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NOVEMBER. 2018 LIFESTYLE

Dynamic Duo

  • 2018-10-29

뉴욕의 중심에서 세계의 파인다이닝 신을 이끄는 일레븐 매디슨 파크의 대니얼 험 셰프와 레스토랑 경영자 윌 가이다라. 모두가 부러워할 성공적인 ‘동업’ 행보를 이어오고 있는 이들의 꿈과 열정, 믿음과 우정에 관한 이야기.

윌 가이다라(왼쪽)와 대니얼 험(오른쪽).

요즘 미국(어쩌면 글로벌) 레스토랑업계에서 가장 주목하는 인물은 누가 뭐래도 스위스 출신 요리사 대니얼 험(Daniel Humm)과 그의 파트너인 레스토랑 경영자 윌 가이다라(Will Guidara)다. 세계 최고 레스토랑 중한 곳으로 손꼽히는 뉴욕의 일레븐 매디슨 파크를 거점으로 미국 서부 해안까지 세력을 확장하며 그들만의 ‘미식 제국’을 건설하기 시작했기 때문이다. 이들은 지난 10년간 한 레스토랑이 누릴 수 있는 모든 영예로운 순간을 함께해왔다. 2018년 미슐랭 3스타, <뉴욕타임스> 4스타, 산펠레그리노의 월드 베스트 50 레스토랑 2017년 1위, 2018년 4위에 랭크되었으며 제임스 비어드 재단상의 뛰어난 서비스와 최고 미국 레스토랑 등 7개 부문을 수상했다. “이 업계에서 직위나 의사 결정에서 동등한 영향력을 행사하는 주방장과 경영자가 공동 운영하는 곳을 찾기란 쉽지 않아요. 하지만 일레븐 매디슨 파크는 아주 이례적인 동시에 성공적인 사례죠.” 월드 베스트 50 레스토랑 조직위원회 윌리엄 드루의 말이다.
대니얼 험은 열 살 때 어머니를 도와 주방에 들어선 이후 요리의 즐거움에 눈떴다. 열네 살이 되던 해부터는 도제식으로 공식적 주방 훈련을 받았다. 스위스의 많은 최고급 호텔과 레스토랑에서 일했는데, 이때 미슐랭 3스타 레스토랑 르퐁드브랑에서 그가 존경하는 스승 제라르 라베이(Ge´rard Rabaey)도 만났다. “오전 7시부터 자정까지 주방에서 일하며 모든 음식 서비스를 책임지신 분이죠. 30년간 흐트러짐 없이 주방을 지키는 모습이 큰 귀감이 되었습니다. 주방의 규율과 정교함의 중요성, 창의성의 근간도 배웠습니다. 그분의 특기는 소의 췌장과 콩팥, 야생동물 요리였는데 이제는 더 이상 메뉴에서 볼 수 없는 꿩구이는 단연 최고였죠.” 2003년 대니얼험은 미국으로 이주했고, 샌프란시스코의 캠프턴 플레이스에서 이그제큐티브 셰프로 근무했다. 그곳에서 그는 샌프란시스코 크로니클의 별 4개를 획득했고 <푸드 & 와인>이 선정한 2004년 라이징 스타에 뽑혔을 뿐 아니라 2005년에는 최고의 신진 셰프로 등극했다. 2006년에는 비로소 대니 마이어가 이끄는 유니언 스퀘어 호스피탤러티 그룹에 합류, 일레븐 매디슨 파크의 이그제큐티브 셰프가 되었다.






1 화이트 콤포지션 디시. 드라이에이징 오리구이, 양배추와 배.
2 일레븐 매디슨 파크의 훈제 캐비아를 올린 에그 베네딕트.

윌 가이다라는 뉴욕의 슬리피홀로 출신이다. 그의 어머니는 사지 마비 환자였고, 자연히 그는 아버지와 남다른 돈독한 친밀감을 쌓으며 성장했다. 아버지가 울프강 퍽 푸드 컴퍼니와 레스토랑 연합의 최고 자리에 있었던 만큼 그 또한 어린 시절부터 자연스럽게 레스토랑 산업에 매혹되었다. 16세 때 LA에 위치한 울프강 퍽의 스파고 레스토랑에서 식탁위의 그릇을 치우는 종업원으로 일했을 정도. 코넬 대학교에 진학해 원하던 호스피탤러티를 전공했지만 그가 대학을 졸업한 다음 날 어머니가 세상을 뜨고 말았다. 다행히 그의 커리어는 순조로운 방향으로 흘러갔다. 위대한 멘토로 꼽는 대니 마이어와 일할 기회도 얻었다. 그러나 타블라 레스토랑과 MoMA에 위치한 카페2에서 근무한 이후 마지못해 일레븐 매디슨 파크의 총지배인으로 옮겨가야 했다. “딱 1년만 채울 생각이었어요. 그러면 셰이크쉑에서 일할 기회를 주겠다는 대니 마이어의 약속을 얻어냈죠. 파인다이닝에는 그다지 관심이 없었거든요.” 하지만 결과는 그의 예상밖이었다. 대니얼 험과 윌 가이다라의 시너지는 일레븐 매디슨 파크를 프랑스풍 캐주얼 식당에서 멋진 파인다이닝으로 변화시켰으니까. 상상력이 풍부하지만 결코 허세 부리지 않는 음식의 맛과 헌신적 서비스를 결합해 일레븐 매디슨 파크를 예약 경쟁이 치열한 세계적 스타 레스토랑의 반열에 올려놓았다. 그들이 재창조한 것은 훌륭한 식사만이 아니다. 동네를 바꾸고 사라진 그랜드 호텔에 대한 추억을 되살리는 기회를 제공했다. 2012년 뉴욕에 노매드 호텔을 오픈한 시델 그룹과 조인한 계기가 여기에 있다. “남들이 호텔 레스토랑은 더 이상 흥미가 없다고 간주하던 때, 우리는 그 생각을 뒤집었죠. 게다가 호텔과 이름이 같은 레스토랑은 전례가 없는 것이었어요.” 대니얼 험의 말에 윌 가이다라가 설명을 보탰다. “때때로 사람들의 생각과 반대되는 행동을 할 수 있는 용기가 필요하죠. 세상을 새로운 시각으로 보면서 그 안에서 영감을 얻는 거죠.”






대칭 구조의 단정함을 강조한 일레븐 매디슨 파크의 다이닝 홀.

‘성공적 파트너십의 비결이 무엇인가?’는 그들이 가장 흔히 듣는 질문이다. 이에 대니얼 험은 “완벽히 50 대 50으로 힘의 균형을 맞추는 것”이라고 답한다. “윌은 홀에서, 저는 주방에서 최선을 다하죠. 하지만 본질은 서로를 향한 깊은 신뢰감이라고 할 수 있어요. 또한 논쟁이 발생했을 때 제대로 된 토론을 할 수 있게 마음을 열고 상대방을 존중하면서 대화를 합니다.” “공통의 목표가 기저에 깔려 있죠. 우리는 이곳을 찾는 고객에게 환대의 기술과 음식의 마법을 선사하길 원하거든요.” 둘은 비즈니스 관계뿐 아니라 개인적으로도 끈끈하게 연결돼 있다. “윌은 가장 친한 친구고, 제가 그의 딸 대부이기도 하죠. 그는 인간적으로도 매우 훌륭한 사람이에요.” 윌가이다라는 대니얼 험에 대해 “대니얼은 세계에서 가장 재능 있는 요리사입니다. 매사에 최고가 되려는 그의 욕구는 정말 고무적이죠. 각자 충분히 성공할 수 있었겠지만 우리가 함께하기로 한 건 인생 최고의 결정이었습니다”라고 말한다.
그 결정은 2006년 당시 일레븐 매디슨 파크의 오너였던 대니 마이어가 주선한 블라인드 미팅을 통해서였다. 맨해튼 로어웨스트사이드에 위치한 크립소라는 작은 이탤리언 레스토랑에서 바롤로 와인 한 병과 함께 파스타를 향한 애정을 공유했다. “우리는 그날 정말 완벽한 식사를 했고, 그 자리에서 각자의 열망, 이 사업을 통해 이루고 싶은 것에 대해 얘기했어요. 저녁식사가 끝날 무렵 서로 레스토랑 운영에 큰 뜻이 있으며 팀으로 무언가 함께하고 싶다는 생각을 품게 되었다는 걸 깨달았죠. 이것이 우리 유대감과 우정의 시작이었습니다.” “한 달 후 시카고 알리니아로 1박 일정의 여행을 하며 결속력이 단단해졌어요. 예산이 충분치 않아 호텔 방을 함께 썼거든요. 물론 이제 더 이상 호텔 객실을 공유하는 일은 없어요.(웃음)”






3 노매드 레스토랑의 벽난로 섹션.
4 노매드 엘리펀트 바.

개인적 결속과 협력의 결과로 2011년 이들은 일레븐 매디슨 파크를 구입했고, 2012년에는 록 밴드 롤링스톤스에서 영감을 얻은 호텔(노매드)에 동명의 레스토랑을 오픈했다. 노매드는 일레븐 매디슨 파크의 캐주얼한 형제 버전으로, 음식이야 두말하면 입 아플 정도로 뛰어나지만 좀 더 가볍고 에너제틱한 공간이다. 특히 이곳의 검은 송로버섯을 곁들인 로스트 치킨은 전 세계 미식가 사이에서 반드시 먹어봐야 할 음식으로 손꼽힌다. 노매드는 미슐랭 1스타, <뉴욕타임스> 3스타, 제임스 비어드재단상을 수상했다. 2017년부터 대중에게 좀 더 가까이 다가설 목적으로 노매드 인근에 ‘메이드 나이스(Made Nice)’라는, 카페테리아 형식의 매장을 열고 축소된 노매드 스타일의 디시도 선보이고 있다. 매콤한 스리라차 소스를 얹은 치킨버거를 팔지만 일요 특선 메뉴로 예의 유명한 로스트치킨도 맛볼 수 있는 것. 노매드의 시그너처 디저트인 메밀꿀을 올린 소프트 밀크 아이스크림도 메뉴에 올랐다. 올해 LA 다운타운에는 두 번째 노매드가 탄생했다. 이곳에서는 ‘프리미엄 시푸드 플래터’를 비롯한 맨해튼의 오리지널 메뉴를 그대로 만날 수 있다. 루프톱에 위치한 수영장에서도 음식을 즐길 수 있다는 점이 특별하다.
윌 가이다라에게 2016년 페라리 토렌토 아트 오브 호스피탤러티 수상은 큰 동기부여가 되었다. 매일 오후 3시 30분, 일레븐 매디슨 파크의 백 오피스에서는 예약한 손님의 이름을 인터넷으로 검색하는 모습이 포착된다. 이는 이미 레스토랑 업계에 잘 알려진 전략으로 손님에게 더욱 친숙하게 다가가려는 노력의 일환이다. 인터넷 사진 속 복장을 통해 직업을 유추하고, 사전에 말해주지 않은 기념일을 알아서 세심하게 챙겨주는 것. “가령 몬태나 지역에서 온 손님이라면 동향의 서버를 소개해 고향에 대한 이야기를 나눌 수 있게 하고, 재즈 클럽을 운영하는 손님은 재즈에 빠진 소믈리에와 짝을 지어드리는 형식이죠.” 일레븐 매디슨 파크의 교육 매뉴얼은 97페이지에 달한다. 음료와 음식을 서빙하는 법은 기본, 양말의 길이와 매니큐어 컬러까지 항목에 담겨 있다. 쿠션의 부피와 주름 방식 또한 매뉴얼을 따라야 한다. “오랜 시간 우리가 원하는 모든 것을 정확하게 숙지해야 진정한 일원이 될 수 있습니다. 이러한 훈련의 결과, 우아하고 섬세하게 고객의 마음을 어루만져 무장해제시킬 수 있는 60명의 직원을 확보하게 되죠.” 일레븐 매디슨 파크의 다이닝 홀은 7개 또는 8개 테이블로 이뤄진 4개 그룹으로 나뉘고 각각 리더, 소믈리에, 서버, 보조 서버를 배치한다. 바에는 4명, 현관에는 5명의 직원이 자리 잡는다. 스태프 중 ‘드림위버(dreamweaver)’라 불리는 이들의 역할이 중요하다. “그들은 특별한 프로젝트와 손님의 요청을 처리하는 일을 맡아요. 취향이나 알레르기 유무를 묻는 수준이 아니에요. 커플의 기념일을 위한 한 폭의 그림 같은 장식은 기본이고, 다음 날 아침 비행기를 타는 고객에게 여행 필수품을 제공하거나 길거리 음식을 맛보길 원하는 관광객이 있다면 직접 사다 주기도 하죠. 우리는 항상 고객의 경험을 최대한 끌어올리는 보다 개인적인 차원에서 그들과 연결하는 방법을 찾고 있어요.”






노매드의 로스트 치킨.

일레븐 매디슨 파크는 완벽한 레노베이션을 위해 2017년 여름 내내 문을 닫았다. “사실 가장 수요가 많을 때 영업을 중단하는 건 비즈니스 관점에서 현명한 처사는 아니었어요. 고객의 불편을 야기했으니 옳은 행동은 아니죠.” 윌 가이다라의 말에 대니얼 험은 이렇게 변론했다. “제가 좋아하는 빌럼 데 쿠닝이라는 화가가 이런 말을 했어요. ‘나는 변하지 않으면 안 돼!’ 바로 그 이유였어요. 변하지 않으면 지금의 모습을 잃을 수도 있다. 그래서 과감하게 실행했죠.” 일레븐 매디슨 파크는 1998년 오픈 이래 처음 대니얼험이 주방을 지휘하고 11년 만에 새 옷을 입게 됐다. 실제로 4개월 후 이곳은 매끈한 인테리어, 업데이트된 메뉴와 칵테일, 맞춤 식기와 한층 세련된 유니폼으로 무장하고 다시 문을 열었다. 변화의 핵심은 주문 제작한 몰테니(Molteni) 스토브를 구비한 200만 달러짜리 주방. 대니얼 험은 그의 요리 인생 25년 만에 처음으로 자신을 위해 디자인한 주방을 갖게 됐다. 요리사가 완벽한 주방에 대한 비전을 충족시키는 동안, 다이닝 홀은 매디슨공원을 내려다보는 뷰와 아늑한 대칭성을 강조하는 방향으로 재구성했다. 전체적 디자인은 콜럼버스 서클의 예술 & 디자인 박물관과 세인트루이스의 현대미술관을 설계한 미국 건축가이자 일레븐 매디슨 파크의 오랜 단골인 브래드 클로필(Brad Cloepfil)이 맡았다. 바 공간 또한 독립성을 강조하기 위해 위치를 변경했는데 오크 룸이나 베멜만 같은 뉴욕의 고전적 술집에서 영감을 받았다.
대니얼 험은 요리에 새로운 요소를 가미하는 방식으로 변화를 꾀했지만 단지 개·보수 때문에 구색을 맞추기 위해 크게 바꾸려 하지 않았다. “제 요리의 핵심은 단순함이죠. 요리의 구성과 플레이팅에 일관되게 적용하고 있습니다. 다채로운 요리 기술을 접목하고, 작업 시간 또한 오래 걸리지만 맛과 아름다움, 창의성과 목적성이라는 4대 원칙에 충실한 결과물을 내려고 합니다.” 그는 요리책에서 영감을 얻곤 했지만 언제부턴가 이를 뒤적이는 것을 그만두었다. 대신 여가 시간을 미술관과 박물관에서 보낸다. 그는 미니멀리즘에 사로잡혀 있다. 애그니스 마틴의 차분하고 명상적인 그리드, 루치오 폰타나의 칼에 베인 캔버스 작품으로 종종 회귀한다. 그가 선보이는 메뉴는 계절별 제철 식자재가 제 빛을 낼 수 있는 8~10개의 메뉴로 구성한 코스 요리가 전부다. 보다 간결한 5코스 메뉴도 있는데 이는 칵테일 또는 와인을 곁들여 바에서 이용할 수 있다. 그는 식자재를 하나의 카테고리로 묶어 깊이 파고드는 것을 선호하는데, 이를테면 ‘화이트 컬러와 창백함’으로 설정한 부류에는 사과, 펜넬, 랍스터, 파스닙이 속한다. 이러한 분류법을 활용해 때론 극단의 비주얼을 자랑하는 디시를 내놓기도 한다. 끊임없는 연구와 도전정신이 있기에 그의 요리는 언제나 진화 중이다. 그리고 이는 사진으로 남아 곱게 바인더에 기록되고 있다.






5 메이드 나이스의 다채로운 캐주얼 메뉴.
6 오픈 주방과 홀로 구성한 메이드 나이스 실내.

대니얼 험과 윌 가이다라는 처음부터 지금까지, 고객 만족을 위해 주방과 홀 사이의 벽을 허물고자 노력해왔다. 견고한 파트너십을 바탕으로 정교한 음식과 감각적인 서비스의 완벽한 결합을 이뤄냈다. 새로워진 일레븐 매디슨 파크뿐 아니라 뉴욕의 파크 애비뉴 425번지에 노먼 포스터가 디자인한 고급 타워 안에 새로운 파인다이닝을 열고, 2019년에는 라스베이거스의 파크 MGM에 노매드 라스베이거스를 오픈할 예정이다. “우리가 지금 가장 집중하는 건 레스토랑보다 더 큰 가치입니다. 정말 좋은 회사를 만들고 일하기 좋은 곳에서 구성원 모두의 꿈을 펼치는 것이죠.” 직원이 행복해야 고객에게도 그런 감흥을 나눠줄 수 있다는 것. 바른 경영의 기본 명제지만 이를 구현하기란 쉽지 않다. 그러나 이 두 사람이라면 해낼지 모른다. 고객 응대를 큰 즐거움으로 여기고, 상호 존중과 겸손의 미덕을 갖춘 이들 아닌가.

Restaurant Info
Eleven Madison Park 11 Madison Ave, New York, NY 10010, USA
Tel +1 212 889 0905 Web www.elevenmadisonpark.com

Nomad New York City 1170 Broadway New York, NY 10001, USA
Tel+1 212 796 1500 Web www.thenomadhotel.com

Nomad Los Angeles Giannini Place 649 South Olive & 7th Los Angels, CA 90014, USA
Tel +1 213 358 0000 Web www.thenomadhotel.com

Made Nice 8 West 28th Street New York, NY 10001, USA
Tel+1 212 887 1677 Web www.madenicenyc.com

 

에디터 이재연(jyeon@noblesse.com)
손희란(미식 칼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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