며 칭찬했다. 그 뒤로도 샤넬과 마사로 공방의 컬래버레이션은 계속 이뤄졌으며, 2002년 샤넬 하우스에 속하게 되었다. 고객 한 사람 한 사람을 위한 맞춤 구두를 제작 시 마사로 공방의 첫 단계는 클라이언트의 라스트를 만드는 것부터 시작된다. 10개의 방에 빼곡하게 걸린 1만5000여 개의 라스트에는 주문자의 이름이 적혀 있다. 레이디 가가부터 퍼렐 윌리암스까지. 라스트는 주로 나무로 만들지만 상황에 따라 플라스틱으로도 만든다. 현재 샤넬은 27개의 공방이 있는데 그중 슈즈 공방은 3개로, 2개는 이탈리아에 있다. 나머지 하나가 프랑스에 자리한 마사로다.





11 100℃의 열을 가해 고체화한 트위드로 만든 까멜리아.
12, 13, 14, 15 깃털을 재료로 창의적 디자인을 구현하는 르마리에 공방.

깃털 장식 공방, 르마리에(Lemarie)
1880년 팔미르 코예트(Palmyre Coyette)가 창립한 르마리에 공방. 당시 프랑스에는 300명이 넘는 깃털 세공인이 있었지만, 오늘날까지 명맥을 이어온 유일한 곳이다. 처음에는 모자 장식용 깃털을 주로 만들었는데, 1946년 창립자의 손자 앙드레가 가업을 물려받아 비즈니스 영역을 확장시켰다. 그는 깃털 장식 샘플을 일류 패션 하우스에 적극 선보였고, 활동 영역을 꽃 장식으로 넓혔다.





16 이집트 고유의 규칙적 패턴을 짧게 자른 깃털로 표현한 2018/19 파리-뉴욕 공방 컬렉션 드레스.

그 결과 1960년대 가브리엘 샤넬은 그녀의 상징적 문양인 까멜리아를 구상할 때 르마리에의 힘을 빌렸다. 까멜리아의 꽃잎은 기본 16개이며, 숙련된 장인이 만들면 완성하기까지 1~2시간 걸린다. 꽃을 만드는 과정에서 가장 중요한 도구는 꽃잎 모양을 만드는 몰드! 르마리에 공방의 문 앞에는 5000여 개의 몰드가 진열되어 있다. 1880년대 이후부터 몰드를 제작하는 공장이 문을 닫았기 때문에 이는 공방의 가장 소중한 보물이 되었다. 참고로, 까멜리아를 제작할 때는 특별한 크로키가 없다. 1996년, 샤넬의 공방에 합류한 르마리에 공방은 매년 10여 차례 샤넬 컬렉션과 함께하는데, 장인들은 컬렉션의 주제에 맞게 약 40개의 까멜리아를 디자인 스튜디오에 제안한다. 르마리에 공방의 장기 중 하나는 바느질로, 깃털과 코르사주 공정에 다양하게 쓰인다. 장식미술을 연상시키는 꽃이 되어 실크 드레스에 장식하거나, 깃털을 자르고 붙이는 마케트리 기법을 이용해 패턴처럼 활용하며, 깃털에 볼륨을 넣어 블라우스를 완성한다.







17, 18 독창적 자수 기술을 위한 재료와 세월의 깊이가 느껴지는 장인의 도구들.

자수 공방, 르사주(Lesage)
1983년 칼 라거펠트가 샤넬에 입성한 뒤 샤넬과 르사주 공방의 협업은 시작되었다. 르사주 창립자 마리 루이즈 르사주(Marie Louise Lesage)는 1858년에 오픈한 자수 공방 미쇼네에서 최고 쿠튀리에와 함께하며 그들의 어시스턴트 겸 자수 작업의 수장을 맡았다. 그는 또한 혁신적 자수 기법인 스트레이트 얀 버미셀리(vermicelli, 여러 색조를 배합하는 방식)와 옹브레(ombre, 차분한 색조를 이용한 음영 기법) 창시자로, 아방가르드한 자수 모티브를 통해 이름을 알리기도 했다. 1949년, 마리 루이즈 르사주가 죽자 아들 프랑수아가 스무 살에 공방을 이어받았다.





19 비즈나 스팽글처럼 섬세한 작업은 코바늘로 완성한다.
20 앞면은 물론 뒷면도 똑같은 모습을 유지하는 것이 자수의 원칙 중 하나다.
21 7만5000여 개의 자수 샘플을 보관해놓은 아카이브.

혁신을 꿈꾸던 그는 1990년대 공방의 활동 영역을 다각화하려는 생각에 직물 공방을 설립했다. 끌로에에서 함께 일한 인연으로 칼 라거펠트와 협력했고, 1998년에는 샤넬 하우스의 레디투웨어 컬렉션에 맞춰 트위드 소재를 제안했다. 그 후 2008년부터는 오트 쿠튀르 의상에 쓰일 새로운 트위드 소재 개발에 힘쓰고 있다. 텍스처의 살아 있는 느낌을 살리기 위해 고안한 트위드는 다양한 실을 정교하게 조합해 탄생했는데, 실 개수에는 제한이 없다. 트위드는 르사주의 상징이자 공방의 특별한 노하우를 대변한다. 이 밖에 비즈, 레이스, 진주 등을 결합해 자수를 완성한다.





22 트위드 장인 김영성 디자이너가 제안한 파리-뉴욕 공방 컬렉션의 빈티지한 골드 트위드.
23 자수 패턴을 스케치하는 과정.
24 많은 실을 정교하게 조합해 탄생한 샤넬의 상징, 트위드.

그 중 샤넬의 아이콘인 진주는 작업할 때 컬러와 크기가 균일해야 하며, 공방 창고에는 약 8톤의 진주가 보관되어 있다. 현재 르사주는 1992년 자수 학교를 설립해 아마추어와 전문가를 불문하고 많은 자수 애호가에게 기술을 전수하고 있다.

 

에디터 정순영(jsy@noblesse.com)
사진 제공 샤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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