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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ECEMBER. 2018 SPECIAL

Special. 2 : Art÷☐ = ∞

  • 2018-11-27

디자인과 파인 아트의 접점에서
독특한 상상력으로 일상을 기이하게 뒤트는 예술가 잭슨홍을 만났다.





1 Autopilot, Mixed Media, Dimension Variable, 2016

산업디자인업계에서 미술계에 들어온 지 10년이 훨씬 지났다. 당시엔 디자이너 출신이 현대미술을 하는 경우가 없었는데, 어떻게 예술에 관심을 가지게 됐나? 나도 예전엔 미술에 관심이 없었다. 작가들을 보며 ‘어떻게 저런 지루한 걸 할까?’라고 생각했을 정도다. 그 시절엔 그게 얼마나 치열한 고민인지 모르고 쉽게 생각했다. 그러다 한국을 떠나 미국에서 일하며 막연히 예술 작업을 해보고 싶단 생각을 했다. 이후 한국에 들어와 쌈지스페이스 프로젝트에 뽑혀 서 활동을 시작했다.

아티스트로 활동을 시작한 지 꽤 됐는데도 여전히 많은 이가 ‘디자이너’ 출신이란 이력을 강조한다. 예전엔 스트레스였다. 하지만 지금은 대중의 ‘이해’를 위해 어쩔 수 없다는 걸 알기에 괜찮다.

괜찮다고 했으니, ‘그 시절’ 얘길 더 해달라. 당신을 처음 만나는 독자들을 위해서다. 한국에서 산업디자인으로 석사과정을 마친 후 삼성자동차에 입사해 자동차 디자이너가 됐다. 1990년대 말 얘기다. 자동차 디자이너로 일한 건 2년 남짓이다. 이후 미국에서 다시 대학원을 졸업한 후, 캘리포니아와 뉴욕에서 일했다. 그즈음 디자인업계에 위기가 찾아와 한 번 크게 술렁였는데, 그때 회사를 나왔다. 또다시 조직 생활을 해야 한다고 생각하니 진절머리가 났는데, 어찌어찌하다 보니 작가로 데뷔하게 됐다.

어떤 인터뷰에서 디자이너일 땐 본명인 홍승표, 예술가일 땐 잭슨홍이라는 이름을 쓴다고 했다. 옛날 얘기다. 한때는 구분하려 했는데 잘 안 됐다.(웃음)

이제 홍승표와 잭슨홍은 같은 사람인가? 그렇다.

지금은 산업디자이너 홍승표에서 미술계가 가장 사랑하는 아티스트 잭슨홍이 됐다. 데뷔 후 몇 차례 그룹전을 거치고, 언젠가부터 거의 매해 개인전을 열어 책상이나 의자, 자동차, 문구류 등 일상의 사물을 활용해 디자인과 미술의 경계를 해체하며 그 이면에 숨은 요소를 꼬집는 작업을 해왔다. ‘디자이너’와 ‘작가’로서 삶의 가장 큰 차이는 뭔가? 개인의 삶은 별반 다르지 않다. 업무 내용도 방식과 태도가 약간 다를 뿐이다. 하지만 집단의 형태가 되었을 때 그 차이가 드러난다.

어떤 차이가 있나? 보통 디자인계는 학계건 업계 종사자건 대부분 얌전하다. 또 심하게 지루하다. 자신을 드러내는 일에 익숙지 않다. 반면 미술계는 사적 욕망의 전시가 허용되는, 어쩌면 가장 인간의 본성에 충실한 업계이기 때문에 별별 일이 다 일어난다. 나는 디자인계 ‘범생이’ 출신이라 이런 차이가 처음엔 신기했지만, 현재 양쪽 모두를 흥미롭게 관찰하고 있다.

요샌 디자인과 현대미술의 경계가 이전처럼 뚜렷하지 않은 것 같다. 경계가 다소 희미해졌다고 할까. 나도 그렇게 생각한다. 미술이나 디자인의 내적 힘은 없고, 어떤 사회적 힘에 의해 그렇게 바뀐 것 같다. 한데 요샌 미술계도 이전과 많이 달라졌다. 한 10년 전만 해도 어떤 작가가 새로운 작품을 발표하면 그것에 대해 집요하게 묻곤 했다. 메시지나 의미 등등. 그런데 요샌 아무도 묻지 않는다. 미술가든 그걸 소비하는 관람객이든 새로운 무엇에 별로 ‘저항’하지 않는 시대가 됐다.






2 디자인과 파인 아트의 접점에서 작업하는 잭슨홍.

바꿔 말하면 요샌 디자인이든 현대미술이든 누구나 쉽게 즐기고 있다는 얘기 아닌가? 그런 경향이 있다. 하지만 다른 한편으론 점점 나빠진다는 생각도 든다. 새로운 이미지가 넘쳐나 다소 편해지긴 했는데, 어떤 감각은 갈수록 퇴화하고 있는 느낌이다. 그런데 그런 걸 다들 중요하게 여기지 않는다. 일례로 옛날엔 미술 시간에 어떤 자연물이나 인공물을 가져와 그것에 대해 논하고, 무엇을 할 수 있을지 탐색하는 수업이 가능했다. 하지만 지금은 불가능하다. 학생들이 전부 재료를 다이소에서 산다. 물질적인 것을 즐기는 문화 자체가 빈약해졌다. 공감각적 체험이 갈수록 없어지는 것 같아 아쉽다.

디자인 얘기로 돌아와, 디자인은 상업적이라는 고정관념 때문에 그들이 만든 예술 작품은 뭔가 부족하다는 오해를 받는 것 같다. 디자인이 상업적이라는 말은 맞다. 하지만 디자인이 하위, 예술이 상위 개념이라는 인식은 잘못됐다.

그럼 디자이너를 아티스트라고 해도 될까? 흔히 북유럽 디자인은 완성도가 높다고 말한다. 그리고 그 제품을 디자인한 디자이너를 작가라 부른다. 하지만 한국은 다르다. 디자이너들에게 방법론에 충실하고 더 규격화된 디자인을 따르라고 가르친다. 뭔가 잘못된 것 같다.

이쯤에서 정리를 한번 해보려 한다. 잭슨홍은 디자이너적인 사람인가, 예술가적인 사람인가? 경우에 따라 다르다. 케이스에 맞추는 경우가 많다. 문제 해결이나 디자이너의 능력이 필요한 경우라면 거기에 맞게 일한다. 하지만 현대미술은 답이 없는 경우가 많기 때문에 그저 인간 주사위로서 패를 던지는 편이다.

평소 어떤 사물이나 현상을 접할 때도 마찬가지인가? 작가적 시선과 디자이너적 시선으로 자연스레 갈라서 보지 않나? 평소엔 사실 아무 생각이 없다.(웃음) 이상한 것이나 뭔가 신기한 걸 보면 즉각 반응하는 편이지만, 자의식을 가지고 보진 않는다.

최근에 영감을 받았거나 인상적으로 본 것이 있나? 글쎄, 딱히 떠오르는 게 없다. 사실 이런 질문이 나오면 답하려고 평소 준비해놓는데, 늘 질문을 들으면 까먹는다.(웃음)

현재 서울과학기술대학교의 조형예술학과 교수로 있다. 학생들을 지도하는 게 잘 맞는 편인가? 잘 맞는 것 같기도 하고, 아닌 것 같기도 하다.(웃음)

질문에 대한 답이 자꾸 어중간하게 어딘가에 걸쳐 있다. 원래 그런 성격인가? 사실 방금 그 질문에 대해선 명확하게 답하는 게 조금 웃기는 것 같다. “학생들이 정말 좋다”라고 하는 것도 그렇고 “학생들이 정말 싫다”라고 하는 것도 마찬가지다.(웃음)

여전히 당신에게 영감을 주는 것은 무엇인가? 항상 해결해야 할 문제의 논점을 분석하고 정리한다. 찾고자 하는 것이 명확하면 주변의 사소한 모든 것이 영감의 원천이 된다. 반면, 그것이 잘 준비되어 있지 않다면 신기한 볼거리나 읽을거리가 넘쳐난다 한들 내 것이 될 순 없다.





3 이탈리아 브랜드 리바1920의 코니스 테이블.

갤러리에 걸맞은 테이블
일반적으로 갤러리에서는 관람객이 작품에 집중할 수 있도록 주변의 가구나 조명 등 부수적 요소의 힘을 빼곤 한다. 하지만 VIP 룸이라면 이야기가 달라진다. 여느 작품 못지않은 예술적 가구로 특별함을 더할 필요가 있으니까. 에이스 에비뉴에서 취급하는 이탈리아 브랜드 리바1920 (RIVA1920)의 코니스(Cornice) 테이블은 하나의 설치 작품 같은 남다른 오라를 발산한다. 테이블 다리를 가로지르는 긴 원목은 ‘물속 나무’라는 뜻의 브리콜레(briccole)를 사용해 만드는데, 이는 베네치아의 수면 아래 118개의 섬을 잇는 교각에 사용한 떡갈나무를 가리킨다. 자연 침식이나 미생물의 영향으로 버려지는 브리콜레를 재활용해 아티스틱한 테이블로 재탄생시킨 것이다. 가구 하나에 한 도시의 존재 의미와 역사, 그 시간이 응축해 담긴 셈이니 이 테이블의 가치는 쉽게 단정 지을 수 없을 것 같다.





4 팜스 카지노 리조트에서는 데이미언 허스트의 ‘The Unknown’을 감상할 수 있다.

호텔 맞아요?
라스베이거스로 떠난다면, 아니 더 나아가 해외여행을 계획하고 있다면 ‘팜스 카지노 리조트(Palms Casino Resort)’를 꼭 염두에 두자. 이곳에는 데이미언 허스트, 앤디 워홀, 바스키아, 리처드 프린스, 카우스 등 뉴욕 현대미술관을 방불케 하는 대형 작품이 즐비하다. 하이라이트는 단연 호텔 바에 있는 데이미언 허스트의 ‘The Unknown’. 호텔의 주인이자 컬렉터인 프랭크와 로렌조 형제가 평소 친분이 있던 작가에게 무려 6억2000만 달러를 들여 의뢰한 작품이라고. 이들의 과감한 투자(?) 덕분에 투숙객은 호텔을 거니는 것만으로도 시각적 즐거움을 누릴 수 있다. 이 정도 작가 라인업이면 ‘오직’ 이 호텔만을 위해 라스베이거스행 비행기를 탈 만하다.





5 예술 서적 전문 서점 ‘스프링 플레어’ 내부 전경.

일상에 쉼을 선물하는 예술 서점
바쁜 일상을 벗어나 마음에 여유를 쌓을 수 있는 곳으로 서점만 한 장소가 또 있을까? 특히 예술 애호가라면 서울의 예술 전문 서점 몇 곳은 눈 감고도 찾아갈 수 있어야 한다. 아무리 전자북이 흥한다 해도 종이책의 매력은 따라올 수 없다. 한남동에 있는 ‘포스트 포에틱스’는 해외 예술 서적과 디자인 서적을 중점적으로 소개한다. 근처 이태원 경리단길의 독립 서점 겸 카페 ‘밸리븐’에선 다양한 원서, 팝업북 등과 함께 맛있는 음료를 마실 수 있다. 연남동의 갤러리 챕터투와 마주 보며 자리한 예술 서적 전문 서점 ‘스프링 플레어’에도 꼭 들러볼 것. 장르에 구애받지 않고 일상을 예술로 만들 수 있는 다양한 서적을 취급한다.





 

6 데이비드 린치와 뱅앤울룹슨이 컬래버레이션한 베오플레이 MS.
7 르코르뷔지에가 설계한 롱샹 성당.

아트를 입은 스피커
2001년 칸 영화제에서 감독상을 받은 컬트 무비의 거장 데이비드 린치(David Lynch)가 뱅앤올룹슨과 컬래버레이션한 작업을 공개했다. 그의 석판화 ‘War between the Shapes’와 ‘Paris Suite’를 그려 넣은 베오플레이 M5, P2가 그 주인공이다. 몬드리안의 작품을 연상시키는 선명한 삼원색과 그의 영화만큼이나 그로테스크한 디자인에서 남다른 존재감이 느껴진다. 평소 영화 연출 외에 각본, 음악, 미술 등 전방위에 걸친 예술 활동을 펼친 그이기에 이토록 멋진 만남이 가능하지 않았을까? 그의 서명으로 마무리한 베오플레이 M5의 가격은 750유로, P2는 200유로이며 한정판으로 판매한다.

여행과 예술을 접목한 아트 투어

지난해는 미술 애호가에게 ‘축제의 해’였다. 베니스 비엔날레, 카셀 도쿠멘타, 뮌스터 조각 프로젝트, 아트 바젤 등 세계적 미술 행사가 10년 주기로 한꺼번에 열리는 해였다. 이 때문에 많은 미술 애호가가 유럽으로 아트 투어를 떠났다. 한데 질문 하나. 왜 아트 투어 상품은 늘 미술 관련 성지만 찾아가는 걸까? 주요 관광지나 자연 등을 함께 둘러보는 여행과 결합한 아트 투어는 정녕 없는 걸까? 있다. 바로 여행사 유로스테이션에서 진행하는 아트 투어 프로그램. 올해 10주년을 맞은 이들의 아트 투어 프로그램은 아트 스폿은 물론 자연과 유명 관광지를 함께 둘러보는 것이 특징이다. 지난 9월엔 핀에어와 함께 북유럽 가구 디자인 여행을 다녀왔고, 오는 12월 28일엔 유럽 주요 도시의 유명 미술관과 건축을 함께 만나는 아트 투어 상품을 선보인다. 기대되는 미술과 건축의 조합. 네덜란드부터 독일, 스위스 등을 꼼꼼히 둘러보는 이 투어가 궁금한 이라면 유로스테이션의 웹사이트(www.eurostation.co.kr)에서 확인하자.

 

에디터 김이신, 이영균, 이효정, 백아영, 최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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