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JANUARY. 2019 LIFESTYLE

Bring Art to Life

  • 2018-12-17

노블레스 컬렉션은 폭넓은 시각으로 다양한 장르의 예술적 가치를 제안하고, 소장 기회를 제공하는 새로운 개념의 아트 플랫폼입니다. 12월 27일 오픈하는 전은 지난 40여 년간 작품 활동에만 전념해온 홍순명 작가의 순수한 예술 세계를 조명합니다.

홍순명
설치 작품, 페인팅, 조각 등 많은 실험을 거듭했고 정치, 경제, 문화와 같이 세계를 둘러싼 여러 요소를 ‘부분과 전체’라는 철학적 명제 아래 꾸준히 작업해왔다.



1980년대 미술계에 데뷔해 한 우물을 파기보다는 다양한 실험을 했습니다. 설치 작품부터 판화, 입체, 미디어 아트, 조각, 페인팅, 서예 등 광범위한 영역을 넘나들었죠. 어떻게 이렇게 다양한 장르를 아우를 수 있었나요? 저는 진득하지 못해요. 그래서 그림도 그리고 조각도 하고 사진도 찍었죠. 최근에만 5개 장르를 작업하고 있어요. 실은 뭘 해야 할지 잘 모르겠어요. 그래서 여러 개를 같이 하죠. 관심사가 자꾸 바뀌기도 하고요.(웃음)

그렇게 여러 장르를 작업하다 보면 이따금 실패도 하지 않나요? 한 장르에 진득하게 주제 의식을 쏟는 것보다는 실패율이 높을 것 같아요. 실패할 수도 있죠. 그런데 그게 뭐가 중요한가요? 시도가 더 중요해요. 예술은 애초에 ‘시도하는’ 장르니까요. 결과를 내는 장르가 아니죠.

그런가 하면 페인팅은 다소 늦게 시작하셨습니다. 2004년에 이르러서야 페인팅 작품을 발표했죠. 2003년까진 설치 작업을 많이 했어요. 그러다 페인팅으로 넘어왔죠. 그 전까진 사실 그림을 거의 안 그렸어요. 페인팅을 시작한 게 40대 중반이니 20대부터 미술을 했다고 쳐도 20년 넘게 미술계에 있었던 건데, 갑자기 안 하던 그림을 그리려니 ‘뭘 그리지?’가 되어버린 거죠.

순서가 잘못된 것 아닌가요? 보통은 뭘 그릴지 정하는 게 먼저잖아요. 그림을 그려야겠다고 정한 후 대상을 찾는 게 아니라. 그저 ‘그림’이라는 걸 그려보고 싶었어요. 오랫동안 미술을 해서 그림 빼곤 다 해봤거든요. 그림 실력이 좋지 않은 것도 이유였죠. 그런데 뭔가를 그리려면 소재가 있어야 하잖아요. 그냥 앉아서 자화상을 그렸는데, 너무 못 그린 거예요. 그럴 수밖에 없는 게, 그간 뭘 그려본 적도 없고 20년을 미술계에서 활동해 눈만 높아진 거죠.





2017년 대구미술관에 전시한 ‘메모리스케이프’ 시리즈.

미술 작가도 자신의 그림을 보고 자괴감에 빠지나요? 사실 많은 작가가 저처럼 장르를 옮기는 과정에서 미술을 그만두곤 해요. 설치 작업 같은 건 조금 덜하지만, 조각이나 페인팅은 정말 숙련되어야 하거든요. 저 역시 설치 작업에서 페인팅으로 넘어오며 굉장한 고통의 시간을 보냈죠.

그 고통을 어떻게 극복하셨나요? 풍경화로 극복했어요. 풍경화는 형태가 필요 없잖아요. 산을 그릴 때 능선의 각도가 똑같지 않아도 표가 나지 않죠. 그런데 인물은 얼굴의 각도가 조금만 틀어져도 완전히 다른 존재가 돼버려요. ‘사이드스케이프’라는 시리즈를 그렇게 시작했어요.





1 DMZ-1803, Oil on Canvas, 91×73cm, 2018, \11,000,000



알아요, 그 시리즈. 초기엔 한 프레임의 중심이 되는 피사체가 아니라 그 주변 풍경을 골라 그렸죠. 처음엔 세계의 명승고적지를 그렸어요. 누가 봐도 그 장소의 주인공이라 할 수 있는 유적은 그리지 않고, 바로 옆에 있는 나무나 꽃 등을 그렸죠. 그런데 그것도 어느 정도 그리니 재미가 없어지더라고요. 그러다 ‘보도사진’이란 것에 빠졌죠.

홍순명을 ‘사건 기록 작가’라고 부르기 시작한 계기가 바로 그 일이었죠. 맞아요. 보도사진은 인터넷을 뒤지면 어마어마하게 나와요. 로이터 같은 데엔 하루에 2만~3만 장쯤 올라오죠. 그래도 처음엔 그중 그리고 싶은 걸 찾아야 하니 오랫동안 사진을 뒤졌어요. 매일 밤 1000장 가까이, 거의 10년 넘게 리서치했죠.





2 DMZ-10, Oil on Canvas, 130×162cm, 2011, \26,000,000
3 DMZ-1, Oil on Canvas, 130×162cm, 2011, \26,000,000



아무리 풍경을 그리는 것이 재미없어도 그렇지, 어떻게 그렇게 돌연 현실과의 관계 맺기를 시작할 수 있었나요? 사실 사건 자체를 건드릴 것인가, 말 것인가로 고민을 좀 했어요. 사건을 건드리는 것과 그 주변만 다루는 건 완전히 다른 개념이니까요. 그런데 앞서 말했듯, 풍경만 그리다 보니 옆에 있는 사건 그 자체가 궁금해지더라고요.

그러면서 점점 사건에 더 빠지신 거군요? 그런 셈이죠. 하지만 지금도 100% 그렇다고 말하긴 어려워요.(웃음)





4 DMZ-1805, Oil on Canvas, 91×73cm, 2011, \11,000,000



이번 노블레스 컬렉션의 전시에 대해 소개해주세요. 이번에도 어떤 사건에 대해 이야기할 거예요. 최근 감시 초소(GP) 철거에 관한 뉴스가 연이어 나오는 DMZ에 관한 그림을 이미 몇 점 그렸죠. 이번엔 페인팅 작품이 주가 되는 전시가 될 겁니다.





5 DMZ-1804, Oil on Canvas, 91×73cm, 2018, \11,000,000
6 DMZ-1802, Oil on Canvas, 91×73cm, 2018, \11,000,000



내년이면 60세에 접어듭니다. 오랜 시간 작품 활동을 해온 그간의 자신을 어떻게 평가하세요? 지금까지 40여 년 가까이 미술을 했어요. 그간 굉장히 많은 변화가 있었죠. 장르도 많고, 주제도 많았어요. 하지만 제 인생 전체를 돌아보면, 그건 바둑의 접전처럼 결국엔 전부 한 판 안에 들어오는 게 아닐까 싶어요. 그게 들어오고 안 들어오는 걸 결정하는 건 지금 할 일도 아니고요. 때가 됐는데도 안 들어갔다면 그냥 후진 작가라고 하면 그만이에요. 전 거기에 관심이 없어요. 한데 이 생각은 결국 제가 맞을 거예요. 사실 작가 활동이라는 건 저 자신을 위한 거예요. 무책임한 말 같지만, 결국 ‘내 작업’을 열심히 할 때 남들이 더 좋아해주죠. 자아에 대한 질문의 깊이가 우리의 목표예요.

 

에디터 이영균(youngkyoon@noblesse.com)
진행 박소희, 임슬기, 명혜원, 채우리   사진 안지섭(인물), 이준호(작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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