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JUNE. 2019 FEATURE

인사이더의 조건

  • 2019-05-24

요즘 핫한 말로 ‘인싸’가 있다. 인사이더의 줄임말로, 어떤 모임이나 조직에 적극 참여하며 그 무리와 잘 어울려 지내는 사람을 뜻한다. 현대자동차는 ‘인싸’다. 재계에서는 당연하거니와 이제는 미술계에서도 꽤 크고 중요한 자리를 차지하고 있다. 2013년 국립현대미술관과 10년, 2014년 테이트 미술관과 11년 장기 후원 파트너십 체결을 시작으로 미술 생태계 발전에 진중한 관심을 표해온 현대자동차의 조원홍 부사장 또한 올해 베니스 비엔날레의 ‘인싸’였다.

올 1월, 현대자동차가 테이트 미술관과 ‘현대 테이트 리서치 센터: 트랜스내셔널(Hyundai Tate Research Centre: Transnational)’을 발표하고 6년간 후원한다는 기사가 떴다. 다양한 지역의 예술과 문화, 역사를 입체적으로 바라보는 테이트 미술관의 연구에 현대자동차가 지원을 아끼지 않겠다는 내용이었다. 이는 2013년 서울 국립현대미술관(MMCA)에 ‘MMCA 현대차 시리즈’ 프로그램 지원, 2014년 테이트 미술관과의 파트너십, 2015년 미국의 LA 카운티 미술관(LACMA)과 10년 이상의 장기 후원 파트너십을 맺으며 미술 생태계에서도 작가와 큐레이터, 미술관 전시에 집중 지원하던 현대자동차가 이젠 미술관 본연의 기능인 연구를 통해 미술사 정립에 새로운 관점을 제시하는 데 힘을 보태겠다는 적극적 표현이었다.
우리나라 굴지의 기업 현대자동차가 이토록 미술계에 다각적 지원을 아끼지 않는 이유는 무엇일까? 그들은 이러한 파트너십이 기업의 이익과 목적에 어떻게 작용한다고 보는 걸까? 그 답은 지난 5월 10일 열린 베니스 비엔날레 현장에서 들을 수 있었다. ‘베니스 비엔날레2019’ 한국관 메인 스폰서인 현대자동차 고객경험본부장 조원홍 부사장은 에디터를 만난 자리에서 “예술은 각 개인의 이익이나 기업의 이윤을 위한 수단이 되어서는 안 되며, 기업은 마땅히 자신이 속하지 않은 다른 어떤 분야의 생태계에 대해 함께 고민하고 노력해 발전을 이룰 수 있도록 도움을 주는 데 힘써야 한다”고 강조했다. 1시간 30분에 걸쳐 이루어진 그와의 인터뷰는 지속 가능성을 꿈꾸는 기업이 고민해야 할 방향을 되짚어보는 시간이었고, 이는 각 개인이 다음 세대를 위해 실천해야 할 행동을 알려주는 강령과도 같았다.




지난 2월 10일까지 열렸던 < MMCA 현대차 시리즈 2018: 최정화 - 꽃, 숲 >전시에 설치된 최정화 작가의 작품.

베니스 비엔날레 현장에서 부사장님을 만나니 더욱 반갑습니다. 오프닝 기간이라 베니스 곳곳이 붐비고, 좋은 전시도 많이 열리고 있습니다. 어제 도착하셨는데, 주요 일정이 어떻게 되나요? 미술계 인사도 만나고 한국관 행사에도 참여할 계획입니다. 전 세계 미술 행사가 많지만 그중 베니스 비엔날레는 미술계의 깊이 있는 담론이 이루어진다는 점에서 매우 중요한 역할을 하고 있습니다. 머무는 동안 조찬과 한국관 만찬 등을 통해 여러 인사와 소통하고 새로운 담론을 나누려 합니다.

최고마케팅책임자(CMO)인 부사장님은 2010년 현대자동차에 합류한 뒤 브랜드 마케팅과 관련한 전 세계 모든 업무를 총괄하는 ‘고객경험본부’를 이끌고 계십니다. ‘마케팅본부’가 2018년 ‘고객경험본부’로 이름을 바꿨는데, 업무의 범주가 확장된 거라고 보면 될까요? 자동차는 딜러 모델을 가지고 움직입니다. 국내에는 현대자동차 직영점이 많지만 해외는 대부분 딜러가 자동차를 판매하기에 딜러를 관리하고 교육하며 그들이 고객에게 제대로 경험을 선사하는지 평가하는 등 일을 해왔습니다. 또 광고와 프로모션, 후원도 하는데 ‘고객경험본부’는 이러한 마케팅과 고객 채널 등 고객 접점 부문을 통합한 것입니다. 브랜드 마케팅에 고객 경험에 대한 일을 추가적으로 한다고 보면 될 듯합니다.

2014년 당시 부사장님은 ‘마케팅본부’ 시절 테이트 미술관과 파트너십을 맺고 매년 ‘현대 커미션’이라는 이름으로 대규모 전시 프로젝트를 선보이며 현대미술의 중심지이자 미술 생태계에 ‘현대자동차’라는 브랜드를 등장시켰습니다. 브랜드 마케팅과 고객 경험, 그것이 현대자동차의 예술 후원과 어떤 연결 고리가 있는지 궁금합니다. 대부분의 기업이 지속 성장에 대해 고민합니다. 우리도 그랬어요. 지속 성장이라는 것은 끊임없이 고객의 선택을 받을 때 가능한 일인데, 사실 기업은 고객에게 언제든 버림받을 수도 있잖아요. ‘그럼 우리가 지속적으로 선택받는 방법은 뭘까?’를 생각하니 고객이 기업과 브랜드를 존경하게 될 때 가능하겠더라고요. 그래서 우리도 ‘그럼 존경받는 기업이 되기 위해 무엇을 해야 할까?’를 고민하게 된 거죠.

사실 고객은 단순히 돈만 많이 버는 기업보다는 여러 사회적 역할을 수행하는 기업에 높은 가치를 부여합니다. 그럴 때 브랜드 충성도 또한 높고요. 그렇죠. 기업도 때로 실수할 수도 있고 잘못된 의사 결정을 할 수도 있습니다. 그런 경우 평소 고객에게 존경받는 기업은 고객들이 이해하고 용서해주는 경우가 많아요. 반대로 그렇지 않은 기업에 대해서는 굉장히 냉정하게 반응하죠. 그럼 어떤 기업이 존경을 받을까요? 사회가 발전하려면 그 과정에서 많은 문제점이 발생하는데, 소비자들은 그 문제에 진정성을 갖고 함께 해결하기 위해 고민하는 기업을 높이 평가합니다. 특히 젊은 세대일수록 굉장히 민감하죠.

환경문제에 관한 한 더 그런 것 같아요. 그런 의미에서 현대자동차도 수소연료전지 자동차를 개발하는 것 아닌가요? 그건 자동차 기업으로서 ‘당연히’ 책임감을 갖고 해결해야 할 문제라고 봅니다. 우리는 자동차 산업의 가치 사슬(Value Chain, 회사가 행하는 모든 활동과 그 활동이 어떻게 서로 반응하고 있는가를 살펴보는 시스템적 방법)에서 벌어지는 일 외에 휴머니티 관점에서 중요한 이슈에 동참하고 싶었어요. ‘기업 시민 의식(Corporate Citizenship, 개인과 마찬가지로 기업 역시 지역사회의 한 구성원으로서 일정한 권리와 책임을 가짐)’ 관점에서 우리 기업이 역할을 해야 한다고 봤습니다. 그간 현대자동차는 ‘축구’에 물심양면으로 지원해왔습니다. 월드컵 같은 큰 행사를 통해 국민이 즐거움을 느끼고 하나 되게 한다는 점, 축구 팬을 확장하고 그럼으로써 축구계가 성장하는 데 도움을 주었다는 점에서 매우 의미있는 활동이지만, 뭔가 아쉬움이 있었죠. 그러던 차에 ‘아트’를 접하게 되었고. 미술 생태계를 올바르게 이해하고 그것의 발전을 위해 지원하는 것이 기업 시민 의식 관점에서 중요하다고 판단했습니다.

글로벌 기업 중 고객의 충성도가 높은 기업이 많은데, 그런 기업에 대한 리서치도 많이 하셨을 것 같아요. 제가 우리 직원들과 외부 사람들에게 예로 드는 회사가 있습니다. 우선 애플입니다. 애플은 고객 경험을 혁신했다는 측면에서 존경받고 있습니다. 애플은 어떻게 보면 모방이에요. 그럼에도 고객이 애플에 ‘Wow!’ 하는 이유는 기존의 기술을 활용해 고객에게 놀라운 경험을 선사하고, 여전히 확장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또 하나는 파타고니아라는 의류 회사예요. 그들은 자사제품이 지구 환경에 얼마나 긍정적 영향을 미치는지 끊임없이 고민합니다. 파타고니아 고객은 브랜드의 철학과 사회적 이슈에 대한 기여도를 높이 평가하며 마니아를 자처합니다. 세 번째는 나이키예요. 그들은 사회적 불평등, 불균형을 다루죠. 마이너리티에게 “Just do it!”, “도전하라”고 말합니다. 때로는 정치적 리스크도 감수하죠. 2016년 미식축구 경기장에서 미국 국가가 울려 퍼지고 사람들이 국기에 대한 경례를 하는데, 콜린 캐퍼닉이라는 선수가 “흑인과 소수 인종을 차별하는 나라에 존경을 보낼 수 없다”면서 한쪽 무릎을 꿇고 앉아 국기에 대한 경례를 하지 않았잖아요. 그런데 나이키가 그 선수를 광고 모델로 발탁하면서 한참 동안 시끄러웠죠.

한국에서도 큰 이슈였어요. 미국에서는 나이키 불매 운동까지 일어난 걸로 알고 있고요. 한쪽에선 그랬지만 젊은 세대는 나이키의 선택에 열광했습니다. 나이키는 그 사건을 통해 자신들이 오랫동안 해온, 사회적 발전을 위해 긍정적 노력을 한다는 걸 또 한번 보여줬습니다. 제가 말씀드린 이 예시에서 중요한 건 기업이 노력하는 ‘고객 경험의 확장’과 ‘사회적 이슈에 대한 고민’이 오랜 시간 지속될 때 고객은 비로소 기업에 대한 믿음과 존경심을 가진다는 거예요. 우리도 마찬가지입니다. “현대자동차가 예술에 이렇게 꾸준히 지원을 해?” 그걸 봐 달라는 거죠.

아트 컬렉팅 등을 통해 예술 지원을 하는 기업이 많은데, 현대자동차의 방식은 좀 달라 보입니다. 아트 컬렉팅도 하나의 방법이지만, 우리와는 거리가 좀 있어요. 우린 미술계의 가치 사슬에 주목했습니다. 산업계든 미술계든 그것을 구성하는 참여자가 경쟁력을 높여야 합니다. 그게 잘되어 있는 곳은 건강한 생태계를 이루죠. 우린 미술계를 그런 관점에서 봤어요. 참여자의 지속적 혁신을 통해 미술계가 지속 성장할 수 있는 힘을 키우는 데 도움이 되고 싶었죠.

미술계의 참여자라고 하면 작가부터 평론가, 기관까지 다양한데 구체적으로 각각 어떻게 힘을 실어주시나요? 큐레이터, 아티스트, 인스티튜트(뮤지엄, 갤러리 등), 평론가, 미디어 등을 참여자로 봤습니다. 이들이 각각 지속 성장을 해야 궁극적으로 미술 애호가나 관람객에게 긍정적 예술적 경험을 선사할 수 있고, 그럴 때 미술 생태계가 건강하게 발전할 수 있습니다. 그래서 인스티튜트인 테이트 미술관 후원 등을 통해 아티스트와 큐레이터를 지원하는 사업을 하고 평론가와 작가를 매치해 출판 작업도 돕고 있습니다. 미국의 미디어 그룹인 블룸버그(Bloomberg)와도 파트너십을 맺어 아티스트에 관한 다큐멘터리 및 ‘ART + TECHNOLOGY’ 영상 시리즈를 작업하는 등 다각적으로 지원하고 있습니다.

2014년 테이트 미술관과 11년 장기 후원을 맺었다는 소식을 발표했을때 미술계의 반응은 무척 뜨거웠습니다. 3~4년씩 단기 후원을 맺어 여러 번 연장하는 경우는 있어도 한 번에 11년이라니, 놀랄 만도 했죠. 테이트 미술관을 콕 집어 선정한 이유는 무엇인가요? 테이트 미술관의 강점은 ‘실험정신과 혁신’입니다. 테이트 모던이 문을 연 지 오래되지 않았음에도 세계적 미술관이 된 건 바로 그 때문이라고 생각해요. 지금도 그들의 생각은 남보다 훨씬 과감하고 도전적이죠.

테이트 미술관의 실험정신과 혁신은 현대자동차와도 닮은 듯 보입니다. 아마 현대자동차에서도 그 둘의 공통점을 발견했을 것 같고요. 맞습니다. 자동차 산업의 역사가 100년이 넘었어요. 글로벌 톱10~15의 자동차 회사 중에서는 우리가 가장 늦게 만들어졌죠. 도전과 혁신이 없었다면 여기까지 올 수 없었을 거예요. 테이트 미술관도 비슷한 과정을 밟았습니다. 여기서 살아남고 지속 성장을 하려면 사고가 남달라야 하죠. 그런 차원에서 ‘아트’는 우리의 도전을 다시 한번 보여주는 시그널입니다.




1 LACMA와 함께 장기 후원 파트너십 일환으로 진행하는 ‘더 현대 프로젝트’의 < 3D: Double Vision > 전시작. 조지프 재스트로의 시각 인지 실험의 입체 사진이다. Joseph Jastrow, Experiments in Visual Perception, c.1905, Stereographs from Glass Negatives, Keystone-Mast Collection, California Museum of Photography, University of California, Riverside. Photo Courtesy of California Museum of Photography, University of California, Riverside.
2, 3 베니스 비엔날레 한국관 전경과 오프닝 만찬. 현대자동차는 올해로 세 번째 한국관 메인 스폰서를 맡고 있다.

그다음 해에는 미국 LA 카운티 미술관(LACMA)과 10년 장기 후원 파트너십을 체결한 후 ‘더 현대 프로젝트’ 아래 매년 전시 또한 열고 있습니다. 2015년 아티스트 그룹 랜덤 인터내셔널과 미디어 아티스트 다이애나 세이터 전시를 시작으로 2017년에는 영화감독 알레한드로 곤잘레스 이냐리투의 첫 VR 전시까지 테크놀로지에 집중한 작품을 선보이고 있죠. LACMA 지원은 어떻게 이루어졌나요? 미래에는 미술이 점점 중요한 라이프스타일 중 하나가 되리라는 확신이 있었습니다. 그러다 보니 ‘왜 테이트 미술관만 지원해야 하지?’라는 의문이 들었습니다. 테이트 미술관은 유러피언을 기반으로 하니 그다음으로는 미국을 생각하게 됐죠. 미국 동부의 미술관은 이미 많은 기업에서 후원 중이었고, 지정학적 관점도 고려해 LACMA를 선택했습니다. LACMA는 1960년에 ‘아트 & 테크놀로지 랩’ 프로젝트를 시작하며 그 분야에서 선구자적 역할을 자처했는데, 그동안 활동을 중단하다 우리가 후원하면서 부활했죠.

부사장님은 서울대 경영학과와 펜실베이니아 대학교 와튼스쿨 MBA를 졸업하고 현대자동차에 합류하기 전까지 전략컨설팅 회사에 몸담으셨습니다. 많은 시간 매우 논리적이고 분석적 사고를 훈련받았을 것 같은데, 개인적으로도 문화 예술에 관심이 많으신가요? 저만의 감수성은 분명 있었어요. 고등학교 시절, 비가 오거나 눈이 내리는 날에는 혼자 시를 쓰고 그랬거든요. 자연을 좋아해 늘 가까이하는 것도 그렇고요. 불행하게도 전공과 직업은 논리적 사고에 집중해야 했지만, 예술 후원 프로젝트를 통해 지난 5~6년간 본격적으로 아트를 접하고 미술계와 소통하면서 인간을 보는 관점이나 사회를 보는 시각, 사회현상을 보는 깊이가 달라진 것 같아요. 기업이 사회적으로 존경받는 기업, 지속 성장하는 기업이 되는 데 필요한 요소를 이해하기 시작했다는 점에서 개인적으로도 중요한 레슨이었다고 생각합니다.

경영컨설팅 회사 모니터 그룹의 한국지사 대표를 지낼 때는 기업의 발전 방향을 지금과 다르게 보셨을 것 같아요. 지속 가능성이라든가, 문화 예술 후원도 지금만큼 부각되지 않을 때고요. 그때는 저도 기업의 성장을 경쟁 관점에서 생각했어요. 경쟁자의 움직임을 늘 주시하고, ‘경쟁자보다 나은 전략을 어떻게 개발하지?’라는 고민에 더 집중했다면, 지금은 사회와 인간에 대한 이해를 통해 자연스럽게 경쟁력을 확보하는 것이 더 중요하다고 생각해요. 그 이해가 기업의 근원적 경쟁력을 만들어주는 수단이라고 생각하게 되었고, 그렇게 실천하고 있죠.

모니터 그룹 대표를 지내던 당시를 되돌아볼 때, 혹시 아쉬운 점은 없으신가요? 그때는 제 스스로 굉장히 논리적이며 전략적 사고를 하고 있다고 생각했기에 제가 만들어놓은 틀이 그 시점에서는 최고 솔루션이라고 생각했어요. 정확히 실행되면 훌륭한 성과를 낼 거란 믿음이 있었죠. 현대자동차에 와서도 그 믿음을 가지고 제 경험과 역량을 발휘하기 위해 노력해왔고요. 그런데 어느 순간 그 방식에 한계가 느껴졌어요.

어떤 종류의 한계였나요? 현대자동차에 합류한 뒤 지난 10년간 전세계 많은 시장을 다니면서 경쟁 전략을 만들고 마케팅을 통해 독려해왔는데, 브랜드 포지셔닝을 바꾸기가 어려운 거예요. 브랜드 포지셔닝은 고객의 ‘perception(자각, 인식)’ 변화로 이루어지는데, ‘perception’을 바꾸게 만드는 것은 논리적으로 해석이나 접근이 어렵습니다. 소비자에게 이성적으로만 다가간다고 해서 되는 것이 아니거든요. 그들에게 “왜 그 브랜드를 좋아하나요?”라고 물으면 대부분 잘 설명하지 못하죠. 그게 바로 ‘perception’이에요. 현대자동차에도 새로운 방식, 감정을 자극하는 접근이 필요하다는 걸 깨달았습니다 그래서 2010년 초·중반 현대자동차의 브랜드 마케팅을 보면 굉장히 감성적 방향으로 가요. 그 과정에서 지속 성장하는 기업, 고객에게 존경받는 기업에 대해 고민하게 되었고, 아트를 만난 거죠.

현대자동차 내부에 아트랩(ARTLAB)이라는 아트 마케팅 전문 조직도 신설하셨는데, 현대자동차의 대내외적 예술 지원을 좀 더 활발히 하기 위한 조직인가요? 미술 생태계를 좀 더 올바르게 발전시키기 위한 전문 조직입니다. 저는 아트 마케팅이라는 말을 쓰고 싶지 않아요. 가치를 잘 전달해 제품이나 서비스를 선택하게 만드는 것이 마케팅인데, 우리가 하는 예술 후원은 마케팅의 행보가 아니거든요.

부사장님 말씀을 듣다 보면 예술을 단순히 수단으로 보는 것 같지는 않습니다. 그래서 조직 이름도 ‘아트랩’으로 지은 거군요? 네. 테이트 미술관과 국립현대미술관, LACMA 후원에 이어 올 1월에는 테이트 미술관과 ‘현대 테이트 리서치 센터’를 후원해 연구 . 학술 교류를 강화하기 시작했습니다. 테이트 미술관에서는 기존에 아시아 리서치 센터를 운영하고 있었어요. 미술을 서구적 관점이 아닌 글로벌 관점에서 보자는 뜻으로, 아시아의 역사와 미술사를 연구하고 현재 아시아 큐레이터와 아티스트는 어떤 생각을 하는지 이해하기 위한 연구소였죠. 그런데 아시아 센터를 운영하다 보니 아프리카, 중동, 중남미까지 확장하고 싶은 거예요. 그래서 우리가 함께 해보자고 한거죠. 큐레이터와 아티스트, 기관이 전 세계에서 함께합니다. 연구과정과 결과물이 나오면 테이트 웹사이트 뿐 아니라 우리가 글로벌하게 공유하려 해요.




현대자동차와 테이트 미술관 파트너십의 네 번째 전시였던 <현대 커미션: 타니아 브루게라>전의 퍼포먼스 전경과 다섯 번째 작가로 선정된 카라 워커의 작품. 카라 워커는 터바인 홀에서 오는 10월 2일부터 전시 예정이다.

베니스 비엔날레 한국관에 올해도 현대자동차가 주요 협력 기업이 되었습니다. 이렇게 큰 행사에 함께한다는 뿌듯함이 있으실 것 같아요. 많은 미술인이 2년마다 베니스를 찾는 이유는 여기서 일어나는 담론에 참여하기 위해서라고 생각합니다. 특히 각 국가관은 정부나 기업에서도 참여할 정도로 의미 있는 행사입니다. 기업이 함께해야 한다면 당연히 현대자동차가 그 역할을 해야 한다고 생각해요. 그런 책임감으로 한국관 만찬과 교류행사 등을 지원하고 있습니다.

국내 미술계 인사와 해외 주요 게스트가 한자리에 모여 함께 현대미술의 미래에 대한 이야기를 나누고 담론을 형성하는 자리를 만든다는 것에 한국관 후원의 의의가 있는 것 같습니다. 소통의 장을 만든다는 차원에서 현대자동차가 메인 스폰서 역할을 하는 것은 굉장히 의미가 커요. 4년 전부터 올해로 세 번째 함께하는데, 우리에게 이런기회를 준 것도 감사한 일이죠. 그만큼 자격이 있다고 생각해주는 것 같아 기분도 좋고요.

미술계 담론에 참여하면서 여러 인사를 만나실 텐데, 개인적으로 자문을 구하거나 영감을 받은 분들이 있나요? 아무래도 후원을 맺은 세 곳의 미술관 관장에게 많은 영감을 받는 편입니다. 테이트 미술관에서 30년간 관장을 지낸 니콜라스 세로타 경은 후원 초기 제게 많은 영감을 주신 분이에요. 당시 그분과 한국에서 공동 인터뷰를 한 적이 있는데, 세로타 경의 인터뷰를 듣고 제 생각을 표현하면서 많은 걸 깨달았어요. 전 국립현대미술관 바르토메우 마리 리바스 관장도, LACMA 마이클 고반 관장도 스펙트럼이 굉장한 분입니다. 특히 마이클 고반은 자동차에 관한 통찰력도 제게 주시는 분이죠.

지난 5년간 예술 후원에 부지런히 앞장서셨습니다. 여전히 진행 중이고 결과를 말하기엔 이르지만 그래도 현대자동차에 대한 고객의 인식 변화나 미술계의 시선이 약간 달라졌을 것 같은데, 어떠신가요? 지난 5년의 자체 평가를 부탁드립니다. 굉장히 많은 고민을 한 시간이었고, 이제 조금씩 그 산물이 나타나고 있어요. 대규모 예술 지원을 5년 이상 하다 보니 이제 미술계에서도 “현대자동차가 하는 행보는 다르다”고 평가해주세요. 2년 전 베니스 비엔날레에 왔을 때도 그런 분위기를 느꼈는데, 올해는 더더욱 그렇습니다. 아티스트와 큐레이터, 평론가, 기관의 디렉터도 현대자동차를 미술 담론에 참여해야 하는 일원으로 인정해주더군요. 덕분에 우리가 추구하는 예술 후원 행보가 미술 생태계 발전을 도모하고 있다는 믿음과 확신이 생겼습니다. 아직도 준비 중인 프로젝트가 많고, 머지않아 발표할 것도 있죠.

이번엔 또 어떤 뉴스로 미술계를 깜짝 놀라게 할지, 벌써부터 기대됩니다.




올해 1월 현대자동차는 테이트 미술관과 글로벌 연구 파트너십을 맺었다. 전지구적 관점의 통합적 연구와 협업을 진행할 예정이다.

 

에디터 김이신(christmas@noblesse.com)
사진 안드레아스 마이크스너(Andreas Meichsner)(인물)   사진 제공 현대자동차 ARTLAB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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