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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EBRUARY. 2019 FASHION

박지성의 모멘텀

  • 2019-01-24

한국 축구의 레전드 박지성은 아직 필드에서 뛰고 있다. 여전히 성실하고 헌신적인 플레이로 대한민국 축구의 성장을 위한 공간을 창출하고 있다. 행정가로 변신한 그를 만나 삶과 가족 그리고 축구에 대해 물었다.

핑크 골드 소재의 오버시즈 울트라-씬 퍼페추얼 캘린더 워치 Vacheron Constantin, 다크 네이비 슈트와 미드나이트 블루 폴로셔츠 Ermenegildo Zegna.

박지성은 모멘텀을 만드는 선수였다. 프로 입단 테스트에서 번번이 고배를 마시던 비주류 선수는 필드에서 돌파와 성장의 공간을 창출했다. 그는 넓은 시야와 성실함, 창의적 플레이로 자신의 커리어를 세계 정상까지 끌고 갔다. 아시아 출신의 왜소한 선수가 불과 몇 년 만에 월드컵 4강의 주역이자 빅이어(UEFA 우승컵)를 포함해 총 13개의 트로피를 들어 올린 플레이어로 성장한 것이다. 현대 축구의 영웅들은 박지성을 추앙한다. 그는 필드에서 사냥개처럼 에너지를 뿜었고(알렉스 퍼거슨), 모기처럼 상대를 괴롭혔다(젠나로 가투소). 또 원자력으로 움직이는 선수 같았으며(안드레아 피를로), 수비수를 당황시키기 일쑤였다(웨인 루니). 이러한 평가들은 과장이 아니다. 박지성의 플레이는 21세기 수비형 윙어의 교본이라 불린다. 상대 플레이어의 공간을 빼앗고 역습의 모멘텀을 만든다. 설명 불가한 활동력으로 필드 곳곳을 누빈다. 은퇴한 지 5년이 지났지만, 팬들이 여전히 그를 그리워하는 이유다. “한국은 물론 유럽에서도 많은 사람이 알아줘요. 정말 고마운 일이죠. 아마 세계 최고 클럽에서 뛸 수 있었기에 가능하지 않았을까요? 그리고 오랜 기간 선수로 활동한 덕에 제 이름이 익숙한 듯해요.” 박지성의 발언은 겸손하다. 화려한 개인기보다는 팀을 위해 패스를 이어주고 최단 거리로 내달리던 그의 플레이와 닮았다. 그런 태도가 현재 박지성을 만들었다. 그가 이뤄낸 건 개인의 업적만이 아니다. 기성용과 손흥민, 구자철 등 차세대 플레이어의 유럽 진출에 힘을 실었고, 한국이라는 나라를 유럽에 알리는 데도 톡톡히 한몫했다. “유럽에서 활동할 때 행동이나 말을 조심하려 했어요. EPL(잉글랜드 프리미어리그)에 첫 진출한 한국 선수로서 책임감을 많이 느꼈거든요. 내가 잘해야 다음 선수가 조금이라도 수월할 거라고 생각했습니다.”







블루 다이얼의 오버시즈 월드 타임 워치 Vacheron Constantin, 크림 컬러 라운드넥 니트 Ermenegildo Zegna.

선수 생활에 마침표를 찍었지만, 박지성은 여전히 축구와 밀접한 삶을 산다. AFC(아시아축구연맹) 사회공헌위원, JS파운데이션 이사장, 맨체스터 유나이티드 FC 앰배서더, 해설가 등으로 눈코 뜰 새 없이 바쁜 일상을 보내고 있다. 비행기에 오르는 횟수는 오히려 늘었을 정도. 축구가 주는 의미도 전과는 다르다. “선수 시절 ‘박지성에게 축구는 무엇인가?’라는 질문을 받으면 ‘살아 숨 쉬는 이유’라고 말했어요. 그땐 정말 축구밖에 없었거든요. 물론 지금도 축구는 제 삶에서 떼어낼 수 없어요. 다만 생각해야 할 게 늘었죠. 가족이 생겼고, 한국 축구에 대한 책임감도 있어요. 전보다는 축구를 더 넓게 보려 해요.” 은퇴 이후 박지성에게 일어난 변화 중 가장 드라마틱한 건 아버지가 됐다는 것이다.







스틸 소재의 오버시즈 듀얼 타임 워치 Vacheron Constantin, 그레이 싱글브레스트 블레이저와 라이트 브라운 캐시미어 터틀넥 니트 Loro Piana.

“지금도 축구는 제 삶에서 떼어낼 수 없습니다. 다만 생각해야 할 게 늘었죠. 가족이 생겼고, 한국 축구에 대한 책임감도 있어요. 그래서 이전보다는 축구를 더 넓은 시각으로 보려 합니다.”

막 세 살이 지난 딸과 이제 첫돌을 맞은 아들의 아버지가 됐다. 박지성은 일이 없을 땐 육아에 동참하려 한다. 아이를 먹이고, 씻기고, 재우는 모든 일상을 아내와 함께 한다. 그의 표현처럼 ‘어마어마하게 힘든 일’이지만, 가까이에서 아이들이 자라는 걸 지켜볼 수 있어 행복하다고. 근래 가장 많이 듣는 질문은 ‘아이에게도 운동을 시킬 것인가’다. 물론 ‘본인이 원한다면’이라는 원론적 답변을 하지만, 욕심이 없진 않은 듯하다. 축구를 통해 얻은 것이 많기 때문. “운동은 꼭 경험하게 해주고 싶습니다. 정신적으로나 신체적으로 여러 가지 도움을 준다고 생각해요. 이왕이면 단체 종목이면 좋을 것 같아요. 단체 생활의 중요성, 타인에 대한 배려, 희생정신, 리더로서의 자질을 축구를 통해 배웠어요. 종목은 상관없지만, 이왕이면 축구가 좋겠죠?(웃음)” 육아 외에 가장 신경 쓰는 건 여행이다. 선수 시절 여러 국가를 다니면서도 경기장과 숙소만 오간 아쉬움이 컸다. 시간 날 때마다 여러 곳을 다니며 많은 걸 보고 맛있는 음식을 즐기고 싶다. 작년 여름엔 포르투갈 알가르브 지역의 리조트에서 꿈 같은 시간을 보냈다.







블랙 다이얼과 스틸 소재가 어우러진 오버시즈 크로노그래프 워치 Vacheron Constantin, 네이비 실크 터틀넥 풀오버, 모헤어 소재 더블브레스트 코트, 자카드 소재 팬츠 모두 Hermès.

박지성이 선택한 두 번째 삶은 축구 행정가다. 자신이 받은 사랑에 보답하고 싶은 마음과 해외에서 활동하며 느낀 한국 축구에 대한 아쉬움 때문이다. “한국에는 훌륭한 자원이 많아요. 만약 축구 DNA라는 게 존재한다면 우월한 민족일 거예요. 그런데 시스템이 아쉬워요. 재능 있는 어린 선수들이 잘 성장할 수 있는 환경이 갖춰져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그리고 프로 리그가 자생하는 분위기를 조성하는 데 도움이 되고 싶습니다.” 박지성은 이를 위해 학교로 돌아가 공부를 마쳤고, 해외 여러 곳을 돌며 경험을 쌓기도 했다. 축구는 결국 시스템의 스포츠다. 유소년부터 리그까지 유기적으로 이어진다. 한국 축구의 부족한 부분을 메우기 위해 박지성은 자신이 가장 잘할 수 있는 것을 선택했다. “유럽 축구는 클럽을 중심으로 움직입니다. 유소년부터 프로 리그까지 계단식 환경이 잘 갖춰져 있거든요. 지역 주민들과 소통이 원활해 인기도 높고요. 한국도 결국에는 유럽형 모델로 가야 한다고 생각하기에, 체질 개선을 위해 준비하고 있습니다.” 현재 박지성은 필드 대신 시스템 속에서 뛰고 있다. 이건 그에게 또 다른 경기다. 아직 구체적인 답을 내놓을 순 없지만, 분명 자신이 할 수 있는 것이 있다고 생각한다. 올해는 더욱 많은 곳을 찾아갈 예정이다. 여러 국가의 다양한 클럽을 찾아 한국에 도입할 수 있는 사례를 수집할 계획이다. 현장에서 다양한 실무 경험을 쌓고 팬들과 만나는 접점도 늘려갈 거라고 말한다. 박지성이 창출하는 두 번째 모멘텀은 이제 시작이다.

 

에디터 이현상(ryan.lee@noblesse.com), 조재국(jeju@noblesse.com)
사진 박지홍  헤어&메이크업 이은혜  세트 스타일링 이지현(프리랜서)   어시스턴트 에디터 현국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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