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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19-03-18

For Labelfeld

패션계의 황제 칼 라거펠트가 타계했다. 이력이나 업적을 읊는 대신 패션과 아름다움, 인생에 대한 그의 정신과 철학을 되짚으며 기리고자 한다.

지난 2월 19일, 디자이너 칼 라거펠트가 세상을 떠났다. 패션계는 충격에 빠졌고, SNS에는 며칠 동안 많은 브랜드와 셀레브러티의 애도 포스팅이 가득했다. 어느 때보다 많은 이의 애도 행렬이 이어진 이유는, 그가 패션계의 상징이자 천재적 창조력 그 자체이기 때문이 아닐는지. 백발의 포니테일에 검은색 선글라스와 장갑, 몸에 꼭 맞는 슈트를 차려입고 언제까지나 패션계 황제로 남아 있을 것만 같던 칼 라거펠트. 디자이너로 지낸 65년 동안 예술과 상업성을 자유자재로 넘나들며 많은 이에게 미학적 즐거움을 선사한 그를 회고한다.




패션 신봉자
2000년, 칼 라거펠트는 42kg을 감량하는 데 성공한다. 오로지 가느다란 스키니 라인의 디올 옴므 슈트를 입기 위해서였다. 또 패션 대회에서 수상하며 오트 쿠튀르계에 화려하게 데뷔했지만, 역량을 펼치는 데 어려움을 느끼자 쿠튀르계를 뛰쳐나오기도 했다. 그에게 패션은 가장 강력한 동기이자 갈망의 대상이었고, 스스로를 라거펠트(Lagerfeld)가 아닌 라벨펠트(Labelfeld)라 칭하며 살아 있는 상표 그 자체라고 얘기했다. 그리고 사람들이 그 사실을 인정하도록 만들었다.






진정한 워커홀릭
칼 라거펠트는 85세의 나이로 세상을 뜨는 순간까지 컬렉션을 준비했다. 샤넬과 펜디, 칼 라거펠트까지 세 브랜드를 동시에 운영한다는 것은 1년에 10번 이상 컬렉션을 준비해야 하고 몇천 피스의 아이템을 구상, 디자인, 완성하며 전 세계를 옆집 드나들듯 누벼야 한다는 것을 뜻한다. 칼 라거펠트는 하루에 20시간씩 일하며 휴가도 가지 않았다. 그런 열정이 있었기에 우린 아름다운 컬렉션을 보다 많이 만날 수 있었다.






마지막 작품인 2019년 F/W 펜디 컬렉션을 위한 칼 라거펠트의 스케치.






명석한 반항아
코코 샤넬이 떠난 뒤 생명력을 잃어가던 샤넬에 칼 라거펠트가 부임해 컬렉션을 선보이자마자 “죽은 샤넬이 환생했다”는 이야기가 나왔다. 트위드 슈트, 퀼팅 백 같은 클래식 아이템을 재정비하고 완전히 다른 무드의 런웨이를 선보인 것. 그는 샤넬의 고고한 명성에 기대는 대신, 살아 숨 쉬는 브랜드로 탈바꿈했다. 펜디에 부임한 뒤에는 고급 모피 원단을 자유자재로 변형하고 ‘Fun Fur’라는 의미의 더블 F 로고를 창조해 브랜드 정체성을 재정립했다. 그의 거침없는 반항은 언제나 ‘신의 한 수’였다.






펜디가의 다섯 자매가 브랜드 혁신을 위해 칼 라거펠트를 영입했다. 그의 퍼 컬렉션 데뷔작.






파괴자이자 창조자
칼 라거펠트는 이미 쌓아놓은 것을 지키는 데는 관심이 없었다. 옷은 해체하고 재조립했으며, 브랜드 이미지는 깨부수고 재창조했다. ‘과거를 잊자’는 신념처럼 자신의 자아도 몇 번이나 무너뜨리고 다시 세웠다. 칼 라거펠트는 패션 디자이너이자 광고 디렉터, 사진작가였으며 출판사 사장 혹은 일러스트레이터이기도 했다. 새로운 아름다움과 배움에 대한 갈망으로 그의 세계에 영원한 것은 없었다.






프레스 키트, 광고캠페인 등을 직접 스타일링하고 촬영까지 하는 팔방미인 칼 라거펠트.






비상하는 슈퍼스타
시간이 흐를수록 더 높이 비상한 칼 라거펠트. 그에게 무한한 시간이 있었다면 과연 어디까지 나아갔을지 상상이 되는가? 재킷을 오픈하고 가슴을 드러낸 모델이 런웨이를 누비거나 오트 쿠튀르 컬렉션에 등장한 PVC 아이템처럼 그의 컬렉션은 언제나 놀라움을 안겨주었다. 마치 신인 디자이너처럼, 그의 신선한 시각과 창의력은 데뷔한 순간부터 마지막 순간까지 변함이 없었다. 언제나 슈퍼 루키였던 칼 라거펠트는 이제 영원히 빛나는 큰 별이 되었다.






1965년 펜디에 첫 출근한 일을 회상하며 그날의 자신을 스케치하는 칼 라거펠트.

칼 라거펠트가 떠난 뒤 30여 년간 그와 함께 일해온 비르지니 비아르가 샤넬 디렉터로 임명됐으며, 2억 달러(약 2260억 원)의 재산은 그가 각별히 사랑했던 고양이 슈페트가 상속받을 예정이다. 마지막 작품인 샤넬과 펜디의 2019년 F/W 컬렉션은 예정대로 파리와 밀라노 패션 위크에서 선보였다. 평소 죽으면 매장 대신 숲속 야생동물처럼 사라지고 싶다고 밝힌 그의 바람대로 장례식을 치르지 않고 지인 몇 명만 참석한 채 화장했다.





| 샤넬 2019 F/W 컬랙션 |










| 펜디 2019 F/W 컬렉션 |




에디터 신지수(jisooshin@nobless.com)
사진 Courtesy of Chanel, Courtesy of Fendi, @chanelofficial, @fendi, @karllagerfeld, @choupettediary, imaxtre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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