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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ECEMBER. 2018 FEATURE

In Vino Veritas

  • 2018-11-23

2008년 아시아인 최초로 ‘마스터 오브 와인’을 취득한 지니 조 리. 그녀는 대학에서 와인 비즈니스를 가르치고, 미디어에 와인 칼럼을 쓰며, 기업을 대상으로 와인 컨설팅을 하고 있다. 그리고 최근 와인에 적합한 그녀만의 와인잔을 한국에 런칭했다.

어릴 때부터 유난히 글쓰기를 좋아했다는 지니 조 리는 그녀만의 와인 테이스팅 노트만 1만7000여 건을 가지고 있다. 그녀의 홈페이지(www.jeanniecholee.com)에는 우리가 잘 아는 전설적 와인부터 그녀의 심미안으로 포착한 보석 같은 와인에 대한 리뷰가 꼼꼼히 기록되어 있다. <타임 아웃>, <포브스>, <와인 스펙테이터>, <사우스 차이나 모닝 포스트>, <롭 리포트 차이나> 등 다양한 매체에서 와인 칼럼니스트로 활약한 흔적도 고스란히 담겨 있다. ‘Drinking Guide: What to toast with for the holiday season’s special moments’, ‘How to enjoy wine with chili, garlic and kimchi’ 등 와인에 대해 잘 모르는 이라도 흥미롭게 읽을 수 있는 주제의 칼럼이 홈페이지에 가득하다.
미국 스미스 칼리지에서 정치사회학을 전공하고, 하버드 대학에서 공공정책학 석사과정을 마친 지니 조 리는 19세부터 미국과 영국에서 공부하며 미국, 유럽 쪽 와인을 두루 접했다. 학교를 졸업한 뒤 뉴욕에 정착한 그녀는 뉴욕의 유명 와인 스쿨 ‘Windows on the World Wine Complete Course’에 다니며 본격적으로 와인 공부를 시작했다. 결혼 후 홍콩으로 건너가 경제지 기자로 일할 무렵 아시아에서도 와인 문화가 부흥하기 시작했고, 그때부터 비즈니스에서 빠질 수 없는 와인에 대한 글을 썼다. “1997년부터 본격적으로 와인과 음식에 대한 칼럼을 써왔습니다. 와인에 대한 글을 쓰려다 보니, 깊이 공부하게 되었고요. 런던 WSET(Wine & Spirit Education Trust)에서 공부하고 인증 강사 자격을 취득할 무렵 유명 와인 평론가 잰시스 로빈슨을 만났어요. 그녀의 소개로 마스터 오브 와인에 도전하게 되었죠.”
1994년부터 가족과 함께 홍콩에 거주하고 있는 지니 조 리는 와인 전문가로서 가능한 모든 영역을 활동 범위로 한다. 그래서 그녀의 이름 앞에는 다양한 타이틀이 붙는다. 와인 평론가, 와인 칼럼니스트, 와인 컨설턴트, 와인 교육자, 와인 교육·컨설팅·이벤트 회사 대표 등. 우리나라에 널리 알려진 계기는 2008년 영국 마스터 오브 와인 협회로부터 ‘마스터 오브 와인(이하 MW)’을 취득하면서부터다. 당시만 해도 MW를 취득한 이는 전 세계에 217명뿐이었고, 아시아인으로는 그녀가 최초였다. “시험이 무척 까다로워요. 4일 동안 매일 아침에 2시간 30분, 오후에 3시간 넘게 필기와 실기 시험을 쳐요. 시험의 당락을 좌우하는 건 와인 에세이입니다. 2~3시간 안에 15~18장씩 써야 하는데, 테이스팅 와인에 대한 본인의 의견을 설득력 있게 전개하는 것이 무척 중요합니다. 일반적인 와인 상식뿐 아니라 각 나라 주류법과 세법, 비즈니스, 세계 각지의 와인 이슈에 대해 잘 알고, 그것을 에세이에 적절하게 녹여야 해요. 무엇보다 와인에 대한 전방위적 경험이 중요한데, 이것은 와인 문화권에서 오랫동안 경험을 쌓아온 이들을 따라가기 쉽지 않습니다. 당시 아시아권에서 MW가 나올 수 없는 결정적 이유였죠.”
한국, 중국, 일본의 음식을 두루 즐겨 먹는다는 그녀는 특히 한국 음식과 와인 매칭에 대해 남다른 애정을 가지고 있다. 맛이 강하고 자극적인 한식은 와인 매칭이 까다롭다고 알려진 것이 일반적이라면, 지니 조 리는 그런 강박부터 벗어야 한다고 말한다. “한국에 와인 문화가 들어올 때 마치 공식처럼 ‘이 음식에 이 와인’하며 매칭하려는 강박이 자리 잡은 게 잘못된 것 같습니다. 미국이나 유럽의 음식은 고기, 생선, 채소, 빵 등 먹는 게 어느 정도 정해져 있고 비교적 맛이 단순해서 와인을 곁들이면 시너지가 크죠. 그래서 서양 음식은 와인을 곁들이면 더 맛있어집니다. 그러나 한식은 음료가 필요 없는 음식이죠. 맛이 다양하고 복잡하며, 강하고 자극적입니다. 어떤 와인을 매칭해도 엄청난 시너지를 발휘할 수 없어요. 그렇기에 한식과 와인 매칭에 굳이 강박을 가질 필요가 없습니다. 여러 음식이 한꺼번에 나오는 한 상 차림 대신 그룹을 지어 두세 번 나눠 한식을 즐긴다면, 와인 매칭이 간편하고 쉬울 것입니다. 코스로 전개하는 것은 부담스럽고 복잡하니 가벼운 식전 음식에 화이트 와인, 생선이나 해산물, 고기 순으로 조금 가볍고 무거운 레드 와인을 곁들이기만 해도 충분합니다.”






20년 넘게 와인과 함께해온 그녀는 5년 전 우연한 계기로 와인잔을 만들게 되었다. 와인이 그에 알맞은 모양과 사이즈의 질 좋은 와인잔을 만났을 때 더욱 우아하고 풍부한 맛으로 피어오른다는 걸 누구보다 잘 알기 때문이다. 3년여 개발한 끝에 나온 지니 조 리의 시그너처 와인잔 컬렉션은 총 5개. 3종은 와인을 즐기기 적합한 온도에 따라 분류한 C 시리즈(8C, 15C, 18C)이며, 2종은 다양한 상황에 두루 사용할 수 있는 U 시리즈(U1, U2)다. 지니 조 리의 와인잔은 무라노 출신 페데리코 드 마요가 디자인하는 이탈리아 최고급 수제 글라스 브랜드 ‘자페라노’에서 만든다. 자페라노는 베네치아 전통 유리 세공 기술을 적용해 사람이 직접 입으로 공기를 불어넣어 형태를 만드는, 최상급 크리스털 글라스를 제작하는 곳이다. 이탈리아 와인 전시회 비니탈리(Vinitaly)의 공식 와인잔으로 사용될 만큼 국제적으로 품질을 인정받고 있다. 2015년 홍콩에서 런칭한 이후 국내에는 올해 처음 선보이게 되었다. “종종 사람들이 제게 와인잔을 어떻게 잡아야 하는지 묻습니다. 제가 만든 와인잔에는 볼 밑에 크리스털 두 줄을 꼬아 만든 ‘트위스트’ 부분이 있는데 그곳을 잡으면 됩니다. 이 트위스트에는 상징적인 의미도 담았습니다. 한국인이지만 오랫동안 외국에서 공부한 제 배경을 반영하기도 했고, 동서양의 조화를 의미하기도 합니다. 또 와인잔을 위에서 내려다보면 볼 바닥에 태극 문양이 선명하게 드러나요. 트위스트를 만들면서 자연스럽게 생긴 태극 문양에 제 나름대로 생각을 붙였죠. 지니 조 리 와인잔 3종의 이름은 와인의 적정 온도에서 따왔습니다. 빈티지 샴페인이나 톱 퀄리티의 스파클링 와인 등은 8~10℃의 온도로 칠링해 마시기 좋아 샴페인잔을 8C라 이름 붙였습니다. 마찬가지로 15C는 라이트, 미디엄 보디의 레드 와인을 즐기기 적합한 글라스입니다. 특히 피노 누아에 맞게 디자인했는데, 스윌링하기 충분한 공간의 볼을 가진 것이 특징입니다. 18C는 풀 보디 레드 와인을 즐기는 데 이상적인 글라스입니다. 와인이 천천히 공기와 접촉하면서 타닌을 부드럽게 하고, 균형을 잡아주어 더욱 풍부한 맛을 전합니다. 견고한 타닌과 집중도를 가진 어린 보르도 와인이나 모던 투스칸, 론, 나파 등의 풀 보디 와인과 모던한 스타일의 스페인 와인, 말벡, 카베르네 프랑 등을 즐기기 좋죠. ‘Universe’에서 따온 U시리즈 글라스는 다양하게 두루 활용하기 좋은 와인잔이라는 의미를 담았습니다. 테이스팅하기 좋은 U1, 가장 보편적 형태를 띠어 평상시 모든 와인에 두루 활용할 수 있는 U2가 그것입니다.”
누구에게는 취중진담하게 만드는 와인 한잔이 그녀에게는 삶의 진리였고, 그 속에서 세상의 이치를 발견했다. ‘가족, 친구와 함께하는 시간을 제외하고 가장 행복한 순간은 사람들을 와인의 세계로 안내할 때’라는 지니 조 리. 그런 그녀가 만든 와인잔은 2018년을 마무리하는 지금, 사랑하는 가족이나 친구와 함께하는 자리에 더없이 잘 어울릴 듯하다. 

 

에디터 손지혜
사진 공정현  장소 협조 부산 파라다이스 호텔 닉스그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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